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평점 :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김연수 작가님의 책을 몇권 읽지는 않았지만 읽을때마다 따뜻함을 느꼈는데 내가 최근에 읽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라는 단편집에서도 작가님의 따뜻함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제목부터 회상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수록된 작품 모두 어린시절과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 들이었다.
모든 작품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자전적 이야기가 확실한 <뉴욕제과점>이었다. 올해 내가 읽은 단편중 이 단편보다 인상깊은 단편을 찾아내라고 한다면, 글쎄, 아마 없을것 같다.
줄거리는 등단해서 이제 작가라는 명함을 가진 김연수 작가님이 지금은 없어진 ‘뉴욕제과점‘ 아들이었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제과점 아들로 살아가면서 받았을 부러움, 하지만 실제로는 빵을 마음껏 먹지 못했던 사실들, 아픈 어머니 대신 팥빙수를 만들었던 일, 그리고 뉴욕제과점이 이제는 사라지고 국밥집으로 바꼈다는 이야기까지 누구나 경험해봤을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을 감성적으로 그리고 있다. 게다가 이야기 속 문장들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은 대단히 묵직하다. 자전적 소설이어서 더 진실되게 다가왔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삶에서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사실을, 그저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게 됐다.˝] P.104(뉴욕제과점)
나에게도 작가님처럼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다. 생겨나는걸 보진 못했지만 사라지는건 봤던 것들, 나만의 추억의 장소들, 더이상 현실에는 없는 것들, 다시는 만나기 힘든 사람들. 어느덧 새로 얻어지는 것보다는 사라지는 것이 많은 나이가 되다보니 기대보다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왜 영원할거라 생각했는지, 왜 영원할 수는 없는건지, 왜 소중한건 더 빨리 사라지는 건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 작품에서 독자에게 이야기한다,다 그런거라고,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많은 불빛(추억)보다는 조금만 있으면 된다고,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은 내 안에 존재한다고,어차피 인생은 그런게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오늘도 찬찬히 내가 간직하고 있는 불빛들을 하나씩 꺼내봐야겠다. 그리고 ‘아니겠냐‘와 ‘아니겠느냐‘의 차이도 생각해봐야겠다.
Ps. 이 책을 읽고 나서 얼마후에 전람회의 서동욱님이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타계 했다는 뉴스를 봤다.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오랜 친구가 떠난것 같은 공허함을 느꼈었다. 전람회 1집때부터 앨범도 사고 좋아했었다. 그가 부른 <마중가던길>, 듀엣으로 불렀던 <그대가 너무 많은>, <떠나보내다>, 그가 작사한 <하늘높이>. 다시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시절의 불빛들을 떠올려봤다. 부디 다른 세상에서는 아픔없이 행복하시기를 바래본다. 그동안 아주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