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에는 투표율이 아무리 높아도 젊은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힘듭니다.인구구성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가니까요.1987년 대선.그 당시 이십대 후반들이 이젠 오십을 넘겼습니다.자칭타칭 386이라면서 저항정신을 내세우던 이들 중 시커먼 교복 입고 다니던 이들도 오십을 넘기거나 가까워졌습니다.386을 욕하면서 나는 달라! 하고 외치던 X세대도 사십줄에 접어들었습니다.이십대와 삼십대 초중반이 보기엔 이들이 다 똑같은 중년 아저씨 아줌마들일 뿐입니다.
육이오를 경험한 노인세대 때문에 보수세력이 힘을 쓰고 있다면서 이들이 죽어야 한다고 극언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그런데 요 며칠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50~60세대 거의 대부분은 육이오 미체험 세대입니다.70대 중후반 이상 된 분들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육이오에 대해 체험으로 알 수 있으려면 몇 살 정도 되어야 할까요?" 대답은 이렇습니다. "음...해방동이 (1945년생) 정도나 되어야 알지...40년대 후반에 태어난 사람들부터는 모를 것이오"
그렇습니다.이제 육이오 미체험 세대들이 나이가 들어 보수적인 유권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오십대 뿐이 아닙니다.사십대의 박근혜 지지율도 상당합니다.386이니 X세대니 하면서 진보의 선두주자인 것처럼 자처해왔던 이들도 이렇습니다.아마 곧 이들도 오십대가 되겠죠.
이번 대선에서 야권을 지지했던 이들 중 인터넷에 이런 저런 회한을 풀어놓는 이들이 꽤 있는데 가장 설득력 없는 것이 "50~60 먹은 이들이 30년 지나 다 죽으면 되겠지" 하는 말입니다.글머리에 말했지만 87년 대선에서 이십대였던 사람들 일부가 이제 오십세입니다.사람은 누구나 다 나이를 먹습니다.30년 후면 지금의 젊은이도 노인이 되고 그 중 상당수는 한국노인다운 유권자가 될 것입니다.육이오 체험세대가 없어지니 미체험 세대들이 장년노년기에 접어들어 보수적인 유권자가 되는 건 자연의 이치입니다.
이제 세대 갈등으로는 머릿수에서 20~30세대가 50이상 세대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지금의 40대가 50~60이 되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입니다.그러니 투표율제고 운동 따위로는 야권이 앞으로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곳 호남지방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장노년층이 청년층과 동일한 투표행태를 보이는 곳입니다.얼마전 간 헌책방에서는 해방동이 책방아줌마와 50대 아저씨들이 선거결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어쩔 것입니까...호남이 아무리 노인까지 똘똘 뭉쳐 문재인을 찍어줘도 영남유권자에 비하면 숫자에서 턱없이 밀리는 걸요.투표는 철저히 머릿수 싸움입니다.인해전술에는 당해낼 수가 없지요.
헌책방 시사토론(?)의 결론은 이것이었습니다."아이고, 어쩌것소? 그런갑다 허고 살아야제..." 하긴 이게 솔직한 심정이죠.이민을 간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말을 쉽게 하는데 이민은 아무나 간답니까? 이제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의 선거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