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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5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창간 1주년을 맞아 여러모로 개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동안 표지를 장식했던 일러스트 대신 인상적인 사진이미지가 표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고(표지에 등장한 지극히 '바야~바!'스러운 저 것은 털갈이를 해서라도 탈바꿈을 하겠다는 <판타스틱>측 의지의 형상화?) 깔끔하게 바뀐 'fantastique'제호가 일단 눈에 띄는데 무엇보다 눈을 만족시키는 것은 책등!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검은 색상의 책등'에 선명하게 표기돼 있는 것은 'R.I.P sir Arthur C. Clarke'! 그렇다. 창간 1주년을 맞이한 5월호는 '아서 클라크'를 위해 전면 개편된 것이었다!(마치 神이, 길 잃은 동방박사들한테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방향을 인도하기 위하여 평화롭고 행복했던 외계 종족의 행성을 송두리째 날려 베들레헴의 밤하늘에 동방의 별이 빛나도록 만들었듯이...^^;)
개편된 5월호의 특집기사는 여지껏의 특집기사 중 가장 특집스러운, '특집중의 특집'기사가 아닐까 싶은데 살아있던 마지막 거장과 아직 살아있는 새로운 거장이 '동시상영'되고 있기 때문.
첫 번째 기사는 책등에서 이미 예고하고 있듯 지난 3월 19일 타계한 '아서 클라크'에 대한 추모특집으로 작년 12월 16일, 90회 생일을 맞이한 소회를 담은 동영상 내용과 '아서 클라크'로 인해 SF와 인연을 맺었음을 밝히고 있는 <판타스틱> 초대 편집장 '박상준'씨(현 '오멜라스'대표)의 '지구의 송가', 그리고 '아서 클라크'가 SF의 위상을 정지궤도 높이까지 올리는데 끼친 발자취를 한걸음한걸음 뒤따라가며 '클라크'가 우리한테, 우리 지구인들한테 해 준 일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고(그런데, '클라크'는 분명 3월 19일 세상을 떠났는데, 3월 18일 <판타스틱>측에 클라크의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화가 왔었단다... 단순한 오자일뿐인가, 아니면 시간여행자의 개입인가?... 그리고, 제작비가 없어 쩔쩔맨다던 [라마와의 랑데부]가 2009년 개봉예정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같은 소리?...;),
두 번째 기사로는 <얼음과 불알의 노래>, 아니 <얼음과 불의 노래>의 작가 '조지 쌍알 마틴', 아니아니!! '조지 R.R.마틴'(이게 다 그 놈의 '만우절 잡지' 때문이얏!)의 모든 것을 담은 특집기사로(작가의 개인 사정으로 잡지 마감이 지나서야 답변서가 도착하는 바람에 6월호로 연기되었다는 '이메일 인터뷰'가 함께 실렸더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어디 세상일이 뜻대로만 되던가? 오히려 '마틴'의 팬들은 두 달 연속 특집으로 만나게되니 더 좋아할지도...) SF작가로 시작해 판타지와 호러 분야에서도 인정 받고 게임 마스터와 헐리우드에서 TV 시리즈에까지 참여하는 등 팝 컬쳐 시대의 진정한 엔터테이너로서 '마틴'이 걸어온 길과 A to Z으로 알아보는 '조지 R.R.마틴!'(그중 H가 가장 관심!~) 등이 준비되어 있는데 <반지의 제왕>급 정통 판타지를 만들 목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는 <얼음과 불알의 노래>, 또또또!!! <얼음과 불의 노래>가 여느 판타지와 다른 점을 집어내며 21세기 최초/최고의 판타지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두 팔 벌려 목청껏 피력하는 '노정태'씨의 글을 읽고 있자니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수 년 째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양장본들을 꺼내 들고 이제라도 읽고 싶은 욕구가 불쑥불쑥~(명계를 산책하던 '로저 젤라즈니', 땅바닥에서 매끈하게 생긴 돌을 하나 주워들고 서서히 휘두르며 한마디 한다. "뭐야? 여태 <앰버 연대기>도 안 읽었으면서 <얼음과 불의 노래>를 먼저 읽겠다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더냐! 내 너한테 죽음의 돌팔매를!"...) 그보다 4부 <까마귀의 향연>이 출간되기 전에 돈을 준비해야 할텐데 이거 참...;;
소설은, <판타스틱> 11월호에 생선 역할이 직업인 아버지와 항구의 카페 주인 사이에 오고가는 잠꼬대같기도/술주정같기도 한 대화를 다룬 <고등어 아빠>의 작가 '조성희'의 단편 호러 <검은 실>이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는데(양촌리 김회장 아들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어 떠나듯)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 몰락해가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물귀신과 좀비떼가 한바탕 난리굿을 벌이는 가히 '대추나무 좀비 걸렸네'스러운 농촌 호러물로, 짜임새있는 구성이나 문장이 신인급이라 볼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재미를 주고 있다.(편집부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었다는데 나라고 가만 있을 수 없지, 여기 찬성표 하나 더요!)
'H.G.웰스'의 <데이비슨의 기이한 눈>은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를 보는 특이한 눈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저쪽 세계뿐 아니라 미래 세계까지도 내다 보는 작가의 기이한(?) 상상력이 돋보였고('웰스'의 작품은 하나같이 지금은 식상한 면이 보이나 발표 시기를 생각해보면 뜨악!해지는 면이 있다...),
'휴고 상' 수상이 유력하다던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작가 '테드 창'의 중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미처 읽기도 전에 '네뷸러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는데, 작품 곳곳에 녹아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번역자의 표현을 빌자면 '따뜻한 시선')'은 과연 '테드 창'스러웠다. 고대의 중동을 배경으로 과거와 미래를 경험(?)하게 된 사내의 회고담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SF가 가미된, 아니 시간여행이 외삽된 <아라비안 나이트>라고나 할까? '세헤라자데_Scheherazade'가 왕한테 매일 밤 이야기를 들려주듯 주인공 '후와드 이븐 압바스'가 대교주 '칼리프_Khalfah'한테 들려주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참으로 단아한 재미를 주는데 송강호식으로 표현하자면 "참 아름답다. 아름다워~"가 절로 나온다!(물론 이 경우는 비아냥 거리는게 아니라는 정도는 다들 아시리라 믿고...) 남들 한 번 타기도 힘든 상을 작품 발표할 때마다 수상하는(적어도 후보에 오르는...) 작가라니, 실생활 속의 '테드 창'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기회가 되면 이 사람과 '대화' 한 번 해보고 싶다...('바벨 피쉬'가 필요해~) '테드 창'의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바빌론의 탑>과 <네 인생의 이야기>를 떠올리는건 누구나 어쩔수 없나본데(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네뷸러 상' 수상!) 마술과 같은 효력이 있는 '세월의 문'이 있는 '바그다드 상점'에서 마술로 사랑의 감정을 전파하던 [바그다드 카페]까지도 떠올린 사람은 나뿐이려나...^^;
<방각본 살인사건>의 '김탁환'이 선보이는 역사미스터리 <당신은 식인종>은 아무리 이곳저곳 둘러봐도 통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을 것 같은 '식인종'과 '개화기 조선',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어찌저찌하더니만 하나로 묶어버리며 일단 흥미진진하게 시작은 했는데 과연 기대에 부응하는 결말이 나올지 궁금하고,
유전자 조작에서 비롯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낸시 크레스'의 <스페인의 거지들> 역시 아직은 뭘 '구걸'하려는 건지 통 종잡을 수가 없는데(쌍동이 얘기라고해서 <왕자와 거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 이 작품은 '불면인_sleepless' 3부작의 시초가 된 작품으로 무려 휴고 상, 네뷸러 상, 아시모프 상, SF크로니클 상을 휩쓸었다니 암튼 기대기대!~(그런데, 여전히 안 읽히는 '루이스 캐럴'의 <실비와 브루노>는 언제부터 번역자가 바뀌었담?...)
아, 개편된 5월호의 소설 면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눈에 안 띄는 삽화들...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던 삽화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도 개편된 <판타스틱>의 특징이라면 특징으로 어쩌면 스포일러의 우려 때문에 삽화를 몽땅 배제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뭐 장단점은 반반이다. 독자의 상상력을 한발 앞서 차단해 버리는 일을 방지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고 일반 소설이 아닌 '잡지스러움'을 보여주기에는 재미가 덜하다는 점에서 부정적. 작품당 두 컷 정도의 삽화면 어떨까 싶기도 한 마음이 살짝, 아주 살짝 들기도 하지만, 뭐 작품이 재미있으면 사실 그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기 마련. 일단은 좋은 작품을 싣는 쪽에 전심전력을 다 해주기를 바랄 뿐~~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판타스틱>에 연재되기 이전의 에피소드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소개해주니 앞뒤 내용을 이해하는데 크게(또는 작게나마) 도움이 됐다.(1년 넘게 연재되는 작품들은 소설/만화 할 것 없이 6개월 정도 단위로 지난 줄거리를 '요약'해줄 필요가 있다)
'박형동'의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소녀>는 평소 별 관심없다가 어느날 꿈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게 된 소녀와 소년의 풋풋한 감정을 그리고 있는데 나 역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때를 떠올리며 잠시 회상에 빠지기도...-_-;(아깝다! '창간1주년 파티'에서 '박형동'씨를 만났는데, 5월호에 작품이 실린 줄 알았으면 책에다 싸인이라도 받을걸...)
6월호에는 '이상한 일이야말로 일상이 되는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시오리와 시미코'시리즈의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완전해부하는 특집이 인터뷰와 함께 준비되어 있단다. SF를 비롯한 걸작 리스트도 소개한다니 기대기대왕기대!
한가지 더, 그뿐아니라 무려 <솔라리스>의 작가 '스타니스와프렘'의 단편도 선보인다고 함!(이것 역시 기대기대왕왕기대!!) '오멜라스'출판사에서 출간 예정인 '렘'의 연작 단편집 <사이버리아_Cyberadia(=Cyberiad)>중에서 <첫 번째 외출, 혹은 가르강티우스의 덫>이 단편집에 앞서 먼저 소개된다고 하는데 국내에 번역 소개된 '렘'의 작품이라고는 세 가지 판본이 있는 <솔라리스>를 제외하고는 '도솔'에서 출간된 <세계 SF 걸작선>에 실린 <용과 싸운 컴퓨터 이야기>가 유일한 단편이니 '렘'에 목마른 독자들은 절대 놓치지 마시라!(뭐 단편집이 출간되기를 기다리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음~)
이번호에서도 풍성한 호기심 거리를 들고 지름신이 강림했는데 특이했던 것은 다른 때는 기사를 읽노라면 가고싶고/갖고싶고/보고싶은 마음에 침이 넘어갔는데 이번엔 실제로 배가 고파 침이 넘어가더라는...
5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소식을 읽고 있으려니 제사보다 잿밥이라고 콩나물국밥 생각에 어째 침이 꼴딱꼴딱 넘어가며 '이거 웬지 출출한걸?'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 것을 이어지는 Trend 기사를 읽으며 가까스로 허기진 배를 움켜쥐었건만(참, 나만의 로봇 '헥스 버그'는 2,300원이 아닌 23,000원이었다. 어쩐지 너무 싸다 싶었어...ㅠ_ㅜ) 음악애호가의 어처구니없는(?) 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콧수염 감자칩 사랑이 뜬금없이 등장하기에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링글스' 홈페이지에 무심코 방문했다가 사방에서 난사하는 바삭바삭! 아삭아삭! 거리는 효과음에 저격당하는 바람에 기어이 뛰쳐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파맛을 구입! 구멍난 배 이곳저곳을 채우며 응급조치하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판타스틱>은 다른 건 몰라도 미각만큼은 자극시키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호기심이 죽이는 것은 고양이 뿐이 아니다. 지갑도 죽인다!...ㅠ_ㅜ)
아, '<판타스틱>을 볼 때 어울리는 프링글스'로는 무슨 맛이 있을까나? 혹시 아는 분은 추천해 주시기를~(직접 보내주시면 대단히 고맙구요^^;)
덧, 기사를 읽으며 필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평소에도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를 궁금해 하곤 했었는데 상상하던 모습과 거의 매치되던 분도 있고 전혀 딴판인 분도 있고, 암튼 그분들 모습을 떠올리며 글을 읽으니 그저 '기사를 읽는다'는 느낌에서 '얘기를 듣는다'는 느낌으로 감각이 마구마구 확산되는지라 한층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편집자 후기에 사진을 실어도 괜찮을듯~)
덧덧, 그러잖아도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던 '장르 문화 달력'은 재미있기도 했고 유익하기도 했다. 분량을 조금만 더 늘려서, 아니 아예 탁상용 달력으로 제작하는 건 어떨런지...
덧덧덧, 그동안 영화와의 비중이 엇비슷했던 Book섹션이 매달 두 권씩 선정/소개하는 'Book of the Month'와 발 빠른 장르문학 신간리뷰 'Fantastique Choice', 그리고 숨겨진 수작들을 발굴하는 'Discovery'로 세분화 되면서 한층 강화됐는데 아무래도 도서잡지인만큼 여타 '영화잡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좋은 시도로 보여진다. 하는 김에 수고스럽겠지만 창간호때 등장했던 '신간 리스트_List Up'의 부활도 검토해 봤으면 좋겠다.
덧덧덧덧, 개편된 <판타스틱>이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 '더 세련된 디자인, 한층 높아진 가독성'인데 가독성이 한층 높아진 건 사실. 표지 한 가운데의 'Ted Chang'이 어찌나 잘 보이는지 5월호를 통해 처음으로 '테드 창'을 만나는 독자는 나중에라도 'Ted Chiang'을 만나면, "누구?..."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들 정도인데, 그뿐아니라 표지 우측 상단의 판권부분에는 '제11호 * 2008년 3월 1일 발행'이라는 글자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이니 가독성이 너무 좋아도 탈?(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부분인데 그게 왜 눈에 들어왔나 모르겠네...^^;)
뭐 본문에 있는 오자 몇 개정도는 언제나 그렇듯이 보일듯말듯보인듯말듯보였다말았다하니 통과~
덧덧덧덧덧, 지난 1년간 주위의 기대와 우려를 당근과 채찍삼아 열심히 달려 온 월간 <판타스틱>이 창간2주년의 그날, 아니 그 이후까지도 때론 걷는 일이 있더라도 꾸준히 전진하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판타스틱>의 창간1주년을 축하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