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균이 만드는 지구 생태계의 경이로움
멀린 셸드레이크 지음, 김은영 옮김, 홍승범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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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는 대부분 많은 세포가 연결된 네트워크인 균사hyphae를 형성한다. 미세한 관 구조인 균사는 쪼개지고, 포개지고, 서로 얽히면서 무질서해보이지만 매우 섬세한 균사체를 만든다. 균사체는 물체라기보다 과정으로 여기는 편이 더 이치에 맞다. 탐색적이고 불규칙한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28~29)

 

우리말 가운데 아름다운 사례어로 고맙다가 있다. 논란 여지가 없지는 않으나, 그 말은 고마에서 왔다고 한다. 고마는 지신地神이다. 고맙다는 말에는 사례 대상을 신으로 모신다는 극상 의미가 깃들어 있다. ‘감사하다와는 격이 다르다. 한자가 지배언어가 되면서 마치 상하관계처럼 전복되었지만 말이다.

 

천신天神은 그럼 뭐라 했을까? ‘니마. 니마에서 이 왔다. 임을 임에 뒤집어씌운 짓은 국권상실 이후 일제와 매판이 저질렀다. ‘임금니마고마가 줄어서 된 말이다. 통치자를 하늘과 땅을 두루 다스리는 신적 존재로 떠받든 데서 연유한다. 물론 하늘과 땅 또한 상하관계에 있다. 남성가부장적 지배층 시각이 투영되어 있다.

 

고맙다는 말은 있는데 니맙다(두음법칙에 따르면, 이맙다)는 말이 없는 이유가 여기 있지 싶다. 민중 처지에서 보면 높은 하늘에 계신 신한테 은덕 입을 일이 없다. 그 신은 지배층 차지다. 그나마 손에 닿는 신은 고마다. 그마저 임이 빼앗아갔지만.

 

이 일상 차원에서 생겨난 언어 현상학 너머 진실은 또 다른 전복을 일으킨다. 삼라만상 근본으로 거슬러 가면 빛이 나온다. 빛은 입자와 파동 양면성을 지닌다. 입자는 눈에 보이고 파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둘은 본질 차이가 아니라 파동함수 차이지만 일단 그렇게 구분한다.) 눈에 보이는 입자가 물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이 과정이다. 물체는 과정의 일시적 현현양식이다. 이미 바이러스 공부 때 보았듯 바이러스 본질은 입자가 아니고 녹아 있는’, 그러니까 파동이 본질이다.

 

바이러스 진실은 곰팡이에게도 그대로 통한다. 균사체는 물체라기보다 과정이다. 네트워킹이기 때문에 본질상 그럴 수밖에 없다. 과정은 탐색적이고 불규칙한 경향으로 드러난다. 물체 관지에서는 그 자체가 무질서. 질서 세우기에서 권력을 발견한 인간, 특히 서구인은 물체 탐구를 과학이라 명명했다. 결과는 오늘 우리가 목격하는 바와 같다. 하여 바야흐로 전복 시대다. “매우 섬세한무질서, “쪼개지고, 포개지고, 서로 얽히면서생명을 일으키는 그 변화무쌍한 균사운동, 곧 팡이실’hyphaeing 여하에 인류 존망이 걸렸다.

 

지배층이 가짜로 만들어 강탈해간 높이 있어 있으나마나 한 거대 신 니마 아닌, 너와 나 사이 허공인 하늘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작은 신 니마를 민중은 이제 되찾아 온다. 팡이 니마에게 니맙다한다. 팡이 열매 버섯에게 니맙다 한다. 팡이 작품 된장에게 니맙다 한다. 팡이실질 네트워킹에 니맙다 한다. 니마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기적에 니맙다 한다. 더불어 글 쓴  너나울도 마니 니마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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