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인명사전 - 나를 죽인 자의 일생에 관한 책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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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5. 일. `로베르 인명사전` - 아멜리 노통브

끔찍하고 우아한.
기이하고 순수한.
평범한 삶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백과사전적 범주의 고통.
비운의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노통브의 오색 찬란하고
변화무쌍한 상상력은 나를 설레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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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 민음사 모던 클래식 51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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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3. 금. `숨통 (The Thing around your Neck)`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나이지리안들은 무슨고민, 열등감, 행복을 느낄까?
나이지리아의 삶,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만났던 아프리카는
동물의 세계의 야생과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로맨스
그리고 기아와 가뭄, 에볼라로 고통받는 곳이라는 풍문. 그것이 전부였다.

아프리카를 현대 소설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열 두편의 단편을 통해 나이지리아에 대한 무지를 새삼 깨닫게 되고
몰이해의 껍질이 군데 군데 깨어진 틈으로 그곳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엿보인다.
종교적 정치적 학살, 불안하고 위험한 정국과 치안. 부패가 만연하고 전통과 개발 열풍 사이에서 길을 잃은 그곳.
그리고 이러한 혼란과 고통을 피해 달아난 미국이라는 낯선 세계에서 겪어온 문화적 충격...
이 책을 통해 만난 나이지리아,
그 곳의 젊은이들은
거세게 몰아치는 현실의 조류 앞에서 숨을 곳 없이 맨 몸으로 거친 풍랑을 견뎌내며 생존을 위해 부르르 떨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77년생 딱 내 또래의 자존심 강하고
강렬한 인상을 지니고 있는 치마만다.
내 평생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관심 갖아 본 적 없는 나이지리아를 만나게 한 작가이다.
동년배로서 딱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표현. 본인의 자전적 경험을 담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스토리.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허상에 대해서라면 한국인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그렇게 나에게 세상을 향한 또 다른 작은 창 하나를 열어주었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이 요상한 이름. 언젠가 나이지리안을 만나면 그네들의 발음으로 꼭 들어보고 싶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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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공양희 옮김 / 민들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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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9. 월. `프리스쿨(Free School)` -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공교육에 대한 비난과 질타는...
사실 입만 아프다.
좀 더 많은 대안, 좀 더 다양한 가치가 등장해야 한다.
그래서 공교육이 아니어도 교육을 받는 다양한 길이 있고 자신에게 적합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와 상, 기계적인 산술과 암기 대신
아이들 내면의 잠재력이 이끌어지고
학급관리자가 아닌 진짜 선생님이 있는 곳.
학생과 선생 모두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자양분을 얻는 곳.
갈등의 해법을 스스로 깨우치고
`삶`과 `배움`은 동의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곳...

이 책은 그런 학교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배움을 통해 성장한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알바니 프리스쿨.
자유로운 학습 환경을 최대한 존중하며 관찰을 통해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학교.
학생 개개인의 교육과정과 속도가 다 다른 학교.
부러워서 탄성도 지르고... 깜짝 놀라 눈도 번쩍 뜨이고... 아이들의 변화에 가슴이 울컥해서 눈물도 났다.

아... 학교.
언제부턴가 나에게 학교는 답답함, 갑갑함, 막막함, 깜깜..
그 누구도 10년 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미래의 보상`에 너무 큰 뜻을 두고 있는 교육에 목을 매는 학교.... 과연 옳을까?
분노와 함께 지하로 숨어드는 인간 시한폭탄들이 점점 늘어나는 세상이다.
안산 인질 살해범이 그러했고,
송도 어린이집 폭력 교사가 그러하고...
자신과 타인을 언제 무참히 날려 버릴 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이런 세상이다.
내면의 분노를 다스리고 건강한 분출을 하는 법.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유대감과 주변 사람들의 온기를 느끼는 법,
인생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심미안을 갖는 법을 알지 못한 채
경쟁하고 평가받는 것, 이유를 알 수 없는 시스템에 무조건 순응하는 법을 익히느라...
그렇게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버리고 말아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아프다.

공부의 동기가 아이들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계속 갈망하는 어른들의 공허한 시선 끝에 있다. 웃기다...
세상이 무섭다 무섭다 하지만...
내 아이가 내일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키우는 곳.
그 곳이 학교가 아닌가 하는 섬뜩한 생각. 슬프다...

아프고 웃기고 슬프고...
아 어지럽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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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영이의 좋은생각 -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가 전하는
이우영 지음, 이우진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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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9. 월 `기영이의 좋은생각` (글 이우진/그림 이우영)

가끔씩 유민이가 읽은 뒤 엄마도 읽으면 분명히 재미있어 할 거라며 추천하는 책들이 있다.
난 격하게 고마워하며 꼬옥 읽어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곤 하지만...
결국은 내가 정해둔 리스트에 올라 있던 책이 바톤 터치를 받게 된다.
오늘 새벽엔... 소파에 푹 박혀 프리스쿨(Free School)을 읽으며 연신 탄성을 자아내던 중.
거실 테이블 위에 유민이가 읽어볼 것을 간곡히 권유한 `기영이의 좋은 생각`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눈 땡그랗게 뜨고 엄마도 재미있어 하고 감동받을 거라 말하던 유민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선심 쓰듯 반신반의 책을 펼쳐들었는데...
아. 재밌고 뭉클하네!
만화 검정고무신의 주인공 기영이가 살면서 느낀 작은 것들에 대한 행복, 철학 그리고 삶의 가치 등을 에세이 형식으로 그린 만화였다.
어른이 된 기영이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교훈`
잔잔한 감동이 와닿는 가운데 나도 모르게 미소도 지어지고...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기도 하는 것이...
학교에서도 일상 생활에서도 쉽게 배울 수 없는 `윤리`, `가치`, `예`가 아주 사르르 마음에 녹아드는 수작인 것 같다.

내가 보는 책을 늘 유심히 살피고 관심갖는 유민이가 제대로 본 거 같다.
그리고 유민이가 이 만화를 보며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행복하고...
이 만화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가슴에 새긴다고 하면... 아마 초등학교 6년 동안 학교에서 배우는 것 보다 더 크고 깊은 배움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유민이의 추천 도서로 아이와 같은 꽃밭을 뒹굴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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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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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18. 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대학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책 한 권과 영화 한 편이 있다.
아니, 정확히는 제목만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책과 영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리고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아마도 20대 초반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 흔들리는 청춘, 그 방황의 시기..
그 시절 내 스스로 인생에 붙이고 싶은 타이틀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두 제목은 한 뿌리인 듯 묘하게 닮아 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자체가 불안한 영혼이요...
불안에 잠식당한 영혼, 그러한 영혼을 지닌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 책은 1960년대 냉전 시대를 관통해 온 체코의 상처투성이 역사 속에서
불안한 영혼으로 한 시대를 마주한 네 남녀가
그 무겁던 시절을 버텨내기 위해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가 되어
역사의 바람에 실려 흘러간 이야기이다.

무거움과 가벼움. 그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
무거운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은 지극히 가벼운 것이었고,
무겁게 자리 잡은 절대적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는 그저 가벼운 유희에 불과하다는 주인공 토마시.
7부작으로 구성된 이야기가 마치 삶의 무게가 들썩거리는 시소를 타는 듯한 느낌으로 가득찬....
1968년 프라하의 봄과 2015년 대한민국의 겨울.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이야기 속에는
그들의 자화상도 있고 또 나, 우리의 자화상도 있었다.
20여 년 전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텍스트 사이에서 네 남녀가 겪는 현실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저 호색한 토마시의 정사와 정치적 압박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체코 지성인들의 방황이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그 불편함이 일종의 매력으로 와 닿았었다.

책의 텍스트는 그대로인데... 그저 시간이 흘렀다..
내 눈앞에는 그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들이 겪었던 현실의 무게감이 가슴으로 느껴지고...
1968년 프라하의 봄, 환한 햇살 속에서도 왠지 스산한 기운이 짙게 내려앉은 그 공기가 내 폐를 들락거리는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가벼움과 무거움을
내 손으로 만져보고.. 또 가슴 속 저울 위에 올려보기도 하고 또 그 아래 들어가 짓눌려도 보고...
이야기가 느껴진다는 것은 세월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옳고 그름은 아니다.
그리고 때로 우리를 짓누르는 것은 삶의 무거움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일 수도 있다.
무거움과 가벼움. 그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
그러나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한 고민은
결국 가치에 대한 고민이고 내가 살고자 하는 오늘과 내일에 대한 결정이고
내가 만나고 싶고, 내 아이가 살았으면 하는 미래에 대한 문제이다.

그리고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 그것이 아니라면 원하는 바대로 행동하기 위해서라도
무거움과 가벼움, 그 갈등의 경계에 나를 세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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