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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워서 생각하기로 했다 - 현명하고 지적인 인생을 위한 20가지 조언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장은주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평점 :
다소 엉뚱한 제목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인간은 모름지기 누워야만 한다. (126)"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누워있을 수 있는데 왜 누워있지 않죠?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누워서 하면 이득이 아닌가. 누워서 할 수 없어서 굳이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범상치 않은 사람인가 싶어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기 시작하기 무섭게 멈추게 되는 문장을 발견했다. "전쟁이 시작되자 군대에 들어갔고, 전쟁에 패한 후 어영부영 대학을 나와 17" 하는 부분이었다. 이 전쟁이 그 전쟁이 맞나? 저자가 23년 생으로 나와 있어 그 전쟁이 맞구나 헤아려보니 갑자기 눕거나 말거나 싶어졌다.
책의 구성이 단호한 제목을 붙이고 그에 따른 완곡한 설명으로 되어 있는데, 제목이 단호하고 다소 극단적으로 지어진 탓에 '왜? 꼭 그래야 하나?' 약간의 반발심이 섞인 의문을 갖게 되는 면이 있다. 어떤 내용인지 받아들이기 전에 벽을 먼저 쌓으며 공격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 생각에도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생활 습관으로 본다면 그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이해가 가지 않고 의문이 든다면 허심탄회하게 "왜?", "어째서?"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99"는 내용을 책에서 보고 계속해서 의문을 가지며 읽어나가기로 했다.
" 아침에는 활력이 가득해서 의욕이 지나치기 쉽다. 무모한 일정을 짜기 십상이다. 36" 는 부분이 있는데 나와 정반대의 성향이었다. 보통 잠들기 전에 내일 뭐할지 생각하곤 하는데, 난 꼭 그때 의욕이 충만해져서 오늘 못했던 일들을 내일 일어나면 꼭 해야지 다짐하곤 한다. 내일은 꼭 운동을 하고, 냉장고 정리하고, 집청소도 해야지 완벽한 하루를 계획했다 일어나면 피곤해서 다시 드러눕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보통 아침에 계획한 일은 그날 반드시 하고 전날 밤에 잠들기 전 계획한 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취소하곤 한다. 어떤 성향의 사람이 더 많을까?
책의 내용을 전부 거리두며 읽은 것만은 아니다. 누워서 생각하면 힘을 아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읽으며 공감하게 된 부분은 "다른 분야 사람하고 놀아라 (104)"였다. 확실히 분야가 다른 사람들과 모이게 되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지점을 찔러 들어오기도 하고, 몰랐던 분야에서 닮은 점을 찾게 되는 등 새롭고 신선한 활력이 도는 때가 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정말 성공적인 날이고 대부분은 서로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끝나거나, 배려하느라 대화의 흐름이 겉돌다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아래의 문장만 봐도 저자는 전자의 경우를 주로 경험했음이 분명한 듯 하다.
" 듣기로는, 요즘 젊은 연구자들은 사람 만나길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예전 같으면 학회가 끝나고 함께 한 잔 마시곤 했는데, 지금은 각자 재빨리 돌아가 버린다. 모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담론풍발을 경험하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게 되지 않을까. 쓸쓸하기 그지없다. 111"
많은 부분에서 저자가 나이 많은 구세대의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긴 하는데 이 부분에서 특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특유의 꼬장꼬장함과 자기자랑이 곳곳에서 보이는 데다가,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다른 모임 자리가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한 듯한 태도가 조금 웃기기도 하다. 이 뒤로도 '가로쓰기'에 대한 폭발적인 거부반응(누워서는 안 되는 문자117)이 나오는데 일본어 가로쓰기를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행위(120)"로 규정하는 이 내용도 극단적인 반대표현이라 웃음이 나온다. 또, 하이쿠 모임에 여성회원이 증가하면서 명사 중심에서 동사 중심의 변화가 생기자 즐기던 하이쿠에서 멀어지게 되었다(202)고 말하는 내용에서도 특유의 경직된 사고가 느껴지는데 이를 비판적 의식이나 개선의 여지 없이 드러내곤 한다.
'나는 누워서 생각하기로 했다'는 솔직하다. 이 솔직함은 때로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236)를 들었을 때의 어색함 같기도 하고, 타인의 렌즈에 찍힌 자신의 모습(237)을 낯설게 보는 것과도 비슷하다. 저자가 오랫만에 만난 아침 운동 지인이 인사차 건넨 말을 들으며 한동안 만나지 못해 고령인 당신이 " "죽은 줄 알았다"라고 말하려는 듯한 표정이어서 조금 우스웠다.(155)"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어서, 감기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공복인 식전에 먹어야 된다는 이론(162)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이어서, 그걸 솔직히 글로 적어내는 사람이라서 불쑥 들이치는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었다. 생각보다 가볍게 빠르게 읽히는 책이니 부담없이 읽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