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앞마당 회화나무 아래 고요히 서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묻는다. "불교 신자이신가요?" 내가 단호히 답한다. "아닙니다." 주위 눈길이 일제히 내게 쏠린다. "저는 나무 신자입니다." 주위 눈길과 그 사람 눈길이 아연 동맹한다. 그 사람은 이내 어투를 바꾼다. "무속...?" 나는 더욱 단호히 답한다. "아닙니다. 나무 신자입니다." 그들의 당혹을 나는 단박에 부순다. "저는 죽은 부처 안 믿습니다. 산 나무를 믿습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뚫고 표표히 조계사 건너편 그들이 주목하지 않는 회화나무께로 간다. 하늘 보듬은 천수관음이 여기 계시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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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1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하늘을 보듬은 천수관음 나무가 맞네요! 정말 멋진 사진이고 메시지의 울림이 크네요! 즐거운 한주 되십시요!

bari_che 2021-02-01 11: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2-01 2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진 멋져요. 조계사 여러번 갔는데 저는 왜 이런 사진이 안나오는걸까요? ㅠ.ㅠ 역시 보는 눈이 달라야 하는거라는걸 깨닫고 좀더 내공을 길러야겠구나 합니다.

bari_che 2021-02-02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립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 있는 450년 수령의 회화나무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습니다. 연등서껀 인간의 물건들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지요. 지장전을 왼쪽으로 끼고 조계사 서쪽 뒤로 나가면 목은 선생 영당 가는 길이 나옵니다. 그 길 왼쪽에 수령 300년가량의 회화나무 한 그루가 오연히 서 있습니다. 이 나무를 주의 깊게 보는 행인은 거의 전혀 없습니다. 제 사진은 바로 이 나무를 찍은 것입니다.

얄라알라 2021-04-16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나무보러라도 조계사 가고 싶어집니다.

저는 올 봄, 경주 계림 갔다가 나무에 반해서....계속 생각납니다

bari_che 2021-04-19 11:22   좋아요 0 | URL
예, 가셔서 회화나무뿐만 아니라, 백송도 보시면 좋습니다. 바로 옆 우정총국 건물 앞에도 수백 년 풍상을 견딘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