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황진하 의원은 국회국방위 소속으로 나름대로 군사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한미동맹과 반공정신을 강하게 내세우는 전형적인 한국적 보수주의자라고 해야겠지요.장군 대통령의 시대가 지나간 지금, 육군 중장 출신의 정치가로서 당내에서도 발언권이 꽤 있는 편입니다.참여정부 시절 추진한 전시작전권 이양에 대해서는 당론을 받들어 강하게 반대운동을 했지요.또 미국에 동료의원들과 함께 직접 건너가 미국이 계속 전작권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작전을 펴기도 했습니다.물론 미국인들은 이 사람들 왜 이래 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폐허가 되어버린 연평도에서 보온병을 들고서 이게 북한제 포탄이라고 발언하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또 한번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하지만 동영상을 자세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작 체면에 먹칠한 사람은 황의원입니다.안 대표의 주장이야 그다지 신뢰감이 없지요.그는 군복무 경력이 없으니까요.하지만 바로 옆에서 그 보온병이 포탄이라고 확인해 준 사람은 육군중장 출신인 황의원이었습니다.바로 몇 초 후에 기자가 보온병 상표를 발견해서 이 촌극은 막을 내렸지만 말이지요.
인터넷의 댓글도 그렇고, 그 후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황의원보다는 안 대표가 더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우선 안 대표가 군면제자인데 아는 체했다는 데 대한 사람들의 반발이 있겠고, 또 그동안 안 대표가 워낙 직설적인 어법으로 비호감 정치인으로 알려진 이유도 있을 겁니다.하지만 육군중장으로 군사통으로 알려진 황의원이야말로 더 화제가 될 듯한데 의외로 그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유명하지 않은 것도 이럴 땐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남자들이 군대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아는 체를 하지만 사병출신들이야 자기가 복무했던 부대를 벗어난 분야에 대해선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려 하겠습니까.더군다나 군경험을 넘어 군사외교 쪽은 대부분이 그다지 관심이 없게 마련입니다.오죽하면 신문에서 군사외교 관련 기사는 가장 안 읽는 분야라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포탄의 탄피인지 보온병인지 구별 못하는게 큰 흠이 될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하지만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안전하다는 평범한 처세훈도 있듯이 안 대표나 황의원이 그냥 가만 있었으면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는 문제였습니다.아는 체하고픈 인간의 욕망은 억누르기가 힘든 것이었을까요.
황진하 의원의 경우를 보면 굳이 무기 등 군사분야가 아니라도 우리가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됩니다.하지만 이번처럼 인터넷에서 동영상이 퍼져 널리 알려져 버리면 낙인처럼 지우기가 힘들지요.차라리 무기에 대해선 인터넷의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외국의 군사다큐멘타리을 보면 여성전문가가 전쟁이나 무기에 정통하여 해설하는 장면도 꽤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여성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남자들도 오십보 백보입니다만.
지금이야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 안상수 대표이지만 그는 박종철 고문사건을 폭로하여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를 마련한 전력도 있습니다.그 전말을 다룬 <이제야 마침표를 찍는다>는 책을 동아일보에서 펴내기도 했지요.안상수 황진하 이 두 정치인은 이제 보온병을 볼 때마다 예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포탄보고 놀란 가슴 보온병 보고 놀란다는 새로운 속담이 생겼다는 소문도 있고...여하튼 이번 사건이 가르쳐 주는 교훈은 간단합니다.1.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2.전문가 말도 적당히 믿어라 3.간단하고 평범한 교훈일수록 지키기 어렵다 4.인지도가 낮아서 다행인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