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 나를 울리고 너를 배반하며 이룩되는 케이팝 이야기
복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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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낮으로 실체 없는 대상을 향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쪽이 더 광신도 아닌가? 이 아이돌이란 사람들은 자기가 파는 환상에 도리어 자기가 묶여 있는 상태란 거다. 아이돌을 향한 팬의 사랑이 환상이라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54"


 그러니까 좀, 무서워요. 무서운 것이다. 지하철 1호선 광인과 케이팝을 연결 시킬 수 있는 사람의 케이팝이란 뭘까. '펑펑'이 정말 좋았다. 재미로 따지자면 올해 벌써 6월인데, 그 전으로도 후로도 '펑펑'을 넘어설 콘텐츠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마 없을거야, 싶다. 너무 재밌긴한데 한편으로는 수치스럽다. 어릴적에 익혀둔, 봐선 안되는 간행물을 슬쩍 몰래 넘겨보고 안본척하던 스킬을 써서 몰래 봐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읽다가 혀를 여러번 빼물고 내두르고 씹어야 했는데 하나같이 강렬한 감각들이 휘몰아쳐댄 탓이다. '거울 치료를 위해 태극기부대를 찾아가(26)'는 이 판에는 대체 어떤 자만이 살아남아 있는 것일까.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은 알지만 이 극단의 방법을 스스로에게 쓸 줄이야. 지금은 괜찮으신지 안부를 묻게 된다. 혹 독을 독으로 치료하려다 중독된 것은 아닐지 걱정도 되고. 


 사실 평생에 있어 케이팝 소비를 해왔겠지만 진짜 '소비'를 한 적은 없다. 저자가 '듣는 음악'을 주장한 것과 비슷하다. 들어왔지만 보고 소비하는 것에 더 집중된, 전복된 듣기처럼. 소비없는 소비를 한 라이트팬은 어릴 적엔 잡팬으로 불렸고 나이들고 나서는 머글이 되었다. 유재석의 멜론 탑100 귀 이야기에 맞아, 내가 그래! 하고 무릎을 쳤다. 물론 요즘은 아이돌 노래는 잘 듣지 않을 나이까지 됐다. 케이팝의 띵곡은 90년대에 이미 완성되었지, 안경 척! 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그 시절엔 대중가요를 잘 몰랐으면서도. 그렇지만 평생을 봐온 케이팝 휀걸들의 삶이 바로 내 친구이고 이웃의 이야기여서 '펑펑'을 읽으며 약간이나마 공감하고 또 대리 수치도 느낄 수 있었다. 


 " 케이팝의 진정성은 누가 뭐라 해도 무대로 완성 되는 법이다. 76"


 '펑펑'의 케이팝 역사가 너무 찐해서, 찐이라서, 읽다보니 그냥 아는 것을 쓴 것인지 쓰기 위해 알아간 것인지 궁금해졌다. 오소녀(124), 거북이 빙고의 숨은 리스너(223) 디테일에 깜짝깜짝 놀랐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 걸스데이 여자대통령'은 왜 없지?) 저자는 얼마나 케이팝에 인생을 갈아 넣은 것 입니까. 돌보다 더 오래도록 그 바닥에서 구르며 산업 그 자체가 되어버린 휀 더이상 걸도 아닌 늙크크의 슬픈 초상("아줌마, 언제까지 케이팝 판에 기웃거릴 건가요?" 213)이 여기에 있었다. 문장이 괜히 비장해지는 것이 '펑펑' 읽다가 얼마나 케이팝 보법에 절여진 건지 감도 안온다. (그런데 소녀야 언제까지 젊을거니? 내년에도 젊어? 후년에도 젊을꺼니? ... 그렇겠지. 좋겠다 소녀야 아줌만 갈게 넌 평생 케이팝 하렴.)


 얼마나 위험한 책인지. 솔직히 재밌게 읽기는 했는데, 주변에 읽어보라고 꼭 소매넣기 찔러주고 싶은 책인데, 읽을때는 혼자서만 몰래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과의 이야기를 풀면서 "닥쳐 제발... 넌 수치심이란 것도 없니? 30"했다지만 그쪽도 신화 누드집 돈 모아서 사봤다는 얘기 했잖아요. 칼머리(40)얘기하면서 이반 문화 오픈했잖아요. 왜 케이팝 얘기하면서 귀여니랑 김종국을 안양의 소울(246)로 묶냐구요. 읽으면서 왜인지 수치스러움으로 고통받는 독자도 배려 좀 해주시겠어요? 과거는 다 불태워 묻어버리기로 사회적 합의를 하면 안될까 싶었다. '펑펑'에는 정말 다양한 곡과 가수들이 솔직하고 적나라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재밌는 점은 묘하게 샤이니에게는 낯을 가린다는 느낌이 든다. 짐승돌엔 덕질하면서 '누난 너무 예쁘다'며 노래하는 소년과는 좁히지 못하는 거리가 있다니, 오히려 불미스럽다.


 암튼 '하투하팬 7명, 이즈나팬 7명, 미야오팬 7명, 리센느팬 7명 도합 10명인 세계관' 속의 우리 케이팝 휀걸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라. 고일대로 고여진 휀걸끼리 독서모임 혹은 싸움이든 할 말이 가득 쌓일만한 콘텐츠 아닐까. 솔직히 머글 눈에는 그저 웃기고 재밌는 추억은 방울방울이었는데 찐팬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면이 보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떤 역사는 누구의 입장에서 쓰여졌는지에 따라 다르게 전해질 수도 있는 법이니까(비장). 다른 사람 후기랑 저자 북토크 현장이 이렇게 궁금한 책은 또 처음이다. '펑펑'은 북토크라기 보단 팬싸라고 해야되는게 아닐까. 책 사면 저자 포카라도 랜덤으로 증정하라! 여담이지만 덕질에는 뭘 잡고 시작하냐에 따라 소나무 같은 취향이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평생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슴돌이었는데 요즘은 코르티스가 늙크크의 눈에 밟힌다. 갈아탈수도 있나? 빅히트도 다시보면? 이런 흐름 어색하지 않은 분이라면 '펑펑' 꼭 읽기, 약속.


 '펑펑' 읽고 다른 사람 후기 궁금해서 찾아왔으면 같이 감상 달려주기 입니다. 꼭. 케이팝 좋아하시면 '펑펑'하세요.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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