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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후안 마요르가 지음, 김재선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19년 7월
평점 :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의 삶을 쥐락펴락 하는 상급자가 있는데, 나는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싫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무시하고 나의 신념에 따라 살아간다. 그런데 상급자가 이를 알아차리고 나를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주위로부터 소외당하고 내가 가진 것을 하나 둘 잃어가게 되며, 그 집단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오랫동안 지내온 이곳을 떠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에 그 상급자에게서 연락이 온다. 당신의 미래에 대해서 나중에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 보자고. 하지만 이후 만나자는 연락은 오지 않는다. 주위 상황을 봐도 나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기만 하다.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은 걸가? 그냥 떠날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 남기 위해 상급자의 기약없는 연락을 기다릴 것인가?
이 희곡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이정도로 설명 할 수 있겠다.
(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진 설명이다 ㅠㅠ)
희곡 주 1회 읽기의 일환으로 선택한 이번주 작품은 "후안 마요르가"의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예편지>이다. 이책은 북플의 또다른 희곡 전문가이신 "미미"님의 리뷰로 읽게 된 작품으로, 지지난주에 내가 읽은 <맨 끝줄 소년>의 저자인 "후안 마요르가"의 또다른 희곡 작품이다.
이 희곡에는 총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1. 불가코프 : 스탈린에 의해 공연과 출판이 금지된 희곡 작가. 현실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
2. 불가코바 : 불가코프의 부인. 현실 판단 능력이 뛰어나다.
3. 스탈린 : 실제 등장하지는 않지만 불가코바가 빙의해 연기하기도 하고, 불가코프의 망상으로 등장한다.
"불가코프"는 스탈린 치하의 권력에 의해 본인이 쓴 희곡과 출판을 통제당하는데, 창작의 자유를 돌려달라고, 그렇지 않다면 소련에서 추방해 달라고 청원하는 편지를 스탈린에게 보낸다. 오히려 이때까지는 러시아를 떠나고 싶어한다.
기다리던 스탈린으로부터 답장은 오지 않고, 아내인 "불가코바"는 본인이 스탈린으로 빙의하여 스탈린의 입장에서 "불가코프"의 편지와 그의 행동을 비판하게 되고, 남편인 "불가코프"는 이에 격분한다.
그런데 갑자기 "스탈린"에게서 전화가 오고, 스탈린은 그에게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만남을 제안하는 와중에 전화가 끈긴다.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은 채... 그런데 이 전화를 계기로 "불가코프"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게 된다. 러시아에서 작가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왜냐? 최고 권력자인 스탈린에게 전화가 왔으니까 ㅎㅎ
그는 스탈린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계속 편지를 쓰게 되고, 답장이 없자 스탈린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떻게 편지를 써야 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심하게 고민하게 된다.
[불가코프 : 그냥 편지일 뿐이라고? 나는 이처럼 중요한 걸 써 본 적이 없어. 내 희곡들, 소설들...이런 편지에 비하면 그것들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스탈린에게 쓰는 편지와 비교한다면 내가 써 온 모든 게 아이들 장난인 거야.] 33페이지
이렇게 과도한 '자기 검열'을 통해 그는 점점 미쳐가고, 부인인 "불가코바"는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 어떻게든 남편을 데리고 러시아를 떠나기 위한 노력을 한다.
[불가코바 : 당신을 높이 평가한다고요? 스탈린의 사람들이 모스크바 구석구석에서 당신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며 다니는지 알기나 해요? 도시 전체가, 모든 사람들이 내가 악마 그 자체랑 결혼했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고요. 이게 시틀린의 작품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밟는 땅에 침을 뱉는 거, 당신은 스탈린한테 빚진 거예요.] 56페이지
과연 그들은 창작의 자유와 삶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스탈린에게 편지>는 러시아 작가인 "볼가코프"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후안 마요르가가 희곡으로 만든 작품이다. 설마 저게 실제일 리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수 도 있는데, 실제로 자신의 작품이 통제를 당한 "불가코프"는 정부에 편지를 보내 출판의 자유를 호소했고, "스탈린"은 "불가코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모스크바 극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었다고 한다.
"불가코프"는 이후에도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지속하였고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하며, 내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유명한 작품인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는 멋진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 책도 찾아 읽어야 겠다.
전체적으로 <맨 끝줄 소년> 와 비슷한 느낌의 읽는 재미가 있지만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어느정도의 상상력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연극으로 보면 어떨까란 생각도 들었는데, 연기하기엔 상당히 어려울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고향인 러시아에서 작가로 살아가기 위한 "불가코프"의 처절한 노력도, 현실을 파악하고 러시아를 탈출하기 위한 "불가코바"의 현실적인 노력도 모두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신념을 굽히면서 까지 타인에게 잘보이기 위한 '자기검열'은 결코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자기검열'은 "불가코프"와 같이 마지막에 가서는 주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결말을 가져올 테니 말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다른 읽을 책을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