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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순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너머 세상을 꿈꾸면서 앎의 욕구를 충족하여 가는 길은 고갱이로 가득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며 생활하고 있다. 책을 읽고 표현하기를 즐기다 보니 집안 곳곳에는 책들이 쌓여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지청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책장에 꽂을 공간이 없어 거실 바닥에 담을 높이고 있는 장서들을 보고 얼른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책을 돌려줘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한다. 1000여 권이 자리하고 있는 거실의 책들을 보고 꽤 많은 양의 책이라고 여겼는데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책제목에 걸맞은 장서가들이 소장하는 책들의 양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 보였다.

 

   젊은 세대들이 독서를 많이 하지 않게 되면서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인성에 문제가 될 소지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2005활자문화진흥법을 도입하여 도서관 확충 계획을 실천하여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에 힘을 쏟는 만큼 책을 모으는 일본인들은 많아 보였다. 원조 오타쿠라 불리 정도로 수집에 열을 올리는 이들 중에는 술과 노름을 하지 않고 책만 사서 모아 수만 권이 넘는 책에 짓눌려 한꺼번에 장서를 처분하였다니 허탈감이 들기도 하였지만 장서가들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늠해볼 수 있었다. 헌책방을 이용하지 않고 자택에서 여는 1인 헌책 시장은 여러 제약을 벗어나 홀로 준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디지털 시대로 이행됨으로써 종이 책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았으나 그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웹 사이트에 접속하며 살아가느라 독서를 등한시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세상에 장서가들의 괴로움은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폭설로 쌓인 눈으로 지붕이 내려앉거나 집의 기둥이 기우는 광경을 본 뉴스의 한 장면이 소장하고 있는 책들의 무게에 기우뚱거리는 집을 보고 걱정하는 집주인의 걱정과 겹쳐진다. 장서가들은 보물 같은 책들을 방출할 때가 가까워졌음을 알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책을 헌책방으로 보냈다. 발 디딜 틈 없이 놓인 책 더미를 피해 다니는 일이 고역처럼 여겨질 때면 책을 버릴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꼭 필요한 책을 숙독함으로써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절감하는 일은 독서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이다. 필요 이상의 덜어내려는 노력은 버림으로써 새로운 미의식을 구축하여 가는 것처럼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소장한 책을 처분함으로써 집안의 막힌 곳을 뚫어 원활히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읽히지 않을 책들 중심으로 처분한다면 보고 싶은 책을 사들이더라도 흐름이 원활해질 것이다.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장서가들은 책을 모으는 일에 앞서 독서광들로 오랜 시간 독서에 공을 들여왔다.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블로그에 헌책을 사고파는 일을 꾸준히 작성하여 헌책인의 역사를 되짚게 하였다. 트렁크 룸을 빌려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금세 꽉 채워진 트렁크 룸을 보고 책을 처분하게 된 경위를 가늠할 수 있다.

 

   출판사 신간 서적을 공급받아 읽고 표현하는 활동을 지속하며 종이책을 읽는 묘미에 젖어 지낸다. 서평단에 응모하여 당첨되어 배달되는 책들이 도열하고 탐나는 책들을 구매하다 보면 어느 새 거실의 책장은 빈틈이 없고 곳곳에 책이 쌓이는 일은 명약관화해지고 만다. 시노다 하메지가 말하는 ‘5백 권의 가치를 새기며 숙독한 책은 나눔을 통해 여럿이 공유하는 활동으로 연계함으로써 장서를 줄여가는 일을 미뤄서는 안 될 듯하다.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 올바른 독서가라고 칭할 수 있다며 필요할 때마다 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00~600권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장서의 괴로움에 신음하기보다는 장서를 적절히 처분함으로써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책을 꺼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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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주세요!

   2014년도 달력이 두 장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불어오는 바람은 스산함을 더한다.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나서부터 속력이 붙기 시작한 일련의 일들은 거침 없이 흘러 가버린다.

속절 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들어 맬 수 없는 지금 오지 않은 미래 당겨 걱정하지 말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생활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 연소하는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10대의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즐거움과 기쁨, 고달픔과 안타까움을 함께 나누는 생활에

변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응모한 학급 문집 만들기 이벤트에 당첨되어 문집 갈무리로

바쁜 시간을보냈다.

시 패러디, 수필, 여행기, 독후감, 그림, 웹툰, 편지 등 다양한 글을 정리하며

아이들의 생각에 좀 더 가까이 다기설 수 있었다.

여학생들만의 끼와 재능을 보여 준 이번 문집은 여느 때와는 달리 질적으로 향상된

모습을 보이리라 기대해 본다.

바쁜 와중에도 알라딘 수필 평가단으로 활동한 게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가식적이지 않은 솔직 담백함으로 감동을 주는 작가들의 글은 지나 온 삶을 돌아보며

현재적 삶에 충실해야 할 당위성을 부여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 또 다른 삶의 의미를 발견하여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여행을 좋아한다. 언젠가는 여행자로 미답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 서서 또 다른 꿈을 꾸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가슴 뛰는 일상을 살아가는 일은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며 또 다른 길을 걸어가는

훈련 속에 가능할 것이다.

언젠가 보았던 테마 기행에서 영국인 할머니가 인도 께랄라 지방을 여행하는 풍경을 보고

나 역시 그렇게 나이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여겼던 적이 있다. 14기 평가단 활동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부추기는 긍정적인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한 달에 두 권식 만난 책들 중에 좋았던 책들로는 정유정 작가의 <<희말라야 환상방황>>,

<<헤세의 여행>>, 정여울 작가의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으로 여행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글들이 최고였다.

 

 

다음으로는 <<사라진 꿈들 되살아나는 꿈들>>을 통해 아련한 기억 속 향수를 불러내

잊고 지낸 시절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어 좋았고, <<마술 라디오>>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프로그램 운영 중 느낀 일화에서부터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을 담아내 잔잔한

정을 회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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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4-10-2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여행>은 교류가 많지 않았던 출판사라 조심스레 제안했었는데 자성지님이 즐겁게 읽으셨다니, 진행한 보람이 있네요! ^^ 좋은 활동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계절 보내세요~
 
[꿈꾸는 하와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꾸는 하와이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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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발트빛 바다에 부서지는 파도가 포말을 이루다 사라지는 해변에 서있는 야자수 아래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하와이다. 와이키키 해변을 거닐고 싶은 바람만 키웠지 정작 그곳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지냈는데 한 소설가가 쓴 짧은 여행기는 또 다른 꿈을 꾸게 한다. 지상의 낙원꿈의 휴양지로 불리는 하와이로 여행을 떠난 저자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현지 문화를 경험하면서 마음의 짐을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시작했으리라.

 

  여행은 머리로 재고 생각하기보다는 가슴의 울림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느끼는 가운데 새롭게 자아를 발견하는 감성적인 활동이다. 여행 중 현지에서 손과 팔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잔걸음으로 허리 부위를 빠르게 떠는 훌라를 배우면서 춤 실력은 잘 늘지 않았지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달팽이처럼 훌라 실력이 늘어날 것이라 낙관하는 저자를 보면서 현지 문화를 즐기는 여행자를 떠올려 본다. 자연 보호 구역에서 자라는 물고기들은 크게 자라 자연의 재생력을 가늠케 할 정도라니 자연 보존에 대한 정성을 더하는 하와이 천혜의 비경을 만끽하고 싶은 순간이다. 국립공원 내에 있어 유료 입장인 하나우마베이 해변은 만져서는 안 될 조항들이 많았지만 입장하여 구경하는 대신 지킬 것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장기적인 안목이 내규에 깃들어 있었다.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넉넉하게 품어주는 엄마 같은 공간이 있다면 힘들고 지칠 때 심신을 달래기에 그만일 것이다. 저자에게 하와이는 일상을 벗어나 지상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즐비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개연성 있는 허구 세계를 그려 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책상 앞에 앉아 긴장하며 지냈던 일상에서 비껴나 오감으로 느끼며 즐기는 여행은 또 다른 감흥을 전하며 피부 깊숙이 들어와 호흡하게 만들었다. 소년시절의 에너지는 또렷한 그리움으로 각인되어 일렁이는 파도에 마음을 싣고 마우이의 하나의 물결 따라 움직이는 듯한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지금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며 생경한 생활에 눈을 뜨고 그 시간 속으로 몰입하는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요동을 친다.

 

   어디를 봐도 광활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와이는 하늘과 바다 빛깔이 닮아 싱그러움을 더한다. 만나는 이들 역시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취미를 즐기는 생활로 각기 다른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느끼는 정서는 논리로 무장하기보다는 농밀한 감성으로 살아나 한 사람의 마음을 이끈다. 쿰 훌라 샌디의 할라우에 들어가 취재를 하였던 하와이를 다시 찾았을 때는 아이를 잉태하였고, 그 후 친구인 지호가 그곳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저자의 삶 깊숙이 하와이는 자리하였다. 몇 차례 하와이를 찾을 때마다 예전에 갔던 곳을 피하여 다른 방법으로 현지를 밟으며 다양한 인생의 흔적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다채로운 정서를 담을 수 있었다.

 

   깎아지른 경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하와이 최남단에 위치한 사우스포인트는 끝이 배태하는 고요함에 짓눌려 있다가도 이내 시끌벅적한 인간 세상을 그리워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며 사람들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일상이 그리울 때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투숙한 호텔에서 겪을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은 여행의 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지만 종업원의 불친절한 행동에 휘둘리기보다는 낙원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기분을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해 좁아지는 길로 방향을 틀기보다는 너그러운 포용력으로 세상을 보듬고 살아간다면 꿈의 공간 하와이의 창망한 바다가 주는 넉넉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곳에서 훌라를 배우며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여행을 꿈꾼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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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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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처럼 비가 촐촐히 내리고 간간이 바람이 불어 스산함이 밀려들 때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고 싶은 열망이 강해진다. 한 달 남짓 네팔로 단체 배낭여행을 함께 떠났던 카페에서는 다음 여행 일정을 올리며 마음 내어 인도로 가보자고 손짓한다. 올해는 영혼과 마음의 도시 델리로 들어가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와 힌두교 인들의 성소로 알려진 바라나시, 사르나트, 코치, 마이소르 등을 돌아 첸나이에서 귀국하는 한 달 일정으로 예정돼 있어 가슴이 요동을 쳤다.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갈수록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강렬해지는 만큼 보충수업만 빠질 수 있다면 용기를 내어 떠날 수 있을 텐데 가고 싶은 생각에 마음만 앞선다.

 

   ‘심장이 느긋하게 뛰는 사람만이 앉아서 쉴 수 있으리라. 그러나 방랑자는 번번이 기대가 빗나가도 여행의 수고와 고난을 견뎌낸다. 방랑의 온갖 고통스러움이 고향의 계곡에서 평화를 찾는 것보다 더 편안할지니.’

   헤세가 인도 여행의 서문에 작성한 구절을 보니 규율에 매여 살기보다는 전근대적인 여행 방식으로 세계를 떠도는 방랑자로 살고 싶은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온다. 독서와 그림을 좋아했던 헤세는 서구적인 취향에서 벗어나 동양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커 보였다. 정주하여 은둔자로 살아가기 힘든 이들은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을 병행하면서도 너머 세상을 동경하며 살아갈 때가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생활하던 헤세는 1901년 처음으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 등을 돌아보고 독일의 뉘른베르크를 거쳐 스위스의 작은 마을 테신에서 노후를 보냈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환경에 놓이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에게 여행은 무의미하여 보일 테지만 현지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만나 사회 문화적 상황을 이해하며 여행자로서 인간 미 있는 관계를 맺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여행은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고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정신적인 교류를 행할 때 체득하는 일상으로 의미를 가질 수가 있다. 헤세 역시 정신적인 소통 속에 가치 있는 체험이 가능함을 알아차리고 관계 형성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 갔다. 물량적인 생활을 중시하며 속물적인 근성을 버리지 못한 채 일상을 잇는 생활에서 탈피해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닌 확고한 체험이 가능한 여행을 선호했다. 낯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낯선 현상에 담긴 이면을 꿰뚫기 위한 시선을 모으는 일을 시작으로 체험한 일들을 실천하는 생활로 이을 수 있어야 한다고 헤세는 말하였다.

 

   아시아 여행은 원시림에서 풍기는 강렬한 생명력과 호흡하는 종교 속에 깃든 구도자적인 삶의 자세는 저자의 작품 속에서 재해석되어 창조되었다. 삶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사유하는 가운데 이동하며 계속되었다. 스무 살 청춘과 이별한다는 심정으로 안락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환멸감으로 회한이 들 때면 나만의 방에서 정적을 벗하며 은둔을 즐겼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내적 자아의 부름대로 보덴 호에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할 때마다 조그만 수첩에 메모하면서 체험 욕심이 컸던 자신과 맞닥뜨리며 그 욕구를 충족시켜갔다.

 

   삶에 지친 인간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며 단 며칠이라도 시름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말레이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수상 가옥 도시 팔렘방의 이색적인 풍경은 만조와 간조 때가 상이하여 대별되는 양상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보였지만 현지인들은 이 역시 자연적 질서로 받아들이며 생활하고 있었다. 스리랑카 중부의 도시 캔디에 위치한 사원과 아름다운 삼림을 찾고 싶은 열망이 큰 이유는 오래된 석굴 불교 사원을 참배할 수 있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수정으로 조각된 불상의 매혹적인 모습에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헤세는 무엇보다 현지에서 만나는 인간들의 부딪침에 의미를 두고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인간적인 소통에 적극성을 띨 때 여행은 비로소 체험하는 여행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말은 잘 안 통하여도 몸짓으로 덧칠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인류애를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여행의 묘미를 재발견하며 유목민적 성량을 잠재우지 못한 채 유럽과 아시아를 떠돌며 살았던 작가의 여행 궤적은 또 다른 꿈을 불러일으킨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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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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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보이지 않던 이웃 아줌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살이 빠지고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집에서 주변 정리를 하면서 죽음을 예비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덧없이 소멸하는 삶의 가운데에서 느끼는 불안이 증폭될 때마다 염세주의적 태도는 특정 종교에 매달릴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만큼 니체는 특정 종교와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히는 일은 자기소외이며 스스로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경고하였다.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 확신의 노예에서 벗어나 확신에 굴복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주인으로 삼아 질적인 삶으로 고양하는 일을 예술에서 찾으려고 했다.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들 역시 삶의 예술가가 될 때 생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의 딴짓은 기억 속에 멀어져 가버린 애장품을 떠올리게 한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주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여서인지 다르게 행동하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 딴짓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쉽사리 벗어나기 힘든 일상 속에서 새로운 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즐거움을 줄 때가 있음을 안다. 나이 들어도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기울일 수 있는 취미에 몰입할 수 있다면 소소한 기쁨으로 일상은 충만해질 것이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발품을 팔며 거리로 나서 현지인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시장만한 곳이 없다. 갖가지 볼거리로 이방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시장 풍경은 언제 보아도 신기한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정해진 궤도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에 도전하는 삶은 무모하여 보일지라도 새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토대가 된다. 파리로 공부하러 갔을 때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오기 전 정착 준비를 하느라 감기를 얻었을 때 레몬즙과 오렌지 즙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구를 만나 함께 한 경험은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공상하기를 즐기며 술 한 잔에 망가지기도 하는 비과학적인 행동들이 모여 한 사람의 차별화된 역사를 이뤄내는 듯하다. 과학적인 사고로 객관성과 논리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물리학자가 일상에서 행복하고 낭만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일러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물리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로 물리학 공부를 시작하였다는 저자는 병따개 하나에 담긴 물리적인 원리를 분석하며 자신의 존재 방식을 찾았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지 않은 아르메니아 연구소에서 일하던 시절은 어두웠지만 따스함을 나눴던 일들로 가득했고 이후 그곳의 학생들을 초청해 함께 연구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은 다른 빛깔로 향을 만들어가는 관계에 긴밀함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정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대세를 따라가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없애고 획일화로 몰아넣고 만다. 상처가 난 백색의 도자기를 보고 다른 것과 차별화된 감성을 지닌 물건으로 간주하는 저자의 다른 생각은 볼품없어져 버렸다고 버리는데 급급했던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영혼을 갉아먹는 소리로 일본에서의 공부를 지탱하게 해 준 연필깎이를 선물해 준 이구치 교수의 정을 확인이라도 하듯 연필을 돌려서 깎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아르메니아, 몽골, 일본, 프랑스 등을 찾아 공부하였던 기간에 소장하게 된 물건들의 의미는 추억의 시간을 돌려주는 또 다른 타임머신처럼 여겨진다. 취미 중 하나가 설거지라고 밝히는 저자는 물기를 닦아내는 행주에 대한 단상을 적으며 프랑스에는 행주도 대물림된다니 다소 놀라웠다.

   애정과 관심에 다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점을 살아오면서 절감할 때가 있다. 아르메니아에서 보드카를 마실 때 애용했던 유리잔은 한 번에 술잔을 비워내야 하는 만큼 중량감을 견딜 수 있는 잔으로 마련한 모양이다.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어떤 잔에 술을 따라 마시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은 달라진다. 저자는 자신이 가진 시간과 공간의 종횡 속에 제 빛깔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에 특별함을 준 계기를 알프스 프라리옹에서 찾았다. 사연이 있는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다가도 생활에 무용하다는 점을 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버리지 않고 한곳에 모아두는 것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골동품처럼 되어버린 다관에 녹차를 따라 마시며 25년 전의 시간을 불러내 그 시절 함께 했던 인연들을 불러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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