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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과 공터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624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0월
평점 :
'쏟아지는 비를 피해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칠월의 소년은 이제, 몇개의 알약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우리가 하는 일이 뼛속으로 길을 내는 것임을, 슬퍼서 숨을 때는 빗속에 숨는 다는 것을, 이별하는 것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은 시월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허연은 슬픈 사람이다. 뭐가 그리 슬픈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너무 슬픈 사람이다. '슬픔'에 관한 시에서라면 허연은 휴전선 이남으로 슬픈 시를 가장 잘 쓰는 시인이다. 앞으로도 시인이 내내 슬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