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00년도 아니되는 짧디짧은 인생을 살면서 넘치는 SF적 상상력과 천연덕스러운 익살, 그리고 도무지 겸손할 줄 모르는 박학다식함을 뽐내며 마치 200살을 살다 간 듯한 당신은 우주 최강의 자랑쟁이에 욕심쟁이 '아이작 아시모프'!
외계인일지도 모르는 아시모프가 지구별 인류한테 남긴 유산이 세 가지 있으니, 하나는 태양계 너머 은하계의 모든 과학 지식이 집대성된 '은하대백과사전'이요, 또 하나는 로봇공학 3원칙이 양전자 두뇌에 내장된 충실한 반려자 '로봇'이며, 마지막 하나는 한 사람의 독자가 평생을 읽어도 다 못 읽고 죽을 500여 권 밖에 안 되는 '저서'들이라.
- 스페이스오딧세이」
(...그리고 2008년 11월 7일,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 세 가지'에 새로운 유산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칠십여 년의 인생을 오직 집필만을 목적으로 살아 온 듯한 SF계의 다작가이자 대작가이며 타고난 입담꾼 '아이작 아시모프'가 들려주는, 명확하게 생각하기 & 단순하게 표현하기 & 당당하게 자랑하기에 관한 에세이와 단편 모음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이 작품은 1992년에 고향별로 돌아간 아시모프를 기리는 의미에서 출간된 유고작 < Gold>의 번역판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출간 1년만인 1996년에 '한뜻'에서 창작기법에 대한 이론서 <아이작 아시모프 SF특강>과 단편작들로 이루어진 응용서 <골드>로 분책하여 번역출간된 적이 있으나 두 권 모두 절판된지 오래...), 그중 제1부 <과학소설론>은 과학소설의 모든 소재들에 대해 탈지구/범우주적인 시각으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고, 제2부 <과학소설 창작론>은 '과학소설'이 아닌 그냥 '소설' 창작론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글쓰기 입문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언제어디서나 기회만 생기면(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무한장대한 해박함을 대놓고/숨김없이/노골적으로 공개하기를 결코 주저하거나 잠시도 망설이지 않는 아시모프의 성품과 인품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으니, 과학소설의 창작기법을 강의하는 와중에도 과학소설의 위대한 기둥이 되는 '생존자들' 아홉 명을 선정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거리낌없이 끼워넣는 겸손한 과시욕을 뽐내는가 하면(작년 초에 사망한 '클라크'가 여덟 번째 '사망자'로, 아직도 한 명이 생존중!), 자신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이를 기념하며 본인이 본인을 인터뷰하는 가상인터뷰를 통해 예의바르게 자기자랑을 하는 등 은하 최강의 자뻑자아를 지닌 것이 확실한 '쉴새없는 말발, 멈춤없는 글발(호불호가 나뉘는 구레나룻발도 추가요!)' 아시모프의 능글뻔뻔함이 활자마다/문장마다/지면마다 흘러넘쳐 도무지 주워담을 수 없는 상태인지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만한 자랑질 책이 또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인데, 그러함에도 아시모프가 싫어지기는커녕 사랑(?)스러워 진다는 점이 이 책의 마력이자 매력!
(아, 이만한 자랑질 책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작 아시모프 자서전>~)  


그리고 제3부 < GOLD : 아시모프 최후의 소설들>에는 1992년 '휴고 상' 중편부문을 수상한 <골드>를 비롯해 15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한뜻'에서 출간되었던 단편집 <골드>에 누락되는 바람에 지난 세월을 '잃어버린 12년'으로만 기억한채 냉동작품 상태에 있던 단편 8편을 모두 해동/소생시킨데다가(그중에는 그 어떤 매체에도 발표된 적이 없는 작품인 <전송가>와 <우주 공간의 나라들 : 현대의 우화>도 포함) '한뜻'판 < Gold>의 문제점(?)이었던 분책을 과감히 해결! 한 권으로 묶어내면서 원래의 < Gold> 모습을 되살린(이전 판본의 오류도 수정했다고 함) 완성/완역/완전판으로 순도 99.99%의 진정한 24k 'Gold'임!(다만, '한뜻'판 <골드>에 실렸다가 이번에 퇴출된 단편 중에는 꽤 괜찮은 작품들도 있기에 '한뜻'판을 아직 못 읽은 독자들한테는 새옹지마가 될 수도...)
본문 내용 외에도 번역자의 해설과 더불어 세 편의 해설글에 방대한 작가연보까지 포함된 빵빵한 부록을 자랑하고 있는데(특히, 유고집의 성격에 어울리는 '헌사'까지 싣는 공을 들였다는 점은 칭찬할만 하다!)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내내 '힘들어도 행복했다'는 편집자의 만족감을 독자들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필독서인 이 작품은 창작을 하고 싶다면 / 또는 SF를 읽고 싶다면/ 만약에 호기심에라도 아시모프를 알고 싶다면, 일단 한 권 구입해 놓은 뒤 백과사전을 찾아보듯 틈틈이/ 쉬엄쉬엄/ 야금야금 아껴 읽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작품집으로(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은, 참치를 먹고싶어 하는 당신한테 아시모프는 절대 참치캔을 던져주지 않는다는 점! 기껏해야 낚싯대에 미끼 끼우는 법을 알려줄 뿐이니 참치를 잡고 못 잡고는 물론 잡은 참치로 회를 떠먹든, 통조림을 만들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할 일~), 굳이 별점을 주자면 "이 책의 기획은 뛰어나! 기획은 뛰어나! 10점 만점에 10점~ 이 책의 구성은 훌륭해! 구성은 훌륭해! 10점 만점에 10점~ 이 책의 내용은 재밌어! 내용은 재밌어! 10점 만점에 10점~"(이 책의 가격은...)
이쯤에서, <최후의 질문>에 나온 명문을 재탕한 기적의책 대표 toonism님의 헌사를 삼탕하자면
그리고 아이작 아시모프가 말하기를,
"SF가 있으라!"
그러자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가 있었다...





덧, 물론 제 아무리 '천상천하유아이작독존'인 아시모프라 할지라도 모든 작품들이 재미있을 수는 없는 노릇! 얼음부대 동장군도 얼려버릴 썰렁함으로 냉동무장된 말장난 작품도 툭! 툭! 튀어나오는데, 요즘같이 칼바람 부는 계절에 방심하고 읽다가는 스쳐도 冬死, 아니 凍死의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시기를~ 


덧덧, 1987년에 아시모프가 뽑은 '글 쓰는 공룡 아홉 마리', 아니 과학소설 '생존자' 9인의 명단.
1. 잭 윌리엄슨_Jack Williamson : 1908. 4. 29 ~ 2006. 11. 10
2. 클리포드 D. 시맥_Clifford D. Simak : 1904. 8. 3 ~ 1988. 4. 25
3. L. 스프러그 드 캠프_Lyon Sprague de Camp : 1907. 11. 27 ~ 2000. 11. 6
4. 아이작 아시모프_Isaac Asimov : 1920. 1. 2 ~ 1992. 4. 6
5. 로버트 A. 하인라인_Robert A. Heinlein : 1907. 7. 7 ~ 1988. 5. 8
6. 프리츠 라이버_Fritz Leiber : 1910. 12. 24 ~ 1992. 9. 5
7. 프레더릭 폴_Frederik Pohl : 1919. 11. 26 ~
8. 아서 C. 클라크_Arthur C. Clarke : 1917. 12. 16 ~ 2008. 3. 19
9. 폴 앤더슨_Poul Anderson : 1926. 11. 25 ~ 2001. 7. 31

덧덧덧, 제2부 '과학소설 창작론'의 <힌트>편에 실린 '과학소설을 쓰는 법에 대한 아시모프의 3원칙'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1.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다른 전문직과 마찬가지로 경력을 쌓기 위한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야만 한다.
2. 글을 쓰면서 배워야 한다.
3.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쓰고 쓰고 또 썼는데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거절 편지만 잔뜩 쌓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시모프는 이러한 상황마저 대비해서 마지막 원칙을 추가하였다.
0. 역시 당신은 작가가 될 재목이 아니니 대법원장같이 약간 열등한 직업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또는 외과의나 대통령처럼 열등한 직업을 얻게되더라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용기 잃지 마시라.)

덧덧덧-1. 다들 이 책이 재미있다고 하기에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큰 맘 먹고 구입해서 읽고 읽고 또 읽다못해 창문에 매달리면서까지 읽었는데, 도통 재미있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아시모프의 후안무치함에 거부감만 잔뜩 쌓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래도 당신은 과학소설 독자가 될 재목이 아니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같이 약간 열등한 작품의 독자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덧덧덧덧,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아시모프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1973년에 '휴고 상' 및 '네뷸러 상'을 동시 수상한 <신들 자신_The Gods Themselves>의 '국내최초' 번역출간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덧덧덧덧덧, 과학소설의 달인을 만나다
(어쩌면 '클라크'일지도 모르는, 하지만 '실버버그'일 가능성도 있는) 누군가가 '아시모프'한테 묻는다.
"자네는 어떻게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나?"
이에 아시모프, 아주 진지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못해 창문에서 뛰어내려 죽고 싶을 때까지 생각한다네."
지나가던 '하인라인',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툭 던진다.
"죽고 싶을 때까지 생각하고 쓴단 말이야? 그냥 아무거나 처음에 떠오른 생각대로 쓰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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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12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1월호의 휴간과 함께 12월호 정상출간을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나올까?" "글쎄, 나와봐야 알지."하는 기대감과 회의감이 반반 섞인 미심쩍은 반응 속에 '연말 특대호'란 타이틀을 달고 320쪽으로 확장된 지면과 함께 무사히(!) 출간된 '재미있는 소설잡지' <판타스틱> 12월호!
여느때보다 일찍 출간된 12월호를 보며 휴우 다행이야~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란 예쁜이 가슴 달래려는데 뒤이어 들려온 이야기는 2009년부터 월간지에서 계간지로의 전환을 알리는 소식!...
폐간은 모면했으나 이전과 같은 월간지 형태의 출간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쩌면 격월간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는 생각했으나 계간지라니! 마치 사랑하는 아내가 "여보, 가끔 봐야 더 반갑고 그만큼 사랑도 깊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 이제 주말부부로 지내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 숨이 턱 막히는 것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정신이 아득해짐이 느껴졌다...(주말은 무슨! "월말부부, 아니 연말부부라도 마다하지 않겠어요. 어디 있나요? 내 사랑, 여보, 당신, 자기야!!" 엉엉~)
평소에는 첫 장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갔지만 12월호만큼은 단연 편집장의 글과 맨 뒷장의 편집후기에 먼저 눈이 갔으니 '여전히 만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응원을 무기삼아 반드시 전투에서 살아남겠다!', '적과 동지가 누군지 분명해졌다. 내 그 둘을 결코 잊지 않으리!'를 외치는 편집자들의 글에서 비장미마저 느껴졌는데, 부디 지금의 각오와 예전의 초심을 잃지 말고 와신상담의 자세로 무공을 연마하여 적과 동지들 앞에 당당하게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일어나랏, 판타스틱!"

12월호에는 두 가지 특집기사가 준비되었는데(세 번째 특집기사는 아마도 판타스틱 계간지 전화, 아니 전환에 따른 안내가 아닐까 싶다는...)
12월호의 특집기사 중 첫 번째 '대체 왜 내 원고는 거절당하는가'는 출판에 관심있는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안내서로, 글을 쓰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동시에 가장 기본이 되는!) 몇 가지 규칙들과 함께 기성 작가들의 냉정한 충고 및 혹시라도 도움이 될만한 글쓰기 서적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결국 기사가 말하려는 바는 '아시모프'의 다음 말과 다름없다. "당신은, 로버트 하인라인이 아니다."
두 번째 특집기사 '너는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 신세기 지구종말 백서'는 마야인들의 달력이 근거가 되었다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종말론'을 중심으로 얼마전 화제가 됐었던 '거대 강 입자 가속기와 미니 블랙홀'을 비롯 지구온난화, 혜성 충돌, 지각 변동, 최후의 바이러스, 핵 위협 등에서 발생될 수 있는 지구 멸망 가능성에 대한 기사로, '느닷없이 웬 종말론?'할 정도로 좀 뜬금없지 않은가 싶었는데(금융위기에, 광우병 파동에, 촛불집회에, 연예인들 자살로 기억되는 2008년을 상징?) 혹시라도 지구 멸망이 걱정되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 날' 이후의 세상을 그린 <최후의 날, 그후>를 읽어보시길 권장함. '그 날'이 와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이 남았다'는 '스뜨루가츠끼' 형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아서 클라크'께서 인류의 미래를 3001년까지는 예고했기에 지구멸망까지 적어도 993년이나 남았음!)

소설은,
11월호가 휴간되면서 어쩌면 제목이 바뀌지 않을까?싶었던 '전민희'의 <11월 밤의 이야기>가 오프닝을 장식하며 예고된 모습 그대로 찾아왔는데 이야기속의 이야기로 들려지는 아련한 과거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꿈결처럼 펼쳐지는 것이 '혹시 어디선가 11월호가 출간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에 사라진 11월호를 향한 그리움과 오묘한 조화를 이뤄 애틋함마저 느끼게 했고,
읽는 내내 은근 조마조마하다가 급기야 "뭐야? 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살인자'는!"하게 되는 '로렌스 블록'의 <내 이름은 콘라드>, 아니 <내 이름은 솔져>는 첫 번째 '임무'치고는 너무 깔끔명료한 솜씨로 인해 그후 세 권이나 발표되었다는 나머지 단편집마저 궁금하게 만들고 있으며,
단행본 발간 예정이라는 '나카지마 라모'의 <인체 모형의 밤>에는 12편의 연작단편중 <프롤로그 :: 목저택>과 <사안_邪眼>이 실려있는데 일본문학계의 괴물이자 기인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찝찝한 결말로 독자를 괴롭히고 있는가하면(아무리 끔찍할지언정 다 죽어버리는게 차라리 낫지 틀림없이 불행해질 것을 암시하며 끝나는 이야기, 정말이지 싫다... "괴로움은 현실에서 겪는 것만으로도 지나치게 충분하다고!"),
휴고상 수상작이라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플러그 인 베이비>는 미래를 배경으로 원격조정되는 사이버 인체 시스템의 사랑(그리고 성장?)을 나레이션을 사용하여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다.
아, 3부작으로 예정되었던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래비린스>는 2, 3회 분량을 모아 '합본'으로 완결되었는데(오히려 이것 때문에 '12월호가 마지막'이구나 하는 섣부른 생각을 일부 독자들한테 심어주기도 했다...) <보르 게임>을 아직도 못 읽었으니 일단 통과~

만화는,
수다스러운 옛 여자친구와의 저녁 식사를 빙자한 데이트(?) 겸 인생상담이 나도 옛 사랑(?)을 만나면 저리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와 더불어 지구 또는 이 우주 어딘가에 나를 '노리는' 사람이 있을까?가 궁금해지는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가 여전히 염장모드로 쾌속연애중이며(아! 우주적 사랑이야기라니...),
5월호의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소녀>에서 맘에 없던 행동을 하는 바람에 이별을 맞보았던 '소녀와 소년'이 뿔달린 중매쟁이 덕분에 6개월 만에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 '박형동'의 <일각소녀>는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며,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됨을 일러주고 있다... "사랑은, 첫 눈에 알아 보는거야. 그냥..."(일각고래야, 내게도 뿔을 하나 다오!~)

그리고, '다음호 안내'는...
없다. 12월호를 끝으로 계간지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으니 다음호라고 해도 무려 2009년 3월호임을 생각하면 다음호 안내를 할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계간지 전환 소식을 듣기 전에는 다음호 안내가 없다는 것 때문에 공연히 더 불안한 마음이 들었을 독자들도 있을텐데 일단 안심하시고 10월호에서 '예고'되었다가 불발된 [히어로즈], [새라 코너 연대기], [닥터 후] 등과 같은 '영미권 SF드라마의 세계' 특집기사와 범죄자들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형민우'의 SF판타지무협물 <고스트 페이스>의 연재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보시랏~(내년 3월까지 뭘하며 기다리냐고요? 아래 덧글을 참고하시랏!.)





덧, '특대호'로 출간된 것은 좋은데, 작년처럼 별책부록도 없는 상태에서 예고없이 값이 오른 것은 약간 불만스럽기까지 했다.(여느때처럼 만 원 내고 거스름돈 받는데 1,500원만 주기에 "저... 1,600원 더 주셔야 되는데요..."했더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그 표정!...)
하지만 어렵다잖아. 돈많고(?) 착한(!) 독자들이 이해해야지! 끄덕끄덕~

덧덧, (참, <판타스틱> 홈페이지를 보면 '이번호 목차'에 아직도 10월호 내용이 올려져 있는데 싸이트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편집부의 재정비가 있을거라는 '조민준' 편집장의 글이 있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신경 좀 써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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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10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하마터면 '<판타스틱> 종간호'가 될 뻔했던 <판타스틱> 10월호!(그.러.나...;;)
한여름 밤의 악몽과도 같았던 '<판타스틱> 휴간 소식'에 깜짝 놀라 이러다 자칫 폐간으로까지 이어지면 어쩌나 싶은 우려마저 들었기에, '땡땡이무늬'님의 말씀처럼 '판타스틱 살리기 운동'이라도 해야하나?싶은 고민을 살짝할 즈음(하지만, 내 코가 삼백서른석 자...) 다행스럽게도 말 그대로의 '휴간'일뿐임을 공식 발표하며 안드로메다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깜짝 쑈(?)'였음을 알리기는 했는데 암튼 잠시나마 이 땅에서 장르문학의 위태위태한 현실을 보는듯해 서글픈 시간들이었다...(그러고보니 작년 10월 말에도 초대편집장 '박상준'씨가 퇴사한다는 소식때문에 잠시나마 시끌소란웅성거렸던 기억이 있는데 매년 가을마다 독자들 가슴을 콩닥팥닥 뛰게 만드는 <판타스틱>은 '앞으로' 우황첨심환을 갈아넣은 잉크로 인쇄해주시길~)

10월호의 특집기사로는 언제나처럼 세 가지가 기획되었는데 그중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단연 'WWW.GENRE.COM 장르문학과 블로그. 그 판타스틱한 조합'~
블로그 또는 홈페이지를 통한 근황소개 및 신작연재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웹 2.0시대를 사는 장르작가들의 '인터넷 활용법을 공개'한다기에 무척이나 기대가 컸었는데, 싸이트 주소와 타이틀 화면, 그리고 카테고리 중 관심 가질만한 것 몇 가지 소개가 전부로 정작 내용은 그다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뭘 기대했었는지'도 딱히 모르겠다. 그저 블로그 주소 정도를 기대한 건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각 작가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덧글을 통해 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모습??...(도대체 '뭘' 기대한거야?) 차라리(?) 지난번처럼 작가들의 서재 사진이나 보여줬으면 만족스러워 했을지도...(혹시 이것이 아날로그 인간의 한계?...;;)
다른 두 가지 특집기사 중 '일본 국민 탐정의 아버지, '요코미조 세이시_橫溝正史'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로 설정되어있는 '긴다이치 하지메'가 등장하는 <소년탐정 김전일>이란 작품만 알고있을 뿐(그나마도 이름만 들어봤다;) 완전 생소한 인물이라 크게 관심가거나 흥미롭지는 않았고, 또 다른 특집기사인 '장르 심화 학습 - 하드보일드 탐정은 어떻게 등장했는가'는 틈틈이 구입만 한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추리소설'들'에 제법 오랜만에 호의적인 눈길을 주는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언제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는...

소설은, 필멸의 저주가 내려진 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덧없는 욕망과 '소유하지 않으면서 소유하기'에 대한 비책이 펼쳐지는 '진산'의 <그릇과 시인 이야기>가 서두를 장식하며, 연작을 이룬다는 전작 <두 왕자와 시인 이야기>와 혹시 있을지모를 후속작마저 궁금하게 만들고 있고, '츠츠이 야스다카'의 <꿈의 검열관>은 대뇌 중추 속 세상에서 쾌적하고 지속적인 숙면에 방해가 되는 악몽이나 흉몽 따위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검열관과 서기, 그리고 작업원들이 맹활약하는 모습을 초반엔 우스꽝스럽게 보여주지만 끝내는 잔잔한 감동을 주며 우리의 무의식 세계를 그리고 있으며('어이, 이봐요. 내 대뇌 속의 검열관 나리, 내 꿈은 제발이지 검열하지 말고 무삭제판으로 보여주길 원한다구! 특히 19禁 같은거, 꼭 좀 부탁해!~'), 도입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시골길이 떠올랐는데 난데없이 중세 유럽풍 이름들이 등장한 탓에 잠깐 당황스러웠던 '은림'의 <할티노>는 '그들'과 함께 마차에 올라탄 뒤 시작된 심장없는 괴물 '할티노'와 그 전설에 대한 악사의 입담을 듣고 있노라니 비로소 그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섭정왕모의 시회'에 나가도 우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독특한 인물 설정이 어찌나 흥미롭던지 카말란트가 악사의 뛰어난 말솜씨에 찬사를 보냈듯이 나 역시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졌다~(그런데, 춘부/춘부장은 '남의 아버지'를 높이는 말이 아니던가?...;)
만화는, '누구'는 교실에 앉아서도 '저 하늘 너머의 깊은 우주'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있는데, '누구들'은 정작 우주에 나가서는 이성_異星을 관찰하기는커녕 그저 이성_異性을 관찰하기에만 여념이 없는 듯 이 가을에도 여전한 외로움과 쓸쓸함 속에 격리 당해 죽을 것만 같은 싱글남 보란듯이 매회 사람 설레이게 만드는 대사나 늘어놓더니 그것도 모자라 새로운(돌아온?) 사랑의 감정을 하나 더 키우고 있는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여전히 순항, 아니 연애 중이며, '김성희'의 <우편번호 133-093>은 낮에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밤에는 헤어진 남친을 못 잊어 그리워하는 양손잡이 그녀가 사는 서울특별시 성동구 금호동3가의 허름한 옥탑방에서는 밤마다 영화 [토이 스토리]에나 나올법한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잠자다말고 깨어 내 방에 있는 물건들의 위치와 속삭임, 녀석들의 수상쩍은 행동들을 수시로 살펴보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12월호 안내가 되어버린) 11월호 안내에서는 [히어로즈], [새라 코너 연대기], [닥터 후] 등과 같은 '영미권 SF드라마의 세계'가 특집기사로 예고되어 있고, 오랜만의 귀향길에 이야기를 한 편 구입하게 된 사내가 겪게되는 2차세계 이야기가 몽환적으로 펼쳐지는 '전민희'의 <11월 밤의 이야기>와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의 작가 '로렌스 블록'이 만들어낸 성실한 출장전문 킬러 '켈러'가 데뷔하는 단편, 그리고 범죄자들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형민우'의 SF판타지무협물 <고스트 페이스>의 연재가 시작된다고 함.
온라인 서점에는 (진작부터) 절판으로 뜨지만 구하고자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니 아직 10월호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서둘러(그나마 영영 품절되기 전에) 구입하시기를~





덧, PLAY기사로 실린 '야구의 참맛을 누리기 위한 9가지 방법'은 (10월호 출간 당시만해도) 프로야구 시즌에 맞춰 시기적절했으니 야구경기의 진수를 느끼려면 '야구장에 가야한다'는 만고불변의 절대진리를 알리고자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끌어다/ 모아다/ 가져다 붙여서는 아홉가지 이유를 만들었는데 어쨌든 결론은 맞는 말이다. '경기를 즐기기위해서는 경기장에 직접 가야한다'는 것은. 내 생각에도 야구를(비롯한 운동경기를) TV로 시청하는 것과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것의 차이는, 참치통조림 캔을 먹는 것과 횟집에서 자신이 직접 고른 생선을 회 떠먹는 것의 차이와 다름없을 듯~
(그런데, 뭐가 됐든 그것의 '참맛'을 즐기려면 자신이 직접 하는 것 이상은 없지 않을까? 싶기도...)

덧덧, 몇몇 소설은 아직 '연재 중'이라 읽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도중에 <래비린스>에 실린 삽화를 보고는 잠시 주춤... 마치 아동용 도서에 등장할 법한 수준의 '그림체'가 시선을 사로 잡았기에 잠시 바라보다가 "뭐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체가 원래 저런가보군"하고는 그냥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도저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판타스틱> 홈페이지에 제기된 의혹 때문... 읽어보시랏!
'유쾌후'님의 글을 읽고나니 단지 그림의 수준'만'이 문제가 아니더라는...(저 정도면 '흡사'한 것이 아니라 '베꼈다'고 해도 할 말 없을 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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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SF 르네상스 1 - The Hard SF Renaissance 1
데이비드 브린 외 지음, 홍인수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하드SF에 한해서라면, 'SF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낯설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소설입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면 됩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 홍인수」

지금으로부터 자그만치 5년 전인 2003년 12월경, '행복한책읽기' 게시판에 뜬 공지 중 유독 관심가는 내용이 있었으니 바로 < The Hard SF Renaissance>의 출간소식!
< The Hard SF Renaissance>는 '가드너 도조와_Gardner Dozois'와 함께 SF출판계에서 양대산맥으로 불리우는 전문 편집자 '데이비드 G. 하트웰'이 부인이자 같은 편집자인 '캐서린 크레이머_Kathryn Cramer'와 함께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발표된 작품들 중 선별한 SF문학의 핵, 소위 노른자위라 할 수 있는 '하드SF 단편선집'.

몇몇 작품만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는 '데이비드 브린'의 <리얼리티 체크>는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비록 과학자들을 위한 일종의 '유머'라고는 하나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_Nature>에 무려 '새 천 년 기념 특집'으로 실린 작품이니 비록 웃기지 않더라도 당황하거나 부끄러워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그리고 두 번째 작품인 '벤 보바'의 <올림포스 산>은 화성탐사에 나선 두 명의 우주인이 겪는 '모험' 이야기로,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개척자의 도전 정신과 동지애를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는데 워낙에 이런 내용을 좋아하는 터라 짧은 것이 아쉬울 정도...("다음 주 산행은, 올림포스 산이닷!"...라고 말 할 수 있는 날이 살아생전에 오려나?...ㅠ_ㅜ)
세 번째 작품인 '브라이언 스테이블포드'의 <어느 성화학자의 생애>는 번역자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과감히 추천한다는 작품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된 과학기술의 폐해가 오히려 유토피아(?)를 이루게될수도 있음을 '육감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에 홀로 '우히히~'하며 실실거리게끔 만들기도...; 희대의 性화학자 '조반니 카사노바'가 그 명성에 걸맞은 활약상을 펼치는 모습을 다함께 기대하시랏!~(앗, 당신! 그런 야한 것을 기대하다니!...)
그리고, 네 번째 작품인 '피터 와츠'의 <틈새>는 '발라드'와 '클라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해저 탐사작품으로, 심해 기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갈등과......(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시길~)

하드SF가 비록 과학과 기술에 주요 초점을 맞추고는 있다지만 그저 '소설로 쓰여진 과학 기술 이론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으로부터도 훨훨~ 벗어날 수 있을정도의 읽는 재미(그저 '막연하게 재미있다'가 아닌 언젠가는 있음직한 일들을 논리적으로 실감나게/ 구체적으로 설득력있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를 주고 있는 작품들로 책 한 권이 빈틈없이 꽉꽉 채워져 있는 <하드SF 르네상스>!
깊어가다못해 어느새 그 밑바닥까지 다다른 이 늦가을(뭐? 초겨울이라고?), 비록 말뿐인 독서의 계절이 아니더라도 뭔가 책을 읽어보고 싶다면 '장르문학'을 한번 읽어보기를! 그리고 장르문학을 읽어보고 싶다면 'SF'를 한번 읽어보기를!! 그리고 SF를 읽어보고 싶다면 '하드SF'를 한번 읽어보기를!!! 그리고 하드SF를 읽어보고 싶다면 <하드SF 르네상스>를 한번 읽어보기를 온 우주의 모든 지적생명성체들한테 적극적으로 추천함!!!!~~
(과연 이 우주에서 SF보다 재미있는 책이 있을지 의문... 아, 어서빨리지금당장 2권도 읽고 싶어랏!!!)
"아아, 이런 작품들 때문에라도 SF를 사랑하는 것만은 '여전히' 그만둘 수가 없어...+_+"

 

 

 

 

덧, 남자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두 번째로 짜릿한 일이 '비행기를 모는 일'이라 할 때, 남자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첫 번째로 짜릿한 일은... '그것(!)'도 '저것(?)'도 아닌 바로 '하드SF를 읽는 일!'~

덧덧, <하드SF 르네상스>를 통해 SF바닥에 첫발을 내 딛는 번역자 '홍인수'씨는 국내최대 SF동호회 '조이SF클럽'과 PC통신망 시절부터 내려오는 SF카페 '멋진 신세계'에서 '장수제'란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동안 틈틈이 해외SF를 번역소개해 온 골수 SF팬으로, SF에 대한 애정만큼은 기존의 여느 SF번역가 못지않다고 자타가 공인! 특히 하드SF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에 이 기회에 그 이름이 우주만방으로 널리 알려져서 하드SF의 거장 '아서 클라크'나 '스티븐 백스터'의 작품들도 그의 손으로 번역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덧붙여 '할 클레멘트'의 작품까지도~^^)

덧덧덧, <하드SF 르네상스>를 보고도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흥분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진정한 SF팬이 아니다. 그저 '읽을거리'를 즐기는 독자일 뿐. 세상에 읽을만한 책은 널리고 깔리고 퍼져있으니 아무거나 채이는대로 걸리는대로 닥치는대로 집어들고 읽으시길. 그러나 당신이 SF팬이라면, SF팬이되고 싶다면, 우주의 중심에서 "나는 SF팬이다!"라고 기꺼이 외칠수 있다면(비록 그것이 누가 볼까 두려워 쪽 팔려 죽을만큼 허접한 표지의 책일지라도! 심지어 내용에 상관없이!!) 질러라! 질러야한다. 이 땅에서 언제 또 다시 이런 작품이 나올지 아무런 보장이 없기에. 그 누구도 장담할수 없기에. 더구나 재판을 찍을 수도 없는 상황. 초판이 곧 한정판이고 절판본이고 희귀본임을 생각해 볼 때 지금 당장 질러야한다. 바로 지금!(만약에 '이미 질렀다!'면, 그 다음으로는 이 책을 지를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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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양장, 한정판) 오멜라스 클래식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이영기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토머스 : "자, 여러분은 '시리우스'가 정말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할 터이니, 그한테 무엇이든지 질문을 해보시겠습니까?"
스톤 교수 : "일요일 다음은?"
시리우스 : "월!"
크로퍼드 박사 : "왕비의 남편은?"
시리우스 : "왕!"
일동 : ......;;;('말한거야?...' '짖은거 같은데?...' '흉내낸거 아냐?...')
토머스 : "자, '시리우스'는 정말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걸까요? 그리고 말을 할 수도 있을까요? 게다가 글도 쓴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못 믿겠다는 분은 지금 당장 <시리우스>를 만나보세요!"

<이상한 존>의 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이 키운(?) '말하는 개' 이야기, <시리우스>!
고등 포유류의 뇌 성장과 관련된 연구를 하던 생리학자에 의해 처음엔 그저 슈퍼 양치기 개, 또는 미싱 링크_missing-Link 수준의 지적능력을 갖춘 동물로 개량/개발된 '시리우스'는 그 이상의 발전 가능성이 발견되면서 사람과 동등한 교육을 받게되었고 점차 인간에 버금갈정도로 지능과 감정이 발달하는가 싶더니 마침내 그 안에 내재된 '정신'이 눈을 뜨기에 이르는데...

읽다보면 수시로 "아니, 세상에 뭐 이런 개가 다 있담!"하며 감탄(내지 질투)하게 될정도로 인간의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인간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지닌 인간犬이 주인공, 아니 '주견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개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사람도 아닌 '시리우스'가 인간들 위주의 세상에서 생활하다가 야성의 세계를 필요로 하는 '늑대의 본성'과 인간의 세계를 필요로 하는 '문명화된 정신' 사이에서 생겨난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갈등하고 투쟁하며 홀로 세상에 맞서 싸워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주제나 구성에 있어서는 전작인 <이상한 존>과 흡사한 면이 있으나 <시리우스>가 <이상한 존> 못지 않게 이상하면서도 더 재미있고, 더더욱 슬픈 작품인 까닭은 인간 중의 한 명과 맺게되는 '특별한 관계'때문!(부제 'A Fantasy of Love and Discard'가 심상치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저 아이는 자랄수록 매력이 넘치네. 그런데 좀 사람같지 않은 면이 있어."라는 소리를 듣는 인간 소녀 '플랙시_plaxy'와 "저 개 표정이 꼭 사람같아."라는 소리를 듣는 슈퍼 양치기 개 '시리우스_sirius'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를 끔찍이도 귀여워하는 소녀와 주인을 무척이나 잘 따르는 강아지' 수준의 관계를 훌쩍 뛰어넘어 사람과 개가 정서적으로 맺어지고 '연인'이 된, 비록 육체적 한계(?)때문에 생물학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나(...) 정신적으로는 '완전한 하나'의 존재가 되어 서로가 서로한테 소속됨으로써 주인과 애완동물이 아닌 정신적 반려자로서의(소울메이트적인!) 굳건한 관계를 보여주는데, '인간 소녀와 수컷 개의 사랑'이라는 어찌보면 엽기스럽기까지 한 설정에 당황스러울정도인(호기심도 살짝~) 이 작품은 '진정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다소 통속적이기까지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확인하는 순간에 그 애잔함이 한없는 연민을 불러일으킬만큼 '특별한 연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슬픈 동화처럼 그려내고 있는 '감성과학소설'로, 이후에 밤하늘의 별자리 '시리우스(천랑성_天狼星)'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싶을 정도다~('다니엘 키즈'의 <앨저넌에게 꽃을>을 읽으며 눈물 찔끔 혹은 펑펑 흘렸던 독자들이라면 이번에도 손수건을 준비하셔야 할 듯...)

지구를 지배하며 만물의 영장인듯 행세하고 있지만 인류의 실체가 얼마나 이상하고/형편없고/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밝혀내기위해 '스태플든'은 <이상한 존>에서 차세대 인류인 호모-수페리어 '존'을 등장시킨데 이어 <시리우스>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충격요법을 사용하기위해 인간이하의 생명체로 평가되는 '말 못하는 짐승'을 등장시켜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만들어 놓고는 '인간의 바깥에서' 인간을 바라보며 그 어리석음을 일러주고 있는데, 그만의 예의 독특한 시선 앞에서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인류가 과연 얼마나 될지도 궁금...(난, 눈싸움에, 자신, 있다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센테니얼 맨>을 통해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던 로봇 '앤드류'를 만났다면, 이제는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하다못해 앞발이 아닌 '손'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개를 만날 차례. 각 가정마다 <시리우스> 한 마리씩 데려다 키우시길~





덧, 이 작품을 처음 접할 때만해도 유전공학에 의해 초지능을 갖추게 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개'이야기 또는 '초지능을 가진 개가 어릴 때부터 단짝처럼 자란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정도로만 알았었다.(한마디로 특별한 개와 평범한 소녀의 아마도 이루어질 수 없을 러브스토리 정도?...) 그리고 아는 분을 통해 "너무 재미있고 너무나 감동적이다."라는 평을 들었기에 그 방향으로 안테나를 돌리고 주파수를 맞춘 채 읽기 시작~ 육체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나 '정신'속에서 하나가 된 두 종족의 실현불가능하기에 더욱 실감나는/ 아름답기에 더욱 슬픈/ 수상하기에 더욱 애틋한/ 간절하기에 때론 애증마저 오가는 '연애담만으로도' 만족스러울만큼 과연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그런데...
박상준씨의 해설 '제국보다도 너그럽고 느긋하게'의 내용 중에 "<시리우스>의 감상을 '기이한 연인들의 비극'으로만 정리하는 것은 너무 좁은 시야의 독법이 아닐까." 라는 문구가 있듯이 단순하게(?)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학소설에 철학을 불어넣은 작가'라는 평이 있는 스태플든인만큼 슈퍼히어로(호모 수페리어)들이 떼를 지어 등장하는 전작 <이상한 존>이 화려한 액션이 난무하기보다는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본질과 진화의 가능성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듯이 초지능 생명체가 등장하는 <시리우스> 역시 짐작가능한, 또는 기대가능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보다는 시리우스의 출생부터 성장 및 양치기 개로써의 훈련 과정, 개성의 탄생, 정치와 종교에 대한 사상의 정립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과 지성의 의미를 찾는 철학적 사색'이 곳곳에 담겨져 있더라는!... 그리고 이것을 하나하나 찾는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
(그러나, 과학소설은 철학책이 아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중요하지만 독자가 느끼고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랑 이야기구만!"하고 읽는 것이 비록 '안일한' 독법이 될지라도 독자는 독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즐기고 만족하면 그것으로도 좋지 않을까?... 내가 SF를 읽는 이유는, 깨달음 보다는 '재미'때문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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