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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N22100
˝4월 어느 날 오후, 점심을 먹고 나서 남편은 내게 헤어지자고 했다.˝
어느날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남편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집을 나간다. 몇년 전에도 이런 일이있긴 했지만, 그때는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달랐다. 완전히 떠나버린 것이다. 버림받은 그녀 ˝올가˝는 무척 괴로워하고 주변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던걸까?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
[그는 나에게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이성적인 여자라고 말했다. 정말이지 나는 한 번도 그를 이해한 적이 없었다. 오직 그의 인내심, 혹은 아마도 그의 무심함이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를 함께하게 했을뿐이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 P.20.
그녀는 도대체 왜 남편이 자신을 떠나려고 하는지, 어떤 여자랑 바람이 낫는지 궁금해 한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걸 느낀다. 그녀는 이제 주변사람들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들에게 화푸이를 하고 온갖 히스테리를 부린다.
[‘사랑을 잃은 여자들은 눈빛이 흐려지고, 사랑을 잃은 여자들은 삶의 의욕을 잃는다.‘] P.58
그녀는 완전히 미쳐버린다. 자식들과 애완견은 방치하고, 생활은 엉망이 되며, 우울증은 극에 달하고 다소 편집증적인 성향마져 드러낸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건지 알수 없게 된다. 마음속에서는 그에 대한 분노와 그가 돌아왔으면 하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한다. 그녀는 오랜세월 함께 살았던 남편에 대해 과연 알고 있었던게 있었을까? 숨쉬는 것 빼고는 모두 거짓으로 느껴진다.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도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랑이란 결국 한 육체에 어떠한 의미들을 부여하는 것일 테니까. 두 사람이 함께하는 긴 여정에서, 당신은 그가 인생에 기쁨을 안겨줄 유일한 남자라 여기고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는 허깨비일 뿐이다. 당신은 그가 정말로 누구인지 모르며 그 역시 자신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그저 하나의 기회일 뿐이다.] P.102
하지만 고통의 시간은 언젠가는 끝난다. 나는 이제 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홀로 일어설 수 있다. 나를 버린 당신이 찾아와도 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잘못은 오랜 시간 동안 그와 함께 살고 있다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았음에도 그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믿어왔다는 것이다. 그의 따뜻한 숨결과 살의 감촉을 느껴본 게 언제였을까? 내가 나의 속마음을 깊이 살펴보았더라면...] P.202
˝엘레나 페란테˝의 <홀로서기>는 오랫동안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버려진 남겨진 사람이 겪게 되는 강력한 우울감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책을 읽는 내내 괴로웠다. 빨리 털어내야 하는데 털어내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 ˝올가˝의 고통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녀의 홀로서는 과정이 결코 아름답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극복하는 그녀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아픔을 털어내는 방법은 시간의 흐름이고,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새로운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이해를 바랄 때에는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겠다. 언제나 나만 우선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너무 이기적이니까.
Ps 1. 내가 읽은 엘레나 페란테의 두번째 작품이다. (첫번째는 어른들의 거짓된 삶) 우주점에 있길래 일단 구매했는데, 책 자체는 잘읽히고 재미있지먀 주인공인 ˝올가˝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고 내용도 좀 자극적이어서 막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17개국에 번역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Ps 2. 엘레나 페란테를 직접 만나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베일에 쌓인 작가...난 당연히 여성작가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확실한건 아닌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