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현실은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습니다.모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이라는 기본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드라마에서도 몇 년 전부터 비정규직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몇 년 전에 방영한 '신입사원'에서는 한가인이 계약직 사원으로 나오는데 부당해고 당했다고 1인 시위를 합니다.그래봤자 너만 손해다...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데, 너 그러다가 소문만 안 좋게 나면 다른 직장 구하기도 힘들다는 등...그런 말만 듣지요.
'막돼 먹은 영애씨'에서는 인턴사원들을 보는 직원들의 대화..."아까 저애가 잘 부탁드립니다.하고 나한테 인사하는데...안타깝더라.저 애들 싼 맛에 뽑아놓고 몇 달 간 부려먹다가 자를텐데...그런 걸 잘 모르나봐...이쁘장하고 착하게 생겼던데..." "야. 우리들도 계약직이야. 저 애들 동정할 처지가 아니라구 우리 코가 석자나 빠져있는데..." 주고 받는 대사들이 처량합니다.
최근에는 '즐거운 나의 집'에서 시간강사가 교수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도 있습니다.힘있는 교수와 그 교수에게 잘 보이려고 줄서는 교수들과의 관계가 마치 조폭들 위계질서 같아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좀 있으면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문제도 이런 식으로 희화화한 장면이 드라마에 등장할 것 같습니다.
역시 가장 압권인 장면은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가 맡은 배역.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비정규직으로 다시 들어간 회사에서 받는 차별을 온몸으로 느끼는데... 점심 먹으려고 배식판을 내미는 김남주에게, 조리하는 아주머니가 하는 말 "비정규직은 3000원만 보조해 주니까 2000원 따로 내야 해." . 이런 사소한 것에서까지 비정규직의 주제 파악을 하라는 배려인가...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고, 아마 현실에서는 드라마보다 더 처절한 일도 일어날 겁니다.
나 역시 지금까지 계약직으로 여러 직업을 거친 몸...이러다 보니 소속감이 없고 떠돌이 근성까지 몸에 배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머릿속으로만 호기를 부리면서 상상하는 장면은..." 요즘은 해고통지를 문자 메시지로 한다며? 그래, 그럼 이제 나도 사표를 문자 메시지로 날려주마. 만약에 싸가지가 있네 없네... 시비 걸면 한마디 해줘야지. 야... 이것들아...사장은 문자 메시지로 해고통지해도 되고 노동자는 문자 메시지로 사표 쓰면 안 된다는 법 있냐! " 하지만...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