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 민음사 / 2011년 2월
평점 :
이번주 희곡읽기는 ˝뒤렌마트˝의 <뒤렌마트 희곡선>이다. 이 책에는 총 두편의 희곡이 담겨 있다. <노부인의 방문>, <물리학자들>이란 제목인데, 두 작품 모두 희극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비극적인 느낌을 약간 받았다.
<노부인의 방문>
이 작품은 갑부 미망인인 ˝클레어 지하나시안(클레어 부인)˝이 그녀의 고향인 ‘귈렌‘을 방문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이다. 쇠퇴한 소도시인 ‘귈렌‘을 다시 부흥시기기 위해서는 자본 투자가 필요했고, 시장 등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방문하는 ˝클레어 부인˝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을 사람들은 그녀와 안면이 있는 ˝일˝이라는 남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일˝은 ˝클레어 부인˝의 옛 연인이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일˝은 과거에 ˝클레어 부인˝에게 큰 상처(임신한 클레이 부인을 버리고, 아이의 아버지임을 부정함)를 주었고, 안좋게 헤어졌던 사이였다. ˝일˝에 복수심을 품고 있는 ˝클레어 부인˝은 사람들 앞에서 폭탄 선언을 한다.
[클레어 부인 : 내게는 정의를 향유할 능력이 있어. 누군가 알프레드 일을 죽인다면 귈렌에 10억을 내놓지] 53페이지
처음에 마을 사람들은 이러한 제안을 거절하지만, 누군가 그를 죽일것이고, 결국 10억이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되고, 흥청망청 과소비를 한다. 과연 ˝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죽을까? 그렇다면 누가 죽일까?
[클레어 부인 :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은 날 배신했고요. 하지만 삶에 대한 꿈, 사랑과 신뢰의 꿈, 예전에는 현실이었던 이런 꿈들을 난 잊지 않았어요. 그 꿈을 다시 일깨워 세우겠어요. 내 돈 10억으로요. 당신을 없에서 과거를 바꾸겠어요.] 133페이지
˝일˝이 과거에 분명히 ˝클레어 부인˝에게 죄를 지은 것은 맞지만,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내용은 다소 코메디 이지만 내면에는 이런 인간의 비극성과 잔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리학자들>
물리학자들은 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세명의 물리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세명의 환자 이름은 ˝아인슈타인˝, ˝뉴튼˝, 그리고 ˝뫼비우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전형적인 정신질환자 처럼 보인다. 그런데 읽다 보면 이들의 행동과 대화가 미친 사람 치고는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데, 알고보니 그들은 정말 물리학자였다.
그들은 정신병자처럼 위장하고 정신병원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발견한 과학기술이 결국 인류를 파멸로 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으며, 그들은 순수한 과학적 연구를 위해 그곳에 숨어지냈던 것이다.
[뫼비우스 : 발견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요. 우리가 아직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정신 병원뿐이오. 우리에게 생각이 허용되는 곳도 정신 병원뿐이지요. 여기서 나가면 우리의 생각은 폭약과도 같소.
뉴턴 : 하지만 어쨋든 우리는 미치지 않았잖소.
뫼비우스 : 그러나 살인자요.] 259페이지
하지만 그들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인 ˝찬트박사˝ 역시 뭔가 이상하다. 자칭 세명의 물리학자에 의해 간호사들이 살해되어도 그녀가 보여주는 태도는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세명의 물리학자들의 실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그들을 정말 환자처럼 대한다.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 걸까?
이 작품은 <노부인의 방문>과 같이 희극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비극적인 요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이 작품은 과학과 개인의 책임 한도는 어디까지 인지 그리고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순수한 의도로 시작한 과학이 결국 다량살상무기를 만드는 기초이론이 된다면 과학자가 문제인 걸까? 나쁜방향으로 사용한 사람이 문제인 걸까?
이로써 이번주 희곡 읽기 끝. 두 희곡작품 모두 분량이 어느정도 있어서 그렇게 빨리 읽지는 못했다. 등장인물이 제법 등장하지만 이름을 외울 필요 없이 그냥 읽으면 된다. 아주 잘 읽힌다.
희곡적인 특성이 물씬 묻어나는 두편의 작품으로, 희곡을 처음 접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읽으면 희곡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책 표지처럼 익살스러우면서 날카로운 책.
ps. 이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지만, 리뷰를 쓰면서 계속 들은 노래다. 어렸을때 너무 많이 들어서 아직까지 가사를 외우고 있는 Brit Pop
<Suede : Trash>
https://youtu.be/-PdKGDMhau4
But we‘re trash you and me
We‘re the litter on the breeze
We‘re the lovers on the stre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