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4
선자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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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를 좋아하고 즐겨읽는 탓에 신간으로 나온 책을 빨리 읽게 되어 좋았다. 선자은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어떤 느낌이다 라고 얘기하기 어려웠다. 독특한 분위기였는데, 판타지 소설 같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특히 피규어나 십대 아이들의 아지트 등의 소재를 볼 때면 선입견인지 모르겠는데 왜색 문화가 좀 느껴지기도 했다. 책 안의 세계에 대해 그려내고자 하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고, 잘 나타내기 위해 정말 성의껏 잘 꾸며냈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다.

 

처음 시작은 좀 난데없단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남자애의 마음을 얻기 위해 폐가에 가서 주문을 외우겠단 생각을 하는 여고생이라니. 과연 그런 아이가 교실 안에 있을때 평범한 축에 속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설정 자체가 왜색이 느껴지는 요인이 되어 거부감이 있었다. 거기에 당연한 수순처럼 계약을 원했던 소희가 아닌, 그 옆에 있었던 알음이 계약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예전 연예인들의 데뷔 수순처럼 오디션 보러 가는 친구 따라갔다 오히려 옆에 있던 본인이 연예계로 캐스팅 됐다는 그런 얘기들처럼 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묘한 분위기를 설정하는 것만큼은 효과적으로 잘 나타내서 읽는 동안 몰입하여 즐기며 읽을 수 있었다.

 

인물들이 개성적으로 그려져 하나하나 잘 활용한다면 정말 매력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것 같은데, 만들어진 인물을 그 안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살려내는 부분이 좀 미비했던 것 같다. 비진과 신율의 가정사도 알음 못지 않게 복잡한데 그 아이들 안에 다 소화되지 못한 굴절된 부분들도 알음의 이야기와 함께 조금씩 드러나도록 했다면 애써 만든 비진이란 매력적인 나비같은 인물과 평범해보이면서도 건조한 면이 엿보이는 신율의 캐릭터도 더 효과적으로 움직였을 것 같다. 인물들이 알음을 중심으로 너무 적은 범위 안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였다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웠다.

 

계약자와 만나 계약을 시작하게 된 알음이 복잡해진 집안과 더불어 친구관계도 엉망으로 꼬이게 되면서, 억눌러왔던 것들을 표출하고, 원해본 적 없는 것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점점 더 음습하고 광기어리게 돌아간다. 마치 이야기 끝에서는 계약자의 손에 매달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없도록 휘청이게 된 알음이 다움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도 계약자에게 다 내어놓게 되는 불길한 엔딩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 청소년 소설의 결말이 되기엔 지나친 파국이겠지만, 그런 끝을 예상하게 만들면서 독자의 불안한 시선을 책장으로 잡아끈다.

 

알음이 과연 계약자의 손을 잡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게 될 것인지, 그렇게 된다면 알음은 만족스럽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계약을 한 사람은 계약자에게 대가로 무엇을 주게 될 것인지 끝까지 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여름이 지나간 계절에 읽으려니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약자와 손을 잡게된 알음이 부러운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는 존재에게 그 주체인 자신의 마음을 뺏기게 된다면? 내 마음의 주인이, 내 행동의 주체가, 내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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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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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에 대한 무섬증은 잘 알려진 작품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부터 기인했다. 몇 번은 읽었던 것 같은데, 그 때마다 드문드문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그 작품은 사람 많은 시장통 한 가운데 서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욕심껏 주워 듣고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날 것 같은 삶이 강제로 떠안겨져 오는 느낌. 게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누가 누구인지 헤아리다 책장을 그저 덮어버린 적도 있었다. '섬, 섬옥수'도 연작소설이라는 부수적인 분류를 달고 있기에 그 분류 자체에 한 번 겁을 집어먹은 채 읽기 시작했다.

 

생각만큼 '무서운' 읽기에 두려운 책은 아니었지만, 여타의 소설들처럼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이 덜했던 점은 있었다. 크지 않은 섬이라지만 그래도 그 안에 뿌리내린 사람들이 죄 한번씩은 이름표를 달고 자신을 소개하는 와중이라, 기억해야 할 인물도 많고 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어서 각자 생활에 얽혀있는 사건들이 다 달라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인물관계도 떠올려야 해서 복잡했다. 잠깐 한눈 팔았다가 아까 싸웠던 게 종태였는지, 삼봉이였는지, 인규네 짜장면 집 이름이 뭐였는지 헷갈리기 일쑤다. 오가는 길에 짬을 내어 읽었더니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유 시간에 짬을 내어 찬찬히 읽어야 좋을 것 같다.

 

섬 개들이 서로 패를 나눠 싸움을 걸고, 고립된 개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이 자주 비중있게 언급되기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갈수록 섬 사람들의 모습도 그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임이 느껴졌다. 개들이 외지 사람들이 관광와서 나누어주는 간식거리에 의존하여 생활하듯 섬 사람들의 생활도 관광 수입에 의존하여 조금이라도 더 손님을 끌려고 온갖 힘을 쓴다. 그러다 패가 나뉘고, 싸움이 나고, 결국 밀려나 문밖 출입을 안하거나 다른 개들을 피해다니는 개들이 생기는 것처럼 버티기 어려운 섬 생활을 접고 떠나는 사람도 생기게 되고.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개와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같아 섭섭하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삶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것이 비록 자식을 앞세운 늙은 어미의 한맺힌 설움이거나 그저 돈에 자신을 내맡긴 채 보기 괴로운 욕망을 드러낸 사람들의 모습일지라도 결국은 이런 것이 보통의 삶인데 고개를 돌릴 필요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관조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다 결국 그 안에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거기에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작가의 이력이 무색하도록 자연스럽게 사용된 사투리는 읽기에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제주말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부분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이런 말을 하고 있겠구나 짐작으로 알아볼 수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엔 비중있게 다뤄질 것이라 생각했던 자애의 이야기가 금방 뚝 끊기고 섬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연이어 이어져서 자애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여겨졌었는데, 뒤에 가선 자애를 통해 섬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엿볼 수 있게 되어 섬 사람들의 뒷 이야기 궁금증을 풀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삶이란 것은 모두가 뒤를 이어 돌려부르는 돌림노래와 같이 느껴졌다. 그 다음 마디, 다음 마디 서로 이어져 시작도 끝도 모두에게 공평히 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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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번지 파란 무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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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살펴볼 때부터 느꼈지만, 표지 그림도 그렇고 살짝 동화와 청소년 소설의 중간 쯤에 있는 판타지 책처럼 느껴졌다. 그 모든 것을 아우른 책이 아닐까 싶다. 동화적인 요소도 분명히 있고, 거기에 주인공에 대한 외양 묘사를 보고 있자면 로맨스 소설 느낌이 물씬 난다.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주인공 외양 묘사는 언제봐도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저절로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멋진 모습의 인물을 머리속으로 그려내는 과정이 생략되는 법이 없고, 또 약간은 언제나 비슷비슷한 방식이라 아쉬운 면이 있다. 칠흑같이 까만 눈동자나 청남빛의 머리칼 같은 표현들 때문인 것 같다. 로맨스 소설 적인 면모 외에도 드라마적 요소들도 있어 읽다보면 감성적으로 충족되는 느낌이 든다.

 

 

 독특한 호흡의 글이었다. 설정이 아동용 판타지 소설에 잘 어울릴 법한데 성인 여성 독자를 겨냥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었다. 몇가지 짧은 에피소드들도 이야기가 나뉘어져 있는데 흐름이 더 전개될 것 같은 순간에 딱 끊기고, 끊기겠다 싶은 때는 더 깊게 들어간다. 과거와 현재도 뒤섞여 있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주인공인 '공' 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오래되고 무서운 존재로 무엇인지 알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이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확신을 준다. 읽으면서 딱히 공의 외모만이 아니라 행동이나 분위기가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남자는 이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를 이토록 매혹적인 존재를 그렸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야할지, 아쉬움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큰 덩치에 냄새나고 장난을 좋아한다 정도로 알고 있는데, 세심하게 구전 설화 등을 어우러트려 환상을 구체화한 것은 좋지만 자칫 혼동의 여지도 있겠다.

 

 

 책을 읽다보면 꽤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 않은 채 이럴 것이다 추측하게 되는 부분이 보인다. 딱 잘라말하면 이 불분명함이 싫었다. 무엇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속시원히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하고 말하지 않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떤 작품들은 그런 모호함이 못 견디게 좋아 나를 끌어들이는 원동력으로 삼지만 분명 여기서 '조금만 더' 라면 기대하는 만큼의, 어쩌면 그 이상으로 달달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딱 여기까지만' 하고 멈춰버린다. 절제의 미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독자를 꾀어내는 여지를 주는 일도 중요하다.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을 맺는 동화까지도 그래서 그 뒤엔 어떻게 됐대? 하고 궁금해하는 것이 독자들의 속성이니, 그 이상을 보여주어 현실의 길바닥 위에 소설을 패대기치라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잡을 꼬투리를 남겨 그 다음을 떠올릴 여지를 주는 일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꼬투리를 남기지 않고 잡을 데 없이 끝내버린 느낌이 들어 아쉽다. 모든 에피소드가 중간에 끊긴 느낌이 들어 이야기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들을 작가가 내어준 것 같은데 받은 것은 정작 좀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오히려 시리즈 물로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공이라는 인물에 들인 매력과 속성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그것과 비슷하게 여겨지는데, 현재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편 1권과, 과거의 일을 모아놓은 편 1권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만나 룸룸과 공, 아완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뒷 이야기를 모아놓은 편 1권 이렇게 따로 나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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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에세이
최준영 지음 / 이지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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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최준영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의 느낌은, 짧은 일상의 단면을 담아놓은 에세이라기 보다 마치 저자의 자서전과 같단 것과 저자가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자부심으로 충만하구나 하는 것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 뒤로 정말 저자가 자신을 수식하는 표현들과 자신의 선택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 따라오긴 하지만,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빼곡한 자부심과 자신에게 쏟는 큰 애정은 참 긍정적인 노력으로 삶을 사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책 자체가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다.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는 책의 제목에도 그렇고, 책 속의 '인터넷에서 글을 쓰다'는 편의 내용에서도 그렇지만, 잘 쓴 글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는 것도 가진 것도 많은 사람인데 이상하게 말이 많고 가벼워 말에서 힘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책에서 그런 분위기를 좀 느꼈다. 강연을 주로 하는 분이니 직접 면대면으로 강연을 들으면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무게감이나 힘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는데 책 속의 내용들은 좀 가볍고 사변적으로 느껴졌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라고 말했던 퍼거슨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건 싫어요'라는 편이었는데, 그 솔직한 내용에 약간의 반발심과 공감이 생겼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글을 존중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이란 생각과 결국 나도 같은 잣대로 저자의 글을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다만 나의 경우 그저 글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남기는 입장에 서 있을 뿐인 것이긴 하지만. 반어적인 표현일수도 있고, 완급의 조절이 중요하다는 의미 정도로 글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날선 표현을 쓴 것이 아닌가 싶다.

 

 

 글 자체의 무게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절하할 수는 없고, 짧은 이야기 속에서 보이는 넓은 시야와 다양한 관심사도 그렇고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이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어 좋은 점도 충분히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어 좀 더 정리된 글을 썼다면 혹은 더 좋은 문장을 사용했더라면 하는 바람이 남았다. 저자의 사회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고 평소 트위터 등으로 저자의 글을 많이 읽어왔던 사람이라면 많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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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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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을 남기기 전에 작가의 화려한 이력을 주욱 살펴봤다. 그리고 나는 어떤 독자인가 하고 생각해본다. 독서 취향이 세련된 편도 아니고, 작품 걸러내는 안목이 높은 편도 아니다. 재미에 충실한 속도감있는 소설도 좋아하고, 사람의 감정이 진흙탕처럼 질퍽하고 혼탁하게 그려지는 소설도 좋아한다. [복수의 탄생]에서 그런 면면들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가의 의도는 딱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데도 읽으면서 혹은 이 소설 어떻냐고 물어보면 '글쎄..?' 하고 고개를 슬쩍 돌리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신선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슨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설정인데, 아 그 영화가 뭐였더라?'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적당한 추격씬과 협박범과 벌이는 심리전,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볼만한 액션 등이 마치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에 확실히 오락성은 강하다. 잘 만들어진 영화의 시놉시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인물과 배경이 독자의 눈앞에 그려지기 쉽게 명료한 표현을 사용하여 관람하듯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간도서를 눈 앞에 두고 어디서 본 듯 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좀 아쉬운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이미 모든 글들은 이전에 쓰여진 글의 변형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눈앞에 두었다고 독자가 욕심 낼만한 구석이 있었어야 했다.

 

 또 하나 눈에 밟혔던 것은 인물 설정이었다. 주인공 석호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다. 욕망이 가득한 이중적이면서 부조리한 인물인데 무턱대고 밥맛없다고 싫어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쾌하기까지 하도록 자신의 삶을 잘 조절해나가는 치밀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대단하다고 승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그를 협박하기 위해 나타난 조태웅이란 인물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내용의 핵심을 건드리게 될 것 같아 자세한 상황 설명은 하지 않지만, 석호가 그를 없애기 위해 고용한 전문 심부름센터의 인력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할 수 있는 압도적인 폭력성과 과감하고 소름끼치는 협박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 발단과 결말을 안고 있는 인물이라 캐릭터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여겨졌다. 마치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작가가 이리붙였다 저리붙였다 쉽게 이용한 요소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렇다보니 내용 자체가 복수에 복수의 꼬리를 무는 감정의 진흙탕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그저 인물 각각의 욕망이 어떻게 표출되는가가 더 잘 드러나고 있다. 개인의 욕망으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내게 된다는 것은 언뜻 비슷한 맥락이지만, 욕망이 복수로 넘어갈만한 결정적 계기를 충분히 심어주기엔 좀 구성의 탄탄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성공과 명예를 위해 살인마저 불사할 석호,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서로를 속박해온 재우 부부, 그 밖에도 자신을 숨긴 채 드러내지 않은 인물들 내면의 강렬한 욕구들은 복수 이전에 그저 욕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표출해내는 것에 집중했던 것 처럼 보인다.

 

 그리고 인물 간에 얽혀있는 이해관계나 감정선이 너무 많이 드러나서 내용 흐름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독자가 지나갈 길목에 놓아두어 뒷 이야기가 궁금하기 보다 자신의 예상이 맞을지에 대한 확인을 위해 읽어나가게 되는 면이 있었다. 줄여말하면 반전 설정이 좀 진부했다. 이 부분은 딱 영화 [싱글맨]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소설 자체가 하나의 모자이크 같단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조각들을 통해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 냈음은 분명하지만 조각조각들이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그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또 하나, 남성작가의 글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표현들도 좋게말하면 속도감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진행으로 재미있으나 한편으론 지나치게 남성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미쳤다.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은 많지만, 나름의 재미는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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