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하고 있습니까 - 연애, 결혼, 섹스에 관한 독설과 유머의 촌철살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기타노 다케시가 비토 다케시 시절에 썼던 남녀관계에 대한 고찰이랄까, 조언이랄까, 여하튼 잔소리를 모아놓은 책입니다.

다케시의 이미지처럼 어설프게 점잔빼지 않은 직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대체로 독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다재다능함 만큼이나 불쾌감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경청하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독설이라고는 해도 때때로 감탄할 만큼 통찰력있는 생각들을 엿보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결코 거부감은 들지 않습니다.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다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포용력있는 입담입니다.

 

시작부터, "순수한 사랑 어쩌고 저쩌고 하는 여자들은 대두분 못생긴게 아닐까? 요컨데 남자들이 좀처럼 건드리지 않는 여자들인 것이다. 남자들이 자신에게 작업을 걸지 않으니 순수한 사랑론을 내세워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려는 속셈이다." 라고 말하더니, 결혼은 해서 좋을게 없다던가, 집에 안들어 가는 쪽이 부부관계가 좋다던가 남자는 육아에 관여하기 보다는 밖으로 나가라는 등 자신만의 남녀론, 결혼관 연예관을 눈치보지 않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면도 보이지만 의외로 그 리얼함이나 이면에 숨은 이유에 설득당할때가 많습니다. 우선 자신만의 논리를 강요하거나 어수선하지 않아서 알아듣기 쉽습니다. 궤변론이나 조금 이상야릇한 부분은 간혹 있어도 어쨌든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이정도로 자기 만족적인 데다가 남존여비 사상이 드러나는 제멋대로인 생각을 가감없이 표하면서도 기분 좋고 사랑받는 존재. 전에는 일본에서의 기타노 다케시라는 사람의 위상에 대해 의아할때도 있었지만, 틀림없이 그에게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솔직하게 말을 한다는 것이 느껴질때, 자신의 기호나 생각과는 맞지 않더라도 '음 그럴수 있겠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는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무엇보다도 이사람은 가식적이지 않다, 진심이 느껴진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기타노 다케시의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맥락 없이 다케시 혼자 말하는것들을 주제별로 모아놓은 듯한 구성이지만 다 읽고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랄까 그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룰에 대해 매력을 느낍니다. 남자라면 고개를 끄덕이고 여자라면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를 내용들이 가득합니다만, 어쨌든 재미있습니다. 때로는 독설도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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