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전작주의를 하기 위해 발표작 순서대로 읽고 있다.

이 책은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그리고 이어진 <분신>의 혹평 다음으로 발표된

중단편 모음집(11편)이다. 아래 소설들 모두 26~27살의 작가가 1847년~1848년 두 해에 걸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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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쁘로하르친 씨

2.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

3.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4. 여주인

5.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6. 약한 마음

7. 뽈준꼬프

8. 정직한 도둑

9.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

10. 백야

11. 꼬마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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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백야>를 읽기 위해서 9편의 몽상들 속에서

헤멨다. 쉽지 않았다. 때론 진도를 빼기 위해 몸을 뒤틀며 읽은 부분도 있다.

<쁘로하르친 씨><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은 그나마 흥미로웠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행간에 스며들기 어려웠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듯 맹맹한 캐릭터들의 몽상들이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기어갔다. 졸음이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의 그 느낌처럼 말이다.

 

<백야>..너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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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인 2018-02-21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이나 주말 쯤 시작할거 같네욥 저는 빨강 양장본 중고로 구했어요ㅎ

북프리쿠키 2018-02-22 09:45   좋아요 0 | URL
네~ㅎ 저도 빨간전집 다 모았어요. 도끼옹 책은 한숨에 다 읽어야지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읽으니 헷갈리네요ㅎ
응원합니다^^
 

 

 

 

 

 

 

 

 

 

 

 

 

 

 

 

'나와 세상은 서로에게, 왜 우리가 존재하는지를, 왜 이 시간에 이곳에 있는지를, 목적, 가장 큰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이를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네. 그들의 머릿속에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은, 하지만 자신들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몇가지 가련한 생각들이 있지. 그건 그들이 자연을 보고 발견한 것들이 아니야. 그들 모두는 심약한 사람들, 분명치 않은 사람들. 그리고 하찮고, 깨지기 쉬운 사람들이지'- 182쪽

 

온통 머릿속에 '가련한 생각'들로 가득차 있는 내 자신을 두고 하는 말같아서 뜨끔하다.

그래서일까. 심약하고 분명치 않고, 하찮고, 깨지기 쉬웠다.

내 머리속에 덕지덕지 붙은 타인들의 웅변들, 그건 내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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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강의를 듣고
신에 대한 스피노자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범신론은 내안의 ‘코나투스‘를 지칭하는,
말하자면 내안의 창조자가 신이 되는 의미구나.
인간이 주인이 되는 윤리학이구나~
획실하게 개념이 박혔습니다.
(무신론자이면서 동시에 신에 취한 철학자로 평가받는
양극단 사이에서 헤멨네요)
유대인인 스피노자가 파문당하면서까지 - 스스로 파문당하길 바랬을지도 - 신을 부정하고 인간을 주인으로 내세운 이 책은 300년 후의 니체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기쁨과 슬픔의 윤리학 <에티카>는
자본이 신인 현대인의 고통과 소외를 어루만져 주는,
바티칸 최고의 금서목록이기도 합니다.

총 5부로 이루어진 에티카.
1.2부는 무신론자들은 읽을 필요가 없고
3.4.5부만 읽어도 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완역본은 서광사에서 나온
아래책이고, 입문 정도로만 만족하실 분들은
책세상에서 나온 발췌본을 읽으심 되겠네요
(전 발췌본도 만만치 않았네요.특히나 비슷한 용어의 개념들을 구별하는데 애 먹었습니다.)

철학분야는 역시 강의와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걸 절감했습니다.
아래 강신주님의 20분짜리 동영상을 링크했구요.
도움이 되었음 합니다.


https://youtu.be/Zw2-TLcQ5w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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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인 2018-02-11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스트잇이 붙어 있으니 전 읽은거 같은데 기억이 1도 안나고2010텍이 붙어 있으니 더 기억에 없고요 하여간 덕분에 또 읽어야 할 책이 한 권 늘었군요 감사합니다 ㅎ

북프리쿠키 2018-02-11 23:20   좋아요 1 | URL
발터벤야민의 <기술적복제의시대>책을 읽고,
어려워서ㅠ 진중권의 45분짜리 강의가 있더라구요.
뒤적거리다 에티카 강의로 샜는데. 강의 깔끔하네요.
자욱한 안개가 조금 걷히는 느낌이랄까요ㅎㅎ
이 참에 재독을 하심이^^

2018-02-11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2-11 23:31   좋아요 0 | URL
깨톡으로 보냈습니다^^
 

딸아이 발레수업 대기중 읽고 있는 책.
세편의 에세이가 담겨있는데
2번째 <유아기의 성욕>편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아기때의 잃어버린 기억, 잊어버린 바로 그 느낌들이 우리의 정신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겼고
나중에 모든 발달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일종의 기억상실이며 의식의 억압을 통해 의식으로
떠오르는 그 느낌을 억압하는 수수께끼는 무엇일까요?

‘그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그의 사상의 매력은 실제 신화의 매력과 닮아 있다. 모든 고통은 단지 기원적인 고통의 반복을 표현할 뿐이라고 단언할 때가 그런 경우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책 뒤표지에 적힌 비트겐슈타인의 말과
유아기때 기억상실과의 연관성을 끼워맞춰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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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단편 <해룡이야기>중에서

 

그 악몽의 현장, 그 가위눌림의 세월, 그게 그의 고향이었다. 그러나 고향은 한마디로 잊고 싶고 버리고 싶은 것의 전부였고, 행복이나 출세와는 정반대의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중호는 고향의 모든 것을 미워했다. 측간에서 똥 먹고 사는 도새기(돼지)가 싫고, 한 겨울에도 반나체로 잠수질해야 하는 여편네들이 싫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하는 속담이 싫고, 육지 사람이 통 알아들을 수 없는 고향 사투리가 싫고, 석다(石多)도 풍다(風多)도 싫고, 삼십년 전 그 난리로 홀어멍이 많은 여다(女多)도 싫고, 숱한 부락들이 불타 잿더미가 되고 곳곳에 까마귀 파먹은 떼송장이 늘비하게 널려 있던 고향 특유의 난리가 싫고, 그 불행이 그의 가슴속에 못 파놓은 깊은 우울증이 싫었다. 걸핏하면 버릇처럼 꺼질 듯한 숨을 내쉬는 어머니도 싫었다. 육지 중앙정부가 돌보지 않던 머나먼 벽지, 귀양을 떠난 적객들이 수륙 이천리를 가며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던 유배지. 목민(牧民)에는 뜻이 전혀 없고 오로지 국마(國馬)를 살찌우는 목마(牧馬)에만 신경썼던 역대 육지 목사(牧使)들. 가뭄이 들어 목장의 초지가 마르면 지체없이 말을 보리밭으로 몰아 백성의 일년 양식을 먹어치우게 하던 마정(馬政). 백성을 위한 행정은 없고 말을 위한 행정만이 있던 천더기의 땅. 저주받은 땅. 천형의 땅을 버리고 싶었다.-159쪽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가

제주도를 알려면 4.3사건의 아픔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 떠오른다.

노인, 어린아이 할것 없이 3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죄없이 죽었다.

70여년이 흘렀건만 옴팡진 밭담안쪽에서 집단학살당한 자들의 가족은 지금도 그날의 기억에 몸서리치며 살아간다.

 

'뽑아놓은 무처럼 널브러져 있던' 희생자들의 시신을 상징하는 순이삼촌비에서

딸아이와 함께했다.

 

' 그 죽음은 한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30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30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30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보내고 오늘에야 당신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었을 뿐이다' -<순이삼촌 中>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을 읽고, 영화 <지슬>을 보았고,

이제서야 순이삼촌을 가슴에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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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08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비석인것 같은데, 실제로 다녀오셨군요.
사진속의 예쁜 아이는 따님인가요. 분홍빛 모자가 잘 어울려요.
북프리쿠키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8-02-09 11:05   좋아요 1 | URL
비석에 순이삼촌 글귀들이 적혀있어요~바로 이자리에서 많이 죽었구요. 바로옆에 애기무덤들도 있습니다.
딸래미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구요. 서니데이님도
늘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