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쿠데타를 저지하고 공화국 되찾기에 나선 지 1년이 지난 오늘 다시 똑같은 광장으로 나간다. 이럴 줄 몰랐던 사람이 어찌 나뿐이겠나. 국회의사당역은 일찌거니 북새판이 돼버렸다. 나쁜 일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때처럼 절박한 표정은 아닌 시민들이 조희대 사법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마지막 정리하려고 절실한 눈길 주고받으며 산과 바다로 되어가고 있다. 어렵사리 그들 사이를 흐르며 나도 지난 시간이 불러일으키는 아뜩함과 섬뜩함에 자맥질한다.
이 헌걸찬 함성 뒤 후미진 모퉁이에서 한 줌 매국 떼거리가 턱없이 야기부린다. 멀쩡하게 생긴 20대 남자 사람 하나가 한동훈이 목숨 걸고 계엄 막았다는 현수막을 들고 길가에 생뚱맞게 서 있다. 저들에게서 거두어진 눈길은 다시 만난 민주 시민에게 어묵 ‘쏘는’ 학교 급식 노동자들로 향한다. 모락모락 김 나는 따뜻한 연대를 기다리며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이 줄은 자주민주 공화국으로 더불어 가는 새벽길이다. 이 길엔 지루함도 초조함도 없다.
내 하루 생활 주기에 맞추어 조금 일찍 광장을 떠나며 쿠데타 세력 처단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해 본다. 저들이 하는 궤란쩍은 짓거리, 특히 법정에서 자행하는 협잡질을 보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덤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게 내가 불길하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유다. 내 기도가 명신이 형량에 단 하룬들 보태겠나만, 끝난 뒤에라도 소원 빌기를 멈추지 않을 테다. 오늘 광장 역시 그 기도 도량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