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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ㅣ 창비세계문학 11
알베르 카뮈 지음, 유영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내 약점이지요.] P.75
전락 : 아래로 굴러 떨어짐. 나쁜 상태나 타락한 상태에 빠짐
1956년 발표된 "알베르 까뮈"의 마지막 작품인 <전락>은 우선 제목부터 인상적이다. 프랑스어로 La Chute 라고 한다.
"까뮈"의 작품은 <이방인>하고 <페스트> 밖에 몰랐었지만, 얼마전 <이방인> 재독을 통해 "까뮈"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알라딘 우주점 오프라인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했다. 사실 "까뮈"여서 구입했다기 보다는 '창비세계문학'이어서 구매한게 더 크긴 하지만...
전직 변호사이고 현재는 속죄판사인 "끌라망스" 라는 인물이 주인공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전락>은 구성이 다소 특이하다. 화자의 수다스러운 말만 존재하고, 주인공인 청자의 말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끌라망스"만 말하고 상황을 설명한다. 연극으로 친다면 1인 모노 드라마와 같은 구성이다.
하지만 이런 구성이 독자로 하여금 화자인 "끌라망스"의 말에만 집중하게 하고, 작품의 주제를 좀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의 이중성과 속죄'가 아닐까 한다.
모든 걸 갖추고 있고,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하고자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었던 변호사 "끌라망스"는 어느날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려는 여자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 여자를 그냥 지나치게 되고 결국 여자는 강물로 투신을 한다. 아직 늦지 않았기에 그는 다리 아래로 가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그냥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누구에게 알리지 않는다.
이후 그는 이때의 죄책감과 무력감으로 인해 "전락"하게 된다. 그의 인생은 그때부터 내리막길로 내려가게 된다. 주변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그의 관점은 부정적으로 바뀌게 되고, 그는 주변인들을 감시하고 비난하는 심판자로 인식한다. 또한 "전락"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요. 이들에게 말하느니 차라리 교제를 피해버릴 겁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와 비슷해서 우리와 같은 약점을 지닌 사람들에게 속을 털어놓게 됩니다. 결국 제 행실을 바로잡고 싶지도 않고, 더 나아지고 싶지도 않은 거지요. 그러자면 먼저 자기한테 결함이 있다는 판결을 수용해야 할 테니까요. 우리는 다만 동정받기를 원하고 자신의 길 안에서 격려받고 싶은 것뿐입니다.] P.82
[우리는 어느 누구의 결백도 단언할 수 없는 반면 모든 이들의 유죄성은 확실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자신 외에 다른 모든 이들의 범죄를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것이 내 신념이자 바람이기도 합니다.] P.107
[때로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보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의 속이 더 훤히 드러나 보일 때가 있지요. 진실이란 빛처럼 눈을 멀게 하지만 거짓은 아름다운 석양 같아서 각각의 물체를 돋보이게 해주거든요.] P.118
결국 "끌레망스"는 변호사에서 치안판사로, 프랑스에서 네덜란드로 '전락'하게 되고, 마지막에 그는 과거 여인이 투신한 '쎈 강변'으로 돌아가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면 하는 후회를 해보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이미 떨어져 버린 건 돌아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까뮈"의 자전적 글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마지막 작품 <전락>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고, 읽으면서 자꾸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게 된다. 나는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까뮈"가 쓴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적나라한 통찰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마치 나 자신을 해부하는 느낌을 주는 인상깊은 문장들이 책속에 가득하다. 한번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으로 곧 다시 읽어봐야 겠다.
PS. 노래가 빠질 수 없지. 이 노래를 아시는 분은 별로 없겠지만 이 책의 내용과 어울려서 소개한다.
"이승열" <돌아오지 않아>
https://youtu.be/x3UQEawJPug
하지만 밤은 까맣게 내려
하늘거리는 잎새를 누르고
계절은 다시 돌아온대도
떨어져 버린 넌 돌아오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