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AR MINI 마이 카, 미니 - 나를 보여 주는 워너비카의 모든 것
최진석 지음 / 이지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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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이 책을 읽어도 즐거울까. 라는 의문을 먼저 두며 시작했다. 전에도 자동차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은 적 있는데 그 때는 자동차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 이부분은 좀 허세스럽네. 여긴 차와 여자를 견주어 비유하는 부분이 촌스럽고 읽기 불편한 수식이네.'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었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게 된다는 흥미와 그래서 조금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는 점이 색달랐고, 이런 책을 읽어보는 것도 독서 영역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된다는 점에서 좋다고 여겼다. 그리고 이번이 두번째 책이었다, 순전히 자동차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루어진 것은.

 

 특색이라하면 오로지 '미니'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드림카가 있을 것이고,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자라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미니를 꼽을지도 모른다. 작지만 알찬 크기에 차의 모양도 꽤 감각적이고 쉽게 알 수 있는 좋은 차 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면 오로지 '미니'에 충실한 내용으로 되어 있어서 그 열정적인 문체가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미니'에게 호감을 갖게 하도록 만든다. '미니'가 어떤 자동차인지 알리고 싶다는 의도 하에 쓰여진 것이라면 그 목표를 백퍼센트 이상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중간에 연비라던지 엔진에 관한 스펙 자료가 들어가 있는 부분에서 길을 잃고 헤매긴 했지만, 미니와 관련된 미니스커트에 대한 내용은 처음엔 이거 너무 엮어가기 아닌가 싶었는데, 정말 영감을 얻어 만들어 붙인 이름이라는 사실에 흥미가 생기고 내용 안으로 확 끌려들어갔다. 자동차 자체에 대한 촛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나 교류 컨텐츠 소개를 해주는 부분도 좋았는데, (심지어 간단한 자가 점검법까지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미니와 관련된 상품 소개는 뭔가 한 핀트 벗어난 것은 아닐까 싶은 동떨어짐이 느껴졌다. 미니와 관련된 박람회에서 한껏 구경을 하고 난 뒤에 출구 쪽에서 기념상품판매 안내를 필수 코스로 보고 가게 하는 느낌이랄까. 

 

 스타일리시하고 책 자체도 미니스러운 사이즈에 알차게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초반에 읽기 편한 스타일이라고 살짝 감탄스럽기도 했었고.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 구분 없이 읽기 좋은 책임은 분명한데, 미니에 관해 좀 더 기계적이거나 전문적인 관점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드는 독자층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라고 하기엔 좀 가볍다고 여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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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의 길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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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의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내어보이며 자신있게 말했다. '좋은 텍스트는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몇번이고 곱씹게 되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내민 글이 엉망이라 정말로 몇번이나 곱씹게 되었는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떠올리면 그 말이 다시 생각난다. '좋은 텍스트는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몇번이고 곱씹게 되는 것'이라던 말이. 이 책 역시 그 좋은 텍스트를 위한 안내서가 아닌가.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이자 그의 작품에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드는 돋움대.  

 

 사실 초반에는 읽기 좀 까다로운 책이라 생각되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사랑받는 작품이되는데 필요했던 것들에 관하여 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익히 말하는 배경지식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도 이 작품을 더 사랑하게 될 수 있는가의 여부가 달라지듯이 이 책은 우리가 감히 채우지 못했던 조각들의 전체를 끌어와 독자에게 선사한다. 자신이 가진 부족함 때문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더라도 그 작품 안에서 보여지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편인데, 문장과 문장 사이에 어떤 의미가 들어있었는지 알게 되면서 신선했고, 참 많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리워졌다. 지금 그 책을 손에 들고 있더라면 전에 읽었던 것과는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을텐데 하고.

 

 사실 좀 더 원작 내용에 기반을 두고 접근을 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예 그 인물들의 작품에 대한 접근이 중심을 이루는 경우가 더 많아 읽기 어려웠었다. 어디까지나 예상과 다름에 있어서 생긴 문제였고 읽으면서 점점 시야가 넓어지는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니 좀 더 수월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실존하는 작가들 뿐 아니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허구적인물에 대한 파트까지 있다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로 점철된 삼월의 마지막 주였다. 지금 스크린에는 '온 더 로드'라는 영화가 상영중이다. '길 위에서'라는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었는데, 청춘의 때를 담은 로드무비다.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이 모든 길 위에서 늘 잊지않고 지니고 있던 책이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중간에 어떤 구절을 낭독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느 부분이었는지 적어두지 않아서 잊었지만, 여행의 맨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의 젊음과 함께 낡아가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참 기억에 많이 남았다. 마약과 섹스, 절도, 동성애 등으로 화면이 어지러운 순간 순간에도 주인공은 이 책을 놓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 책의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다 인상적이었다. 영화 '온 더 로드' 역시 원작 소설의 작가가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인물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후일담들이 있었다. 보고나니 정말, 프루스트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 방법이나 인물의 등장 방법이 비슷하게 느껴져 손에 쥔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과 함께 마치 누군가 나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곁으로 인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인상깊게 읽었다면 이 영화 역시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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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예찬 - 번역가의 삶과 매혹이 담긴 강의노트
이디스 그로스먼 지음, 공진호 옮김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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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자체에 대한 감상 이전에 '번역이란 무엇인가' 부터 생각해야 한다. 처음 '번역 예찬'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그저, '번역'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 되겠다는 가벼운 예상-기대가 있었다. 읽으면서 번역을 두고 지나치게 과한 예찬을 늘어놓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동안 내가 조금 경시했던 부분이었겠구나 싶은 반성도 들었다. 시종일관 그러한 시선들에 대한 경계와 계몽을 시도한 책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깨달음이라기 보단 학습에 가까운 반성이긴 했지만.

 

 번역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이른바 세계 명작들을 아동판과 성인판으로 나눠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시절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노인과 바다는 그동안 2-30장이면 될만한 짧은 그림책이었는데 사실 그 그림책은 줄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니. 이 정도는 번역의 범위에는 들어가지 않으려나 좀 모호하긴 하지만, 어쨌든 강렬했던 첫 기억이었다. 그 뒤로는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서들 첫 문단 비교본을 본 뒤로 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새 번역이 출간되면서 비교를 해본 뒤로 좀 더 신경써서 책을 고르려 노력했다. 물론 언제나 책을 고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장정과 디자인에 더 많이 두는 것을 좀처럼 고쳐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번역이 대체 무엇인가 생각해야 겠다고 깨달은 이유가, 바로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을 쓰면서 지적했던 부분이 사실은 나의 무지에서 온 발언이었구나 싶은 부끄러움과 후회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를 느낄만한 부분인데 읽다보면 문장의 시작과 꼬리 찾아다니는데 지쳐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읽고 넘어가버리게 되는 부분도 있고, 에둘러 표현하려다 보니 대체할만한 적확한 표현이 없어 이런 느낌인가 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 읽다 좀 아쉬웠었다. 그런데 사실 번역은 1:1의 교환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 초반부터 꽤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번역된 책은 작가의 것에서 번역가의 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내용은 좀 과하다 여겨지긴 했다. 또한 문학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 요소로 번역을 꼽는다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뜨끔하기도 했다. 번역 없이 감상이 생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번역이 문제적 요소가 된다는 사실에 아이러니도 좀 느끼게 되고.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감상 시각을 달리하도록 새로운 지도를 제시하는 책이라 느껴졌다. 우리가 어린 시절 티비로 더빙된 외화를 보면서 외국인이 한국말을 잘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일이 있는 것처럼 외국 서적도 저절로 번역되어 출간되는 일로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자신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히 재미있는 책이다. 아래는 번역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 옮겨와봤다. 출판사마다 번역에 따라서 문장 갯수, 길이, 구성도 다르게 되어 있다. 어떤 번역이 더 읽기 편한지는 개인차가 있을테니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그저 보기만 해보라고.

 

민음사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펭귄클래식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이래로 그 말씀을 마음속에 되새겨 왔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네가 지닌 이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꼭 기억하려무나.]

 

열린책들
지금보다 쉽게 상처받던 젊은 시절,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충고를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 깊이 되새기고 있다.
[혹여 남을 비난하고 싶어지면 말이다. 이 세상 사람 전부가 너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학동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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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패밀리
토니노 베나키스타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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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 리뷰 카테고리로 넘어왔다. 사실 영화 리뷰 카테고리 쪽이 더 오랜만이긴 했지만. 이 책은 그 두 카테고리 모두에 속하고 있는데, 영화까지 볼까 하다가 그냥 책을 읽는 것에 만족하고 끝내기로 했다. 책을 읽으며 불완전한 연소를 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띠지에 붙어 있는 문구가 나를 현혹했구나 싶기도 하고, 번역해서 들어오게 되면서 어떤 부분이 꼬였길래 이렇게 복잡한 문맥이 형성되었는가 싶기도 했다. 언어 유희적인 표현이나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게 1:1로 전환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일부 문단들을 보면 한국말로 바꿔서 '서술'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원단어를 병행해서 넣어야만 했던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면서 내용은 점점 끊어져서 읽히게 되고. 그저 나는 독자로써 화려했던 과거 생활을 청산하고, 이제 신변보호 프로그램의 뒤에 숨어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한 가족이 넘쳐나는 개성과 향수를 어쩌지 못해 벌이는 사건들이 무엇일까 궁금했던 것 뿐인데! 거기에 뭔가 강력한 한방이 결말 쯤에 터져주길 기대했을 뿐인데 극적인 전개로 끌어가기에는 약간 지지부진했었다.

 

프레드가 자신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진실을 털어내기 위해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기 앞에 앉는 선택부터, 배관공에게 억눌린 화를 표출하는 자잘한 위기들. 혹은 매기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그 한가운데에 가장 중요한 뿌리 중 하나였던 신앙심과 프레드와의 미래를 맞바꾼 결정을 회상하고 지난 시간들을 보상하기 위해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다는 내용. 아들과 딸이 각자의 개성대로 새 학교와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은 디테일하고 꽤 흥미로운 전개라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들이 깔끔한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호흡을 바꿔서 읽는다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평가는 꽤 높은 편이다. 감독 호응이나 호화로운 캐스팅 덕을 본 탓도 있겠지만.

 

노란문으로 되어 있는 책의 표지가 꽤 인상적인데, 제목은 살짝 그 때, 그 시절, 그 감성 느낌이다. 책을 보자마자 표지를 열고 들어가면 마치 이 가족의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이겠구나 싶어서 마음에 들었었다. 영화를 보면 책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책의 내용만으로는 영화를 볼만한 내용인지 살짝 애매하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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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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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책을 벌써 네 권 읽는다. 앞서 읽은 세권의 책보다 생소한 '태풍'은 약간의 호기심으로 찾아본 원제가 운치있어 기대도 되고 마음에도 들었었다. 약간은 기대했던 내용보다 문체나 내용이 건조한 느낌이었지만 도련님이 슬쩍 떠오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책들 보다 두께가 얇아서 편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던 이유도 있는데, 내용은 그렇게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소설안의 인물 구도를 파악하는게 좀 복잡하게 여겨졌는데 많은 인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각 인물들이 서로 엮여있는 시기를 순차적으로 정리하는데 한번 통독이 필요했다. 처음엔 도야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 수록 다카야나기에게로 시선이 옮겨지게 된다. 도야와 나카노라는 다른 유형의 인물 사이에 있는 다카야나기는 모가 나 튀어나와있다. 중립적이기 보단 오히려 그 무엇도 아닌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시선이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바뀌게 되는 일에 또 한번 통독이 필요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75쪽부터 193쪽까지 이어지는 도야의 연설이었다. 읽는 동안 마치 내가 청중되어 그의 연설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장감이 있었다. 그리고 읽는 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이 있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물인 도야가 삼백명의 청중들 앞에서 어떤 식으로 연설을 시작하고, 또 자신을 야유하려 마음먹은 사람도 있을 그들의 마음을 변화하게 만드는지 경청하며 읽게 된다. 책 안의 모든 인물을 설득할 수 있을만한 장면이었다. 그를 지켜보는 독자들까지도.

 즐기거나 파악하며 읽기 위해 꼭 여러번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소세키의 작품들보다 덜 조명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재미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처음 제목을 두고 예상하기를 인물들 간의 감정이나 행동의 양상이 점점 고조되거나 과잉되어 작품 안에서 어떤 클라이막스까지 끌어오르는 구조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사건이나 서사적인 이야기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럼 왜 제목이 태풍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살짝 들 때 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책을 읽는 도중 어떤 큰 바람이 한번 몰아쳐 지나가고 난 것 같음을 느끼게 된다.

 인물들도 개성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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