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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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책을 벌써 네 권 읽는다. 앞서 읽은 세권의 책보다 생소한 '태풍'은 약간의 호기심으로 찾아본 원제가 운치있어 기대도 되고 마음에도 들었었다. 약간은 기대했던 내용보다 문체나 내용이 건조한 느낌이었지만 도련님이 슬쩍 떠오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책들 보다 두께가 얇아서 편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던 이유도 있는데, 내용은 그렇게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소설안의 인물 구도를 파악하는게 좀 복잡하게 여겨졌는데 많은 인물이 나오는 것이 아닌데도 각 인물들이 서로 엮여있는 시기를 순차적으로 정리하는데 한번 통독이 필요했다. 처음엔 도야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 수록 다카야나기에게로 시선이 옮겨지게 된다. 도야와 나카노라는 다른 유형의 인물 사이에 있는 다카야나기는 모가 나 튀어나와있다. 중립적이기 보단 오히려 그 무엇도 아닌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시선이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로 바뀌게 되는 일에 또 한번 통독이 필요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75쪽부터 193쪽까지 이어지는 도야의 연설이었다. 읽는 동안 마치 내가 청중되어 그의 연설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장감이 있었다. 그리고 읽는 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이 있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물인 도야가 삼백명의 청중들 앞에서 어떤 식으로 연설을 시작하고, 또 자신을 야유하려 마음먹은 사람도 있을 그들의 마음을 변화하게 만드는지 경청하며 읽게 된다. 책 안의 모든 인물을 설득할 수 있을만한 장면이었다. 그를 지켜보는 독자들까지도.

 즐기거나 파악하며 읽기 위해 꼭 여러번 읽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다른 소세키의 작품들보다 덜 조명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재미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처음 제목을 두고 예상하기를 인물들 간의 감정이나 행동의 양상이 점점 고조되거나 과잉되어 작품 안에서 어떤 클라이막스까지 끌어오르는 구조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사건이나 서사적인 이야기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그럼 왜 제목이 태풍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살짝 들 때 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책을 읽는 도중 어떤 큰 바람이 한번 몰아쳐 지나가고 난 것 같음을 느끼게 된다.

 인물들도 개성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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