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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法頂)스님이 2010년 3월 11일 오후 1시 51분께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랍
55세.
세수
78세’
매화가 앞 다투어 피어나는 계절
생명의 불은 붙기 시작하여 부풀어 오른 꽃망울은 터지기 시작하여 온 세상을 화사하게 물들이며 춘심을 흔든다.
생명을 발산하는
계절에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법정스님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열반에 드셨다.
처음 비보를 들었을
때는 정신적 기둥이 뽑혀 휘청거리며 오열하는 불제자로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다.
엄격하면서도 냉혹한
계율로 자신을 단련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자비를 행하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닌지 회의하는 시간이 많았던 스님은 자기 관리에 지독한
선승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절제된 생활을 이으며 부처님의 계율을 지켰다.
출가에서부터 열반에
들기까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던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법음은 편법이 난무하고 부조리가 횡행하는 시대일수록 부정한 세상을 바로 잡아주는 지침으로
작용할 가르침이다.
문학을 매개로 소통하며 교유하였던
법정 스님과 최인호 작가는 산방에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문답식으로 한담을 나눈 내용을 새롭게 묶어 출간하였다.
두 사람은 육신을
갉아먹는 암 투병으로 생존하였을 때에도 죽음이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어 두려웠을 텐데도 현재적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차안에서의 삶을
관조하였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하여 가고 있는 인생에서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며 생명에 집착하며 지내는 경우가 허다한데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여기며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스님은 말씀하셨다.
스님이 열반에
드셨다는 소식을 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는 항암 중에도 길상사를 찾아 짧은 문상을 끝내고 샘터 출판사에서 수필을 연재하던 인연으로 시작된
대화는 삶을 어떻게 귀결지어야할지 사유케 한다.
산수유가 피어나는 춘삼월 호시절에
고향 친구들과 함께 구레 산수유 마을로 놀이를 떠난 날 차에서 내리고 오를 때만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라는 소리가 습관처럼 터져 나와
마음만큼 몸이 따라 주지 않는 나이라는 신호를 받은 셈이다.
나이 듦은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정체되어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무사안일로 흐를 수 있음을 경계하여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물음에 답하며 지낼 수 있어야 맑은
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
꽃이 피었다 지는
것처럼 노화와 더불어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며 허투루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외로움에 지쳐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먹는 친구 중에는 외로움에 갇혀 헤어나지 못한 채 칩거하며 지낸다.
자기 침체를
벗어나려는 생각보다는 자신만의 벽을 둘러놓고 그 벽을 넘어서지 않으려 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벽을 허물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다.
스쳐가는 바람처럼
외로움 역시 일상의 소소함을 일깨워주는 명징한 유형물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불행한 일도 행복해질 수 있다.
당뇨를 앓던 최
작가 역시 산을 오르며 혈당을 관리한 덕분에 근력이 붙어 활기 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니 불가피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산술적인 잣대를
대고 손해 보지 않는 거래를 성사하는 일로 결혼을 생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맹점을 비판하며 애착 없이 서로에게 아낌없이 잘해주는 사랑의 숭고한
가치를 넌지시 알려준다.
생김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유기체가 타인이 정해놓은 규범을 따르며 동일한 스펙을 쌓으며 개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나만의 능력과 빛깔로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
절실하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맥을 추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문명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여 인간적인 면모를 잃어가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살 필요가 있을진대 필요 이상의 것을 취하며 더 갖지 못해 안달하는 자본주의의 우울한 폐해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주인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실수하게 되더라도 흔들림이 많은 시대에 중심을 바로 세우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속력을 내며
달리느라 챙기지 못하였던 마음을 헤아리며 거짓 없는 태도로 조금은 더디 가더라도 여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남을 바꾸려
들기보다는 스스로 변화의 물꼬를 틔워갈 때 질적인 성장을 담보로 하는 내적인 성숙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