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마크 밀러 지음, J.G 존스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씨근거리며 천식을 앓던 마마보이였다. 나는 닌자 거북이 장난감들을 모았었지. 나는 뮤직비디오, 만화책, 란제리 카탈로그 등을 위해 쓸데없이 시간낭비를 했다. 나는 비디오게임의 점수도 높았다. 나는 스물네 살이 돼서 처음으로 주먹을 써봤다고. 나는 심지어 농구도 해본 적이 없다니까.
우리 어머니는 나를 게이라고 생각하며 저 세상으로 떠났다
.- 웨슬리 깁슨」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작가 '프랭크 밀러'와의 혈연관계가 살짝 궁금했던 '마크 밀러'가 쓰고(참고로, 프랭크는 'Miller', 마크는 'Millar'...) 그래픽노블 커버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J.G. 존스'가 그린 反영웅(일명, 빌란_Villain)의 액션활극, <원티드>!

우선, <원티드>는 위험하다. 명색이 19禁 도서인 이 작품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는 '성인/성애만화'로 등록되었을 정도인데 태아/유아/소년/청소년들한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청년/중년/장년/노년인 어른들한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며 독자가 착한 사람이면 착한 사람일수록 더더욱 위험하다.(특히 '스아무개'처럼 '착한이'한테는 가히 치명적이었다는!!)
모름지기 액션물의 주인공이라면 비록 [핸콕]처럼 평상시엔 개망나니짓을 하며 다닐지라도 '기회가 되면' 인정사정없고 무지막지한 악당들을 상대로 선량하고 연약한 지구인(하다못해 지역주민들)을 구해내야 마땅하건만 <원티드>의 주인공 '웨슬리 깁슨'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어떤 악당보다도 '惡'에 빠져든 인물로, 우여곡절(?)끝에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른 뒤 그 짜릿한 흥분의 쾌감에 픙덩 빠져서는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동네 건달들은 물론 학창시절 선생, 옆집 소녀, 집주인을 비롯한 주위사람들을 이런저런 사소한 이유를 핑계로 '손을 봐'주는가 하면 자기 애인과 바람피운 친구를 사살하고(이건 뭐 어느정도 이해가...) '격려'의 한마디를 해주는 이웃 노인네마저 거리낌없이 쏴 죽이더니 심지어는... 저런!!!
(물론 주인공은 지구를 지배해서 소위 '초악당 노릇'을 제대로 하고자하는 라이벌 패거리 악당들의 '손을 봐'주기도 한다. 오직 '자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살인마의 핏줄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인공은 마치 영화를 보며(또는 음반을 들으며) 프링글스를 먹듯 멈춤없는 살인을 저지르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게 더 '문제'...) 흉악하기 이를데 없는 주인공의 활약상에 '저런, 나쁜 놈!"하며 혀를 내 두르면서도 막상 책을 덮을 즈음에는 어느덧 저런 '악당', 아니 저런 '능력있는 나쁜 남자'가 되고 싶다고 은근히 원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확률이 크다는 것으로, 한여름에 모기 한마리 이유없이(?) 죽여본 적 없는 전통적 살생유택 정신에 입각해 살고있는 사람조차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그릇되고 비뚤어진 심성을 갖게될 가능성이 다분해지고 급기야 그것을 타당하게 여길 가능성마저 없지않기 때문...("만화는 만화일뿐 따라하지 말자!")
암튼, 요즘같은 험악/흉악/극악한 세상에서도 '영웅은 반드시 승리하고 악당은 결국엔 패한다.'라는 원시공룡시대에나 어울릴법한 권선징악적인 생각에 빠져 살고 있는 착하디착하...기는커녕 바보같디바보같은 사람(...)한테는 다소 충격으로 다가올법한 내용이기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수도 있으나, 문득 욕이나 한바탕 퍼붓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읽으며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그야말로 딱 쫗은 작품!

끝으로 내용 못지않게, 어찌보면 내용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비범한 아티스트 'J.G 존스'의 쌈빡깔쌈한 그림체로, 대사를 읽는 것보다 그림을 읽는 것이 오히려 더 재미있을 정도로 왠지 구석구석 눈길이 가는 그림체가 꽤나 매력적이며 은근 야할만큼 자극적인지라 중독성이 있을 정도인데 어느정도냐 하면 하루빨리 그의 대표작이라는 <원더우먼_Wonder Woman : The Hiketeia>과 <마블 보이_Marvel Boy>, <파이널 크리시스_Final Crisis>도 감상하고 싶어 소위 '똥줄이 탈' 지경이다!





덧, 실제 인물이 모델?
2008년 '티무어 베크맘베토브_Timur Bekmambetov'감독에 의해 '제임스 맥어보이_James McAvoy', '안젤리나 졸리_Angelina Jolie', '모간 프리먼_Morgan Freeman' 주연의 동명영화 [원티드]로 제작된 적 있는 이 작품은, 이미 원작만화에서부터 영화화를 의도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몇몇 인물들은 실제 영화배우들과 닮았는데 '폭스'는 누가봐도 '할리 베리_Halle Berry'와 꼭 닮았고, 원조살인마는 '토미 리 존스_Tommy Lee Jones'와 너무나도 흡사하다.
(안타깝게도 정작 영화 [원티드]에서는 전혀 다른 배우들이 출연...)

덧덧, "야, 너희들 어디서 왔어?_based on?"
나쁜 녀석 '웨슬리 깁슨'을 비롯해 <원티드>에 등장하는 각종 슈퍼히어로들은 우리(?)가 난생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 작품 속 캐릭터들을 짜집기, 아니 짜깁기한 복제품들이라 함.

덧덧덧, 그 날 이후...
나는 [진정한 용기]의 존 웨인이며 [데스 위시]로 알려진 찰스 브론슨이다. 나는 [더티 하리]를 비롯한 모든 마카로니 웨스턴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나는 장 클로드 반담이다. 나는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나는 [다이 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다. 또한 나는 [델타 포스]의 척 노리스다. 나는 리 마빈이며 숀 코네리다. 나는 우라질 아놀드 슈왈츠네거다. 아, 씹새끼.- 로또맞은 잡종새끼 웨슬리 깁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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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여행자
다니구치 지로 지음, 홍구희 옮김 / 샘터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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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만화계의 장인_匠人으로 불린다는 '다니구치 지로'의 걸작 단편모음집 <동토의 여행자>!
다니구치 지로? 다소 생소한 작가인지라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1971년에 데뷔한 이래 <먼 목소리>가 '쇼가쿠칸 만화상_小学館漫画賞'에 가작으로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만화가협회상'과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_Angouleme FIBD(Festival international de Bande Dessinee) 및 '스페인 국제만화페스티벌' 등에서 수상하는 등 일본보다 오히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국제적인 만화가!

화려한 수상 경력과 국제적 명성에 기대치를 약간 높이며 책을 펼쳐 들었는데 오홋, 눈덮인 알래스카의 한겨울을 배경으로 칼바람을 휘두르는 눈보라가 휭휭 불어대는 가운데 무스_Moose(하얀 말코손바닥사슴)를 찾아 빙하의 산맥을 방랑하는 원주민 노인의 힘겨운 여정을 그린 표제작 <동토_凍土의 여행자>를 비롯, 특별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굶주린 이리떼에 쫓기면서까지 황량하고 막막한 설원을 가로질러야 하는 주인공과 썰매개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그린 <하얀 황야> 등을 꽁꽁 언 두 손 녹여가며 읽다보면 문득문득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어느새 자연속으로 동화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함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외에도 동물과 인간 사이의 알 수 없는, 딱히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묘한 교감을 그린 작품과 잊지못할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등 인간과 자연, 인간과 생명,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동물만화의 거장답게 확실히 인물보다는 동물 묘사가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데 전체 그림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자면 동물 묘사보다도 한층 더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는 자연 묘사가 단연 돋보이며 예리한 관찰력으로 그려낸 숲과 산, 섬과 바다를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인물 그림보다 오히려 자연 그림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산'과 무작정 뛰어들고 싶을정도로 '짙푸른 바다'...
요즘처럼 폭염과 열대야가 판을 치는 무자비한 더위에 참으로 간절한 단어가 아닐 수 없기에 어제/오늘 땀흘린 모든 분들한테 강력하게 추천!





덧, 표제작 <동토_凍土의 여행자>는 작가 '잭 런던'의 유품으로 발견된 수첩에 메모된 짧은 글을 토대로 구성한 작품이며, <하얀 황야>는 잭 런던의 <하얀 이빨_White Fang>을 재구성한 작품.

덧-1, 잭 런던_Jack London(=존 그리피스 체이니_John Griffith Chaney) :
20세기 초반 영국...이 아니라 미국문학의 선구자로, 1897년 청년시절에 알래스카를 여행하던 중 금광을 찾기위해 뛰어들었던 '클론다이크 골드러시_Klondike Gold Rush'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늑대의 아들_Son of the Wolf>로 데뷔한 뒤 <야성이 부르는 소리_The Call of the Wild>, <바다의 이리_The Sea-Wolf>, <하얀 이빨_White Fang> 등을 발표하며 명성을 떨쳤고, 러일전쟁 당시에는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위태위태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함.(1982년 프랑스에서 <조선사람 엿보기_La Corée en feu>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1995년에는 '도서츨판 한울'에서 번역/출간~)
그뿐아니라, 현생인류 이전의 세계를 현대 미국의 한 젊은이가 자신의 꿈을 통해 들려주는 <비포 아담_Before Adam>과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계급 갈등을 27세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강철군화_The Iron Heel>라는 SF(...)를 발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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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1988년이다. 마가레트 대처가 자신의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있고, 다음 세기가 되어서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될 보수당의 집권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하고 있다. 내 막내딸은 일곱 살이며,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에이즈 환자를 수용소에 격리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폭동 진압을 위해 투입되는 전투 경찰은 자신들을 태운 말과 마찬가지로 검은색 복면을 쓰고 있으며 그들이 모는 밴에는 회전하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정부는 모든 동성연애의 싹은 물론 그 추상적 개념마저도 잘라 내고 싶다는 욕구를 표명했으며, 이제 어떤 소수자가 불법의 대상이 될지는 추측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난 몇 년 안에 가족들을 데리고 이 나라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냉정하고 비열한 이 곳이 더 이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 자라, 영국. 잘 자라, 홈 서비스. 그리고 승리의 브이(V) 사인. 반갑다, <운명의 목소리>. 그리고 브이 포 벤데타.

_앨런 무어



<왓치맨_Watchmen>의 작가 '앨런 무어'가 쓰고, <슬레인 : 피의 가마솥_Sláine : Cauldron of Blood>, <나이트 레이븐_Night Raven>, <카드로 만든 집_House Of Cards>, <에일리언즈 : 유리 통로>, <이상한 전쟁 이야기>, <갱랜드>, <다크호스 프리젠트 86_Dark Horse>, <호러리스트_The Horrorist>, <헬블레이저 : 레어 컷츠_Hellblazer : Rare Cuts> 등 왠지 심상치않은 제목의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 온 '데이비드 로이드'가 그린 디스토피아 그래픽 노블의 기념비적인 작품 <브이 포 벤데타>!

1983년 <워리어_Warrior> 매거진에 처음 연재되기 시작한 이 작품은 일찌기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예언했던 <1984>의 도래를 그리고 있으니 작품 속 전체주의 사회로 묘사되는 가상국가는 근미래(1997년)의 영국으로 시대적 배경을 간추려보자면, 이미 1980년대의 불경기를 지나 3차대전이 발발하고 원자폭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아프리카와 유럽이 지구상에서 소멸된 전 세계적 혼란의 시기에 무정부상태의 어수선한 틈을 타 사방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파시스트 단체들과 우익세력들이 주축이 된 '노스파이어_Norsefire'가 정권을 잡은 뒤 흑인과 파키스탄인들, 그리고 동성애자를 비롯한 백인 급진주의자들을 불법체포, 강제구금하는 등 사회적 변혁을 거쳐 통제와 강압으로 '무장'된 경찰국가에서 '빅브라더'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인 '리더_The Leader'와 그의 통치 시스템 '운명_Voice of Fate'이 눈, 귀, 코, 손가락, 목소리, 입 등등의 하부기관들을 이용해 국민들을 감시하며 국가를 지배한다는 설정아래, 정부가 관리하는 수용소에 갇혀 모종의 실험대상으로 정신적 변화를 겪은 사나이가 주인공으로 등장, 수용소를 탈출한 '그'가 벌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극에서 시작된 한 인간의 굴하지 않는 '신념'이 어떻게 전 사회적인 혁명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지 그리고 확고한 '의지'가 어떻게 발휘되며 어떻게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는지 그 과정을 한발두발세걸음네걸음다섯뜀여섯뜀 단계적으로/체계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정권 뒤집기 참 쉽...)
"독재 사회는 피겨스케이팅과 같아. 복잡하고, 기계적으로 정확하며, 무엇보다 불안정하지. 문명의 부서지기 쉬운 껍질 밑에는 차가운 혼돈이 휘몰아치고 있어. 그리고 거기엔 위험하리만치 빙판이 얇은 곳들이 있어...
권력이 처음 혼돈을 발견하게 되면 기존의 거짓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사악한 방법을 쓰기 시작하지. 하지만 그 질서에는 정의란 없어. 사랑이나 자유도 없지.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대혼란에 빠지는 것을 얼마 늦추지 못해."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는 내용만으로도 모자라 그림체 역시 그 못지않게 거칠고 어둡고 심지어 따분하기까지 함에도(인물이든 사물이든 외곽선을 마저 다 그리지 않는 독특한 생략법은 인상적!) 몇 장 넘기다보면 어느 순간 그림체에 익숙해지며 마침내 작품속으로 몰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글을 쓴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와 함께 문득 깨달은 또 하나의 대단한 점은,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놀라운 점이며 독특한 점이고 위대한 점인데 바로 '효과음'이 없다는 것...
TV로 외화를 볼 때 간혹(어디까지나 '어쩌다가') 볼륨을 음소거 상태로 해놓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볼륨을 최대치로 해봤자 어차피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는 데다가 자막이 있으니까 소리가 안 들린다한들 내용을 이해하는데야 별반 큰 문제가 없을뿐더러 때때로 '남다른 재미'를 주고있으니 조용히 외화를 보던 도중 '이쯤에서 이러이러한, 저쯤에서 저러저러한 음향이 들리겠지?' 하는 것을 홀로 상상하는 경우로 상황에 맞춰 적절한 음향효과를 스스로 내다보면 나름 재미가 있더라는...
그런데 <브이 포 벤데타>는 영상매체가 아닌 인쇄매체임에도 '그런 재미'를 주고 있다.(뭐 모든 독자가 '이런 방식'을 재미있어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국회의사당이 폭발하며 불에 타고, 여기 고함소리, 저기 비명소리는 물론 폭죽소리, 폭탄소리, 신음소리, 총소리, 문부수는소리, 구타소리, 불꽃타오르는소리... 암튼, 그림에서 보여지는 모든 소리 효과를 일절 배제한채 오직 독자가 알아서 능력껏 판단/연출/반응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는데, 가령 떼지어 모여 소리지르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을 '눈으로 볼지언정' 효과음을 삭제함으로써 실제로는 그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인지, 분노하고 있는 것인지 '귀로 듣지 않으면 다 똑같다'라는 어리석은 생각에 세상 돌아가는 꼴이 훤히 다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국민들 귀만 막아서 안 들리게 하면 마치 다른 세상인줄 알겠지?하는 착각 속에 빠진 위정자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특히나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그러나, 무어와 로이드가 그 모든 '소리'를 일절 차단하기 위해 그토록이나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정부가, 사회가, 체제가 무너지는 소리는 너무나도 크게 들린다. "쿠.와.아.아.아.앙!!!!!!! 와.그.르.르.르르르르...")
"소음은 그 앞에 오는 고요함과 연관돼 있어. 그 고요함이 절대적일수록 뇌성은 더욱 충격적으로 들리지. 우리의 주인은 민중의 목소리를 몇 세대동안이나 듣지 못했어. 이비...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큰 소리지."


끝으로, <브이 포 벤데타>가 억압된 사회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박해받는 민중의 궐기를 그렸다는 점 때문인지 여기서는 '이거 딱 우리 얘기다'하는가 하면 저기서는 '억지로 갖다 붙이지 마라'하며 상반된 의견을 내세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현실과의 상관성이 어떻든 의미심장한데다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한 구석이 있는 작품으로, 세상 그 어떤 민주국가일지라도 비민주적으로 억압되고 통제되는 부분이 어딘가는 반드시 있기에 세상 모든 나라 사람들 역시 '이건 우리랑 비슷하다'라고 여길만한 요소는 얼마든지 있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완전 상관없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우리네 현실과 똑같다기보다는 우리는 저렇게 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정치하는 국민의 머슴'들한테도 일독을 권함.(국가에서 판금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국방부 불온서적' 목록에조차 올라있지 않은 것을 보니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작품속 상황은 아닌듯해 참으로 다행...?)
"브이, 이 모든 폭동과 소란들... 이것이 무법이란 건가요? 이게 '마음대로 하는 나라'인가요?"
"아니, 이건 그냥 '가지고 싶은 것을 가져라 나라'야. 무법이란 '무질서'가 아니라 '리더'가 없다는 뜻이야. 무법과 함께 질서의 시대가 온다. 진실한 질서는 자발적인 질서를 말해. 광기과 모순의 혼돈 주기가 끝나고 나면 질서의 시대가 시작될 거야. 이것은 무법이 아니야, 이비. 혼돈일 뿐."








덧, 두려움이 없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두렵지만 행동하는 것'이 용기다.

"그래. 왜냐고 묻는다면 비록 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야.
그래. 왜냐고 묻는다면 비록 그들은 날 죽이겠지만 만약 하지 않는다면 내 목숨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야.
그래. 왜냐고 묻는다면 역사는 내 다리를 움직이고 있고, 아무것도 날 멈출 수 없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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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2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도 상당히 늦게나오지만 이책도 국내에서 번역되는군요.
 
배트맨 이어 원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데이비드 마주켈리.프랭크 밀러 지음, 곽경신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 세미콜론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986년 DC 코믹스 편집국은, 일부는 반세기가 넘게 살아왔던 그들의 영웅들이 시대에 뒤쳐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규모 쇄신이 명백히 예고되었고, DC 코믹스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속적인 세 명의 캐릭터 슈퍼맨, 원더 우먼 그리고 배트맨이 우선적인 쇄신 대상이 되었다.
......중략......
그렇다면 문제는 이 모든 일을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프랭크 밀러가 지원했다
.- 데니 오닐_Denny O'Neil」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배트맨' 이야기, <배트맨 : 이어 원>!
이미 배트맨의 죽음(!)을 그린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가 출간된 상태에서 '뒤늦게, 앞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왜일까?
1939년 '밥 케인_Bob Kane'과 '빌 핑거_Bill Finger'에 의해 창안된 배트맨이 첫선을 보인뒤 어느덧 50여 년이 흐른 1980년대 말. 우주적 경제불황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던 용역업체 'G.W.G(=지구는 우리가 지킨다)'는 그동안 행동대장으로 최일선에서 맹활약해오던 '슈퍼맨'과 '원더 우먼'이 병들고 늙었음을 인정, 아쉬운대로 그들의 '외모'만이라도 변형조작하기위해 슈퍼보톡스를 주입하기로 결정하고는 바로 시술에 들어갔는데, 함께 활동하던 배트맨만큼은 어차피 가면을 쓰고 있기에 '외모'변경은 필요없다는 판단아래(사실 외모는 가장 훌륭, 아니 완벽했기에!) 체중조절 및 식이요법에만 치중하기로 의견 일치를 본 후 최상의 트레이너를 모집했고 엄청난 결쟁률 속에서 만장일치로 선정된 이가 바로 '모듬소시지 + 맥주', 아니 프랭크 밀러!!!
이렇게 <배트맨 : 이어 원>은 시작되었다...

프랭크 밀러라면 '과학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휴고상을 수상한 만화'로도 유명한 그래픽 노블계의 최고 걸작이라는 <왓치맨_Watchmen>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통해 배트맨의 '최후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 작가였기에 배트맨의 '최초 모습' 역시 그가 직접 그리고 싶어하리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였는데 그는 놀랍게도 다른 그림쟁이를 선택했으니 의외의 인물인 새로운 협력자는 업계에서는 초보에 가까운 '데이비드 마주켈리'!!
자고로 천재는 천재를 알아 본다고 했던가?("어이, 이봐요. 거기, 천오백사십이 번째 방문자! 당신도 천재잖아!"...) '마블_Marvel'에서 출간된 1987년작 <데어데블 : 재탄생_Daredevil: Born Again>에서 이미 프랭크 밀러와 작업한 적 있는 마주켈리는 이번에도 밀러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제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하고 있으니 아 글쎄, 이 사람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한 컷 한 컷의 그림들이 어쩌면 이리도 효과적절한지 어떤 장면들은 프랭크 밀러 못지않게 대충대충(?) 마치 밑그림도 없이 그저 사인펜으로만 스스슥 슥삭하며 그린 듯 한데도 불구하고(배경도 필요한 것만, 아니 필요없는 것은 제외해가며) 그 상황을 기가 막히게 잘 표현해내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러면서도 그림체가 참으로 곱디곱다. 아기자기한 알콩달콩함이 물씬 묻어난다고나 할까? 특히나 등장 인물들의 표정 또한 다양하기 그지없으니 '표정을 그린 것'이 아니라 마치 '그림들이 살아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풍부하면서도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책을 보는 내내 '그림 참 설렁설렁 쉽게 그렸다. 그런데도 참 잘 그렸다'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가수중엔 고음을 낸다든지 할 때 온갖 인상을 써 가면서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물론 나름 감정 표현의 방법일테고, 사실 이쪽이 훨씬 '인간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저 말하듯이 아주 편안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사람을 보고 있자면 때로는 나불대는 저 입술을 한대 때려주고 싶을만큼 얄미울(?) 정도인데 '마주켈리'야말로 딱 그런 경우!
사실 그림만 놓고보자면 <배트맨 허쉬>를 그린 '짐 리_Jim Lee(=이용철)'가 훨씬 더 세련되고 깔끔하게 잘 그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시각적인 만족감에선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뿐더러 너무나도 편안하고 쉬워보이기까지 하는 마주켈리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한번 옛 솜씨(?) 발휘해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충동에 내 안의 뭔가가 움찔움찔꿈틀꿈틀들썩들썩불끈불끈...(이쯤에서 <데어데블 : 재탄생>을 비롯한 '마주켈리'의 다른 작품이 보고 싶어지는 것은 두말하면... 무슨 소리? "잔소리!" 정답~)
그렇게 <배트맨 : 이어 원>은 완성되었다...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야만 했던 꼬마 '브루스 웨인'이 '그날' 이후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되어 다른 사람들한테 자신이 느낀 것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한 두려움을 주기위해 무려 18년을 비밀리에 준비한 끝에 진정한 복수의 달인, 브루스 웨인으로 거듭나며 밤을 지배하는 '다크 나이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특별한 원년'을 다룬 또 한편의 걸작 그래픽노블 <배트맨 : 이어 원>! 이 비범한 140여 쪽짜리 '만화책' 값은 비싸다면 비싼 14,000원인데, 당신은 어쨌든 이것을 사야 할 것이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에서 말했듯 "진짜 배트맨 팬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이 작품을 간직해야 '진짜 배트맨의 팬'이라 할 수 있기에, 그리고 그 이유는 배트맨의 시작이자 완성인 이야기, 그것이 바로 <배트맨 : 이어 원>이기 때문이다.





덧, 그런가하면, '아, 벌서 1년이 지났어...'하는 아쉬움을 달랠 여유도 없이 이어지는 무려 40여 쪽에 이르는 '후기_Afterword(s)'를 보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그럼 곱배기? 갑자기 짜장면 먹고싶네...쩝)
'마주켈리'가 전담하고 있는 후기에는, 배트맨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함께 여섯 살 꼬마 시절에 그린 배트맨 만화 <배트맨 코믹스>부터 성인이 되어 그린 샘플 시안, 광고 그림, 스티커 세트, 러프 레이아웃, 잉크 완성본과 채색을 입힌 완성본, 단행본 출간 전 연재 당시의 표지 및 속지들, 양장본과 페이퍼백의 커버 디자인 제작과정을 포함,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제작 과정을 담은 미공개 자료들이 그야말로 풍성하게 듬뿍담뿍 실려있어 독자들이 예상치못한 즐거움까지 주고 있으며, 후기에 실린 프랭크 밀러의 서문(?)을 읽으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재미도 쏠쏠~
암튼무튼, 이 작품은 어디 하나 버릴 곳이 없다. 하다못해 껍데기까지도!(절대 버릴 수가 없지. 아무렴!)
 

덧덧, 특히나 이 작품은 배트맨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 대한 프랭크 밀러만의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제임스 고든' 부서장의 새로운 모습을 두 가지나 발견할 수 있다.
특수부대 출신 덩치를 상대로 나이를 잊은 주먹질 작렬이라든지, 임신한 아내가 있음에도 한눈을 파는 모습이라든지..."고든 아저씨,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투페이스_Two-Face'야!"(나는,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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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3-1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alaxians님,요즘 새로 나오는 sf소설에 대한 리뷰도 좀 올려주세요^^
 
로닌 Ronin 시공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지음, 문은실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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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절벽에 매달려 오갈 곳 없고, 위와 아래에는 굶주린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처한다면...
그런데 어쩌다가 그 절벽에 딸기 한 송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면...

딸기를 따십시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고...
맛을 음미하십시오...

우리가 지금 그 절벽에 있습니다. 우리 삶은 만발한 벚꽃만큼이나 사라지기 쉽고 덧없습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향기롭지요
.-지혜롭고 늙은 스님」


'앨런 무어'와 더불어 그래픽 노블계를 양분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작가 '프랭크 밀러'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숨은 걸작 그래픽노블 <로닌>!
우선 이 작품의 정체(?)를 먼저 밝히자면 <로닌>은 겉보기와 달리 무려(!) SF다.
봉건시대 일본의 떠돌이 무사 '낭인_浪人을 일컫는 말인 '로닌=Ronin'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나 얼핏 보기에 일본 무사를 연상시키는 표지 이미지로 인해 '일본 시대극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데 '마블 코믹스'에서 <데어데블_Daredevil> 시리즈와 같은 슈퍼영웅물을 그렸고 이후에는 'DC 코믹스'에서 역시 <배트맨 : 다크나이트 리턴즈>와 같은 슈퍼영웅물을 그리게 될 '프랭크 밀러'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의외의 주인공과 설정인걸?싶었던 도입부를 지나자마자 느닷없이 사이버 펑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이 작품은 엄연한 SF로, 굳이 장르를 가리자면 일본 시대극에 사이버 펑크를 외삽 내지 난도질한 'SF 무협활극'정도?

그래픽 노블치고는 제법 방대한 300여쪽 분량에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1장을 잠시 살펴보자면, 13세기의 봉건시대 일본을 배경으로 주군에 대해 목숨을 건 충성을 맹세한 '무명_nameless'의 '사무라이_さむらい'가 정체불명의 적한테 눈앞에서 주군을 잃는 치욕을 당함으로써 명예를 잃고 '낭인'으로 신분이 전락된 뒤 틈틈이 검술을 연마하며 주군의 원수 '아가트'를 찾아 헤매게 되고...
한편, 때는 바야흐로 알 수 없는 전쟁(또는 공황)으로 폐허가 된 21세기의 뉴욕. 철저한 보안시스템으로 무장된 거대 공장(?) '아쿠아리우스 콤플렉스_Aquarius Complex'를 지휘하는 최첨단 인공지능 컴퓨터 '버고_Virgo'는 그의 단짝이자 비상한 정신을 지닌 인공기관 테스터 '빌리 챌러스_Billy Challas'가 어느날 이상한 검_劍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악령의 검 속에 갇혀있던 로닌과 검의 주인인 악령의 영혼이 8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각기 다른 사람의 몸에 환생해 다시 한번 처참한 살육전을 벌이기위한 최후의 승부를 준비하는 가운데 운명적으로 둘 사이에 끼어든 아쿠아리우스 콤플렉스의 보안 국장 '케이시 맥케너_Casey McKenna'와의 미묘한 관계를 그리고있는 <로닌>은 마치 대충대충건성건성 그린듯 언제나 변함없이 일관되게 투박하고 거침없어 보이면서도 인상적일정도로 매력적인 '프랭크 밀러'의 밑그림과 때론 은은하고 때론 강렬한 '린 발리'의 채색이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면서 '로닌'의 금빛 명예회복과 핏빛 복수혈전의 흥미로운 과정이 눈부시리만큼 살벌하고 끔찍하리만큼 화려하게 펼쳐지는 또 하나의 걸작으로, '프랭크 밀러'의 팬이라면 반드시 찾아서 감상하시기를 권장함! 

 

 

덧, 악령에 맞설 수 있고 악령을 없앨 수도 있는 유일한 검 '타치_Tachi'. 그러나 악령을 없애려면 그 전에 무고한 자의 피맛을 봐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악령 '아가트'를 만나기 하루 전, 한밤중에 만난 무고한 모자_母子. 한쪽은 무고하기엔 너무 어리고 다른 한쪽은 무고하기엔 너무 부족한 상태...
과연 '로닌'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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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2-2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오랫만에 글쓰시네요.자주좀 리뷰 올려주세요^^

galaxian 2009-03-1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제 글을 기다리셨나요? ^^;
앞으로는 자주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