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앞마당 회화나무 아래 고요히 서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묻는다. "불교 신자이신가요?" 내가 단호히 답한다. "아닙니다." 주위 눈길이 일제히 내게 쏠린다. "저는 나무 신자입니다." 주위 눈길과 그 사람 눈길이 아연 동맹한다. 그 사람은 이내 어투를 바꾼다. "무속...?" 나는 더욱 단호히 답한다. "아닙니다. 나무 신자입니다." 그들의 당혹을 나는 단박에 부순다. "저는 죽은 부처 안 믿습니다. 산 나무를 믿습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뚫고 표표히 조계사 건너편 그들이 주목하지 않는 회화나무께로 간다. 하늘 보듬은 천수관음이 여기 계시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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