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현실은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습니다.모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이라는 기본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드라마에서도 몇 년 전부터 비정규직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몇 년 전에 방영한 '신입사원'에서는 한가인이 계약직 사원으로 나오는데 부당해고 당했다고 1인 시위를 합니다.그래봤자  너만 손해다...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데, 너 그러다가 소문만 안 좋게 나면 다른 직장 구하기도 힘들다는 등...그런 말만 듣지요. 

  '막돼 먹은 영애씨'에서는 인턴사원들을 보는 직원들의 대화..."아까 저애가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나한테 인사하는데...안타깝더라.저 애들 싼 맛에 뽑아놓고 몇 달 간 부려먹다가 자를텐데...그런 걸 잘 모르나봐...이쁘장하고 착하게 생겼던데..."  "야. 우리들도 계약직이야. 저 애들 동정할 처지가 아니라구 우리 코가 석자나 빠져있는데..." 주고 받는 대사들이 처량합니다. 

    최근에는 '즐거운 나의 집'에서 시간강사가 교수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도 있습니다.힘있는 교수와 그 교수에게 잘 보이려고 줄서는 교수들과의 관계가 마치 조폭들 위계질서 같아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좀 있으면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문제도 이런 식으로 희화화한 장면이 드라마에  등장할 것 같습니다.

   역시 가장 압권인 장면은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가 맡은 배역.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비정규직으로 다시 들어간 회사에서 받는 차별을 온몸으로 느끼는데... 점심 먹으려고 배식판을 내미는 김남주에게, 조리하는 아주머니가 하는 말 "비정규직은 3000원만 보조해 주니까 2000원 따로 내야 해." . 이런 사소한 것에서까지 비정규직의 주제 파악을 하라는 배려인가...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고, 아마 현실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처절한 일도 일어날 겁니다. 

   나 역시 지금까지 계약직으로 여러 직업을 거친 몸...이러다 보니 소속감이 없고 떠돌이 근성까지 몸에 배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머릿속으로만 호기를 부리면서 상상하는 장면은..." 요즘은 해고통지를 문자 메시지로 한다며? 그래, 그럼 이제 나도 사표를 문자 메시지로 날려주마. 만약에 싸가지가 있네 없네... 시비 걸면 한마디 해줘야지. 야... 이것들아...사장은 문자 메시지로 해고통지해도 되고 노동자는 문자 메시지로 사표 쓰면 안 된다는 법 있냐! "  하지만...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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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0-12-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자로 사표를 날린다! 라고 생각만해도 뭔가 막혔던 게 뻥 뚫리는 느낌인데요. ^^
티비를 버린지 오래됭서 몰랐는데, 드라마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내용이 간간히 나오는군요.
점점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은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17   좋아요 0 | URL
제 글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니 다행입니다.

드라마야말로 현실의 정확한 반영이니까요.

기억의집 2010-12-1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연인들은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잖아요. 참 그렇죠. 저는 20대에 회사를 한 7번 정도 옮겨다녔는데 ...문자로 사표 날리고 싶어요.사직서 쓸 때마다 비참했는데.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17   좋아요 0 | URL
문자로 사표쓰는 운동이라도...

이력서 들고 새 직장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고역이지요.

ChinPei 2010-12-1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계약직이에요.
작년 경제 불황 때문에 울었지요.
1월부터 4월까지 한달의 약 1주일부터 10일간 정도 "강제 휴일"을 당한 겁니다.
정규 회사원이면 월급 CUT 는 약 10%인데 전 계약직이니까 최대 50% CUT 당했지요.
ㅠ.ㅠ
작년 5월 이후부턴 계약금이 약 10% 감액된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하지만 완전히 잘리지는 않았으니까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상황이에요. 작년에 다른 계약직 약 40% 사람들이 잘렸거던요.
아, 정말 경제 상황이 하루빨리 회복되어야 하는데...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18   좋아요 0 | URL
아...일본도 정말 고난의 연속이로군요.

마녀고양이 2010-12-1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계약직으로 일을 한번 했던 경험이 있어요. 1년 몇개월 계약이었는데, 몇개월 있다가 제가 꽤 좋은 회사의 정직원으로 취업이 된거죠. 도저히 기회를 못 놓치겠더라구요. 그래서 계약 해지 좀 해달라고 했는데, 제가 몰랐던 독소 조항이 계약서에 있어서, 받지도 않은 전체 계약 금액의 20%를 내놓고 가야 하더라구요....

결국 계약 기간 다 채우고, 취업되었던 회사가 나중에 받아주어서 갔던 기억이. ㅠㅠ
이런 경우, 제가 나쁜걸까요, 계약한 회사가 나쁜걸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19   좋아요 0 | URL
약자인 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하는 자들...나쁜 놈들인데 자기들은 은혜를 베푸는 듯 행동하니 참 가관이지요.

로베스피에르 2010-12-1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본주의가 점점 자리잡아가면 사회모순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소. 그렇지가 않소. 오히려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라 모순은 더 깊어질 수 있소.

한국만큼 비정규직을 머슴처럼 부려먹지 않더라도 그런 모순은 보편적이오. 흥미로운 건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는 인류역사상 최고로 튼튼한 예술품이기 때문에 모순이 깊어질대로 깊어져도 그러다가 우연히 자본주의가 우연히 무너져도 그 "자본주의적인 인간들"이 존재하고 재생산하는 한 언젠가 다시 부활하고 말거요.

이런 모순에도 여전히 자본주의적인 그들을 보니 자본주의는 얼마나 무섭고 능력있는 예술품인지 새삼 느낀다오. 아무리 모순이 깊어져도 그런 "자본주의적 인간들"은 계속 태어나겠지.

여기서 미리 인사를 하겠소. 새해 잘 보내시오. 주인장 님.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20   좋아요 0 | URL
나야 맨손으로 코끼리도 때려잡는다오.건강하시오.

흑해(黑海) 2010-12-1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실재(reality)는 언어(言語)에 의해 구성됩니다. 정말로 실재가 어떻든 그 "실재"는 언어라는 "감옥"에 의존하지 않고는 표현될 수가 없습니다. 즉 언어와 실재는 일치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데올로기는 실재에 대한 상상인 거죠. 위의 짧은 글 속에도 여러 상상들이 있습니다.

神이라는 존재를 리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행위는 결국에는 리얼한 것에 대한 상상이죠. 맞다 틀리다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서로를 같은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분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알 수 없으나 자본가 또는 자본은 그 상황을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 진단은 무엇일까요? 겨울이 춥지 않게 느껴지는 사회를 꿈꾸는 것 자체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태도겠죠. 저는 철저한 "절망(絶望)" 속에서 현실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너무 이르지만 여기서 새해 인사를 하겠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21   좋아요 0 | URL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건강이 최고입니다.

2010-12-17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8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에 소녀시대 티파니가 무슨 방송에서 어린애를 무서워하는 데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요 하고 질문하는 것을 봤습니다. 유아나 어린이가 모여있는 걸 특히 무서워한다는데...그런 사람들이 가끔씩 있더라구요.또 영화 중에도 '오멘'에서는 악령든 어린이가 나오는 등 종종 어린이가 공포물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이 방면의 걸작으로 '로즈마리의 아기'를 꼽기도 합니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엔 플라스틱 통에 물을 담궈 수초도 자라고 거기에 개구리가 알도 낳아 올챙이도 살고 그렇습니다.어린이들도 구경하고 나도 함께 구경할 때도 있지요.그러다가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원래 내 인상이 좋아서 어린이나 동물들이 주변에 모여들긴 하지요.그런데 어떤 여자 어린이들이 말하길 올챙이나 개구리를 잡아서 죽이고 몸을 찢는 애들이 있다는 겁니다.그 말을 듣고 보니 맞아...나도 본 적이 있었어요.곤충의 날개나 다리를 찢는 유아.어린이 뿐 아니라 이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가들도 그러는 경우가 있지요.

     어떤 이들은 어린이가 순수하고 착한데 나이를 들어가면서 죄를 짓는다고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어릴 때 잔인한 인간이 교육을 통해 규율과 예의를 배우면서 잔인함을 자제한다고도 합니다.누가 맞는지는 모르지요.하지만 어린이들이 가끔 잔인한 짓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곤충이나 작은 동물들 뿐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둘러싸고 놀리는 어린이들을 본 적도 있고...여하튼 어린이들의 이런 의외의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요. 

    추리물 중에서는 아예 어린이가 살인범으로 등장하는 것도 있습니다.가족들을 하나 하나 독살하는 남자 어린이가 나오는 앨러리 퀸 <Y의 비극>이 대표적이지요.일본의 초창기 추리작가인 에도가와 란포의 괴기물<외딴섬의 악마>에는 어린이를 어렸을 때부터 살인할 수 있도록 가르쳐 단도로  죽이는 살인의 전문가가 되게 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금도 외신을 보면 어린이나 소년이 전투에 참여한다거나 상대진영 두목을 죽이는 살인자가 되었다거나 하는 소식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참 공포물에 관심이 있었을 때 6살 이하의 어린이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구상한 적이 있습니다.한적한 어촌 어느 민가에 부모는 일나가고 대여섯살 정도의 여자어린이가 마루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같은 또래의 못보던 남녀 어린이들이 열명 남짓 옵니다.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있는데 왠지 모두 얼굴이 지나치게 하얍니다.그 애들은 밥먹는 여자어린이에게 이쁜 인형을 보여주면서 함께 가면 이보다 더 이쁜 것을 준다고 합니다.그 여자어린이는 신발도 채 신지 않고 그애들을 따라가지요. 

    부모가 집에 와보니 댓돌 위엔 딸의 자그만 신발이 놓여있고...얘가 어디 갔지...다시 좀전의 그 어린이들이 나타납니다.그아이들은 노래를 부릅니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아이는 살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그 중의 한 여자어린이가 인형을 들고 있는데 그 인형은 없어진 자기 딸과 똑같아서 놀란 부모...궁금해서 어린이들을 따라가는데... 

   이야기 소개는 여기까지! 그뒷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하다가 몇년이 지나 지금도 미완성.그래서 나는 소설을 읽을 때 독자입장에서도 읽지만 소설작법을 연구하면서 읽기도 한답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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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이트님의 글을 읽고나니 최근 해외토픽에 소개된 14살 소년의 참수 사건이
떠오르네요. 최근에 진화심리학 관련 책을 읽게 되었는데, '진화심리학' 이라는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이트님이 쓰신 글의 주제와 관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들의 잔혹한 심리의 유래에 대해서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이 주제와 관련된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으로 쓴 내용의 책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그리고 구상하신 뒷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소설은 미완성으로 마무리된건가요?
글 중간에 '원래 내 인상이 좋아서 어린이나 동물들이 주변에 모여들긴 하지요.' 라는
부분을 보면서 자이트님의 모습 역시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동물들까지 모이는거 봐서는
인상이 참 좋으실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11 21:25   좋아요 0 | URL
멕시코의 소년킬러가 있었지요.진화심리학적으로 어린이의 잔혹성을 해명한 책을 알고 싶군요.

제 모습은 음...

줄거리의 주요뼈대만 그 정도로 만들고 살은 못붙였네요.

Mephistopheles 2010-12-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수수밭의 아이들도 추가요~!

노이에자이트 2010-12-11 21:25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이 공포물에 일가견이 있지요.

마녀고양이 2010-12-1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로즈마리의 아기는 진짜 섬뜩하구여, 그보다 더 섬뜩한게
Y의 비극이었죠. 진짜 그건 너무 심했었어요....

그래두,, 어린이가 주는 공포가 머예요, 노이에님!! (항의 중~ 아하하.)

노이에자이트 2010-12-11 21:25   좋아요 0 | URL
다들 그 방면의 고전들이죠.

제목은 아주 잘 정한 것 같기도 한데요...

黑海 2010-12-17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세상에 순수한 것은 없습니다. 거인도 난쟁이도 순수하지 않습니다.
그냥 "키가 작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본식 표현에 의하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오히려 천진난만하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유포된 이데올로기였다고 봅니다. 어린이까지 포함해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요물(妖物)이라고 봅니다. 인간만큼 기묘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흑해 2010-12-17 16:1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이들과 어른들의 잔혹함은 막상막하입니다. 단지 어른들이 더 강할 뿐이죠. 공부를 시킨다는 명목으로 밤 12시까지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도록 만드는 일이 하나도 놀라울 게 없는 게 한국이죠.

이거야말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착취하는 행위 아닌가요?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1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세계에서 유례없는 아동학대 청소년 학대입니다.학교와 학원에 가두어놓은 행위...
 

    얽히고 설킨 한반도 주변정세를 이토록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며 경탄한 적이 있습니다.리영희의 짧은 글 '현해탄'. 군사니 외교안보니 하는 글엔 머리부터 지끈거린다는 사람들도 쉽게 읽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그 내용을 소개하면... 

    1970년 경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진행되는 데 대해 한국인들이 염려하던 때. 리영희는 두 부류의 일본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명은 평화주의 성향의 일본인 기자요, 한 명은 우익 성향. 먼저 평화주의자와 편지로 대화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일본인 기자: 부관 연락선의 재개통을 한일양국간 우호관계의 상징으로 보고 기뻐하는 한국인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돌아왔습니다.확실히 일본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두려워할 만큼 급속히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나와 많은 일본인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 주십시오. 만일 그 만화가 예언한 것처럼 일본군의 탱크가 부산으로 일본의 기지를 떠나게 될 때에는 나는 모든 귀한 것을 버리고 그 탱크가 굴러가는 신바시(잔교)위에 나가 누울 것입니다. 

     리영희:당신이 신바시에 나가 누울 필요도 없고 일본군의 탱크가 올 필요도 없는 관계를 이룩하기 위해 서로 노력합시다. 

# 여기서 말한 그 만화라는 것은 당시 일본 유력신문에 나온 네컷 시사만화의 내용. 관부연락선이 재개통하자 처음엔 하오리,히까마 차림과 평복차림의 일본관광객이 배에 오르고, 그 다음엔 찝차가, 맨 마지막엔 일장기를 꼽은 탱크가 배에 오른다는 내용.

   그 다음 소개한 일본인...한국에 처음 온다는 일본인 교수.무교동 술집에서 한국인 지식인들과 이야기 합니다.일본 교수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칭찬하고....그와 이야기하는 한국인들은 일본이 경제는 물론 군사면에서도 한국의 후견인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염려하는데, 그 일본 교수가 거북스럽다는 듯이 한마디 합니다. 

  일본인 교수: 그런 두려움을 품는 여러분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그런 가능성이 절대로 없을 거라고는 일본 정부의 견해와 과히 틀리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내가 보는 바로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본격화된다면 그것은 일본 쪽에서 그러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쪽에서 일본군대를 불러들이려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어떻습니까.여러분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일본 쪽만을 비난하고 있던 술자리의 한국인들은 제법 지식인을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질문에 대답을 못했다.......이상 <전환시대의 논리>148~149P 에서 

   지난 10월 13일에서 14일까지 부산 인근해역에서 한국주도로 미국,일본,프랑스,캐나다,호주 군대가 참여하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사실상 이는 대량살상무기를 실은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선박을 해상에서 정지시켜 제압하는 것이 주목적.미국주도로 2003년부터 실시되었고 참여정부는 남북관계 때문에 참가하지 않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작년 5월에 참가했음)훈련이 실시되었습니다.여기엔 일본 자위대의 구축함 두 척이 참석했는데 해방 이후 일본 함대가 한국해역에 들어온 것은 처음입니다.위에 소개한 보수적인 일본인 교수의 말이 맞습니다.이 구축함들은 일본이 강제로 침략해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훈련에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온 것이니까요.

   나는 일본에 대해서 객관적인 지식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리영희의 책을 권합니다.일본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된 흔하디 흔한 반일서적  한 트럭 분량을 읽는 것보다 낫습니다.모든 일본인을 적대시하는 맹목적인 반일주의를 극복하고 상당히 껄끄러운 진실을 과감히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그러니 ...말로만 리영희 리영희 했던 분들이여...직접 책을 들고 읽으시라! 읽으시라!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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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0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갑자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생각나네요.그 책과 현 상황은 정 반대네요ㅜ.ㅜ

노이에자이트 2010-12-05 23:43   좋아요 0 | URL
평소 반일을 외치다가도 북한을 포위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일본의 군사력도 환영하니까요.

루쉰P 2010-12-0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천에 가서 있다가 리영희 교수님의 타계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한겨레 신문에서 알바하던 시절 그곳의 논설위원이 리영희 교수에게 편지를 붙여달라는 심부름을 제게 시켰는데 리영희 교수님의 주소를 보고 한 번 편지를 쓸까 말까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의 실정에 대해 전혀 모르던 20대 후반 한겨레 신문사의 도서관에서 알바가 끝나면 쳐 박혀 앉아서 리영희 교수님의 책과 강준만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국제적 시야를 알아 갔던 기억이 참 많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리영희 교수님의 책 중 '중국백서'(?)라는 미국 정부의 고관이 왜 중국혁명이 성공했는가에 대해 분석한 책을 번역하신 책을 가장 좋아하고 가슴 깊이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리영희 교수님의 '대화'도 정말 가슴 깊이 느꼈구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지식인 정말 지식인 이셨는데 돌아 가셨다니 애석함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창비에서 나온 전집도 빨리 사야 겠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06 21:25   좋아요 0 | URL
<중국백서>는 미국 국무성에서 중국본토가 공산당에게 장악될 확률이 높아지자 모든 책임은 장개석과 국민당에 있다는 시각으로 펴낸 책인데 그래도 사료적 가치가 꽤 높아서 많이 인용되지요.리영희 님이 해직 중에 번역한 책이라고 합니다.앞부분은 빼고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위주로 번역했습니다.

루쉰P 2010-12-0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노신 선생을 주목하게 만든 것도 리영희 교수님이셨죠. 하여튼 어떻게 주저리 주저리 쓴 다 한들 아쉬운 마음이 사라질까요. 다만 그런 시야를 가진 지식인이 돌아가셨다는 것에 대해 참 애석할 따름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06 21:26   좋아요 0 | URL
예.노신과 호지명에 대한 언급이 많았지요.

黑海 2010-12-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이에자이트 님 객관적인 지식이란 없습니다. 지식 자체가 이미 주관적인 것입니다. 이건 영어 단어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과 지식은 혼동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같은 게 아닙니다. 주관적인 것과 자의적인 것은 같은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구별되어야 하는 것이죠.

객관적인 지식이란 말이 가능하려면 "인식과 대상의 일치"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식과 대상이 일치한다는, 즉 그것이 객관적인 인식이라는 것을 보증해줄 수 있는 기준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인식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끝도 없이 방대한 사실을 나열하면서 그것을 "방증"하려는 태도를 보이지요. 방대한 사실은 그것이 객관적인 인식이라는 또는 그것이 진리인지 아닌지 판명해주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식은 곧 권력입니다. 그것이 어떤 지식이든 그 지식은 지식을 소비하는 사람의 사유를 일정한 범주로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이죠. 지식은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지식 또는 인식의 울타리 안으로 사람을 가두고 마는 것입니다.

또한 언어 자체갸 사실 모호한 의미를 지니고 있죠. 기표와 기의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리영희 씨 책을 읽는다고 해도 "틀리게"가 아니라 "다르게" 이해될 수밖에 없고 또 다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저자의 의도의 의도"까지 또는 이데올로기까지 읽어낼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흑해 2010-12-08 15:5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가령 리영희 씨는 유럽에서 만들어진 "文明" 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지 못하고 오히려 그 담론을 내면화하신 분이죠. 의심나면 한 번 리영희 선생님의 글들을 읽어 보시죠.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예전부터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안 보려고 하니까 안 보이는 것 뿐이죠.

그런데 그 분의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들만큼 획일적으로 생각하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살아나가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옷차림만 봐도 남녀노소 금세 유행이 변하고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비슷하거나 똑같은 모습입니다. 어떨 때는 군복 차림 일색, 어떨 때는 짦은 치마로 천하통일. 이렇게 이상한 나라는 드물답니다.

만약 한국이 파시즘 국가가 된다면 역사상 최강의 파시즘 국가가 될 겁니다.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박경리나 조정래는 말할 것도 없고 리영희 씨도 어쩔 수 없이 포함되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민족주의자나 근대주의자도 결국에는 유럽중심주의자라고 봅니다. 정치적인 입장은 다양할 수 있지만 그 인식이나 논리의 차원에서 유럽중심주의를 변형된 형태로 관철시키는 거라고 봅니다.

주한미군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본군까지 들어온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한미군은 외국군이 아닌가요?

노이에자이트 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가령 북한이 무너지고 중국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이 온다고 해서 과연 주한미군이 순순히 물러날까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내셔널리즘에 함몰되어 있는 한 힘든 일이지요. 국가라는 것 자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사료가 없어도 사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대한 기록 중에서 이성계가 위화도에 갔다는 기록만 있고 어떻게 돌아왔는지 대한 기록이 없다고 가정해 볼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료가 없기 때문에 사실을 알 수 없습니까? 사료가 없어도 우리는 그 정황을 상상하는 게 가능합니다.

노이에자이트 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없어도 우리는 노이에자이트 님이 컴퓨터로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중에 노이에자이트 님이 글을 쓰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노이에자이트 님에 대한 이러한 "想像"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사료가 없다고 해도 어떠한 사실도 알아낼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이성계가 위화도에 갔다. 그 후에 이성계에 의해 조선 왕조가 세워졌다. 이 두 가지만 알고 있어도 우리는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했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게 가능합니다.

실증주의자는 위화도(현재 위화도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직접 가야만 위화도를 대해 뭐라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죠.

그러나 위화도에 직접 가지 않아도 우리는 "상상"을 통해서 위화도 회군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방대한 자료가 있어야만 무엇을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상상"입니다.

물론 "상상"은 망상이 될 수도 있죠. 그러나 상상에도 수준이 존재합니다. 따져가면서 "상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우상을 파괴하면서 또다른 우상을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겠지요.
리영희 씨가 탈민족주의에 대하여 학술적인 글을 남긴 것은 아닙니다만 워낙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이 나라에서 그래도 박경리 씨나 조정래 씨보다는 좀 냉정하게 민족정서와 거리를 두려고 했던 자세는 인정하려고 합니다.
한국인이 만들어낸 획일성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넓은 의미의 개인주의 근대적 인간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으니까요.진보를 자칭하는 이들도 인습의 노예인 경우가 많습니다.

黑海 2010-12-09 15:2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정말로 개인주의 근대적 인간이 뿌리를 내렸는가와 상관없이 "개인주의 근대적 인간"이라는 담론은 자본주의와 관계없는 또는 자본주의를 만드는데 방해되는 "공동체"들을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거나 파괴 및 삭제하는데 필수적인 구성 요소라고 보여집니다.

"개인주의 근대적 인간"이라는 담론은 자본주의의 핵심적 구성요소 아닐까요?

정말로 그런 인간이 존재하느냐? 근대적인 개인주의 사회가 진짜로 현실에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개인주의 근대적 인간"을 존재하는 사회로서 유럽이나 한국을 상상하게 만드는 게 문제의 핵심이죠.

그런 "상상"이 가능해야 자본주의에 방해되는 "공동체"를 파괴하거나 무력화시키고 사람들의 논의나 토론에서 "공동체" 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막을 수 있겠죠.

근대적 자본주의와 유럽중심주의를 서로 떼어놓고 보지 않는다면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민족적 시민"들은 "개인주의 근대적 인간" 자체가 아니라 그 담론 자체에 철저히 종속당한 존재들이라고 봅니다. 즉 민족적 시민 자체가 이미 일종의 "식민주의자"인 것이죠.

한국의 민족적 시민들이 공동체를 거론하지 않은면 않을수록 식민주의의 지배가 그만큼 철저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는 근대가 유럽중심주의 또는 식민주의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합니다.

흑해 2010-12-0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사학은 오늘의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과거에 눈을 돌리게 하는 게 적합한 학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식으로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를 "진보적인" 존재로 또는 "보수적인" 존재로 다른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적합한 학문이 아닐까요? 그런 식으로 진보적으로 보수적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면서 과거를 팔아먹을 수 있는 학문.

한마디로 현실에서 도피하면서 진보적으로 보수적으로 과거를 팔아먹을 수 있는 학문이 역사학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기 한겨레 신문 기사에 그런 사람들의 이름이 실려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52410.html

여기에 이름 올린 사람들을 보니 역겹습니다.

무슨 장례의원, 고문, 재정, 총무····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을 혼자서 다 했다고 착각하는 인간들이 개나 소나 거기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고! 개나 소나 다 거기에 들어가야 한다 이거죠.

한겨레 신문이 그렇게 지네들 기준으로 다 해서 집어 넣었습니다.

한겨레 신문은 평소에 안 보지만 이 신문은 어쩌다 볼 때마다 저를 열받게 만드는 일이 많군요. 아예 보지도 말까 합니다.

이 사람들이 리영희 씨를 팔아먹는 사람들이고 자기 과거 팔아먹는, 역사 팔아먹는 인간들이죠.

혼자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열받아서 이 글을 올립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1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그렇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12-16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리영희의 책 가운데 자전적 에세이인 <역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삶의 이력들이 너무도 진솔하게 고백되는 걸 보며 꽤 놀랐습니다. 기생 앞에서 보인 추태를 고백하며 자신의 용렬함을 반성하던데, 그 반성하는 모습도 우리의 지식인 사회에선 꽤 특유하다는 생각을 했구요.
또 자신을 철저하게 남한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자기매김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말갈'이라는 호가 정말 어울립니다.
혹자가 한국의 지사적 언론인의 물줄기를 신채호-송건호-리영희로 자리매김하던데 말이죠. 송건호와 리영희는 꽤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질면에서도 그렇구요. 송건호는 젊은 시절 소설가를 꿈 꿨죠. 리영희는 고위 관료를 꿈 꿨구요.
리영희가 지사적 언론인이라는 말은 더 어울리죠. 근데 두 사람이 지금은 같은 곳에서 쉬고 있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12-17 17:15   좋아요 0 | URL
<역정> 이전에 <분단을 넘어서>가 있었죠.이야기가 많이 중복됩니다.<대화>에서도 나오는 이야기가 있지요.
일제시대사와 한국현대사 공부할 때 송건호 씨 책들을 봤죠.인지도에서는 리영희 씨보다 좀 떨어지지만 저는 송건호 쪽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내 지인에 의하면 1986년 경 대학도서관에 가서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을 빌리려 했더니 금서라서 대출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원 세상에...그런 시절이 있었다니...나는 그 책들을 서른이 넘어서 읽었습니다.한참 독서에 탄력이 붙던 시절이었고, 이미 리영희 동지( 나는 동지라는 단어가 참 좋습니다)의 칼럼을 통해서 군사외교 분야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접했는지라 말로만 듣던 그의 대표작을 읽어보자고 결심했지요.상당히 꼼꼼하게 정독했습니다.이미 그 당시만 해도 그런 책을 그렇게 읽는 사람은 없었으니 내가 유별난 놈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은 실제로 읽어 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왜 그럴까... 이 책은 차분한 독서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이 책들이 필독서였던 시절. 중국과 베트남 전쟁에 관한 몇 몇 내용만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읽은 사람들은 내용이 꽤 어려워 포기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특히 이 책이 대학 신입생 필독서였다는데 교과서 참고서로만 두뇌를 채운 고교시절을 방금 지난 사람들이 소화하기엔 당연히 힘들었겠지요.군사외교 분야가 오직 어렵습니까.나 역시 대학 신입생 때 읽었더라면 중도에 포기했을 겁니다.그래놓고도 "나도 리영희를 읽었다구" 하면서 자랑했을지도 모르지요.어차피 그 책을 정독한 사람이 드물었으니 거짓말도 통했을 겁니다.

    나는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갈등에 관심이 많아 관련 문헌을 읽었던 상태였습니다.그랬기 때문에 <전환시대의 논리>나 <우상과 이성> 이후의 저서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쉽게 여겼던 것도 사실입니다.오히려 나는 제네바 협약에 대해서 베트남을 둘러싼 서방진영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자세히 해설한 리영희의 깊이있는 지식에 감탄했습니다(<전환시대의 논리> 제 4장).그리고 한일관계사,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안보정책을 다룬 글들도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식의 안이한 민족주의 정서에 상당히 비판적이며 특히 무분별한 반일주의에 대단히 비판적이었습니다.우리는 일본만은 이겨야 한다 운운...하는 스포츠 반일주의가 한일관계사의 진정한 모습을 은폐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적도 있었지요.윌프레드 버체트의 명저 <히로시마>에 쓴 추천서에는 미국의 원폭투하를 정당하다고만 생각하는 한국인 일반의 정서를 꾸짖는 내용도 있습니다(<대화>에서 리영희는 직설적으로 우리나라 진보지식인들은 일본의 이와나미에서 출판한 책들에게 크게 신세를 졌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몰래 일본 책들을 표절하고서도 겉으로는 반일주의자인 척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을 생각해 보면 정말 솔직하다는 느낌)

   만년에 임헌영과의 대화를 기록한 <대화>에는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이 나와 있습니다.사상의 자유가 없는 북에서 나온 학술서적들의 수준이 이제 정체상태라고 비판했습니다.특히 이 대목에선 국내 일부의 주사파들을 겨냥한 듯한 비판도 있습니다.임헌영이 도모노 로의 추리스파이 소설 <코리아 파일 38>에서 나오는 "맥아더 이승만 장개석의 음모로 한국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가설을 소개하자 리영희는 어불성설이라며  북침설에 기반한 논의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고 했습니다(이 소설 읽어봤는데 상당히 재밌습니다.물론 음모설은 수용하기 힘듭니다만).또 우리나라는 문화민족이라는 투의 정서에도 거부감을 표시한 대목이 있지요. 

   리영희 동지는 수필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범우문고에는 그의 명수필 몇편을 뽑은 게 있지요.팝송 등 양키문화를 꼬집은 수필을 읽으면서 웃었던 생각도 납니다.70년대의 글이라 당시 팝송과 같은 양키문화에 물든 세대들이 지금은 거의 환갑이니까요.시국사범으로 잡혔던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울던 사연은 지금 읽어도 가슴이 찡합니다.그 사연은 <대화>에 자세히 나와 있지요. 

    그의 글과 책을 꽤 읽었습니다.그중에는 내가 찬성하기 힘든 내용도 있었습니다.그리고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에서는 베트남전쟁이나 중국문제보다는 한일관계사, 미국의 군사정책 관련 글들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지금 읽어도 도움되는 내용이 많습니다.그 분야가 어려우면 우선 빼놓고 수필류에 해당하는 글을 읽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요.범우사에서 나온 수필선도 이 두 책에 뽑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우상과 이성>(1977)과 <전환시대의 논리>(1974)는 국한문 혼용이며 일본인 이름을 그냥 한자로만 적은 곳도 있고, 중국인명은 중국발음이 아닌 우리말 발음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이런 데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읽기엔 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그리고 <전환시대의 논리> 출판년도는 베트남 전쟁이 북베트남의 승리로 끝나기 전이라는 것도 유념하면서 읽으시길. 이 책들에 실린 글의 출처를 유심히 보면 신동아,여성동아 등 동아일보사가 운영하던 월간지도 있습니다만 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될 겁니다.그때는 조중동문...하던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리영희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었다는 것도 너무 복잡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남북의 화해를 그토록 소망했던 리영희 동지의 별세 소식을 들은 지금...역대 최대 규모의 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오키나와 해역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그 며칠전엔  서해에서 한미합동훈련이 실시되었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산동과 심양에선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있었습니다.그리고 그 직전 연평도 포격...참 얄궂은 세상, 하필 이럴 때 리영희가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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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2-0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정은이 등장할 때는 황장엽 씨가 갑작스레 사망한것도 그렇고요.
그리고 최근에 나온 <리영희 평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리영희 씨마저
그렇게 세상을 떠나시다니 우리나라 사상계의 별이 졌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헌책방에 가면 심심찮게 80년대쯤에 출간된 <전환시대의 논리>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자이트님의 글을 읽고나니 꼭 읽고 싶어집니다. 저도 옛날 책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리영희 씨의 글을 다가가지 어려웠는데
자이트님의 글 덕분에 유용한 도움을 얻게 되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05 14:48   좋아요 0 | URL
예.실제로 리영희 씨 저서를 읽은 사람이 주변을 봐도 거의 없어서 그의 주저이면서 좀 어려운 외교군사 분야를 다룬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을 소개했습니다.시대적 제약이 보이긴 하지만 꼼꼼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전환시대의 논리>에 좀 가려진 느낌이 있지만 <우상과 이성>도 읽어보십시오.

푸른바다 2010-12-0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책을 갖고 있지만 (다른 몇권의 책과 더불어) 정독하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시간 날 때 다시 꼼꼼이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로 한 시대가 저무는 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12-05 18:18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외교나 군사문제는 어려우니까요.짧은 글부터 정독하면 될 것입니다.

blanca 2010-12-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화>만 읽었는데 의외로 참 재미있더라구요. 오늘 영풍문고에서 갑자기 리영희 선생의 평전이 보여 생전에 평전이 나오는 경우도 있구나, 했었더랍니다. 집에 와서야 별세하셨다는 것을 알고 어찌나 허탈하던지. 저도 북침설을 일소하는 대목이 인상깊었어요. 나이드신 분들은 빨갱이 어쩌고 하며 비판하시던데 그 분의 사상을 전혀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고 그런 비판들을 하시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노자님은 <전화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을 다 읽으셨군요. 요즘 시국에 돌아가시니 더 마음이 아픕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05 23:01   좋아요 0 | URL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나 찬양하는 사람들이나 그의 저서를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대화>같은 책을 통해서 관심을 가진 뒤에 그의 주저를 읽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샘 2010-12-0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6년에는 대학가에서 어지간한 책은 다 판매되던 시절입니다. 제가 85학번이니... 리영희 선생 책을 구해보기 어렵던 시절은 아니었을 겁니다. 덕택에 저도 어정쩡한 데모꾼이었으니 리영희 선생님 세례를 좀 받은 것 같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12-05 23:36   좋아요 0 | URL
예. 그러니 우습지요.서점에선 팔고 있었는데 대학도서관에서는 금서였다고 하니까요.다른 책들도 그런 사례가 꽤 많았다고 합니다.저희 아버지 덕에 신동아를 거의 20년치를 갖고 있는데 1985년 당시 신동아에 실린 공안당국의 금서목록을 보면 뭐 이런 걸 금서라고 지정했나 하고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지요.거의 다 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한나라당의 황진하 의원은 국회국방위 소속으로 나름대로 군사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한미동맹과 반공정신을 강하게 내세우는 전형적인 한국적 보수주의자라고 해야겠지요.장군 대통령의 시대가 지나간 지금, 육군 중장 출신의 정치가로서 당내에서도 발언권이 꽤 있는 편입니다.참여정부 시절 추진한 전시작전권 이양에 대해서는 당론을 받들어 강하게 반대운동을 했지요.또 미국에 동료의원들과 함께 직접 건너가 미국이 계속 전작권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작전을 펴기도 했습니다.물론 미국인들은 이 사람들 왜 이래 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폐허가 되어버린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들고서 이게 북한제 포탄이라고 발언하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또 한번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하지만 동영상을 자세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작 체면에 먹칠한 사람은 황의원입니다.안 대표의 주장이야 그다지 신뢰감이 없지요.그는 군복무 경력이 없으니까요.하지만 바로 옆에서 그 보온병이 포탄이라고 확인해 준 사람은 육군중장 출신인 황의원이었습니다.바로 몇 초 후에 기자가 보온병 상표를 발견해서 이 촌극은 막을 내렸지만 말이지요.  

   인터넷의 댓글도 그렇고, 그 후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황의원보다는 안 대표가 더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우선 안 대표가 군면제자인데 아는 체했다는 데 대한 사람들의 반발이 있겠고, 또 그동안 안 대표가 워낙 직설적인 어법으로 비호감 정치인으로 알려진 이유도 있을 겁니다.하지만 육군중장으로 군사통으로 알려진 황의원이야말로 더 화제가 될 듯한데 의외로 그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유명하지 않은 것도 이럴 땐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남자들이 군대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아는 체를 하지만 사병출신들이야 자기가 복무했던 부대를 벗어난 분야에 대해선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려 하겠습니까.더군다나 군경험을 넘어 군사외교 쪽은 대부분이 그다지 관심이 없게 마련입니다.오죽하면 신문에서 군사외교 관련 기사는 가장 안 읽는 분야라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포탄의 탄피인지 보온병인지 구별 못하는게 큰 흠이 될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하지만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안전하다는 평범한 처세훈도 있듯이 안 대표나 황의원이 그냥 가만 있었으면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아는 체하고픈 인간의 욕망은 억누르기가 힘든 것이었을까요. 

  황진하 의원의 경우를 보면 굳이 무기 등 군사분야가 아니라도 우리가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됩니다.하지만 이번처럼 인터넷에서 동영상이 퍼져  널리 알려져 버리면 낙인처럼 지우기가 힘들지요.차라리 무기에 대해선 인터넷의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외국의 군사다큐멘타리을 보면 여성전문가가 전쟁이나 무기에 정통하여 해설하는 장면도 꽤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여성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남자들도 오십보 백보입니다만. 

   지금이야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 안상수 대표이지만 그는 박종철 고문사건을 폭로하여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를 마련한 전력도 있습니다.그 전말을 다룬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는 책을 동아일보에서 펴내기도 했지요.안상수 황진하 이 두 정치인은 이제 보온병을 볼 때마다 예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포탄보고 놀란 가슴 보온병 보고 놀란다는 새로운 속담이 생겼다는 소문도 있고...여하튼 이번 사건이 가르쳐 주는 교훈은 간단합니다.1.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2.전문가 말도 적당히 믿어라 3.간단하고 평범한 교훈일수록 지키기 어렵다 4.인지도가 낮아서 다행인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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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기울이면 2010-12-0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공주의자'라는 말 오랜만에 보네요. 반공주의자 만나면 물어보고 싶었던게 있는데 우리나라의 제1교역국인 중국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입니다. 자본주의요소를 많이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알다시피 중국은 공산당 1당독재국가이자 북한의 혈맹이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전 '반공주의' = '돈없는놈은 꺼져' 라고 읽습니다만...

노이에자이트 2010-12-05 14:55   좋아요 0 | URL
하하하... 반공주의라는 말 요즘에도 종종 나옵니다.이번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 직후 연평도를 방문했는데 군인들이 '멸공'이라는 띠를 두르고 있던데요.멸공 반공...아직도 막강한 힘을 가진 구호입니다.

보수언론에서는 중국에 대해서도 천안함 사건 이후엔 상당히 비판적이더군요.북한 편을 든다고. 현 정부로서도 중국을 어떻게 대할지 난감할 겁니다.공산당 물러가라고 할 수도 없고...

cyrus 2010-12-0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두 명의 주장이 다 오류였는데 유독 안상수 대표만 조롱의 대상이 되어서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안상수 대표가 황 의원보다 더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였기에 대중들의 비난대상으로 쉽게 될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이번 글은 진지하면서도 살짝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교훈 역시 가볍게
보지 말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12-05 14:55   좋아요 0 | URL
안상수 씨가 좀 미운 털이 많이 박혔어요.그가 당대표로 나섰을 때 동아일보에서도 그가 군복무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더군요.

황진하 의원에 대해서는 전작권 환수 반대운동 소식을 통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여하튼 두 분의 연평도 방문은 좀 거시기하더군요.

평범한 교훈일수록 지키기가 쉽지 않아서...우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카스피 2010-12-0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장출신의 황의원이 대포알과 보온병을 구분하지 못한다니 참 넌센스인데요^^

노이에자이트 2010-12-05 23:38   좋아요 0 | URL
근데 실제로 포병출신이 아니라면 밀리터리매니아가 아닌 바에야 거의 모를 거에요.중장이니 알 거라고 여기는 것도 우리의 착각일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