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윌리 캐더~! 실망한적이 없었다. <나의 안토니아> 급이었다~!!
플랫강 유역에 있는 작은 마을 해버퍼드에서는 여전히 루시 게이하트 이야기를 한다. 분명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아니다. 생은 계속되고 우리는 눈앞의 일상을 살아내야 하니까. 하지만 루시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면 다들 낯빛이나 목소리가 은근히 밝아지며 허물없는 눈동자로 넌지시 말한다. ‘그래, 너도 기억하지?‘ 부단히 움직이는 자그마한 루시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 P9
해버퍼드에서는 좀처럼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 이제 사라진 과거의 자신처럼 느끼고 행동하려 애써야만 했다. 아이들이 내심 동심을 잃었는데도 어른들 보기 좋으라고 유치한 놀이를 계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P32
어면 사람들은 신변과 재산에 일어난 변화로 인생이 바뀌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운명이란 감정과 생각에 일어난 변화였다. 그뿐이었다. - P38
"있지요, 이 작은 빨간색 깃털이 길 위로 동동 떠내려오는모습을 보면 참 좋더라고 부러 찾아본답니다. 안 보이면 정말이지 실망스러울 거예요. 루시는 추운 거리를 걷는 게 이 세상 최고의 기쁨인 것 같은 얼굴이던데. 어느 책에선가 몽테뉴가 그랬지, 앳된 청춘기에는 생의 기쁨이 발에 있다고. 루시를 보고 있으면 그 구절이 생각나요, 루시, 잊고 살있는데." - P57
두 사람은 어두침침하고 비좁은 현관에서 외투와 지팡이에 둘러싸인 채로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서 있었다. 루시는 자기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내주는 기분이었다. 더는 숨길 것이 없었다. 서배스천의 부드럽고 깊은 호흡 속으로 오롯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루시의 소심, 불안, 혼란은 전부 흩어졌다. 무언가 아름답고 고요한 것이 서배스천의 마음에서 루시의 마음으로 흘러들었다. 지혜와 슬품이었다. 루시의 비밀을 알아천 서배스천이 보답으로 자신의 비밀을, 자신이 삶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이제 그 누구도 서배스천과 삶을 나눌 수 없을 것이다. - P94
하지만 그에게는 인간이 오래도록 품어온 아름다운 꿈을 향한 맑은 믿음이 있었다. 그것을 루시에게 가르쳐주고 루시와 나눌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 없이 함께 음악실로 들어섰다. - P95
결국 사람은 자기 분수를 넘어설 수 없었다. 운이 좋으면 까치발을 하고 신선한 공기를 조금이나마 호흡할 수 있겠지만, 다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로, 아래로, 지상으로. 처음부터 도약하지 못했던 삶보다 더 끔찍했다. - P126
그의 앞에 펼쳐진 미래에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이 젊음과 헌신이 전과 같지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지금 그의 가슴에 맞닿아 있는 감정은 오직 오늘 밤에만 유효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두사람의 작별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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