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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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낮으로 실체 없는 대상을 향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쪽이 더 광신도 아닌가? 이 아이돌이란 사람들은 자기가 파는 환상에 도리어 자기가 묶여 있는 상태란 거다. 아이돌을 향한 팬의 사랑이 환상이라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54"


 그러니까 좀, 무서워요. 무서운 것이다. 지하철 1호선 광인과 케이팝을 연결 시킬 수 있는 사람의 케이팝이란 뭘까. '펑펑'이 정말 좋았다. 재미로 따지자면 올해 벌써 6월인데, 그 전으로도 후로도 '펑펑'을 넘어설 콘텐츠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마 없을거야, 싶다. 너무 재밌긴한데 한편으로는 수치스럽다. 어릴적에 익혀둔, 봐선 안되는 간행물을 슬쩍 몰래 넘겨보고 안본척하던 스킬을 써서 몰래 봐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읽다가 혀를 여러번 빼물고 내두르고 씹어야 했는데 하나같이 강렬한 감각들이 휘몰아쳐댄 탓이다. '거울 치료를 위해 태극기부대를 찾아가(26)'는 이 판에는 대체 어떤 자만이 살아남아 있는 것일까.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은 알지만 이 극단의 방법을 스스로에게 쓸 줄이야. 지금은 괜찮으신지 안부를 묻게 된다. 혹 독을 독으로 치료하려다 중독된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되고. 


 사실 평생에 있어 케이팝 소비를 해왔겠지만 진짜 '소비'를 한 적은 없다. 저자가 '듣는 음악'을 주장한 것과 비슷하다. 들어왔지만 보고 소비하는 것에 더 집중된, 전복된 듣기처럼. 소비없는 소비를 한 라이트팬은 어릴 적엔 잡팬으로 불렸고 나이들고 나서는 머글이 되었다. 유재석의 멜론 탑100 귀 이야기에 맞아, 내가 그래! 하고 무릎을 쳤다. 물론 요즘은 아이돌 노래는 잘 듣지 않을 나이까지 됐다. 케이팝의 띵곡은 90년대에 이미 완성되었지, 안경 척! 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그 시절엔 대중가요를 잘 몰랐으면서도. 그렇지만 평생을 봐온 케이팝 휀걸들의 삶이 바로 내 친구이고 이웃의 이야기여서 '펑펑'을 읽으며 약간이나마 공감하고 또 대리 수치도 느낄 수 있었다. 


 " 케이팝의 진정성은 누가 뭐라 해도 무대로 완성 되는 법이다. 76"


 '펑펑'의 케이팝 역사가 너무 찐해서, 찐이라서, 읽다보니 그냥 아는 것을 쓴 것인지 쓰기 위해 알아간 것인지 궁금해졌다. 오소녀(124), 거북이 빙고의 숨은 리스너(223) 디테일에 깜짝깜짝 놀랐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 걸스데이 여자대통령'은 왜 없지?) 저자는 얼마나 케이팝에 인생을 갈아 넣은 것 입니까. 돌보다 더 오래도록 그 바닥에서 구르며 산업 그 자체가 되어버린 휀 더이상 걸도 아닌 늙크크의 슬픈 초상("아줌마, 언제까지 케이팝 판에 기웃거릴 건가요?" 213)이 여기에 있었다. 문장이 괜히 비장해지는 것이 '펑펑' 읽다가 얼마나 케이팝 보법에 절여진 건지 감도 안온다. (그런데 소녀야 언제까지 젊을거니? 내년에도 젊어? 후년에도 젊을꺼니? ... 그렇겠지. 좋겠다 소녀야 아줌만 갈게 넌 평생 케이팝 하렴.)


 얼마나 위험한 책인지. 솔직히 재밌게 읽기는 했는데, 주변에 읽어보라고 꼭 소매넣기 찔러주고 싶은 책인데, 읽을때는 혼자서만 몰래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의 이야기를 풀면서 "닥쳐 제발... 넌 수치심이란 것도 없니? 30"했다지만 그쪽도 신화 누드집 돈 모아서 사봤다는 얘기 했잖아요. 칼머리(40)얘기하면서 이반 문화 오픈했잖아요. 왜 케이팝 얘기하면서 귀여니랑 김종국을 안양의 소울(246)로 묶냐구요. 읽으면서 왜인지 수치스러움으로 고통받는 독자도 배려 좀 해주시겠어요? 과거는 다 불태워 묻어버리기로 사회적 합의를 하면 안될까 싶었다. '펑펑'에는 정말 다양한 곡과 가수들이 솔직하고 적나라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재밌는 점은 묘하게 샤이니에게는 낯을 가린다는 느낌이 든다. 짐승돌엔 덕질하면서 '누난 너무 예쁘다'며 노래하는 소년과는 좁히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니, 오히려 불미스럽다.


 암튼 '하투하팬 7명, 이즈나팬 7명, 미야오팬 7명, 리센느팬 7명 도합 10명인 세계관' 속의 우리 케이팝 휀걸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라. 고일대로 고여진 휀걸끼리 독서모임 혹은 싸움이든 할 말이 가득 쌓일만한 콘텐츠 아닐까. 솔직히 머글 눈에는 그저 웃기고 재밌는 추억은 방울방울이었는데 찐팬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면이 보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떤 역사는 누구의 입장에서 쓰여졌는지에 따라 다르게 전해질 수도 있는 법이니까(비장). 다른 사람 후기랑 저자 북토크 현장이 이렇게 궁금한 책은 또 처음이다. '펑펑'은 북토크라기 보단 팬싸라고 해야되는게 아닐까. 책 사면 저자 포카라도 랜덤으로 증정하라! 여담이지만 덕질에는 뭘 잡고 시작하냐에 따라 소나무 같은 취향이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평생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슴돌이었는데 요즘은 코르티스가 늙크크의 눈에 밟힌다. 갈아탈수도 있나? 빅히트도 다시보면? 이런 흐름 어색하지 않은 분이라면 '펑펑' 꼭 읽기, 약속.


 '펑펑' 읽고 다른 사람 후기 궁금해서 찾아왔으면 같이 감상 달려주기 입니다. 꼭. 케이팝 좋아하시면 '펑펑'하세요.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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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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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차례의 선거가 지났다. 언젠가부터 선거는 '심판'으로 불리고 있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투표의 의미를 잘 살려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이 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맞을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대체 왜 자꾸 대표자를 뽑는 일이 '심판'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일까.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를 통해 우리가 심판자로 뽑은 대표자들이 내놓은 정책이 왜 실패하는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정치'라면 우리의 심판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인지 연관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솔직히 읽기 전에는 독서에 왜 실패하는가 먼저 생각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일상에서 접했던 사회 문제들을 예시로 끌어와 읽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재밌었다. 왜 이런 시위를 했는지, 어떤 문제를 말하고 싶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으로 접근했는지, 연결해 읽으니 나에겐 체감되지 않던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왜 "노동 빈곤층의 확산, 인구 구조의 급변, 기후위기 대응(246), 국민연금 개혁(120), 의료 개혁(266), 장애인 이동권(53)" 등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가 개선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지 바탕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정책의 효과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최소 10~15년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이는 이념과 정권을 초월한 지속성과 일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의 정책이 폐기되는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이러한 '백년대계'를 기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48 / 거시적 문제에 대한 정책 비전을 포함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국가 비전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97 / 가장 뼈아픈 실책은 '선제적 경고'의 부재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내다보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뒷북만 치는 처방에 그쳤다는 뜻이다. 200" 

그동안 치열하게 진영 싸움이 지속되면서 어느쪽이 정권을 잡는지에 매몰되어 있던 우리나라의 현실 상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눈에 드러나 공론화 된 것으로 한 지역의 성공적인 대표로 자리잡은 표어와 상징물 조차 소속 정당이 다른 시장이 당선되고 나서 순식간에 폐기해 버리는 치졸한 전임자 공로 지우기, 세금 낭비 같은 것들이 대놓고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 그저 자리 뺏기와 승자 되기에 매몰되어 이미 시민들의 생활에 자리잡은 친근한 이미지마저 지우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을 보면, 시민의 의견과 삶에 대해서 고려하거나 눈치조차 보지 않는 태도가 만연함을 느낀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가 중장기 전략 연구를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중장기 미래 전략 연구에 본격적인 착수하는 개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 일방으로 기울어진 정책 생태계의 균형을 되찾으려면 정부의 철학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 단체는 스스로 공적 책임을 수용해야 하며, 노동계는 대안적인 정책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사회는 이 거대한 권력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냉철한 감시자로 거듭나야 한다. 258 / 시민이 일상에서 스스로 배우고, 의견을 나누며, 공동체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리고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는 시혜적 정치를 넘어 시민이 직접 이끄는 정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책 생태계 혁신이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다. 356"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의 선택으로 재밌게도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진보 진영의 당선자가 나온 사례가 있다. 울산 시도지사 선거의 배경인데 전 당선자가 울산 지역의 버스 노선을 실제 교통상황과 환승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개선해 불필요한 환승과 외곽지역에 사는 고령층의 교통 불편이 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생활에 밀접한 문제가 생기가 후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졌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제 1 정책으로 내세운 후보가 당선이 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의사를 표명하는지 잘 드러난 사례라 생각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을 '집값' 같은 문제로 뭉개고 든 지역도 있지만. 

저자의 서문을 읽으며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다행히 다시 안정의 궤도에 올라섰다. 16"는 문장에서 쓴웃음이 나왔다. 책에서도 '2025년 서부지법 폭동(320)'에 대한 예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 이후로 다시 밀집하기 시작한 집단이 2024년 겨울의 밤을 마치 시기하여 따라하기라도 하듯 강남 지역 복판에서 식음료 물자를 받고 방한 용품을 요청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안정의 궤도를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물론 윤 정부 기간 동안 다방면으로 손을 댄 문제들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 전에 멈춰질 수 있어 다행이었으나 불거져나온 분열과 갈등, 혐오는 진정되지 못한 상태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풀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어둠은 빛의 그늘 아래에서 짙게 꿈틀거리고 있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궤도는 흔들리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시민의 감시와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해 극복해냈다는 성과도 잠시, 그 어떤 이성과 사리도 경제/돈의 만능주의 앞에서는 쉽게 힘을 잃는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탈력감을 느끼게도 된다. '정책이 왜 실패하는가'를 이해하는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왜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 안에서 정당, 언론, 지식인, 사회단체, 시민 등 구성원들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살피며 감각의 균형을 새롭게 잡을 수 있었다. 급변하는 기술의 발달, 양극화와 분열 앞에서 인간 중심의 가치를 잃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공부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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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
루피 소프 지음, 보탬 옮김 / 열림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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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도 될까?" 22

이 말이 이렇게 역겨운 책이 또 있을까. 30대 후반 유부남이 게다가 선생과 학생 사이라는 위계를 이용해서 19살짜리를 꼬셔서 임신 시키는 관계의 시작이다. 게다가 마크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에 잠적, 뒷처리를 그의 엄마에게 떠넘기기까지 한다. 나이 차이 나는 남자가 어린 당신에게 이유없이 친절하게 다가온다면 혹은 재능이 있다거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말로 접근한다면 그 이유는 당신입니다.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읽으면서 여러번 생각했다. 마고의 대처법에 대해 너무 동양적인 시선으로 혹은 보수적이거나 냉소적으로 판단하려 들었나? 미국 감성이란 이런 것일까? 다른 독자들의 생각도 궁금해졌다.

 마고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녀의 입장을 옆에서 낱낱이 바라보게 되니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어쨌든 좀 잘 되기를 응원해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요즘 여러번 나오는 모 브랜드의 가전광고처럼 영화 <인터스텔라>의 책장 장면을 떠올리며 몇 번이나 책상을 두드리면서 '마쪽아 안돼! 하지마! 다시 생각해!' 외치고 싶었다. 위기감이 없고 충동적인 마고의 성향이 나와는 정반대로 느껴지는 것이 마고 MBTI는 ENPF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하나씩 따지다보면 처음 모든 것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하고 싶은데 그래도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너그러워진다.

 " 내가 보디를 사랑하는 것만큼 한때 날 사랑했을 나의 엄마까지도 나체 사진 몇 장에, 자기 인생에서 날 몰아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안 그럴 이유도 없지 않을까? 나는 거짓말쟁이에, 창녀인걸. 나는 말 그대로 내 인생에서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고립되었다. 358"
 
 마고의 뒤늦은 후회와 자기 연민에 종종 마음이 쓰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마고가 뛰어든 '온리팬스'라는 이 구독자 전용 서비스 산업이 사실상 성적인 콘텐츠를 제작 판매하는 부적절하고 역겨운 성질의 것이라는 점, 때문에 이 선택에 대해 마냥 '재치 있다'고 긍정할 수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온리팬스 안의 마고, 헝그리고스트는 마치 프로 레스링 시합의 선수들처럼 일종의 캐릭터이고 역할이며 직업일 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사정을 대더라도 이 산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기로 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다. 여성의 성을 사고 파는 일은 한 개인의 사정으로 국한되지 않고, 여성을 구매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다른 여성들의 노력, 노동 가치마저 폄하시킨다. 심지어 마고는 다른 일과 온리팬스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웨이트리스 일은 비전이 없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리팬스를 지속하기로 결정한다. 거기엔 다른 이해나 사정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은 현대판 동화나 먼치킨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 같다. 이야기의 초반 모든 것에 서툴고 어렸던 마고의 어설픔, 실수와 결핍 같은 것들을 위태롭게 쌓아올린다. 하지만 보디를 낳고 난 뒤 깨닫게 된 '책임'의 무게와 냉정한 현실 앞에서 마고는 좌절하되 주저앉지 않는다.기죽지 않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에 돌진해버리는 마고의 태도와 점차 단단하고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성숙해지는 내면이 그 전에 쌓아올린 것들을 날려버리는 것 같은 쾌감을 스트라이크로 준다. 거기다 온리팬스 안에서 정상인을 찾아 진솔한 마음을 나누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사실 허구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달러에 포켓몬 평가서'를 보내주겠다는 사람과 그 평가서가 흥미롭다는 사람의 만남에서는 더더욱.

 " 마고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이런 처지에 이르기까지 했던 일련의 결정들과 그 의미들을 돌이켜보면서 한 시간이 넘도록 플러턴 거리를 걸어 다녔다. 바로 이 순간의 친절이 얼마나 큰 의미인데, 친절을 베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아기는 자기에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성스러운 존재인데,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식상하고 성가신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들을. 67"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마고의 상황이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내면적 혼란과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임신을 하면서 받은 축하와 호의, 긍정적 감정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주변인들도 자신의 상황에 함께 공감하고 특별하게 여겨줄 것이란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 SNS나 메신저에 아기 사진을 시도때도 없이 올리는 지인에 대한 불평을 보게 되거나, 차가운 지인들의 반응에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는 글을 종종 보게 되는 것처럼. 마고가 플러턴 거리를 걸으며 깨달았던 사실이 실제적이고 씁쓸하면서도, 마고가 점차 현실적인 감각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부분이다. 

 더불어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이 "너무나 재치 있고 사랑스러운" 싱글맘 고군분투기처럼 그려졌지만 사실 일부 남성들이 여성의 삶과 노동력의 가치를 폄하하는 주장-'자신의 성을 팔면 인생 난이도가 쉬워지니 좋겠다'-을 주체적으로 보이는 포장으로 덮어 내놓은 것과 다름 없다는 점은 아쉽다. '유쾌하고 다정한' 마고의 이야기가 적당히 비참하고 사실은 웃기지 않은 이 불편함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며 읽었다. 처음 생각한대로 문화가 달라서인지 사고나 성향의 차이 때문인지 스스로를 검열했다. 여성의 주체적, 자발적 선택과 참여, 금전적인 보상 같은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여전히? 작은 모욕을 견딘 사람에게는 더 큰 모욕이 주어지게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인공을 응원했지만 좋아할 수는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또 다 좋아하고 만족할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예기는 29p
*살짝 섬_했다. 1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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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셋 (THE 3ET)
오준석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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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여행 관리국에서는 행성들을 섹터로 묶어 분류했다. 하지만 우주는 무한하며,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이미 수백 개의 섹터와 수천 개의 행성이 존재했지만, 새로운 행성, 새로운 종족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K 섹터는 우주 연방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개척지로 연구를 목적으로 한 탐사선이나 연방 경찰에게 쫓기는 범죄자들이나 가는 곳이었다. 하푼이 가 본 곳은 J섹터까지였다. 그곳이 워프 스테이션이 존재하는 마지막 섹터였다. 사람들은 J섹터를 문명의 끝자락이라고 불렀다. 103" 

모든 일이 정신없이 몰아쳐댔다. 이 세계가 아닌 낯선 곳에 갑자기 내던져진 독자는 수배자와 현상금 사냥꾼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한 가운데로 워프하게 된다. 우주를 배경으로 종족이 다른 우주인들이 등장하고, 이를 관리하는 우주 연방도 있다.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플라스마 엔진으로 공간을 워프하여 이동한다는 설정은 언뜻 마블 세계관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가오갤>만은 예외였고 '더 셋'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여겨지자 금새 흥미가 생겼다. 폭탄이 터지고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더 셋'의 세계관 앞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주워삼키며, 나름의 우주를 그려가며 눈 앞의 인물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붙기 위해 다음 장으로 향하는 속도를 높여나갔다.

"다들 자신만의 재앙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마쉬에게는 파카두의 스퀴드가 폭발한 것이 재앙이었고 테이저맨에게는 하푼과 마쉬가 재앙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하푼의 경우에는 마쉬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재앙이었다. 37" 

얼기설기 엮은 연결점들을 이용해 관계와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몰아치는 듯하던 전개의 속도감에 적응되어 재미가 모래폭풍처럼 몰려왔다. 현실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과 시간으로 넘어가니 인물들의 개성이 더 뚜렷해지고 사건은 신선했다. 과거를 버리고 마쉬와 손잡고 현상금 사냥꾼이 된 하푼은 '제국 경찰을 죽이고 CRS-3 우주선을 탈취'해 수배자가 된 테이저맨을 잡기로 한다. 마쉬의 파괴적이고 즉흥적인 성향이 자신에게 자극과 보완이 될 거라 믿었지만, 바로 마쉬의 그 면모에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고 낯선 행성에 버려지게 된다. 현상금을 얻기 위해 잡으려고 했던 테이저맨과 손을 잡게 된 하푼. 서로를 공격해 흘릴만한 피와 묻어둔 사정은 있는데 눈물과 인정은 메말라버린, 각박한 우주 세상에서 '살아남기'만이 목표였던 인물들이 억지로 엮어 함께 위기를 넘기며 조금씩 서로 스며드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 

"사막은 원하는 것을, 마음의 약한 지점을, 강한 욕구를 귀신같이 알아채서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고 뒤흔들었다. 폭풍 속에서 눈이 뒤집어질 만큼 매력적인 상대가, 죽은 아버지가, 어린 여동생이 돌아왔다. 기억 속에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혹은 가장 끔찍한 모습으로. 그 남자에게 경고를 했지만 미리 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재앙이 아니었다. 꿈을 꾸고 있을 때는 꿈이 곧 현실이 되는 법이었다. 131" 

모래 폭풍 안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 '더 셋'을 읽는 동안에 누구나 한 번 쯤은 코뮨의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하며 만약 자신의 앞에 데사가 나타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데사의 꼬임에 말려들어가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데사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죽은 자들의 모습은 자신 안에 있는 욕망, 죄책감, 미련 같은 감정들을 건드린다. 심지어 그 안에 그리워했던 이들의 영혼이 정말 존재하고 있다면 만들어진 가짜여도 데사와 함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푼이 데사로 만나게 되는 미리엘과 토미를 보며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의도와 진심을 믿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하푼은 미리엘과 토미가 보이는 분노를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진짜 미리엘과 토미는 증오에 찬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보인다. 이해와 믿음은 하푼을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 

처음엔 배신한 마쉬를 찾아내 코뮨 행성을 벗어날 수 있는 우주선만 탈 수 있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주의 일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어려움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하푼과 테이저맨을 응원하게 만들어준다. 이야기의 구조는 복잡하지 않지만 적절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물의 극복과 성장을 더해놓은 점이 좋았다. 더불어 이런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그리고 이 세계가 더 이어질 수 있겠구나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SF물을 영상으로 만들어냈을때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들이 여럿 떠오르긴 하지만 '더 셋'이 <가오갤>처럼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도 했다. 처음 '더 셋'이 마음에 들 것이란 느낌은 확실히 옳았다. 장르가 낯설지라도 재미는 확실히 보장되어 있으니 당신의 우주에도 새로운 섹터를 하나 만들어보자. '더 셋' 섹터는 취향의 시작점이라고 이름 붙여질 것이다.
... 그리고 ...
" 테스는 하푼이 건네는 담배를 받아 단번에 들이마셨다가 기침을 쏟아 냈다. 
" ......끝내주는데? 묵직하네. 이름이?"
"말보로 레드. 지구 연방에 갔을 때 왕창 사 놨지. 좀처럼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서." 225"
우리들의 지구는 아직 무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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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하는 여자들을 지탱하는 언어와 관계, 그리고 마음, 개정증보판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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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의 주문'은 일하는 여자들을 위한 교양서이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어떤 입장으로 서있는지 인지하도록 만든다.  또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계획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생각이 굳어있다고 평가되어도 할 수 없지만 여성 대부분의 사회활동은 여전히 30대 초중반 이후로 변곡점을 맞는다고 생각된다. 그 이상의 나이로, 자연스러운 승진 기회를 얻어, 연차에 맞는 경쟁을 하며,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을 꼽아보자. 사원의 성비는 여성이 9가 넘는 회사에서 일할 때도 과장 이상 급의 직위로 가면 남성이 9에 가까워지는 성비 반전이 일어나는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것이 기억난다.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해서, 직장에 출근하던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여성들이 계속 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공감되면서도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우리가 사회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유형의 군상들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사례들을 볼 때 그랬다. 저자 역시 글쓰기 강연을 진행하는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 상황을 예로 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검열 없이 입에서 나오는대로 질문하는 질문자들, 전문가의 강연을 듣고 배우러 온 자리에서 자신의 소견으로 가르치려 드는 공격자들, 상대의 말을 끊고 끼어들거나 매락 없는 무례한 말을 던지는 방해자들.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재밌는 점은 남성들은 대부분의 자리에서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데 여성들은 남녀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비율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가장 먼저 손을 들어 나서기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여성들에게도 나중에 이 말을 할 걸, 용기를 내볼 걸 후회하지 말고 나서기를 종용한다. 

 사회에서 여성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의견 표출 뿐 아니라 관계맺기에서도 두드러진다. " 한국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모르는 사이에 '욕'으로 하나되고 친해지는 경향이 심한데, 그런 대화는 몹시 재미있을 수 있으며 그래서 위험할 정도로 당신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30" 며 건전하게 관계를 맺는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대체로 표면적이다. 당신의 내면이 어떤지 시간을 들여 들여다보고 이해해주지 않는다. 드러나는 말과 태도가 당신이 된다. 공공의 소재를 두고 잠시 공감하고 연대를 쌓을 수 있지만 그 밑바탕이 당신 또한 공공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타인의 불행을 수집하지 말라(159)"고 조언하며 다른이의 허물을 험담하는 사람들과 멀어지고, 호재를 축하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게다가 여성들은 사교 대상을 굉장히 폭 좁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좋아하거나' 아니면 '필요가 있거나'인 사람만 만나려고 한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아예 어울리지 않으려는 경우도 많고, 자기가 겪은 일이 아니어도 누가 뭐라고 했던 기억이 있으면 '어떤지 쎄하다'며 거리를 두려 한다. 내 일과 직접 관련이 있으면 그나마 어울리지만 그것도 최소한으로 하려 든다. 93"는 내용을 읽으며 내심 찔렸다. 사회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에 질렸다는 이유로 '도망치고 싶(154)'어했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고 주변을 좁히려고 하는가 생각해보니 혹시 모를 피곤한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또한 사람을 챙기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 자체가 큰 심력과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 외에 더 힘을 쏟고 싶지 않아 관계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저자는 잘라내기를 멈추고 좀 더 유연하게 거리를 두어 연결하고 유지하기를 조언한다. 이를 위해 일부러 '사교주간(128)'이라는 것을 두고 일부러라도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여러모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여성 스스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문제도 있지만 여성을 향한 평가절하의 차별적 시선도 문제임을 꼬집는다. 사회에서 여성의 문제제기는 예민함으로, 분노는 감정적인 태도로, 항의는 '여자의 징징거림(184)'으로 치부하려 든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 처리가 느리고 분별 없던 직원때문에 거래처에서 느닷없는 항의를 받았다. 업무에 나와 관련된 부분이 없었지만 화가 난 거래처 입장에선 정확히 누구에게 항의해야 하는지는 상관없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자신의 업무와 직접적으로 얽힌 부분이 없는 여자 직원이 어쩌다 걸렸기 때문에 그의 분노가 더 쉽게 터져나왔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담당 직원에게 상황을 말하고 일처리에 대해 지적해주었더니, 건너건너 전해들리는 말이 '예민하다, 같이 일하기 무섭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했다는 것이었다.

 업무의 우선 순위도 챙기지 못한 자신에 대해선 반성이나 부채도 없이, 제대로 상황도 알아보지 않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거래처의 무례도 예사로 넘기고, 어쩌다 운 없이 자신의 부진을 대신 뒤집어 쓴 나를 예민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공격(205)하는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부서는 다르지만 몇 년이나 먼저 입사한 선임의 업무적 조언을 그저 선 넘은 오지랖으로 치부한 그 개인의 태도도 문제였지만, '보수적'이란 평가를 달고 있던 당시 근무했던 회사의 전체적인 기조 역시 차별적이었다. 남녀 신입 사원의 기본 급여 책정이 암묵적으로 달랐고, 직급 승진의 연차별 기회가 차별적으로 주어졌다. 대리 이하의 직급에서 여성이 9할 가까운 비율에서 과장 이상으로 넘어가면 남성의 비율이 9할로 반전되는 구조 앞에서도,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미래가 이 회사에 없음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마침 선거일이었던 오늘 떠오르는 것은, 박근혜 탄핵 이후 이제 한동안은 여성이 대통령을 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말을 종종 들었던 일이다. 직무를 잘 수행했는지 어땠는지를 떠나 그의 탄핵을 여성의 실패로 기록하고, 역시 여성이 그만한 직위를 수행하기는 무리라며 앞으로 다른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는 일은 요원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간 무사한(?) 전임자가 거의 없는 수많은 남성 대통령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남성은 뽑아놨더니 기회를 망쳤기때문에 다신 당선되기 힘들 것이란 평가를 왜 받지 않는 것일까. 남성의 무능과 실패는 개인의 과오로 평가의 양면이 있음을 헤아려줘야 하고, 여성의 것은 앞으로의 기회마저 몰수하게 될 치명적인 여성 모두의 실패가 된다. 그리고 그 기회의 박탈에 대해 공연하고 당당히 말한다. 이제 기회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성들도 그랬어야 했나?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던 전대의 실패는 지나보냈더라도, 윤석열의 탄핵이 있었을 때 이제 남성에게 대통령 당선의 기회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어야 했을까. 

 '출근길의 주문'은 일하는 여성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지속하길 응원한다. 여성의 리더십(110)이 평가절하 되고 있음을 알리고, 남자들의 인맥 카르텔 모델을 훔치라고 조언한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돌려말하기(쿠션어 16), 침묵하거나 동조하여 모욕을 참기(51), 타인을 앞에 세우기(186), 여성성이나 외모 관리(205) 같은 일 외적인 분야에 대한 공격과 강요에서 벗어나야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 안의 죄책감과 패배주의와 싸워서 이겨야함을 말한다. 검열은 줄이고 좀 더 과감히 자신의 길을 가도 된다는 긍정을 전한다. 때로 다음날 출근이 지겹거나, 쌓여있는 업무를 다 때려치우고 싶거나,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하는지 길을 찾기 어렵거나, 직장생활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은 주문(143)을 건넨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우리가 서로의 길이 되고, 힘이 되고, 꿈이 되고, 답이 되어준다고. 이 응원에 힘입어 매일 아침 당신의 출근길을 향한 첫 발이 조금 더 수월히 나아간다면 좋겠다. 

 " 내가 다른 여자들의 자리를 빼앗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면 다시 묻는다. 여자의 자리는 여자에게만 이어지나? 아니다. 결국 모두 다음 세대에 의해 대체될 테지만, 다음 세대의 여성들은 언젠가 지금 우리의 나이가 되어 일하면서도 "여자인데 내가 너무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기를 희망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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