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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
루피 소프 지음, 보탬 옮김 / 열림원 / 2026년 5월
평점 :
"키스해도 될까?" 22
이 말이 이렇게 역겨운 책이 또 있을까. 30대 후반 유부남이 게다가 선생과 학생 사이라는 위계를 이용해서 19살짜리를 꼬셔서 임신 시키는 관계의 시작이다. 게다가 마크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에 잠적, 뒷처리를 그의 엄마에게 떠넘기기까지 한다. 나이 차이 나는 남자가 어린 당신에게 이유없이 친절하게 다가온다면 혹은 재능이 있다거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말로 접근한다면 그 이유는 당신입니다.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읽으면서 여러번 생각했다. 마고의 대처법에 대해 너무 동양적인 시선으로 혹은 보수적이거나 냉소적으로 판단하려 들었나? 미국 감성이란 이런 것일까? 다른 독자들의 생각도 궁금해졌다.
마고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그녀의 입장을 옆에서 낱낱이 바라보게 되니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어쨌든 좀 잘 되기를 응원해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요즘 여러번 나오는 모 브랜드의 가전광고처럼 영화 <인터스텔라>의 책장 장면을 떠올리며 몇 번이나 책상을 두드리면서 '마쪽아 안돼! 하지마! 다시 생각해!' 외치고 싶었다. 위기감이 없고 충동적인 마고의 성향이 나와는 정반대로 느껴지는 것이 마고 MBTI는 ENPF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하나씩 따지다보면 처음 모든 것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하고 싶은데 그래도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너그러워진다.
" 내가 보디를 사랑하는 것만큼 한때 날 사랑했을 나의 엄마까지도 나체 사진 몇 장에, 자기 인생에서 날 몰아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안 그럴 이유도 없지 않을까? 나는 거짓말쟁이에, 창녀인걸. 나는 말 그대로 내 인생에서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고립되었다. 358"
마고의 뒤늦은 후회와 자기 연민에 종종 마음이 쓰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마고가 뛰어든 '온리팬스'라는 이 구독자 전용 서비스 산업이 사실상 성적인 콘텐츠를 제작 판매하는 부적절하고 역겨운 성질의 것이라는 점, 때문에 이 선택에 대해 마냥 '재치 있다'고 긍정할 수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온리팬스 안의 마고, 헝그리고스트는 마치 프로 레스링 시합의 선수들처럼 일종의 캐릭터이고 역할이며 직업일 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사정을 대더라도 이 산업에 뛰어들어 돈을 벌기로 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다. 여성의 성을 사고 파는 일은 한 개인의 사정으로 국한되지 않고, 여성을 구매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다른 여성들의 노력, 노동 가치마저 폄하시킨다. 심지어 마고는 다른 일과 온리팬스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웨이트리스 일은 비전이 없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리팬스를 지속하기로 결정한다. 거기엔 다른 이해나 사정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은 현대판 동화나 먼치킨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 같다. 이야기의 초반 모든 것에 서툴고 어렸던 마고의 어설픔, 실수와 결핍 같은 것들을 위태롭게 쌓아올린다. 하지만 보디를 낳고 난 뒤 깨닫게 된 '책임'의 무게와 냉정한 현실 앞에서 마고는 좌절하되 주저앉지 않는다.기죽지 않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문제에 돌진해버리는 마고의 태도와 점차 단단하고 재기발랄한 모습으로 성숙해지는 내면이 그 전에 쌓아올린 것들을 날려버리는 것 같은 쾌감을 스트라이크로 준다. 거기다 온리팬스 안에서 정상인을 찾아 진솔한 마음을 나누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는 것은 현실에서도 사실 허구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달러에 포켓몬 평가서'를 보내주겠다는 사람과 그 평가서가 흥미롭다는 사람의 만남에서는 더더욱.
" 마고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이런 처지에 이르기까지 했던 일련의 결정들과 그 의미들을 돌이켜보면서 한 시간이 넘도록 플러턴 거리를 걸어 다녔다. 바로 이 순간의 친절이 얼마나 큰 의미인데, 친절을 베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아기는 자기에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성스러운 존재인데,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식상하고 성가신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들을. 67"
이 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마고의 상황이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내면적 혼란과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임신을 하면서 받은 축하와 호의, 긍정적 감정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주변인들도 자신의 상황에 함께 공감하고 특별하게 여겨줄 것이란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 SNS나 메신저에 아기 사진을 시도때도 없이 올리는 지인에 대한 불평을 보게 되거나, 차가운 지인들의 반응에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는 글을 종종 보게 되는 것처럼. 마고가 플러턴 거리를 걸으며 깨달았던 사실이 실제적이고 씁쓸하면서도, 마고가 점차 현실적인 감각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부분이다.
더불어 '마고가 돈 문제에 대처하는 법'이 "너무나 재치 있고 사랑스러운" 싱글맘 고군분투기처럼 그려졌지만 사실 일부 남성들이 여성의 삶과 노동력의 가치를 폄하하는 주장-'자신의 성을 팔면 인생 난이도가 쉬워지니 좋겠다'-을 주체적으로 보이는 포장으로 덮어 내놓은 것과 다름 없다는 점은 아쉽다. '유쾌하고 다정한' 마고의 이야기가 적당히 비참하고 사실은 웃기지 않은 이 불편함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며 읽었다. 처음 생각한대로 문화가 달라서인지 사고나 성향의 차이 때문인지 스스로를 검열했다. 여성의 주체적, 자발적 선택과 참여, 금전적인 보상 같은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여전히? 작은 모욕을 견딘 사람에게는 더 큰 모욕이 주어지게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인공을 응원했지만 좋아할 수는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지만 또 다 좋아하고 만족할 수는 없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예기는 29p
*살짝 섬_했다. 18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