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
요하네스 부체 지음, 이기흥 옮김 / 책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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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사리 '나무에서 갑자기 나무토막'으로 넘어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이 튀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쓰면 읽었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책의 내용을 온전히 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읽었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일도 적었다. 오히려 가끔 생각하길 멈추고 눈으로만 책을 읽어나가다 정신을 차리는 일이 있었다. 내 '영혼의 부동하는 핵심'을 찾아 '영혼의 평화'를 좀 향해가려는 마음이 오히려 '닦달당하는 영혼'을 채찍질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우리의 영혼은 얼마나 닦달당하고 있는가? "이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올 수 있을까? 내가 좀더 강해져야 하는가? 나를 좀더 '분발시켜야' 하는가?" 세레누스의 질문(54)은 현대사회의 우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시대의 젊은층을 소진시킨 자기계발과 노오력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스펙 쌓기에 매몰된 젊은층에게는 여가와 취미까지도 실용성과 의미가 있어야 가치가 인정된다. 실제로는 게임과 핸드폰, 인터넷 같은 것이 전부라도 스펙용 취미를 만들어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집중한다.

 

 우리는 이런 노력들이 자신을 뒤쳐지지 않는 제대로 된 길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쌓인 피로의 도피처로 '미니멀, 슬로우 라이프, 워라밸'같은 삶의 방식이 등장하지만 이것이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피로, '닦달 문화'의 근본적인 해결 방인 되어줄 수 없음을 책은 꼬집는다. 그렇다면 영혼의 평화를 위해서 무려 '먹고사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생각 좀 해보'자며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저자는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정신의학 명제를 꼽는다. 신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좋은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삶의 난관은 원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들이 네 가지 명제이다. 언뜻 쉽게 이해가지 않는 내용이지만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의미가 파악된다. 초반부터 2장의 내용까지 들어가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지만, 이어지는 3장 우정에 대한 내용과 4장의 완벽하지 않은, 그러려니 하는 삶에 대한 내용은 2장에 비하면 좀더 수월하게 읽힌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3장의 우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때로 상대가 나를 무척 실망시키는데도 왜 한 인간에게 쉼 없이 마음을 줘야 하는걸까? (160)" 하는 질문은 친구관계를 넘어 전반적인 사람사이의 관계,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떠올리게 했다.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는데, 왜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일까. 혹은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며 희망을 품고 사회를 구성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런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가 약간의 전환점 같은 내용이 인상적으로 들어왔다.

 

 책에서 '굉장한 절친'이라는 영화(220)에 대해 나오는데, 얼마 전에 보았던 설경구 조진웅의 '퍼펙트맨'이란 영화랑 비슷한 내용이라 눈길이 갔다. 검색해보니 '언터쳐블 1%의 우정'이란 영화를 '퍼펙트맨'이 리메이크 했다고 나오는데 책에서는 제목이 다르게 나와 있었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우연히 엮이며 뜻밖의 케미를 이루는데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인데, 양극단의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사람이 얽히는 '교차점'과 '순간'을 통해 인생이 주는 묘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퍼펙트맨 말고 언터처블이. 

 

 마음을 지키고 영혼의 평화를 얻으려고 책을 읽어봤는데, 읽다가 어려워서 정신을 잃었다. 철학은 아직까지도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이고, 두번째 읽고 있는 중이지만 한번 읽은 것으로는 전체적인 내용을 훑었을 뿐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크리스마스를 캐빈 대신 철학 학교와 함께하니 아주 기쁘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평소대로 먹고 마시고 캐빈과 보냈어야 하는가 싶지만,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철학 학교'를 읽으며 몸대신 마음이 살찌워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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