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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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나는 생각뿐 아니라 느낌까지 전해주는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어떤 식으로든, 책을 읽는 동안 이런 느낌을 경험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다른 생명들을 느끼고 공감하는 능력을 생각하는 능력과 똑같은 수준으로 계발하지 않으면, 우리 앞에 닥친 환경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개의 환경 관련 서적들은 느낌의 영역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7)

 

 

생각은 머리가 하는 작용이다. 머리 작용은 분리/단절을 낳는다. 느낌은 가슴이 하는 작용이다. 가슴 작용은 일치/연속을 낳는다. 가슴을 떼어내고 머리에 손발을 이어붙인 인간이 발명한 문명과 과학은 우리 앞에 닥친 환경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가슴의 재생, 느낌의 복원은 종말론적 윤리의 선결 과제다.

 

인간이 분리한 것은 자연뿐이 아니다. 인간은 인간도 분리한다. 인간 분리란 타자를 분리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 자신도 분리한다. 타자의 삶에서 감동받지 않음은 물론 자기 자신의 삶에서도 감격은 가뭇없이 사라진다. 전방위·전천후로 느낌이 사라지자 모든 네트워킹은 말라죽는다. 네트워킹 고사가 다름 아닌 영의 상실이다.

 

영을 상실한 한 사람과 숙의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자연은 아예 말할 필요조차 없고, 타자는 물론 자기 자신과도 도저한 분리를 이룬 채 살아가는 그는 갈망 없는 탐욕, 책임감 없는 죄의식, 통회 없는 자기비판, 실행 없는 결심, 변혁 없는 수고에 중독되어 있다. 느낌을 전해 받고 느낌을 전해주는 일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슬픔도 노여움도 탈 줄 모른다.

 

극진히 숙의하고 있으나 어느 시점부터 그는 요지부동이다. 나는 내 영을 의심한다. energy 아니고, 더군다나 스톡stock도 아니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조차 불가능하다면 나는 무엇인가. 고뇌를 거듭한다. , 문득 느낌과 마주한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일이라서 더 어렵구나. 때려 패면 차라리 쉽구나. 마구 뭘, 그러니까 돈 이런 걸 퍼주면 더더욱 쉽구나.

 

나는 힘을 주지 않는다. 나는 돈을 주지 못한다. 나는 무력하다. 나는 빈곤하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힘주지 않고 돈 없이 느낌을 전하는 것이다. 힘이 갑인 세상에서는 허망하리라. 돈이 갑인 세상에서는 근본 없으리라. 허망과 무근을 무릅쓰고 나는 선택한다. 느낌. 느낌. 느낌. 나는 선포한다. 느낌이 나를 구원하리라. 그 나를 네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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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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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공부를 한다. 영을 지득하고知靈 증득하고證靈 용득하는用靈 모든 과정의 증보판이자 결정판을 준비하는 것이다. 완공이 가능한지, 그렇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영가靈家를 건축하는 것이다. 영가는 영의 본성을 담는 그릇이다.

 

영은 신비주의, 그러니까 종교적 아라한 카르텔이 전유하는 경지가 아니다. 과학(적 합리)주의, 그러니까 수리·물리 인과율이 백안시하는 미신은 더욱 아니다. 영은 보편/전체 세계의 네트워킹이자 그것을 향해 열려 있는 특수/개체 존재의 참여 사건이다. 영은 평범하고 평등한 모든 존재가 고유한 필요에 따라 평화롭게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소식을 선물로 주고받는 소미심심小微沁心의 느낌, 알아차림, 받아들임 작용이다.

 

소미심심小微沁心의 느낌, 알아차림, 받아들임 작용이므로 영은 거대 일자의 인격적 속성일 수 없다. 영은 생사를 가로질러 종차를 넘어서서 배어들고 번져간다. 그렇게 바리와 원효의 인도를 받은 내 영은 마침내 낭·(나무와 풀을 따로 또 같이 표현하기 위해 만든 말)에 와 닿았다. ·풀에 닿은 내 영은 사람 삶과 낭·풀을 이전과 사뭇 다르게 느끼고 대한다. 물론 영 자체를 느끼고 대하는 감각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라짐의 구체성에서 보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내 의학이다. 기존 의학 극복을 낭·풀과 숲의 영성이 향도한다.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상상 가능한 변화는 극적이라 할 만하다.

 

이 변화 과정 밑바탕에 5천 쪽에 달하는 책들이 깔려 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바로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의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원제는 THE LOST LANGUAGE OF PLANTS: The Ecological Importance of Plant Medicines for Life on Earth. 첫 출간한 지 거의 20년 된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상황을 살피는 일은 만시지탄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이제라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눈을 더불어 뜨는 일이 불가피하다고 느껴져서 서두르는 마음결 다독이며 책상 앞에 앉는다.

 

이 서재 녹색의학 이야기에서 현대의학, 그러니까 백색의학을 비판하면서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는 일찌감치 문제 삼았다. 지금 쯤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졌을 테고 그만큼 낭·풀 의학 복원과 패러다임 교체 필요성은 긴급해졌으리라. 코로나19가 발목을 잡고 있는 이때 변방 임상의로서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아득하나 되작거리고 집적대고 끼적거리고 덤벼본다. 누가 알랴, 묵시록 한 바탕 나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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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앞마당 회화나무 아래 고요히 서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묻는다. "불교 신자이신가요?" 내가 단호히 답한다. "아닙니다." 주위 눈길이 일제히 내게 쏠린다. "저는 나무 신자입니다." 주위 눈길과 그 사람 눈길이 아연 동맹한다. 그 사람은 이내 어투를 바꾼다. "무속...?" 나는 더욱 단호히 답한다. "아닙니다. 나무 신자입니다." 그들의 당혹을 나는 단박에 부순다. "저는 죽은 부처 안 믿습니다. 산 나무를 믿습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뚫고 표표히 조계사 건너편 그들이 주목하지 않는 회화나무께로 간다. 하늘 보듬은 천수관음이 여기 계시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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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1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하늘을 보듬은 천수관음 나무가 맞네요! 정말 멋진 사진이고 메시지의 울림이 크네요! 즐거운 한주 되십시요!

bari_che 2021-02-01 11: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2-01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진 멋져요. 조계사 여러번 갔는데 저는 왜 이런 사진이 안나오는걸까요? ㅠ.ㅠ 역시 보는 눈이 달라야 하는거라는걸 깨닫고 좀더 내공을 길러야겠구나 합니다.

bari_che 2021-02-02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립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 있는 450년 수령의 회화나무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습니다. 연등서껀 인간의 물건들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지요. 지장전을 왼쪽으로 끼고 조계사 서쪽 뒤로 나가면 목은 선생 영당 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 길 왼쪽에 수령 300년가량의 회화나무 한 그루가 오연히 서 있습니다. 이 나무를 주의 깊게 보는 행인은 거의 전혀 없습니다. 제 사진은 바로 이 나무를 찍은 것입니다.

얄라알라 2021-04-16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나무보러라도 조계사 가고 싶어집니다.

저는 올 봄, 경주 계림 갔다가 나무에 반해서....계속 생각납니다

bari_che 2021-04-19 11:22   좋아요 0 | URL
예, 가셔서 회화나무뿐만 아니라, 백송도 보시면 좋습니다. 바로 옆 우정총국 건물 앞에도 수백 년 풍상을 견딘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답니다.
 



2021년 첫날 한의원, 12:07 전화벨이 울린다. 숙의치료 진행 중인 분이다. 엉엉 우는 소리부터 들린다. 너무 놀라서 "왜?"만 5번을 외친다. 그가 울면서 답한다. "넘 좋아서요!"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통증의 원인을 제대로 해석해주자 사라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선생님께 감사드리려 전화했습니다." 문제 해석의 안목을 열어주는 일이야말로 누락 불가한 치료 행위다. 올 한해를 설렘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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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0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다 정말 뿌듯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네요. 올 한해 좋은일만 있을거라는 전조인듯합니다. 시작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 근데 저 사진속 장소가 어딘지 엄청 궁금합니다.

bari_che 2021-01-02 14: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진 속 장소는 미국 유타주에 있는 아치스 국립공원의 안경 아치 일부로 보입니다. 저도 사진으로만 몇 번 보았을 뿐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바람돌이 2021-01-02 14:59   좋아요 1 | URL
바로 인터넷 검색해봤는데 미국은 정말 자연지형이 억소리 밖에 안나오네요. ㅎㅎ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곳을 또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가리오하고 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