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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선약한 모임에 참석했다가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일어선다. 날이 저물어서야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한다. 인파가 발길을 가로막는다. 무엇보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풍경은 압도적인 10대와 20대 물결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절망 끄트머리에서 벼락같이 솟아오른 희망 아닌가. 한강이 한 말을 문득 떠올린다. “희망이 있으리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 아닐까요.”



밤이 깊어 가는데 시민은 등돌리지 않고 있다. 애통한 오늘을 여전히 부둥켜안고 구호를 외친다. 시민이 짓는 표정은 싱그럽고 내는 목소리는 탱탱하다. 한 가족과 마주친다. 엄마, 아빠, 여고생 딸.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허락한다. 여고생에게 묻는다: 실망하지 않았어요? 그는 활짝 웃으며 우렁차게 대답한다: 아뇨! 한강이 한 말을 문득 떠올린다: “소년이 온다.”



이미 잠들었어야 할 시각도 넘어서야 나는 집으로 향한다. 여의도에 있던 시민 발소리를 지하철 두 번 갈아탄 뒤에도 듣는다. 민주주의와 국민과 역사에 등돌려 퇴장하면서 히히거리던 국짐 패거리 모습을 한참 되새긴다. 쉽사리 잠이 오지 않겠다. 독한 증류주를 병째 들고 입안 가득 흘려 넣는다. 결코 이 애통을 잊지 못하리라. 한강이 한 말을 문득 떠올린다: “이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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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란 자기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발견·통제하는 정신 작용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지를 다시 인지하기다. 사유를 다시 사유, 사상을 다시 사상, 삶을 다시 삶, 이런 확장 과정을 열어 놓은 개념이다. 그런데 한 차원 높은 시각이란 표현은 좀 생각해 볼 며리가 있다. 하기 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사전에서 사용할 용어로는 적당하지 않다. 차원이란 말 자체가 그렇다. 과학 범주로 들어가면 매우 어렵고, 통속한 의미대로 쓰면 사전에 올리기에는 함의가 거의 없는 허언에 가깝다. 들머리에서 인용한 사전은 안타깝게도 후자다.

 

메타인지를 거치지 않은 인지는 기본적으로 그 자체와 다른 또는 반대인 인지를 하지 않은 한 방향 인지다. 가능한 인지 전체를 놓고 보면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부분은 오류다라는 유명한 문장은 그래서 나왔다. 인지 오류를 극복하며 나아가는 과정은 반드시 그 인지와 다르거나 반대인 인지와 마주치는 일을 거쳐야 한다. 어떤 사물 또는 사태에 대한 한 인지는 그 사물 또는 사태에 대한 인지라는 점에서 모두가 옳다. 그러나 어떤 사물 또는 사태에 대한 전체 진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그르다. 서로 마주치는 일이 필수인 며리다.

 

이 과정이 메타인지다. 메타인지라는 표현은 최근에 나왔지만 1400년 전 이미 이를 이야기한 위대한 스승이 바로 원효다. 원효는 이를 일러 화쟁이라 했다. 물론 화쟁 사상은 더 깊고 웅혼한 내포를 지니지만 기본에서 메타인지와 다르지 않다. 메타인지는 자람인 사람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메타인지로써 넓은 시야를 향해 나아가는 일은 다만 온전한 인지 획득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메타인지는 다르게 관찰·발견·통제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 팡이실이 사건에 참여함으로써 더불어 생명 누리는 장엄에 배어들기 위한 거룩한 의식이며 신나는 놀이다.

 

메타인지는 평생을 관류하는 운동이다. 자람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메타인지를 멈춘 자에게 메타 인생은 없다. 메타 인생 없는 자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허울 인간이 통치하는 국가는 공화국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공화국이 아니다. 최고 헌법기관이 헌정을 무너뜨리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말이다. 참담한 시간이 애통 속에 흘러간다. 국격은 둘째 치고 국민 인격이 산산이 부서져 나간다. 생존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오늘 저녁 여의도로 가지 않으면 나는 인간이 아니다. 국민 이전에 쌀독이 비어가는 생명으로서 나는 촛불을 들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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