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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 - 사라진 알베르틴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N22144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이별의 날은 와야한다."
재회할 가능성 1%와 0%의 차이가 이런걸까? 다시는 볼수 없다는 이유가 애틋함을, 추억을, 사랑을 더 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11권에서는 마르셀의 과도한 집착과 의심이 결국 알베르틴을 떠나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점점 식어가는 마음을 느낀 마르셀은 차라리 헤어지길 바라지만, 또 반대로 집착은 커져만 간다. 헤어지고 싶으면서도 헤에지긴 싫어하는 알수 없는 마음.
[지금까지 나는 습관이 우리 지각의 독창성과 의식마저 제거하고 무로 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습관을 우리에게 고정된 무시무시한 신으로 간주했고, 그 무의미한 얼굴이 그토록 우리 마음속 깊숙이 박혀 있어서, 만일 우리가 거기서 떨어져 나가거나 멀어지기라도 하면 여태껏 거의 알아볼 수 없던 그 신은 어느 누구보다 무서운 고통을 야기하고, 그리하여 죽음만큼이나 잔인한 존재가 된다.] P.17
마르셀은 어떻게든 떠나간 알베르틴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게 되고,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그는 알베르틴에게 계속 솔직하지 못했다. 애써 돌려서 표현하고, 물질을 앞세우며, 질투를 유발하고, 그녀의 마음을 떠보기만 한다. 꼭 그렇게 사랑 앞에서 자존심을 세웠어야 했을까?
[우리 감각 세계의 건물을 떠받치는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며, 믿음이 없으면 건물은 흔들린다. 우리는 바로 이 믿음이 사람들의 가치와 무용성을 결정하며 또 그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열광이나 권태의 감정을 결정하는 걸 보아 왔다.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않아 끝나리라고 확신하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하찮아 보이기 때문에, 또는 슬픔이 돌연 커져서 한 존재를 우리의 목숨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로 만들기 때문에 믿음은 슬픔을 견디게 한다. ] P.57
마르셀의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결국 알베르틴은 마음을 돌리고, 그에게 다시 돌아갈 결심을 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이젠 돌아갈 가망이 없어진다. 완벽하고 갑작스러운 상실. 더이상 알베르틴은 없었다.
알베르틴을 떠나보낸 것도, 알베르틴을 상실한 것도 모두 마르셀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마르셀의 사랑은 예전보다 더 커져만 간다.
[한 존재가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형태를 갖추고 시간이란 틀에 복종해야 한다. 연속적인 순간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존재는 한 번에 한 모습밖에 보여 주지 않으며, 그 모습에 대해서도 단 하나의 사진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오로지 순간들의 집합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에게 그것은 큰 약점이지만, 또한 큰 힘이기도 하다. 존재는 기억의 영역에 속하며, 또 어느 한순간의 기억은 그 후 일어난 일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때 그 기억이 기록한 순간은, 그리고 그 순간과 더불어 드러난 존재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여전히 지속된다. 그리고 그런 파편화는 다만 죽은 이를 살아나게 할 뿐만 아니라 죽은 이를 무한대로 증식한다.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망각해야 했던 것은 한 명의 알베르틴이 아니라 무한한 알베르틴이었다. 알베르틴을 잃은 슬픔이 견딜 만한 상태에 이르자, 나는 다른 알베르틴, 다른 수백 명의 알베르틴과 더불어 같은 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P.110
왜 우리는 항상 떠나 보내고 난 후에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알게되는 걸까? 왜 항상 후회하게 되는 걸까?
[다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고장에서, 그곳에 갈 때 이미 통과했던 역의 이름과 모습을 모두 알아보게 하는 같은 노선의 기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를 때면, 그래서 한순간 기차가 그런 역 중 하나에 멈출 때면, 우리가 방금 떠난 장소를 향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기차가 다시 출발하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이런 환상은 이내 사라지지만, 그러나 한순간 우리는 떠난 장소를 향해 다시 실려 간다고 느꼈으며, 바로 이것이 추억의 잔인함이다.] P.24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부터 10권 까지의 긴 여정은 11권 <사라진 알베르틴>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였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마르셀의 상실감이 그대로 와닿았다. 마르셀은 과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Ps. 잃시찾 11권만 따로 읽어도 괜찮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