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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더 나은 나'가 되라며 험난한 과제를 안겨주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 과제를 달성하는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하도록 몰아붙인다. 험악한 세상이다. 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49) ]
험악한 세상이다. 어김없이 연초는 찾아왔다. 시간의 흐름은 유연한 것인데 거기에 기준을 두어 시작과 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매년의 의식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작심삼일' 새해가 시작한지 삼일이 지났다. 19년의 31일밤부터 20년의 1일의 첫날까지 당신이 세운 올해의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수많은 계획은 3일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있는가? '해빗'은 3일째 슬슬 의지가 무너져가고 있는 당신이 또 다른 실패를 기록하지 않도록 도와줄 책이다. 어쩌면 이번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희망을 안겨줄 책일지도 모른다.
삶의 변화, 성공적인 삶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기계발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빗'의 내용이 익숙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책은 당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습관'을 활용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행동이 습관으로 형성되면 당신은 그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당신의 '의식적 자아(43)'는 목표도 잘 세우고 계획도 잘 잡지만, 특히나 그것이 장기적이고 복잡한 것일수록 하지 않아도 될 핑계를 찾는데도 열심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살을 빼기 위해 식단을 만들고 운동을 하기로 계획표를 짜는 것도 잘하지만, 오늘 야식을 시키고 운동을 빼먹으려는 구실도 잘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화된다면 '비의식적 자아'가 저항을 줄여주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다.
책에서는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동들이 패턴화 된 것이 그것이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읽으면서 정말일까 싶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는 일이나, 안전벨트를 하는 것, 아이에게 자기전에 책을 읽어주는 일등을 꼽았는데, 습관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들 역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혹은 요구받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 같다. 늦게 일어나 시간이 없거나 양치가 너무 귀찮아도 남들 앞에 그냥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양치를 한다. 안전벨트는 법으로 강제되어 있기도 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도 아이가 원하기 때문과 더불어 자신이 잡은 좋은 부모의 이상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습관은 무의식의 영역이 더 크게 작용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마트에서 늘 먹던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습관적 선택에 가깝다. 또 책을 읽을 때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여 앉는 것 같은 버릇처럼 일상의 영역에서 조금 벗어난 특이성이기도 하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제시된 방법들이 습관 설계라기 보다는 좀 더 오래가는 계획 실행 방법 제시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예가 다이어트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바꿔치기 전략(190)'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우리 뇌는 우리가 다이어트를 위해 열량이 낮은 식단으로 식사를 대체한다면 그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이내 다른 음식을 요구한다고 한다. 우리가 뇌를 속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이는 습관화로는 이루기 어려운 의지의 문제 가까울 것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고자 희망하는 우리를 매번 좌절하게 했던 그 '의지(170)'.
참 이상한 것이 왜 우리가 피하고자 하는 일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습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육식, 밀가루 음식, 단 음식 먹기, 전혀 운동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기, 다리떨기, 늦잠자기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 습관이 된다. 보상이나 바꿔치기 같은 것도 필요없이! 이 때문에 습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 노력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습관과는 이미 떨어져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습관도 이미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 노력을 통해 얻은 습관은 지치고 방심한 때에 와해되지 않을까? 습관을 만들려는 노력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습관화 된 행동으로 이루어진 삶이 만족스러울까. 비록 전부 좋은 습관이라하더라도. 습관적으로 삶을 산다면 완벽할지 몰라도 어쩐지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한잔 마시고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그 앞에서 물을 맞으며 서있는 안좋은 습관없이)씻고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균형잡힌 아침식사를 하고 몸에 좋지 않은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지 않고 고구마나 과일, 채소스틱으로 간식을 먹고 매일 집청소도 하고 30분 이상 책을 읽고 30분 이상 운동을 하고 2시간 이상 티비를 보지 않고 할일을 미루지 않고 일할때는 일에 집중하고 6시에 저녁을 먹으면 야식을 먹지 않고 스킨케어를 빼먹지 않고 자기 전에 핸드폰을 하지 않고 12시 전에는 꼭 잠자리에 든다면. 인생이 완벽할지는 몰라도 사는게 즐겁거나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읽으면서 평소의 생활태도와 그동안 목표를 세우고 실패했던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 책이었다. '습관은 애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에게 들여지지 않은 행동을 습관으로 설계하려면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약간의 모순을 느꼈다. 복잡한 생각은 접고 올해의 목표에 집중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