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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근육을 키우는 중입니다 - 14살부터 시작하는 회복탄력성 수업 ㅣ 마음이 튼튼한 청소년
실라 라자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3년 8월
평점 :
" 매일 이 규칙을 지키지 못해도 걱정하지는 마세요. (29) "
'마음 근육을 키우는 중입니다'는 청소년을 위한 도서이지만, 성인인 나도 책소개글을 보고 관심이 갔던 이유가 '잠'과 '삶의 방식'이라는 주요단어들 때문이었다. 회복탄력성, 생활 습관 같은 것들은 요즘 의식하고 있는 주제들이다. 언젠가부터 친구와 오랜만에 안부를 묻게 될 때면 잘 지냈는지 대신 요즘 잠은 잘 자는지 질문을 받게 되었다. 지나가는 말로 밤에 잠이 잘 안와서 늦게 잔다, 그래서 낮에 힘들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했었나보다. 나이를 먹으며 피곤이 쌓이는 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친구의 안부인사를 떠올리니 옆에서 보기에도 염려될 정도라면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싶었다. 왜 피곤할까, 왜 잠이 잘 오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가지는게 맞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몸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평생에 걸쳐서 하듯이 마음 근육을 키우는 것도 청소년, 어른 모두 해야하지 않을까.
실제로 책의 초반 동안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관심은 가더라도 내용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로는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1부의 내용은 이 책에 대한 그런 예상을 바꿔주었다.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 눈길이 가는 곳은 사진으로 찍어두는데, 수시로 사진을 찍어두게 되어 조금 귀찮았을 정도다. 기대감을 변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책이 강압적이고 확고한 어조를 사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태도로 독자를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초반부에 " 회복탄력성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좋은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17) " 고 안내해 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달성하기 위한 목표로 성공, 실패로 셈하지 않고 한번 이렇게도 해봐야지 시도해봐도 된다는 접근 방식의 변화가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1부의 내용들이 요즘 내가 많이 생각하고 있는 '일상의 규칙'이라는 주제와 겹쳐서 더 몰입이 잘 됐다. 청소년기에는 주위 어른들이나 학업 과정을 통해 관리/도움을 받을 수 있던 음식, 수면, 운동, 생활습관 같은 것들이 모두 자신의 책임과 관리 아래에 놓이게 되면 자유롭지만 흐름이 흐트러지기 더 쉽다. 그래서 오히려 어른들이 이 책을 더 실감하고 필요로하지 않을까 싶었다. 책 안에 "식사와 운동 습관 기록하기(36)" 목록이 있는데 네개의 질문으로 네번 얻어맞은 기분이 드는 것들이었다. 몇 대 맞았나 생각해보자.
1 일주일 동안 어떤 채소를 먹었나요?
2 일주일 동안 먹은 가공식품(과자, 사탕, 탄산음료 등)을 써보세요.
3 일주일 동안 패스트푸드를 몇 번이나 먹었나요?
4 일주일 동안 운동(체육 수업, 요가, 빨리 걷기 등)을 얼마나 했는지 써보세요.
" 우리는 전체 공개로 게시물을 올리고 '좋아요'를 받는데 집착하는 문화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에 참여할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41) "
그 뒤로 이어지는 소셜미디어 의존 부분에서도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서평을 쓰는 알라딘에도 전체공개와 좋아요 기능이 있지 않은가까지 생각이 미치면 중독이 맞는지 아닌지 스스로의 내면에서도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 자신에게 하는 말에 관심을 가져 보면, 그 말들이 대개 과거나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가끔 우리는 과거나 미래를 너무 신경 쓰느라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치기도 해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유일한 순간이데 말이죠.(66) "
지금을 놓치고 있다는 것, 도전을 포기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마치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는 척하는게 쉽고 익숙하지만 아무 도움은 되지 못한다는 걸 되새겨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전에 제대로 못했었는데, 혹은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큰 두려움이 되는 사회지만 조금씩 한번 해보니 이렇다는 걸 알게됐어, 실패할수도 있는데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하고 도전해보게 되도록 조금씩 생각을 바꿔 '경험'을 시도하는 문턱을 낮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덧붙여 살짝 다른 이야기지만 소셜미디어 중독과 함께 생각해보면, 여행이나 특별한 경험을 할 때의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때도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해 눈으로 보기 보다 사진과 영상을 남기려고 렌즈나 화면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간이 더 길지 않았나? 이런 질문들이 책을 읽으며 수시로 떠올랐다.
이 뒤로도 1부에서 "마음 챙김 취미 활동(74), 마음 챙김 식사(75)" 같은 주제가 나오면 멈추지 못하고 관심이 쏠린다. 게다가 단어 사용마저 청소년보다는 2~30대 성인들의 관심에 더 적합한 느낌이라 책의 1/3을 읽으면서도 대부분의 내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며 빠져들어 읽게 되는 것이다. 다만 2부와 3부의 내용은 좀 더 청소년의 나이대에 맞는 조언을 담고 있어서 큰 흐름을 훑어보듯 읽었다. 아무래도 그 시기의 정서적인 부분은 좀 더 예민하고 또래 집단의 영향이 큰 편이라, 이제는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3부의 "합리적 사고방식 기르기(203)" 문항들은 인상적이다. 4부에서 나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자신보다 타인에게 적용하려 노력하는 중이라 집중해서 읽었다. 타인의 실패를 경험으로 말해주고 타인의 실수를 공감해주려 하는데 쉽지 않다.
청소년 도서 중 문학작품이 아닌데도 공감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애초에 어른스럽고 성숙한 삶의 규칙과 태도를 가지고 생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배움은 끝이 없는 것이니까.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 하는 자기 반성과 함께 생활 습관, 태도, 생각을 좀 바꿔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자. 읽기 편하고 공감되는 내용이 1부와 4부에 특히 많다. 경우에 따라선 2부, 3부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