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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즈 ㅣ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엄청나다고 하면 기대감을 너무 높여놓는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대단한 신성을 발견했다는 말밖에는 못하겠습니다. '블레이크
크라우치'라는 이작가 굉장합니다.
무언가 매너리즘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지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최근에 나오는 소설들은 장르의 울타리를 파괴하고 참신한
컨셉으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표방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딱히 특별할것은 없지만, <파인즈>는 그 울타리를
파괴하는 정도가 딱 좋습니다. 난잡하지 않고, 위화감 느끼지 않을만큼만 자연스럽게 장르를 넘나듭니다.
<파인즈>라는 제목은 미국 아이다호주에 있는 벽촌, 웨이워드 파인즈라는 소나무숲과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의 이름입니다. 이야기는
그런 파인즈 마을에서 한 남자가 의식을 되찾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인지 전신에 통증을 느끼는데다가 지갑은 물론이고
휴대폰마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시 의식을 잃고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습니다. 어딘가 기분나쁜 간호사. 이곳에서 남자는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는 비밀정보기관의 요원으로
행방불명된 동료를 찾아 이 마을에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료는 위조통화 사건과 관련해 이곳에 사는 억만장자를 수사하러 왔다가 실종된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병원을 빠져나오지만 사람들은 비협조적이고 정보기관과도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몇일동안 외부와 접촉이 되지 않자 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 아니면 이 마을이 이상한가.
마을을 헤매던 중 남자는 자신이 찾던 동료를 발견합니다. 한때 파트너로서 깊은 사이였던 적도 있는 여성요원입니다. 그런데 삼십대 중반의
나이인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과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이 그를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맑게 개인 푸른 하늘, 새소리, 소나무숲,
완벽하게 아름다운 마을을 벽과 같이 둘러싼 첩첩 산중으로부터 정체를 알수 없는 공포가 전해져오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이 마을은 무언가? 기묘한 사건의 수수께끼는? 과연 이 곳에서 빠져 나갈 수가 있는가?
분명히 기묘한 마을이지만, 전장에서의 트라우마를 안고있는 남자도 무언가 이상합니다. 마을과 남자, 어느 쪽이 이상한가 하는 그런
전개입니다. 이부분이 실로 신비스럽게 읽힙니다. 남자가 이 지옥으로부터 빠져나가려고 고생하는 과정은 일면 '스티븐 킹'을 연상하게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공포소설 독자에게도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로 충만하고, 게다가 확실히 예측하기 힘든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말은 앞으로 이책을 읽을 생각이 있다면 실수로라도 미리 알아서는 안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영상미까지 느껴지는 이 소설은 이미 드라마로 제작중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감독은 무려 <식스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그러고 보니 정말로 나이트 샤말란 작품의 분위기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웨이워드 파인즈의 이야기는 <파인즈> 한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트릴로지라고 합니다. 이미 발매된 시리즈 2탄의
경우는 더 평이 좋은 듯 합니다. 기대되네요. 이런 소설에 굶주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