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중인격자이기는 하나 결코 위선자는 아니다. 내 이중성 어느 쪽이든 극도로 진지하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절대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인격이 존재한다. 어쩌면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인격이 내면에 있을지도 모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이런 다중인격을 다루는 작품이다. 워낙 유명하고, 뮤지컬로도 많이 공연되다 보니 대부분은 이 책의 내용을 아실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개략적으로는 일았는데, <열린책들 35주년 세트>를 통해 처음으로 읽어 봤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하고는 약간 달랐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다 아는 내용이니 줄거리는 생략하더라도, 글로 이 작품을 접해보니 책에서 풍겨지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서 안개로 뒤덮인 영국 날씨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또다른 나를 만들고 싶어하는 ˝지킬 박사˝의 열망이 강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나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면적이며 이율배반적인 별개의 인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구성체라는 가설을 감히 내놓고자 한다. 나로 말하자면, 살아온 방식상 한 점의 오류도 없이 오직 한 방향으로만 나아갔었다. 그것은 바로 도덕적 측면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인간의 절대적이고 근원적인 이중성을 나 자신이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의식 속에서 갈등하는 두 개의 본성을 본 것이다. 내가 그중 어느 한 본성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건 단지 근본적으로 그 둘 모두에 속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P.89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하이드 씨˝로 변했을때 ˝하이드 씨˝의 인격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게 아쉬웠다. 작품의 시점상 ˝지킬 박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다른 인격이 들려주는 또다른 이야기가 왠지 궁금해졌다.
만약 나에게도 숨겨져 있는 두번째 자아가 있다면 ˝하이드 씨˝처럼 사악하거나 비인격적이지 않고 좀 더 선하고 이성적이기를 바래본다.
PS.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세번째 읽기를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일곱권인데, 미드나잇 세트 1권, 눈 세트 6권 남았다. 이번주중으로 미드나잇 세트 남은 1권(타임 머쉰)을 읽고 끝내야 겠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 13권
MIDNIGHT(9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6호 병동,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인간실격,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NOON(4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푸른십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