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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 소비로 보는 사람, 시간 그리고 공간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빅데이터로 분석된 소비 패턴은 재미있었다. 이런 비유를 하면 세련된 기술, 분석가들은 이마를 칠지도 모르지만, 마치 혈액형이나 별자리 유형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들이 가진 소비 패턴을 가지고 이용자들이 어떤 유형인지 분리해놓고 각각의 이름을 붙여놓은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는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내 성향을 맞게 분석해놓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오랜 시간동안 허무맹랑하게 이어져온 별자리나 혈액형은 보다보면 다 내 이야기같은 기분이 드는 반면, 빅데이터가 제시한 소비 유형은 어느 것도 나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 달랐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하지만 비슷한 소비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 확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된 유형에 속하기는 거부하고, 별자리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직 빅데이터가 인간의 깊은 내면까지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BC카드를 안써서 나와 같은 유형의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서일까.
책의 내용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래프로 옮기고 수치화해놓은 것들이 많지만 읽기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돈을 쓴다'는 것은 생활에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내용 하나 관심가지 않는 부분이 없고 대부분의 내용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봤던 경험이 있었다. 다만 막연히 내가 생활하면서 만들어 낸 모든 흔적들이 정보로 수집되어 통계를 이루고 있을 거라는 짐작이 있었지만, 기업에서 실제로 그것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 것은 신선했다. 핸드폰으로 검색한 키워드에 관한 광고가 인터넷 페이지의 배너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경험이, 카드사에서 보내주는 할인 안내가 내가 남긴 정보를 통한 상술이자, 정보안내 서비스라니. 그동안 수없이 팔리고 털린 나의 개인정보, 별 생각없이 동의한 각종 사이트 약관들, 이대로 괜찮은가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프로파일에 관련된 미드를 너무나 재밌게 봤던 경험 때문에 소비자 프로파일링에 대한 부분을 매우 기대하며 읽었다. 각 유형별로 체크리스트도 확인해가며 세세하게 읽었는데 어디에도 딱히 부합되지 않는 것 같아 유형 자체가 구분이 좀 애매한 게 아닐까 싶었다. 책에 조금 아쉬움을 느낄 때 쯤 요즘 상권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을지로가 힙지로로 이름을 날리게 된 이후로 의식적으로라도 을지로 쪽으로는 약속을 잡지 않았다. 힙을 따라가기 어려울만큼 나이를 먹은 것 같다는 탓도 있고, 힙이나 분위기같은 것을 체험하고 싶은 욕구보다는 맛과 안정을 원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책에서 꼽아놓은 트렌디한 거리들을 가본 일이나 유행을 따라가 본 적이 없는 것을 보니 어느 유형에 속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비 자체와 멀어진 삶을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졌다. 책의 유형 구분의 스펙트럼이 좁고 단순한 것이 아니라 내 소비욕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석해놓은 각종 데이터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분류에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현대인은 물질에 의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소비하는 인간(호모 콘스무스)이라 명명될 수 있는 소비인류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운이 좋은 BC카드 사용자라면 데이터를 읽고 요즘의 흐름을 분석해보는 재미와 함께 당신이 속한 소비 유형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좀 더 규모에 맞는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혹은 기왕 쓰는 거 제대로 돈을 쓸 수 있는 소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