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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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차례의 선거가 지났다. 언젠가부터 선거는 '심판'으로 불리고 있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투표의 의미를 잘 살려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 이 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맞을까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대체 왜 자꾸 대표자를 뽑는 일이 '심판'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일까.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를 통해 우리가 심판자로 뽑은 대표자들이 내놓은 정책이 왜 실패하는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정치'라면 우리의 심판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인지 연관성을 알아보고 싶었다. 

'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솔직히 읽기 전에는 독서에 왜 실패하는가 먼저 생각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일상에서 접했던 사회 문제들을 예시로 끌어와 읽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재밌었다. 왜 이런 시위를 했는지, 어떤 문제를 말하고 싶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으로 접근했는지, 연결해 읽으니 나에겐 체감되지 않던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왜 "노동 빈곤층의 확산, 인구 구조의 급변, 기후위기 대응(246), 국민연금 개혁(120), 의료 개혁(266), 장애인 이동권(53)" 등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가 개선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지 바탕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정책의 효과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최소 10~15년의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이는 이념과 정권을 초월한 지속성과 일관성이 담보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의 정책이 폐기되는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이러한 '백년대계'를 기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48 / 거시적 문제에 대한 정책 비전을 포함은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국가 비전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 97 / 가장 뼈아픈 실책은 '선제적 경고'의 부재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내다보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뒷북만 치는 처방에 그쳤다는 뜻이다. 200" 

그동안 치열하게 진영 싸움이 지속되면서 어느쪽이 정권을 잡는지에 매몰되어 있던 우리나라의 현실 상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눈에 드러나 공론화 된 것으로 한 지역의 성공적인 대표로 자리잡은 표어와 상징물 조차 소속 정당이 다른 시장이 당선되고 나서 순식간에 폐기해 버리는 치졸한 전임자 공로 지우기, 세금 낭비 같은 것들이 대놓고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 그저 자리 뺏기와 승자 되기에 매몰되어 이미 시민들의 생활에 자리잡은 친근한 이미지마저 지우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을 보면, 시민의 의견과 삶에 대해서 고려하거나 눈치조차 보지 않는 태도가 만연함을 느낀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가 중장기 전략 연구를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중장기 미래 전략 연구에 본격적인 착수하는 개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 일방으로 기울어진 정책 생태계의 균형을 되찾으려면 정부의 철학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 단체는 스스로 공적 책임을 수용해야 하며, 노동계는 대안적인 정책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사회는 이 거대한 권력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냉철한 감시자로 거듭나야 한다. 258 / 시민이 일상에서 스스로 배우고, 의견을 나누며, 공동체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리고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는 시혜적 정치를 넘어 시민이 직접 이끄는 정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책 생태계 혁신이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다. 356"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의 선택으로 재밌게도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지역에서 진보 진영의 당선자가 나온 사례가 있다. 울산 시도지사 선거의 배경인데 전 당선자가 울산 지역의 버스 노선을 실제 교통상황과 환승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탁상행정으로 개선해 불필요한 환승과 외곽지역에 사는 고령층의 교통 불편이 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생활에 밀접한 문제가 생기가 후보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커졌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제 1 정책으로 내세운 후보가 당선이 된 것이다. 우리가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의사를 표명하는지 잘 드러난 사례라 생각되었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을 '집값' 같은 문제로 뭉개고 든 지역도 있지만. 

저자의 서문을 읽으며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다행히 다시 안정의 궤도에 올라섰다. 16"는 문장에서 쓴웃음이 나왔다. 책에서도 '2025년 서부지법 폭동(320)'에 대한 예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 이후로 다시 밀집하기 시작한 집단이 2024년 겨울의 밤을 마치 시기하여 따라하기라도 하듯 강남 지역 복판에서 식음료 물자를 받고 방한 용품을 요청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안정의 궤도를 이야기하기엔 이르다. 물론 윤 정부 기간 동안 다방면으로 손을 댄 문제들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 전에 멈춰질 수 있어 다행이었으나 불거져나온 분열과 갈등, 혐오는 진정되지 못한 상태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풀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어둠은 빛의 그늘 아래에서 짙게 꿈틀거리고 있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궤도는 흔들리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시민의 감시와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해 극복해냈다는 성과도 잠시, 그 어떤 이성과 사리도 경제/돈의 만능주의 앞에서는 쉽게 힘을 잃는다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탈력감을 느끼게도 된다. '정책이 왜 실패하는가'를 이해하는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왜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 안에서 정당, 언론, 지식인, 사회단체, 시민 등 구성원들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살피며 감각의 균형을 새롭게 잡을 수 있었다. 급변하는 기술의 발달, 양극화와 분열 앞에서 인간 중심의 가치를 잃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공부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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