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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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배우자가 '타자'라는 것이다. 88" 

" 나는 영영 그가 남편으로 살아가는 기분을 알 수 없고, 그 또한 영원히 그의 아내로 살아가는 내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부부가 세우는 사랑의 울타리는 '진실'로 이루어진 견고한 세계이기보다 '타인에 대한 사랑'이라는 연약한 상상력에 기댄 가벽이다. 89" 

잘, 모르겠다. 그런 책이었다.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마음에 들었었다. 어떤 내용일지도 궁금했다.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라니 이 외로운 세상에 얼마나 촉촉한 제목인가. 전에도 종종 몇해전에 내가 품었던 알 수 없는 외로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외로움이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채워질 수 없는- 결국은 모든 존재가 서로 멀리 떨어진 섬처럼 존재하고 있음을 실제적으로 깨달아가던 시간이었던 듯 하다. 생각하기로 운 좋은 어떤 사람들을 제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시기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일일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이라는 부제를 간과했는데 사실 중요도를 따진다면 부제가 제목이어야 할 법 했다. 그리하여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허위매물이었다고 입을 삐죽였다. 실상은 그저 내가 허상을 바랐던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읽어가는 시간은 책과 화해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다. 살림에 대한 혐오(50), 아이가 흘린 밥을 보고 눈물이 나오던 때(31), 허리 디스크 환자를 향한 경고(93) 같은 일화를 보면 다른 것이 아니라 상담이 필요했던 시기의 우울감이나 공격성이 아니었을까 싶기만 했다. 결혼을 했든, 아이를 낳았든,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요즘 세상은 누구에게나 다 어렵고 힘든데 결국 고단함조차 달콤한 그 선택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충만한 행복을 준다는 내용으로 끝맺을 것 아닌가? 하는 다소 차가운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이십대 중반에 결혼과 두 아이 출산을 치뤄냈으니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감당하고 성장해야만 했을 환경이 힘들었으리라, 이해도 됐다. 그리고 이 사람은 지금 이런 과정 속에 있는 거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나니 십년 후가 문득 궁금해졌다. 

처음의 불만스러움은 점차 사라지고 이 때는 이런 과정을 지나는구나 알아가도록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지레 짐작하고 이런 내용일 것이다 하는 편견이나 다름을 곧잘 틀림으로 치부해버리려는 편협함을 돌아보게 했다. 그가 보내온 시간이 이러했고, 그 시간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나왔습니다.는 또 다른 섬의 기후와 생태를 감히 '연약한 상상력'으로 재단하고 판단하려고 들었던 것이다. 반성을 거치고 나니 치열하고 과감한 삶의 결단과 행보가 보이고 그 최선을 인정하게 되었다. 책을 읽었다기 보다는 사람과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솔직했구나. 결국 좋은 점들을 발견하며 책장을 덮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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