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special 유재석 who? special
김성재 글, 스튜디오 해닮 그림, 김민선 감수 / 다산어린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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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한 이야기보다는 Fun한 이야기를 하라.’

   는 말로 일상 속 웃음거리를 찾아 즐거움을 주려는 개그맨의 꿈이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느님으로 통하는 유재석 씨를 담은 Who시리즈를 보면서 위인들뿐 아니라 한 나라의 영향력 있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궤적을 밟아가는 일이 의미 있어 보인다. 개그맨으로 출발해 방송계를 뒤흔드는 만능 MC로 성장한 그의 현재만을 보고 간과하였던 아동기부터 청년기를 망라하는 글에서 정성을 기울인 과정을 도외시하고 상대를 보는 것은 아닌지 반추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을진대 주어진 무대 위에서 역할 수행에 충실한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하며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2005년 연예대상 이후 9년 만에 KBS에서 대상을 받은 뒤 2014년까지 열두 번의 대상을 받은 유재석은 예능 역사상 수상 기록을 경신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공무원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여러 번 학교를 옮기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하며 지냈던 소심한 성격의 그가 자신감을 회복하며 친화력 있는 청소년으로 자리하기까지 유머 감각은 한몫을 차지하였다. 6학년 때 반장으로 선출된 재석을 위해 그의 어머님은 아들의 교실 청소를 도우며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에 능동적이었지만 재석의 눈에는 마뜩치 않았다. 그 후 엄마가 마음 다쳤을 것이라 여겼던 그는 자신의 철없는 행동을 뉘우치며 일찍 철이 들어 어른스러워졌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생들이 많은 데 비해 유재석은 연예계로 뜻을 굳혔지만 상경 계열로 진학해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다복한 가정을 누리며 살기를 바랐던 부모님 생각은 달랐다. 전국의 고등학교를 돌며 학교 자랑거리와 학생의 생활 모습을 촬영하는 비바 청춘에서 영웅본색의 주인공인 저우룬파를 패러디해서 큰 웃음을 준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부모님 원하는 대로 대학에 지원하였지만 불합격하여 서울 예술 대학교 방송연예학과에 지원해 합격한 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를 꿈꾸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1회 대학 개그제를 통해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하던 그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커서인지 카메라 앞에서 위축되어 실수를 연발할 때가 많았다. 맹연습에 돌입하여 카메라 공포증을 극복하려 애를 썼지만 실수는 잦아들지 않아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카메라 공포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개그맨 동료들은 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의미 잇는 시간을 보내자 군 입대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사유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단련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전역 후 자신의 외양과 비슷한 메뚜기 탈을 쓰고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며 토그 박스에서 재미있는 재담으로 인기를 끌어갔다. 그만의 개인기로 수다를 떠는 일에 발군의 힘을 보였던 그는 이후 다른 방송 프로그램을 맡아 기량을 선보이며 후배 개그맨들이 떨고 있을 때 유머로 긴장감을 풀어주면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무모한 도전을 넘어 무리한 도전이라는 제목을 거쳐 무한도전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유재석은 겸손한 태도로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프로그램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스무 살 시절 아득하기만 하였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였지만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가 되는 길을 접지 않고 한 우물을 깊게 파 한류 열풍을 이근 주역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무명의 긴 시간을 달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초라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노래 말에 담아 실패하고 좌절하던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폈던 그는 승승장구하여 무대 위에서 제몫을 톡톡히 해내어 입지를 다졌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프로그램 계발에도 능동적으로 동참하여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용기를 줄 수 있는 행동으로 음지에서 가려진 일상을 사는 이들을 돕는 일들을 병행하니 모범적인 연예인의 길을 걷고 있어 호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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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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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를 여행하며 사적인 도시라 부를 만한 곳보다는 문명사회 이전의 향수에 빠져 과거로 회귀하는 시간 속 감상에 젖을 때가 있었다. 이와는 달리 번화한 대도시 익명성이 부각되는 뉴욕에서의 생활은 낯선 공간으로만 여겨졌다. 아직껏 가보지 못한 곳이라 동경하는 마음만 가득한 공간으로 세련된 뉴요커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만 생각해 왔다. 상업·금융·무역의 중심지로 세계 경제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대학· 연구소· 박물관· 극장· 영화관세계 금융의 중심지 등 미국 문화의 주류를 선도하는 거대도시에서 생활했던 저자는 자신만의 사적인 도시 뉴욕에서의 일상을 블로그에 담아 두었다가 책으로 선을 보였다.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저자에게 사적인 은유로 기존의 가치들을 뒤집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처럼 비춰졌다. 한 번의 선택으로 붙박이별처럼 시골의 소재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상에 얽매어 살아가는 독자의 눈에 비친 저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미술 공부를 위해 찾은 도시 뉴욕에서 미술관을 관람하며 작품을 감상하고 청탁받은 칼럼 기사를 작성하며 즐기는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았던 경험의 조각들을 맞추며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때, 원하는 대로 움직이며 사유하고 표현하였던 생활이 주는 의미 있는 활동들이 살아난다.

 

   미술 작품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볼 때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규범적인 관람 에 머물러 있어 느낌을 표현하기 힘들 때면 작품을 보는 관점도 새롭게 배워야 함을 알아차린다.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하기 위해 미술을 보는 능력을 키워나가 마음대로 보는 감상으로 치환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다. 자신의 위상을 올리고 나만의 품격을 유지하며 살아갈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예술 작품 관람은 시야를 확장하여 질 높은 삶을 구가하는 일상으로 이끈다. 마티스, 세잔, 고갱, 피카소 등의 작품을 수집하였고 그들을 후원하였던 거트루드 스타인은 입체적인 사물해석과 보는 각도에 따른 물체 그 자체의 탐구를 모티브로 한 큐비즘을 설명할 때 시간성을 화면에 들여놓아 다양성을 추구하였다.

 

   녹음이 짙은 센트럴파크 공원을 거닐며 그늘에 앉아 책을 읽고 여유롭게 지내는 일상을 그려보는 일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드는 것은 구체적인 공간에서 강렬하게 살아보고 싶은 소망의 발로다. 가난과 결핍을 자기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변형시켜 취하여 갈 때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 살아나듯 저자는 있던 것을 빼고 모자람을 즐기며 살아갈 때 흥미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편임을 밝혔다. 지난한 시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뉴욕의 맨해튼 야경의 휘황한 빛을 떠올리며 가보지 못한 곳을 밟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단조로운 잿빛 세상을 넘어 일상을 변주하고 싶을 때 허드슨 강가에 비치는 햇살은 미답의 공간으로 눈길을 돌리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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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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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法頂)스님이 2010311일 오후 151분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55. 세수 78

   매화가 앞 다투어 피어나는 계절 생명의 불은 붙기 시작하여 부풀어 오른 꽃망울은 터지기 시작하여 온 세상을 화사하게 물들이며 춘심을 흔든다. 생명을 발산하는 계절에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법정스님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열반에 드셨다. 처음 비보를 들었을 때는 정신적 기둥이 뽑혀 휘청거리며 오열하는 불제자로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다. 엄격하면서도 냉혹한 계율로 자신을 단련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자비를 행하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회의하는 시간이 많았던 스님은 자기 관리에 지독한 선승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절제된 생활을 이으며 부처님의 계율을 지켰다. 출가에서부터 열반에 들기까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던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법음은 편법이 난무하고 부조리가 횡행하는 시대일수록 부정한 세상을 바로 잡아주는 지침으로 작용할 가르침이다.

   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며 교유하였던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는 산방에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문답식으로 한담을 나눈 내용을 새롭게 묶어 출간하였다. 두 사람은 육신을 갉아먹는 암 투병으로 생존하였을 때에도 죽음이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어 두려웠을 텐데도 현재적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차안에서의 삶을 관조하였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는 인생에서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며 생명에 집착하며 지내는 경우가 허다한데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여기며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스님은 말씀하셨다. 스님이 열반에 드셨다는 소식을 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는 항암 중에도 길상사를 찾아 짧은 문상을 끝내고 샘터 출판사에서 수필을 연재하던 인연으로 시작된 대화는 삶을 어떻게 귀결지어야할지 사유케 한다.

 

   산수유가 피어나는 춘삼월 호시절에 고향 친구들과 함께 구레 산수유 마을로 놀이를 떠난 날 차에서 내리고 오를 때만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라는 소리가 습관처럼 터져 나와 마음만큼 몸이 따라 주지 않는 나이라는 신호를 받은 셈이다. 나이 듦은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정체되어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무사안일로 흐를 수 있음을 경계하여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물음에 답하며 지낼 수 있어야 맑은 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것처럼 노화와 더불어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며 허투루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외로움에 지쳐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먹는 친구 중에는 외로움에 갇혀 헤어나지 못한 채 칩거하며 지낸다. 자기 침체를 벗어나려는 생각보다는 자신만의 벽을 둘러놓고 그 벽을 넘어서지 않으려 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벽을 허물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다. 스쳐가는 바람처럼 외로움 역시 일상의 소소함을 일깨워주는 명징한 유형물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불행한 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당뇨를 앓던 최 작가 역시 산을 오르며 혈당을 관리한 덕분에 근력이 붙어 활기 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니 불가피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산술적인 잣대를 대고 손해 보지 않는 거래를 성사하는 일로 결혼을 생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맹점을 비판하며 애착 없이 서로에게 아낌없이 잘해주는 사랑의 숭고한 가치를 넌지시 알려준다. 생김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유기체가 타인이 정해놓은 규범을 따르며 동일한 스펙을 쌓으며 개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나만의 능력과 빛깔로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 절실하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맥을 추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문명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여 인간적인 면모를 잃어가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살 필요가 있을진대 필요 이상의 것을 취하며 더 갖지 못해 안달하는 자본주의의 우울한 폐해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주인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실수하게 되더라도 흔들림이 많은 시대에 중심을 바로 세우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속력을 내며 달리느라 챙기지 못하였던 마음을 헤아리며 거짓 없는 태도로 조금은 더디 가더라도 여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남을 바꾸려 들기보다는 스스로 변화의 물꼬를 틔워갈 때 질적인 성장을 담보로 하는 내적인 성숙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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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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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봄 제주도 올레 길을 걸으며 파도에 부서지는 포말을 말없이 바라보며 유한한 인생도 어느 순간 스러져 자연으로 순환하리라는 생각에 미치자 외로움이 더한다.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해안선을 따라 걷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할 수 있는 일들은 줄어듦을 알아차리게 된다. 거문도 섬에서 나고 자라 작가를 직업으로 삼아 뱃사람이라면 으레 행할 일련의 일들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이로 바다를 배경으로 질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인심 좋은 작가가 건네는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며 일상의 일을 전하며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일상이 융해되어 있다.

  

  섬을 여행하다 보면 육지에서 보던 풍광과는 다른 고독이 묻어난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거세게 내리면 한정된 공간에 고립되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독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며 사는 이들이다. 변방의 섬과 겨울 바다의 강요로 배가 묶일 때는 하는 일 없이 술과 더 친해지는 풍경이 되풀이 된다. 갈치 배를 타던 형의 푸념은 어획량보다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것뿐 아니라 나이 들어가면서 험한 뱃일을 계속 할 수 있을는지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니 글을 읽는 동안에도 어부의 헛헛한 마음에 짠해졌다.

   

   바람이 바뀌고 찾아오는 어종에 따라 변하는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사는 이들은 바다의 주기를 시간으로 삼아 움직인다. 작가가 거문도로 들어와 살기까지 생업뿐 아니라 활동 영역을 확장해 생활해 온 터전인 여수, 부산, 서울 등에서 경험한 일은 창작의 질료로 쓰여 행간과 줄글 사이에 녹아 있다.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에 작가는 이들과 가까이에서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가운데 만난 사람들이 소개된다. 속인의 눈으로는 특별할 게 없는 생활인들이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띠는 독특함으로 살아났다.

 

   자신과 인연을 맺고 사는 이들에 대한 애정은 삶을 관조하며 쓴 글 곳곳에서 묻어난다. 가까이 지낸 생활인들부터 문단의 거목들과 교유하고 소통하는 현장을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담아 평범함이 변주한 또 다른 삶의 진수를 보여준다. 음식 솜씨가 좋은 방이 이모가 고향으로 돌아와 식당을 열고 주린 돈벌이보다는 배고픈 이들의 배를 채워줌으로써 가출한 아들이 어디에서든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모정은 선업을 쌓게 하였다.

  ‘기다리면 올 것은 온다.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뿐이다.’

  진정성은 감동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일깨워주기라도 하는 듯 그 아들은 한식 조리사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개척해보고 싶었다고 말하였다니 부모 의존형인 청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술과 낚시를 좋아하던 방이 이모부와의 소통은 일상 속 의미를 찾아가는 즐김으로 섬 생활에 윤기를 더하였다

   

   결핍을 견디며 사는 법을 터득한 이들은 필요 이상을 소비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음을 안다. 권력의 중심 과잉된 욕망의 도시와는 떨어져 지내지만 더딘 변화를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온 항구 주변에 깃들어 사는 이들의 삶은 질박한 사람들의 실재하는 풍경으로 꿈틀거렸다. 끝도 모를 수평선을 말없이 바라보며 침묵을 견디고 거대한 파도와 강풍을 감내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고립할 수 있는 근간이 있어야 섬에서의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익명의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섬에 왔다가 며칠을 보내다 밀려드는 고독을 달랠 길이 없어 도심으로 회귀하는 이들이 흔하다. 섬으로 들어왔다 섬을 떠나는 사람, 평생 섬을 지키며 사는 사람, 욕망을 찾아 도시로 나갔다가 섬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의 일상성이 갖는 비문학적 삶 하나하나가 문학을 키우는 질료라는 말에 공감하며 경험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욕 안 듣고 살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던 중 예술가를 떠올렸던 작가는 그 중에서도 타자를 이해하고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서술하는 소설가를 생각하고는 좋고 감동적인 것을 잘 쓰면 되겠다고 토로했다. 글 쓰는 기교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궁리하며 시선을 주변인들에게 돌렸는지도 모른다. 가난과 추위가 시인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유용주는 시로써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것을 넘어 상처 입고 살아가는 영혼들을 구원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물질적인 산술적 잣대를 대지 않는 교원대 졸업생을 아내로 맞은 시인의 지난한 삶은 신산함을 넘어선다. 무력감에 젖은 청년에게 관촌 수필로 살아갈 힘을 줘 힘들 때마다 꺼내어 읽는다는 조문객의 일화는 누군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밖에도 문단에서 교유하며 살아가는 이들과의 인연은 숨겨진 시간 속에 녹아 빛을 발하였다. 여전히 저자는 거문도에서 글을 쓰고 틈틈이 낚시를 하여 회를 떠 술을 곁들이다 충동적인 섬 여행에 동참하는 이들을 반기며 그들의 이야기에 길을 기울이며 지낼 것이다.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빈 자리에는 바람이 불어 그들의 영혼을 불러내고 침묵 속에 느리게 움직이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며 사는 곳 한 바퀴를 돌며 걸어가는 작가의 뒷모습은 고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야 할 섬사람들의 숙명이 더께처럼 어깨에 내려앉아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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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얼떨결에 시작한 평가단 활동의 연임으로 15기 평가단으로 활동하는 영예를 안았다.

5월의 봄은 실종된 지 오래라 여름의 더위는 성큼 다가서 엄습한다.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갈수록 인내심이 고갈된 아이들이

많아지는 듯해 아쉬움이 더할 때가 있다.

세태가 변하였는데 전통적인 수법으로 더위를 식히려는 생각에 젖어 지내는

경직된 사고로 기운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위해 일상의 리듬을 찾아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일이 필요한 때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 줄 에세이들로

6월 신간 평가단 추천 도서를 뽑아본다.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 잡고 뒷산 등성이를 타고 오르며 무명의 어둠을 밝히려는 할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적이 있다. 함께 살던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세월에 공양미 이고 가서 참배할 부처님마저 안 계셨다면 할머니는 가슴의 응어리를 숙명처럼 안고 살았을 것이다. 자식을 교통사고로 잃은 박완서 작가는 그 일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며 그저 감내할 뿐이라고 말하였다.

계율을 지키며 사는 게 맞지만 절에 안 나오면 지옥 간다는 말로 옥죄지 않고 마음이 고달플 때 사찰 대웅전 좌복에 앉아 참선하고 108배 수행하는 일로 위로를 얻을 때가 많다. 

번뇌 망상을 넘어 삼독심을 버리고 살아가려는 움직임에 마음 속 등불은 환해진다.

 

 

 

 

 

청빈한 생활과 검약함을 선택하여 살다가신 두 분의 편지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교육자로 아동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며 오염된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일게 열정적이었던 이오덕 선생님과 강아지똥으로 더 유명한 종지기 권정생 선생님은 내면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질병의 고통을 끊고 지내는 천상에서 잘 계시는지요?

 

 

 

 

예술가 헤세는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며 누구보다 성장을 위한 고뇌를 담은 작품들을 남겼다. 한 세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신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며 따뜻한 감성을 지닌 노년으로 살다가고 싶은 마음에 헤세의 작품은 미처 알지 못한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소설가 손홍규가 지난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손홍규의 로그인〉을 묶은 산문집이다. 당시에 썼던 180여 편의 글 중에서 138편을 가려 엮었다.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우직하고 따뜻한 애정,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진실한 주장을 담은 글이라니 궁금증이 더한다. 편견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청춘의 핵심적 태도인 열정과 도전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그녀의

삶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설렘을 준다.

전문계 고교에서 처음으로 독서 골든벨을 울린 여학생이란 이력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독서욕에 대한 갈망이 집약되어서이다.

자기애를 넘어 인류애로 확장해 나간 그녀의 사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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