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 1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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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10

"내 삶의 불꽃이 마르고 부패되어 숨 막혀 죽기보다는 차라리 찬란한 불길 속에서 타오르리라."


녹색광선 출판사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패배의 신호> 이후 약 여덟달만에 책이 나왔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잭 런던의 <마틴 에덴> 이다. 잭 런던의 작품은 <야성의 부름> 한편만 읽어봤었는데 그렇게 내 취향(?)은 아니었어서 내 기억속에서 한동안 잊혀진 작가였다. 그런데 이번에 녹색광선에서 그의 작품을 출판했다고 하니 잭 런던에 대해 급관심이 생겼다.


일단 잭 런던을 검색해보니...패밀리네임이 런던이여서 영국작가인가?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미국작가라고 한다...뭐 다 그런거겠지...<마틴 에덴>은 두권짜리 책인데, 일단 한권만 읽어서 전체적인 리뷰는 못쓰고 1권에 대해서만 간단히 써보자면,




1. 마틴 에덴 : 닿을 수 없어 보이는 걸 꿈꾸다.


죽을 고비를 넘기는 걸 제외하고 사람을 바꾸는 가장 큰 계기는 아마 사랑이 아닐까? 우연히 만난 루스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마틴 에덴은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 그동안의 자신을 버린다. 가난한 하층민으로 태어난 마틴은 선원 생활을 통해 겨우겨우 살아갔으나, 이제는 성공한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미친듯이 글을 쓴다.

[그는 이해했다. 여기 지적인 삶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꿈도 꾸지 못했던 온화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잊고 굶주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그것을 위해 살 만한, 자신을 내던질만한, 싸울만한, 아, 죽음도 무릅쓸 만한 어떤 것이 있었다.] P.25



돈이 없다보니 중간중간에 다시 배도 타고 세탁방에서 일을 하지만, 긍극적으로 그에게는 작가로서의 성공이 필요했다. 그녀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말이다. 당시만해도 성공한 작가가 된다면 부자가 되는건 순식간이였다. (스콧 피츠제럴드랑 비트코인 생각이 나는건 왜일까..)

[너는 누구야, 마틴 에덴? 그런데도 너는 건방지게 책을 펴고, 고전 음악을 듣고, 근사한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고, 고상한 영어를 구사하고, 네가 속한 계급의 사람들은 아무도 하지 않는 생각을 하고, 노역자들과 리지코놀리로부터 자신을 억지로 떼어 내어 한 창백한 여인을, 너로부터 백만 마일은 떨어져 별들 속에 사는 여인을 사랑하지! 너는 누구지?] P.147



하지만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정식적으로 작가수업도 받아보지 못한 마틴에게 있어서 작가로서의 성공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계속해서 작품을 써서 신문사에 보내보지만 돌아오는 답장은 없다. 계속되는 좌절에 좌절, 그럼에도 마틴은 작가로서의 성공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기 위해 루스를 만날 수 있었으니 글을 쓰는 행위는 마틴에게 있어서 전부였다.

["넌 삶의 본질적인 특성을 전혀 모르면서 삶에 대해 쓰고 싶어했어. 세상이 네게는 난해한 수수께끼나 다름없고, 네가 쓸 수 있는거라고 해봤자 존재의 체계에 관해 네가 모르는 것뿐일 텐데도, 세상과 존재의 체계에 대해 쓰고 싶어 했어. 하지만 힘내, 마틴, 넌 이제 쓸 거야. 약간, 아주 약간은 알게 됐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바른길로 들어섰으니까. 언젠가는 운이 좋다면, 너는 알아야 할 모든걸 거의 다 알게 될 거야. 그러면 넌 글을 쓰는 거야."] P.153




2. 루스 :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에게 끌리다.


루스는 우연히 자신의 집에 초대된 마틴 에덴을 만난다. 그리고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살아온 배경과는 너무나 다른게 자라온 마틴. 그녀가 보기에 그는 거칠기만 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 티가 나는 하급계층의 젊은이일 뿐이었다.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으나, 여자이기 때문에 그의 불타는 눈을 예민하게 의식했다. 이제까지 그렇게 쳐다보는 남자는 없었으므로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말을 더듬다 멈추거나 주장의 맥락을 놓치기도 했다. 그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그의 그런 시선을 받는다는 것에 야릇한 쾌감이 느껴졌다. 위험하다고, 나쁘다고, 미묘하고 기이한 유혹이라고 그녀가 받은 교육이 경고했다. 그러나 그녀의 본능은 그녀의 존재 전체에 걸쳐 높고 맑게 울렸다.] P.25



하지만 루스는 왠지 모르게 마틴에게 눈길이 간다, 관심이 간다. 그녀는 마틴을 단지 자기가 성장하게 만들고 싶다는 부모님 같은 감정을 가질 뿐, 사랑이라는 감정은 절대 없다고 확신한다. 그와 사랑에 빠지기에는 두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인식한다. 마틴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마틴이 고백하도록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이 관계가 그저 지금처럼만 유지되길 바랄 뿐이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꽃향기와 엷은 빛이 가득한 천상의 고요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온화하게 섬기는, 차분한 애정에 가까웠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격렬한 사랑, 그 혹독한 열기와 황량한 잿더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잠재력도, 세상의 잠재력도 몰랐다. 그녀에게 삶의 심연은 환상의 바다에 있을 뿐이었다.] P.101



하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 수 없었던 감정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루스는 자신의 이 알 수 없는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성적으로 봤을때는 이 관계가 더 이상 나아가면 안된다고 알겠지만, 감정적으로 끌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언제부터 나를 사랑했나요?" 그녀는 속삭였다.

"처음부터, 당신을 처음으로 본 바로 그 순간부터, 그때 나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 버렸고, 그 후로 점점 더 미쳐갔어요. 지금 나는 최고로 미쳐서, 거의 정신이상이에요. 너무 좋아서 머리가 돌아버렸어요."

"내가 여자라서 기뻐요, 마틴, 내 사랑.. 길게 한숨을 쉬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P.240



3. 두사람은 미래를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비밀리에 약혼을 한다.(루스의 부모님은 안다. 거짓말 못하는 착한 자녀 루스) 하지만 루스의 부모님은 머지많아 두 사람이 헤어질거라고 확신한다. 루스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본다면, 마틴의 무능함에 눈을 뜨게 된다면 루스가 더이상 마틴을 고집하진 않을거라 생각한다.


마틴은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위해, 그녀의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해 창작에 더욱 매진한다. 하지만 성공의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조바심만 더 커지면서 결국 쓰러진다. 과연 마틴은 성공한 작가가 되서 루스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루스" 그는 단순한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제껏 알지 못했다. 그 소리가 귀를 열광케 했다. 그는 도취되어 반복했다. "루스"] P.56







아쉽게도 1권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났다. <마틴 에덴>을 어차피 읽을거여서 이 책의 다른 리뷰는 실눈뜨고 읽다보니 결론은 모르지만, 왠지 언해피엔딩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2권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 기대된다. 역시 책 구매는 세트로 해야된다는걸 또한번 깨달았다. 2권까지 읽고 리뷰를 다시 써야겠다.



Ps. 녹색광선의 양장본은 역시나 고급스럽다. 2권 까지 읽고 그동안 모은 녹색광선 시리즈의 책탑 사진을 찍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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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9-12 1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쵸? 저도 다른 분 리뷰 읽고 대략적인 스토리는 아는데 해피엔딩은 아닐거같아요.
하층민 남자와 상류층 여자의 사랑이 늘 그렇듯이요.

새파랑 2022-09-12 12:54   좋아요 2 | URL
원래 명작이 되려면 해피엔딩이 되면 안됩니다~!!

blanca 2022-09-12 13: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별 다섯 개예요? 책장도 잘 넘어가나요? 새파랑님 글 읽으니 사고 싶어지네요. 1권이라도 사서 읽어볼까요.

새파랑 2022-09-12 13:39   좋아요 2 | URL
책장은 금방 넘어갑니다. 블랑카님이시라면 세시간이면 다 읽으실거 같아요~!! 일단 1권 먼저 읽으시면 2권은 궁금해서 읽게되실거라 생각합니다 ^^

페넬로페 2022-09-12 14: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 쓰신 사랑에 대한 리뷰는 언제나 좋습니다. 나이 탓인지 어느 순간 사랑 이야기에 시큰둥해졌는데 가을감성을 지닌 내용같아 읽고 싶어 지네요^^

새파랑 2022-09-12 14:52   좋아요 3 | URL
저는 사랑이야기가 안나오는 소설은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 제가 2권까지 읽어보고 추천해보겠습니다~!!

프레이야 2022-09-12 1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권이 본격적이고 압도적이네요 결말부분.
영화도 꼭 권해드립니다. 원작의 의미를 잘 연출하였어요. ^^ 저도 녹색광선 책탑 한번 쌓아봐야겠네요 얼마 되진 않지만요. 새파랑 님 책탑도 궁금합니다.

새파랑 2022-09-12 14:55   좋아요 2 | URL
2권이 더 흥미롭군요~!! 완전 기대가 됩니다 ㅋ
전 녹색광선 책은 다 모았습니다~!! 2권 읽고 영화도 봐야겠군요~!!

프레이야 2022-09-12 15:09   좋아요 2 | URL
녹색광선 모두요! 꺄오 전 그냥 구경할게요 ㅎㅎ 색색깔 이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청아 2022-09-12 14: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책탑사진 기대됩니다.*^^*
조상 중에 런던 출신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하루키와 움베르토 에코도 추천사를 썼다니 저도 찜!

새파랑 2022-09-12 14:57   좋아요 2 | URL
몰랐는데 하루키랑 에코의 추천사가 있었네요~!! ㅋ 이 책 미미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

미미님도 녹색광선책 다 소장하고 있으신거 아닌가요? 😆

바람돌이 2022-09-12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이야기 진짜 제가 아는 잭 런던 분위기 아닌데..... ㅎㅎ 아 정말 진짜 막 궁금해지고 있어요. ^^

새파랑 2022-09-12 17:45   좋아요 1 | URL
잭 런던 작품들의 분위기가 다 다른가 봅니다. 같은 작가 맞아? 이런 느낌? 😅

mini74 2022-09-13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별 다섯개, 스콧님도 그렇고 ㅠㅠ 사아하나요 ㅎㅎ 새파랑님 인물소개 넘 좋습니다 👍

새파랑 2022-09-13 13:28   좋아요 1 | URL
미니님은 당연히 구매하실거라 확신합니다~!! 전 2권 바로 구매했습니다 ^^

그레이스 2022-09-14 0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걸로 아는데 아닌가요?

새파랑 2022-09-14 08:26   좋아요 2 | URL
글을 쓴다는 측면에서는 자전적인게 맞는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은 저도 잘 ㅋ

blanca 2022-09-14 0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저 1권만 시킨 거 땅을 치고 후회 중입니다. ㅋㅋ 너무 재미있는데 왜 이리 얇아요?

새파랑 2022-09-14 09:57   좋아요 2 | URL
ㅋ 저도 후회해서 바로 주문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녹색광선 시리즈 두께를 맞추기 위해 그런거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

다락방 2022-11-30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새파랑 님 리뷰 보려고 검색해 들어오는 중에 녹색광선 시리즈 보았고 저도 마틴 에덴 외에 한 권 더 가지고 있는바, 모아볼까 싶네요? 껄껄

저 이거 영화도 다운 받아놨어요! >.<

새파랑 2022-11-30 12:40   좋아요 0 | URL
녹색광선 시리즈 책꽂이에 넣어두시면 완전 멋집니다~!! 색깔도 알록달록하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