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예찬 - 번역가의 삶과 매혹이 담긴 강의노트
이디스 그로스먼 지음, 공진호 옮김 / 현암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책 자체에 대한 감상 이전에 '번역이란 무엇인가' 부터 생각해야 한다. 처음 '번역 예찬'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그저, '번역'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 되겠다는 가벼운 예상-기대가 있었다. 읽으면서 번역을 두고 지나치게 과한 예찬을 늘어놓는 것은 아닌가 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동안 내가 조금 경시했던 부분이었겠구나 싶은 반성도 들었다. 시종일관 그러한 시선들에 대한 경계와 계몽을 시도한 책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깨달음이라기 보단 학습에 가까운 반성이긴 했지만.

 

 번역에 대해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이른바 세계 명작들을 아동판과 성인판으로 나눠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시절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노인과 바다는 그동안 2-30장이면 될만한 짧은 그림책이었는데 사실 그 그림책은 줄거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니. 이 정도는 번역의 범위에는 들어가지 않으려나 좀 모호하긴 하지만, 어쨌든 강렬했던 첫 기억이었다. 그 뒤로는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서들 첫 문단 비교본을 본 뒤로 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새 번역이 출간되면서 비교를 해본 뒤로 좀 더 신경써서 책을 고르려 노력했다. 물론 언제나 책을 고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장정과 디자인에 더 많이 두는 것을 좀처럼 고쳐지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번역이 대체 무엇인가 생각해야 겠다고 깨달은 이유가, 바로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을 쓰면서 지적했던 부분이 사실은 나의 무지에서 온 발언이었구나 싶은 부끄러움과 후회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를 느낄만한 부분인데 읽다보면 문장의 시작과 꼬리 찾아다니는데 지쳐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읽고 넘어가버리게 되는 부분도 있고, 에둘러 표현하려다 보니 대체할만한 적확한 표현이 없어 이런 느낌인가 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 읽다 좀 아쉬웠었다. 그런데 사실 번역은 1:1의 교환이 아니라 새로운 창작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이 초반부터 꽤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번역된 책은 작가의 것에서 번역가의 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내용은 좀 과하다 여겨지긴 했다. 또한 문학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중요한 문제 요소로 번역을 꼽는다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뜨끔하기도 했다. 번역 없이 감상이 생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번역이 문제적 요소가 된다는 사실에 아이러니도 좀 느끼게 되고.

 

 독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감상 시각을 달리하도록 새로운 지도를 제시하는 책이라 느껴졌다. 우리가 어린 시절 티비로 더빙된 외화를 보면서 외국인이 한국말을 잘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일이 있는 것처럼 외국 서적도 저절로 번역되어 출간되는 일로 의심없이(?) 받아들였던 자신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히 재미있는 책이다. 아래는 번역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 옮겨와봤다. 출판사마다 번역에 따라서 문장 갯수, 길이, 구성도 다르게 되어 있다. 어떤 번역이 더 읽기 편한지는 개인차가 있을테니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그저 보기만 해보라고.

 

민음사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펭귄클래식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이래로 그 말씀을 마음속에 되새겨 왔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네가 지닌 이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꼭 기억하려무나.]

 

열린책들
지금보다 쉽게 상처받던 젊은 시절, 아버지가 내게 해주신 충고를 나는 지금까지도 마음 깊이 되새기고 있다.
[혹여 남을 비난하고 싶어지면 말이다. 이 세상 사람 전부가 너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걸 기억해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학동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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