신영복 교수님의 <강의> 4장 "논어"편 

덕불고 필유린[ 孤  ]을 읽다가 갑자기 얼마 전에 감동적으로 본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먼저 책을 보겠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또는 이웃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글이고 별로 어렵지 않은 글입니다.

백범일지에는 백범 선생이 『상서(尙書)』의 한 구절인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의 뜻은 얼굴 좋은 것이 몸 좋은 것만 못하고 몸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다는 것으로 미모보다는 건강이 더 중요하고, 건강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 166쪽



물론 예나 지금이나, 미모도 중요하고, 건강은 더군다나 제일이라고 손꼽습니다.

풍찬노숙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운동가로서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더 뼈저리게 느꼈겠지만 백범은 건장하지만 우매한 조국 청년의 모습에서 신체가 건강한 것보다는 몸이 좀 아프더라도 마음을 닦는 내적 수양에 힘써서 사람 구실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루쉰의 경우는 심(心)의 의미를 각성과 의식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심호(心好)를 각성이나 의식의 의미로 읽지 않고 "마음씨" 또는 "인간성"의 의미로 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마음(心) 좋다는 것은 마음이 착하다는 뜻입니다. 착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는 뜻입니다. 배려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착하다는 것은 이처럼 관계에 대한 배려를 감성적 차원에서 완성해 놓고 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67~168쪽



즉 착한 사람은 상대방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 배려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간혹 "사람은 착한데.." 라면서 누군가를 흉볼때 관계를 소중히 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착하지 않다" 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이 '신호불여심호'에 한 구절을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심호불여덕호(心好不如德好)'가 

그것입니다.

'마음(心) 좋은 것이 덕(德)좋은 것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덕의 의미는 논어의 이 구절에 나와 있는 그대로입니다.

심(心)이 개인으로서의 인간성과 품성의 의미라면 덕(德)은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168쪽





심(心)과 덕(德)을 읽는 순간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주인공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젠 영화로 가볼께요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제목의 뜻을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 옛날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동물의 해당 장기를 먹으면 낫는다는 미신이 있었다. 주인공 사쿠라는 췌장이 이상이 있어 오래 살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췌장을 먹고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말한 것.

- 그 사람의 췌장을 먹으면 먹은 사람의 안에서 영원히 산다는 미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는 사쿠라가 내 췌장을 먹어줄래? 라는 식으로 남 주인공 하루키에게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한 말이다.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은 나는 네가 되고 싶다는 말로 볼 수 있다. 



전 영화에서 

심(心)을 남자 주인공 하루키, 

덕(德)은 사쿠라로 보았습니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가족 외에 자신의 병명을 비밀로 한 채 항상 친구들에게 밝고 인기가 많은 사쿠라, 가장 친한 동성의 친구에게도 비밀로 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고, 서로 슬퍼하면서 마지막을 보내기 싫다는 거죠.

이처럼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사쿠라는 덕(德), 즉 관계성을 중요시합니다.





 

하루키가 사쿠라에게 묻습니다. 

시가 하루키 : 너에게 있어, 산다는 건 어떤거야?

사쿠라 : 어? ㅋㅋ 너무 진지한데? 

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아닐까?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포옹하고, 때론 엇갈리기도 하고, 그게 산다는 거야


혼자 있으면,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없어. 그런거야




좋아하면서도 밉고 

즐거우면서도 우울하고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있단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아.




그래서...

이렇게 너와 있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네가 내게 선사하는 일상이...

나한테는 보물이거든.




반면 남주인공 하루키는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하며 반에서 누구와 어울리는 것이 서툰 친구입니다.

더 이상 타인과 연결점을 만들지 않으려 했습니다.

관계로서의 덕(德)은 부족하지만, 

개인으로서의 인간성과 품성의 의미로 심(心)을 담고 있습니다.


전 영화에서 하루키는 사쿠라가, 사쿠라는 하루키가 되고 싶다는 상징적 의미를 

심(心)과 덕(德)의 조화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로 생각했습니다.

어느 하나가 상위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 심(心)보다는 덕(德)을 더 중요시하는 신영복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습니다. 

삶에 있어 추구해야 할 지향점이 덕(德)이라는 것,

즉, 관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하지만,

수많은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의 껍데기들로 상처를 받거나 좌절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전통 사회에서 요구되는 관계성의 담론은 누군가에겐 또 다른 갑질의 전형이 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심(心)도 어렵지만 덕(德)은 더 어렵고, 죽을때까지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갑니다.

심(心) 하나만 제대로 다스려도 덕(德)은 어느 정도까지 되지 않을까요.

고전에서 말하는 덕을 지향점으로 삼기에는 희노애락의 감정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중생입니다.

특히나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인간들은 근본적 성찰이 더 요구되기에,

전 이 책에서 주역 부분에 중(中)이라는 개념을 빌어 중간을 매우 좋은 자리로 보겠습니다.




사쿠라는 관계성을 중요시했지만, 누구와도 엮이지 않고, 오로지 홀로 살아가는 강한 하루키를, 그 용기를 모두에게 나누어주길 바란다는 말을 합니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 늘 밝게만 살려고 했는 건 약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친구나 가족을 내 슬픔에 끌어들여 그 힘으로 버티려고 했던 것입니다. 


즉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덕(德)으로만 살려고 하다가 심(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거라 생각합니다.


사쿠라가 죽고(참으로 어처구니 없게 죽게 되죠)

하루키만 읽게 해준다고 약속했던 생전에 쓴 공병문고(일기장)를 받으러 사쿠라의 집으로 가게 되었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울면서 한 말씀이 생각납니다.


일기장에 쓰여진 친구가 바로 너구나.하면서

사쿠라가 마지막 삶을 꽉 차게 살다 가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이죠.

자신의 병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게 해주는데 함께 해줘서..



덕(德)이 있는 사람이 어찌 심(心)이 없겠냐만은,

심(心)을 건너뛰고 덕(德)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가장되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철부지 초등학교 2학년인 제 딸애가 학교나 친구에게는 반듯하게 행동하는 걸 봅니다.

물론 예절바르고 사회성이 좋다는 건 기뻐할 일이죠.

하지만 전 가끔 딸애에게 말해줍니다.

학교에서나 친구에게 너무 친절하거나 잘해주려고 노력하지 마라, 그건 큰 스트레스야. 

때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필요한거야 라고.



관계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쿠라가 유서를 통해 

둘의 관계를 늘 질투한 사쿠라의 절친 "교코"와 하루키가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사쿠라의 죽음 이후 6년이 지나 교코가 결혼식을 하기 전에 유서를 발견한 하루키는

뛰어가 용기내서 말합니다.


"나와 친구가 되어줄수 있겠니"


심(心)이 덕(德)이 될 수 있는 다리를 사쿠라가 놓아준 것이죠.


사쿠라는 용기를 내어 하루키의 심(心)을 받아들였고 , 

죽고 난 후에는 하루키에게 부족한 덕(德)의 실천을 주고 갔습니다.




책과 영화의 비유가 적절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활짝 웃는 하나베 미나미(사쿠라 역)의 미소가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의 '익살'처럼


인간은 미소 뒤에 슬픔을 감추고, 때로는 슬픔 위에 피어난 미소를 지으며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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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21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과 덕!! 이렇게 영화 해석이 되는군요~!! <췌장..> 책으로 읽어볼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재미있을거같아요 ^^

북프리쿠키 2022-10-23 11:04   좋아요 1 | URL
네. 항상 사랑과 우정사이 만큼이나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를 던져주는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영화속에 많이 담겨있더라구요.
특히 여주인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감정이입이 잘 되었네요..^^;;

stella.K 2022-10-21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봤는데.
제목이 좀 거시기 했는데 영화는 나름 나쁘지 않았던.
근데 역시 쿠키님은 고수시네요.
확실히 독서와 영화는 같이하면 좋은 것 같습니다. 상호보완적...?ㅋ
마지막 문장 심오하네요.^^

북프리쿠키 2022-10-23 11:07   좋아요 1 | URL
텔라님도 보셨군요.
제목은 익히 잘 알고 있었는데
중,고등학생들 보는 유치한 애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사전 지식없이 바로 봤는데.
좋았네요.~
다른 영화들도 조금씩 찾아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 읽는다고 설마
김일성주의자에 총살감은 아니겠죠..

게다가 전 신영복 교수님의 인품을 존경하고 <담론>이라는 책 애정하기도 하는데,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유˝를 최선의 가치로 꼽는
정부를 믿고 찬찬히 읽을 용기를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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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10-16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2년에 이런 걱정을 한다는 게 웃프네요. 심지어 오늘은 10월 16일... 부마민주항쟁기념일인데 말이죠.

북프리쿠키 2022-10-16 19:47   좋아요 1 | URL
네. 역사는 늘 되풀이되는게 맞네요. 부마민주항쟁은 5.18민주화운동보다 더 진상파악이 덜 된채로 묻혀있는게 많아서 안타깝네요. ~

stella.K 2022-10-17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읽어야 하는데ᆢㅠ

북프리쿠키 2022-10-17 11:44   좋아요 1 | URL
좋네요 역시~
동양고전을 관계론 중심으로 강의한 내용인데, 사서삼경 뿐만 아니라 노자, 그리고 제가 깊이있게 접해보지 못한 주역, 장자, 묵자, 순자, 법가까지 가볍게 맛볼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책입니다^^
 

전작 읽기에서 몇번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합니다.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다 읽지 않을까요?


지금 읽고 있는 <악령>의 늪만 잘 헤쳐나간다면 가능성이 좀 보입니다. 


* 출판사 기준은 제가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책 기준입니다

  번역과는 별개로 나이가 들수록 열린책들의 빡빡한 자간과 행이 숨이 막혀

  민음사와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이 너무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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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19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이예요.
프로필 사진 속의 서재는 여전히 근사하지만, 따님은 그 사이 키가 많이 큰 것 같네요.
태풍이 지나가면서 바람이 세게 부는 월요일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22-09-22 17:2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반가워요. 늘 잘 계시죠? 딸은 벌써 초등2학년이예요 시간 참 잘갑니다.
하루하루 꾸준히 포스팅 해주시는 서니데이님 뵈니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 드네요.
늘 행복하시길^^

막시무스 2022-09-19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입니다! 열린 출판 자간의 압박은 정말 압독적인것 같아요!ㅎ 전작읽기 성공을 응원합니다!ㅎ

북프리쿠키 2022-09-28 14:2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열린책들이 아니고 닫힌책들 같습니다 ㅎㅎ 응원에 힘입어 꾸역꾸역 읽어내겠습니다^^

stella.K 2022-09-20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도끼옹이 흐뭇하시겠어요.ㅋ
쿠키님이 도끼옹 팬인 줄 몰랐습니다.
근데 악령이 그리 어려운가요?
저는 죄와벌만 완독하고 카씨 형제도 영화로만 보고
도끼옹의 전기도 영화만 봤어요. 앞으로 시도는 해 보겠지만
아마도 이번 생에 도끼옹 전작 읽기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쿠키님의 전작 읽기 응원합니다. 홧팅!!^^

북프리쿠키 2022-09-28 14:24   좋아요 1 | URL
전작읽기는 뭔가 허영심의 발로인거 같습니다 ㅎㅎ
도끼 옹은 가난한 사람들, 죄와벌, 까라마 정도만 읽어도 좋겠네요.
그래도 전 허영심이 풍부한 사람이라 밀고 나가보겠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9-19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북프리쿠키님의
도끼샘 전작 읽기를 응원하는
바입니다.

소인은 고작 <죄와 벌> 2번
그리고 <카라마조프>가 전부
랍니다...

북프리쿠키 2022-09-28 14:27   좋아요 1 | URL
매냐님 응원 감사드립니다.
죄와벌은 제가 최애하는 소설입니다.2번이라뉘 제대로 읽으셨네요.
늘 매냐님 포스팅 열심히 읽고 있는데 항상 저에게 자극주셔서 감사해요^^

새파랑 2022-09-19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도선생님 전작 하시는군요~! 제가 작년에 살짝(?) 도선생님 완독해 봤는데 남아있는것 중에 노름꾼이랑 악령이 잘 읽히고 재미있더라구요~! 전작을 응원합니다~!! 예전 전집세트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네요 ^^

북프리쿠키 2022-09-28 14:30   좋아요 1 | URL
와~전작읽으신분이 잘 없던데 새파랑님 대단하세요~
악령 1권 거진 다 읽어가는데 왜케 어렵죠??ㅎ2권 넘어가면 좀 괜찮으려나. 잘 읽히신다니 천천히 심기일전해야겠어요.
예전 빨갱이 전집 중고로 나온거 하나하나 모은거라 애착이 갑니다.^^
 

스푸트니크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카자흐공화국의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에서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렸다.
직경은 58센티미터, 무게 83.6킬로그램인 이 인공위성은 96분 12초에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그 다음날 3일에는 ˝라이카˝라는 개를 태운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
라이카는 우주 공간으로 나간 최초의 생물이 되었지만, 그 위성은 회수되지 못하고 우주에서의 생물 연구를 위한 희생으로 기록되었다

[고단샤 발간 <크로니크 세계전사>]

- 책 첫장에


---------

우주의 어둠을 소리 없이 가로지르고 있는 인공위성.
작은 창문을 통해 내다보고 있는 개의 윤기 있는 눈동자.
그 끝없는 우주적인 고독의 한가운데서 개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 16쪽





처음 만났을 때 스푸트니크에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걸 기억해요.
그녀가 작가 비트니크 이야기를 했고,
그것을 내가 스푸트니크로 잘못 알아들었죠. 당신은 스푸트니크라는 말이 러시아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요? 그건 영어로 traveling companion이라는 의미예요.
˝여행의 동반자˝.
나는 얼마전에 우연히 사전을 찾아보고
그걸 처음 알았어요.
생각해보면 이상한 조합이죠.
하지만 어째서 러시아인은 인공위성에 그런 기묘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외톨이로 빙글빙글 지구 둘레를 돌고 있는 불쌍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는것에. - 166쪽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그것은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거죠.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언젠가 완전히 타버려 제로가 될 때까지 말이예요.-197쪽




결국 하루키는 지구의 인력을 단 하나의 끈으로 삼아 하늘을 계속 돌고 있는 스푸트니크의 후예들은 바로 인간 본연의 모습이며, 인간은 지구와 위성이 인력의 끈으로 이어지듯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통해 고독과 단절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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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의 루틴 중 하나!

헬스장 가서 최대한 있는 힘과 땀을
뺀 후 사우나로 피로를 풀고

˝솔티라떼 덜달게˝ 한잔 주문 후

차분히, 가라앉은 심신으로
찬찬히, 읽어내려가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네요.

책 종이를 손바닥으로 쓸면
마치 애정하는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처럼 아끼는 마음이 든답니다.
좋은데 질리지 않는
많지 않은 것들중에 하나.


˝나와 스미레는 말하자면 서로 닮은 꼴이었다. 두 사람 모두 마치 숨을 쉬는 것과 같을 만큼 자연스럽게 열심히 책을 읽었다. (중략)
나는 나 자신을 제외하고 그렇게 깊고 폭넓게 열렬히 소설을 읽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고,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25~26쪽




여러분들도 여러분만큼이나
열렬한 독서가를 친구로 두고 있는지요.
둘도 없는 친구가 독서취미까지
공유한다면 그 인연은
참 부러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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