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
델핀 페레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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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왔어도 한낮을 지독하게 울리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다보면 여름이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올 여름은 확실히 각별하다. 코로나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떼어 여행을 다시 떠나게 되었다. 이제는 가족들도 각자의 생활이 있어 가족 여행을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전부는 아니어도 거의 모두가 3일에 걸친 여행을 함께 떠나 힘들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나면 오래도록 함께 이야기 할 추억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흡족한 한편, 확실히 가족 여행은 힘들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을 보니 마음에 더 와닿는 부분이 많고, 제목마저 더 내 이야기 같은 공감이 됐다. 수채로 연하게 그려진 그림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글로 써진 이야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하나하나 다정하고 애틋하다. 엄마와 할아버지 장의 여름에서, 엄마와 세티에게로 이어지는 추억들은 단단한 고리가 되어 가족을 하나도 강하게 묶어주는 듯 하다. 


 여행의 마지막에 그토록 꼼꼼히 챙기던 우산을 잃어버리고 돌아온 탓에 세티가 종종 모자를 찾는 부분에서 책장을 멈춰 분실물 센터를 한참동안 뒤적였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우산이 분실물이 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니. 우산을 키워드로 한 3일간의 습득물 신고 내역을 둘러보는데도 500개 이상의 목록을 훑어야 했다. 그 많은 우산들 중에 내 우산은 없었다. 나도 우산이 필요했던 다른 여행자에게 내 우산을 선물했다고 생각해야 할까.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 오랜만이라 마음이 헛헛하다. 이 여름의 유일한 아쉬움이 될 듯 하다.


 책의 마지막은 아이가 엄마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다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하지만 나의 여름은 이제 더이상 아이가 아닌 나의 감상보다도 함께한 짧은 시간이 올해 여름을 어떻게 기억하게 해주었고, 어떤 여행이었는지 부모님의 감상이 궁금한 시간이었다. 분명 모든 것이 다 좋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함께해서 아름다운 여름'이었다고 여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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