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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순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너머 세상을 꿈꾸면서 앎의 욕구를 충족하여 가는 길은 고갱이로 가득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며 생활하고 있다. 책을 읽고 표현하기를 즐기다 보니 집안 곳곳에는 책들이 쌓여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지청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책장에 꽂을 공간이 없어 거실 바닥에 담을 높이고 있는 장서들을 보고 얼른 책을 읽고 누군가에게 책을 돌려줘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한다. 1000여 권이 자리하고 있는 거실의 책들을 보고 꽤 많은 양의 책이라고 여겼는데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책제목에 걸맞은 장서가들이 소장하는 책들의 양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 보였다.

 

   젊은 세대들이 독서를 많이 하지 않게 되면서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인성에 문제가 될 소지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2005활자문화진흥법을 도입하여 도서관 확충 계획을 실천하여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에 힘을 쏟는 만큼 책을 모으는 일본인들은 많아 보였다. 원조 오타쿠라 불리 정도로 수집에 열을 올리는 이들 중에는 술과 노름을 하지 않고 책만 사서 모아 수만 권이 넘는 책에 짓눌려 한꺼번에 장서를 처분하였다니 허탈감이 들기도 하였지만 장서가들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늠해볼 수 있었다. 헌책방을 이용하지 않고 자택에서 여는 1인 헌책 시장은 여러 제약을 벗어나 홀로 준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디지털 시대로 이행됨으로써 종이 책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았으나 그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웹 사이트에 접속하며 살아가느라 독서를 등한시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세상에 장서가들의 괴로움은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폭설로 쌓인 눈으로 지붕이 내려앉거나 집의 기둥이 기우는 광경을 본 뉴스의 한 장면이 소장하고 있는 책들의 무게에 기우뚱거리는 집을 보고 걱정하는 집주인의 걱정과 겹쳐진다. 장서가들은 보물 같은 책들을 방출할 때가 가까워졌음을 알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책을 헌책방으로 보냈다. 발 디딜 틈 없이 놓인 책 더미를 피해 다니는 일이 고역처럼 여겨질 때면 책을 버릴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꼭 필요한 책을 숙독함으로써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절감하는 일은 독서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이다. 필요 이상의 덜어내려는 노력은 버림으로써 새로운 미의식을 구축하여 가는 것처럼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소장한 책을 처분함으로써 집안의 막힌 곳을 뚫어 원활히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읽히지 않을 책들 중심으로 처분한다면 보고 싶은 책을 사들이더라도 흐름이 원활해질 것이다.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장서가들은 책을 모으는 일에 앞서 독서광들로 오랜 시간 독서에 공을 들여왔다.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블로그에 헌책을 사고파는 일을 꾸준히 작성하여 헌책인의 역사를 되짚게 하였다. 트렁크 룸을 빌려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금세 꽉 채워진 트렁크 룸을 보고 책을 처분하게 된 경위를 가늠할 수 있다.

 

   출판사 신간 서적을 공급받아 읽고 표현하는 활동을 지속하며 종이책을 읽는 묘미에 젖어 지낸다. 서평단에 응모하여 당첨되어 배달되는 책들이 도열하고 탐나는 책들을 구매하다 보면 어느 새 거실의 책장은 빈틈이 없고 곳곳에 책이 쌓이는 일은 명약관화해지고 만다. 시노다 하메지가 말하는 ‘5백 권의 가치를 새기며 숙독한 책은 나눔을 통해 여럿이 공유하는 활동으로 연계함으로써 장서를 줄여가는 일을 미뤄서는 안 될 듯하다.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 올바른 독서가라고 칭할 수 있다며 필요할 때마다 볼 수 있는 책이 책장에 500~600권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장서의 괴로움에 신음하기보다는 장서를 적절히 처분함으로써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책을 꺼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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