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tique 판타스틱 2008.8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달 월간 <판타스틱> 홈페이지에서는 7월호를 구입하는 독자한테 1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철제케이스(일명, 노란 도시락통!)와 장르도서 1권 또는 <판타스틱> 과월호를 증정하는 '월간 판타스틱 단권 판매 서비스 오픈 기념 이벤트'를 했었는데 이미 7월호를 구입한 뒤에야 이벤트를 알게 되었기에 그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바로 등 뒤에서 놓쳐버린 행사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한편 혹시나하는 마음에 8월을 기다렸는데 아무 소식이 없길래 이번에도 그냥 동네서점에서 구입하려다 신간SF 정보 좀 보려고 온라인 서점을 돌아다니던 중, '알라딘'에서 동일한 내용의 행사를 하고 있기에 이게 웬 떡이냐 싶어 바로 신청하고는 추후 일괄배송한다던 사은품을 기다리며 먼저 받은 <판타스틱> 8월호~

8월호의 특집기사는 '여름'과 '휴가'에 걸맞은 '납량특집'과 '2008년 여름을 위한 분야별 신간 올 가이드'가 준비되어 있는데 그중 '납량특집 : 살인, 실화와 픽션'은 담뱃가게 아가씨의 실종과 죽음을 다룬 '메리 로저스 수수께끼', 밀실에서 죽은 백만장자의 정부 이야기 '닷 킹 사건', 은행에서 벌어진 국가기관 사칭 약물 살해사건인 '일본 제국은행 사건', 아이를 죽이는 아이로 최연소 연쇄 살인자로까지 대표된다는 '메리 벨 사건' 등 소설과 영화에 영향을 준 실제 사건들을 통해 허구 역시 현실에서 비롯되었음을, 현실을 바탕으로 해야 진정성이 보여짐을 강조하고 있으며, '2008년 여름을 위한 분야별 신간 올 가이드 : 장르소설 '는 바캉스에서도 장르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을 당신이야말로 진정 아름답다며 기꺼이 그 안내자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고 있는, 과연 이 땅의 유일무이한 풍류잡지다운 기사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데 第1夜 한여름밤의 악몽 '일본 미스터리'에서부터 第2夜 스타 스릴러 작가들을 만나다 '미국 프랑스 스릴러', 第3夜 역사와 예술에 숨겨진 비밀 '예술을 읽는 스릴러', 第4夜 슈퍼히어로 코믹스 태평양을 건너다 '만화', 第5夜 한여름 밤 모닥불처럼 타오르는 토종 상상력 '한국 단편선 주목작들', 第6夜 요정의 시대 피범벅 열차 대저택 연쇄 살인 마법사들 그림자 '돌아온 거장들', 그리고 끝으로 第7夜 판타스틱의 친구들이 추천하는 이 한 권의 책 '작가 필진 추천'에 이르는 긴긴 밤을 새하얗게 태우고도 모자랄, 千日夜話보다 긴 七日夜話를 듣고 있노라면 읽고싶고/사고싶고/갖고싶은 도서정보들이 매 페이지마다 대책없이 흐르고/넘쳐나는데(기사 중간중간 삽입돼 틈틈이 눈에 띄는 도서광고들도 크게 한 몫!!!) 기사에 푹 빠져 정신없이 책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방바닥을 홍건히 적시고 있는 책 정보를 다 닦아내려면(침도 좀 섞여 있고...;) 걸레는 말할 것도 없고 두루마리나 크리넥스로도 부족하며 오직 하나, 푸른 빛깔에 세종대왕 얼굴 그려진 종이'들'만이 흠뻑젖은 방바닥을 닦아낼 수 있기에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인냥 텅 빈 지갑일지라도 한 팔 깊숙이 넣어 이리저리 휘저어 보게 만들고는 이내 좌절감에 빠지게 만든다. 아이고, 팔 아퍼라...(그래도 第4夜부터는 수중에 있는 작품이 몇 권 있기에 사흘밤만 잘 견뎌내면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소설은, 오랜만에 외국작가의 작품이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는데 <코난>의 '로버트 E.하워드'마저 밀어낸 영광의 작가는 '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으로 2006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가이도 다케루는 현직 의사로(오홋, 제2의 로빈 쿡?) 후속작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최근작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마다 '다구치-시라토리'콤비(도조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의 외래담당의사 '다구치 고헤이'와 후생노동성 공무원 '시라토리 게이스케')를 주인공으로 한 의학 미스터리소설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번에 실린 <도쿄 23구 내외 살인 사건>은 두 주인공이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다보니 어느새 사건이 해결(?)돼버린다는 내용으로 사건 자체는 싱거운 면이 있지만 생생한 인물묘사만큼은 매력적인지라 전작인 장편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그리고 로버트 E.하워드의 '세계'는 무려 세개의 작품(?)이 실렸다는 점에서 '납량특집'에 이은 '로버트 E.하워드 특집'이 아닐까 싶을정도인데 38구경 콜드 자동권총을 꺼내 독자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을 때 들렸음직한 <황야에서 부르는 소리>로 독자의 눈과 귀를 장악한 뒤, 희귀서적을 석 달만에 구했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크툴루풍 호러물 <지붕 위에 있던 것>으로는 서늘섬뜩함을, 팽팽해지는 근육과 끓어오르는 혈기왕성함에 "크롬의 이름에 걸고 맹세컨대, 벨리트같은 여인을 만날 수 있다면 그 곳이 자르케바 강일지라도 두려움없이 찾아가리라!" 외치게 되는 <검은 해안의 여왕>으로는 후끈불끈함을 주고 있기에 킴메리아인 코난의 피비린내나는 살육의 현장에서 용케 살아남은 독자들이라면 펄펄끓는 폭염과 뜬눈으로 날밤 지새게 만드는 열대야와의 전장에서도 살아남으리라 보여진다.
국내 작가의 작품으로는 인지도면에서 신인급인 '김종일'과 '류동욱'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김종일의 <추락>은 첫 문단을 읽을 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 것이 작품을 다 읽은 뒤에는 차라리 머리통이 깨져버렸으면 싶을 정도의 두통과 고통을 주고 있고, 류동욱의 <만화방 남자들>은 살짝 정신줄 놓은 남자의 한마디가 불러 일으킨 여파가 지하 만화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가득 채운 가운데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긴장감이 독자를 질식시킬 듯한 숨막히는 분위기로 몰아가면서 '한여름밤의 악몽'이 한여름밤의 현실이 되는 과정을 다정한(?) 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다. 이제는 떨림 하나 남지 않았어도."로 시작하는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기원전 240년의 그리스로 돌아가 여전히 애절하고 애잔하며 애틋함에 애처롭기까지한 안타까운 남여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언제나처럼 가슴 쥐어짜는 대사 한마디한마디는 사랑에 굶주리고 허기진 독자를 추억에/슬픔에 젖게 만들고 있으며("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겠다는데 안 되는게 어딨니?..."), '유시진'의 <파문>은 세상만물에는 반드시 긍정과 희망의 힘이 있음을 믿었기에 인간적인(바보같은! 경솔한! 낙관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 가디언 '이니어드 탄'이 마법사 '이니어드'로서 아마도 고통스러울 삶을 살게 되리라는 것으로 막을 내리고 있고, 늑대인간과 흡혈귀의 '간단한 게임'을 다룬 '곽경신'의 < The Full Moon>이 '미스터리·호러 특별판'의 마무리를 장식하고 있다.

9월호 예고에서는 < SF 매거진>과 <미스터리 매거진>을 출간하며 일본 장르문학의 대명사로 불린다는 '하야카와'출판사의 반세기를 돌아보며 한국 장르문학 시장의 앞날을 예상해보는 한편, '코넬 울 리치'의 단편소설을 '존 마이클 헤이스'가 각색하고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로 만든 1954년작 [이창_Rear Window]을 통해 원작소설이 영화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 한계를 살펴보며 작품의 진정한 주인을 가릴 예정...인줄 알았던 '이창, 히치콕 Vs 코넬 울리치'는 다시보니 그냥 단편소설 <이창>을 실을 예정인듯...^^;
또 다른 소설로는 어느날 자전을 멈춰 마법이 지배하는 밤의 세계와 과학이 지배하는 낮의 세계로 양분된 지구를 배경으로 '섀도 잭'이 활약하는 <앰버 연대기>급 판타지 작품인 '로저 젤라즈니'의 <그림자 잭>이 연재된다는데, 아무개님에 의하면 "이 재미있는 작품을 왜 아직까지 읽지 않고 있었는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앰버 연대기>는 도대체 언제쯤에나 읽을 시간이(마음이?) 나려는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궁금해...(엇, 젤라즈니 영감, 또 돌 찾고 있네!...;;)





덧, 사실 8월호는 예고된대로 '미스터리·호러 특별판'으로 구성되었기에 소설과 만화도 그 내용들이 가히 공포스러웠는데 무엇보다 공포스러웠던 것은 SF가 '낸시 크레스'의 <올리트 감옥의 꽃> 단 한 편 밖에 없다는 것! 그나마도 연재되던 작품이었기에 망정이지 여차하면 그나마도 없었을 뻔. 명색이 장르잡지인데 SF가 한 편도 실리지 않는다면 이건 악몽이야! 악몽!(아니, '파본'이라고 해야하나?...;;) 믿었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마저도 함선은 등장하지 않고 기원전 그리스의 '디오티마'와 '아리스타리코스'만 등장했는데 9월호 예고를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SF에 대한 소개는 없기에 불안함은 한층 더 커진다...(8월호는, 정말이지 SF애독자한테는 '공포'스러운 내용투성이...;;;)
문득 SF를 읽기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가 궁금해졌다...("이런, 멍청이같으니! 숨쉬기 좋은 계절, 먹고자고놀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리가 없잖아! 항상! 수시로! 땡길때마다!!")

덧덧, 한동안 뜸했던 삽화가 다시금 늘어나는 분위기다. 소설에 삽화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잡지스러움'을 보여주는 재미가 덜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좀 밋밋하고 심심했는데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차원에서 적절하게 가미하는 방향이라면 얼마든지 환영!~ 읽는 재미에 보는 재미까지라, 이 진정 풍류잡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는가!

덧덧덧,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이 돌아왔다!'라는 타이틀과 함께 '스티븐 킹'의 최신작 <듀마 키_Duma Key>의 출간이 소개돼 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장르문학계에서 그 지명도를 따지자면 가히 '킹 중의 킹'이 아닐까싶은 스티븐 킹을 우리나라 최고이자 유일의 장르잡지 <판타스틱>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는게 충격적일만큼 의외다. 올해 안으로(?) <판타스틱>에서 '스티븐 킹' 작품 및 인터뷰를 읽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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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존 (양장, 한정판) 오멜라스 클래식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김창규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사이버리아드>와 <솔라리스>를 동시 출간하며 장르문학계에 1대 센세2션을 1으키고 있는 과학소설 전문 출판4 오멜라스에서 벌써 세 번째 작품2 출간됐다.('작가걸작선'에 2은 '오멜라스클래식'으로는 첫 번째 작품!) 세 번째 작품은 그 2름도 2상한 <이상한 존_Odd John>!
2질적2고 2기적2며 2해하기 힘든 2종 인류, 한마디로 '2상한 존'의 1생을 다룬 '올라프 스태플든_Olaf Stapledon'의 작품으로, '시어도어 스터전_Theodore Sturgeon'의 <인간을 넘어서_More than Human>, '알프레드 엘튼 반 보그트_Alfred Elton van Vogt'의 <슬랜_Slan>과 더불어 비극적 운명을 지닌 '3대 초인소설' 중에서도 고전중의 고전!
지9를 지키는 수퍼0웅급의 초인물은 2제 식상하다는 당신을 위해 '진작에 쓰여진' 전혀 새로운 모습의 낯설고 당황스럽기까지한 내용2 당신2 알고 있던 그 어떤 초인물보다 독특해서, 너무나도 독특한 까닭에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2상한 초인물로 기억될듯...

자, 73년만에 국내 최초로 완역된 <이상한 존>을 통해 차세대 인류 호모 수페리어_Homo Superior 종족의 우두머리 '천상천하유아독John'2 들려주는 진화를 통한 인류 9원의 설법에 빠져보시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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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07-2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혹 이글루스에서 활약하시는 스페이스 오딧세이님 아니신지요? 거기에서 쓰신글은 자주 보고 있는데 드디어 알라딘에도 진출하셨나 보네요^^
몇년전에 책 교환한적이 있는 카스피라고 하는데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네요 ㅎㅎ.종종 찾아 뵙도록 하겠읍니다.

galaxian 2008-07-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카스피'님! 오랜만이네요~(물론 기억하죠^^)
블로그도 자주 들러주시고 언제 시간내서 'SF번개'에도 참석해주세요~~
 
사이버리아드 (양장, 한정판)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송경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자, 이것은 실없이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우화가 충분히 많이 돌아다니니까.
그렇지만 사실이 아니라 해도 이 이야기에는 분별과 교훈이 깃들어 있으며, 또한 재미있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전해질 가치가 있으리라
.- 스타니스와프 렘」

우선 당신의 '먼치킨 지수'는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
스타니스와프 렘은 누구인가? 하고 물었을 때, "<솔라리스>의 작가요." 하는 당신은 먼치킨이 아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누구인가?'하고 물었을 때, "<용과 싸운 컴퓨터 이야기>도 썼지요." 한다면 당신은 먼치킨일지도 모른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누구인가? 하고 물었을 때, "<사이버리아드>야말로 그의 대표작이죠." 하는 당신은 틀림없는 먼치킨이다.

과학소설 전문 출판사 오멜라스의 첫 번째 외출 혹은 '스타니스와프 렘'이 들려주는 '가능한 한 가장 발전한 단계'의 찬란하고 묵직한 우주적 농담 퍼레이드, <사이버리아드>!
이 작품은 비영어권 과학소설 작가 가운데 프랑스의 '쥘 베른' 이후 과학소설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는다는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선보이는 연작단편집으로, 미개 행성 또는 왕국을 대상으로 '영구 전능 증서'에 근거한 전문지식 전파라는 우주적 사명감을 안고 우주 여행(을 빙자한 그 유명한 외출!)에 나선 두 창조자 로봇 '트루를_Trurl'과 '클라포시우스_Klapaucius'가 겪는 좌충우돌 한바탕 난리법석 소란극을 다루고 있는 일종의 '스페이스슬랩스틱코미디물'!

월간 <판타스틱> 6월호에 실린 단편 <첫 번째 외출 혹은 가르강튀아의 덫>을 통해 렘의 놀라운 재치와 유머감각, 그리고 상상력을 맛 본 독자들이(더불어 1993년 도솔에서 출간된 <세계 SF걸작선>에 실린 단편 <용과 싸운 컴퓨터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고싶다는 욕망을 가슴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소중히 키워왔을 독자들까지 포함해서!) 단편집 <사이버리아드>에 대한 기대가 컸으리라는 것은 2+2는 결코 7이 아닌 4인 것만큼이나 자명한 일일 터, 마침내 출간된 <사이버리아드>는 국내의 과학소설 독자들한테는 두 가지 점에서 충격에 가까울 정도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고 있다.
첫 번째로는 명품외장. 초호화 재벌영웅 [아이언 맨]의 특제수트 못지 않은 삐까뻔쩍으리으리깔끔쌈빡한 외형은 그 우아하기 짝이 없는 자태만으로도 소장하고플 정도의 예술적 가치가 느껴지는지라 기꺼이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 자랑하고픈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 지경인데(행여나 표지에 손상이라도 당할까봐 들고다니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나들이 때면 반드시 지참해서 손에 쥐고 다니고 싶을정도!) 간혹 비과학소설과 비교당했을 때 내용면에서는 하등 뒤떨어짐이 없으나 외형면에서 그들중 최상위층만큼의 고급스러움이 부족했던 까닭에 도매금으로 천대(?)받던 과학소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이번 기회에 조금은 바뀌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싸지않은 가격임에도 책 자체는 정가보다 220배, 아니 347배쯤 되는 가치가 있다.(그 사양이 호화롭기 짝이 없는 이 작품은 가격대비 탁월한 성능으로 인해 평생을 가져갈 만한 작품이기에 더 늦기전에 초판한정판 구입을 고려해 봐야할 듯~ 벌써 보급판을 준비하고 있단다!) 바야흐로 '우리'도 이제는 이정도 수준의 책을 만날 때가 된 것이다!(이 책을 유광 코팅된 종이와 초상화 제작 비용은 물론 가죽 장정을 씌워가면서까지 위대한 광채가 빛나는 책을 만드느라 사비를 탈탈 턴 끝에 마침내 유산의 씨까지 말려버린 비운의 예언자 '클로리안 테오레티쿠스'한테 바친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진품내용. <사이버리아드>는 1992년 국내에 최초로 번역출간된 렘의 작품인 청담사판 <솔라리스>를 읽으며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바다에 풍~덩! 빠졌다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무렵에야 겨우겨우 헤엄쳐 나와 뭍에 오른뒤 투덜투덜대며 렘이라는 작가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었을 수많은 과학소설 독자들을 일순간 즐겁고 흥분되는 당혹감에 빠뜨리게 만들 정도로 놀라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사이버 우화'라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스타니스와프 렘식 코믹철학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폭탄처럼 펑펑! 뻥뻥! 터지는 장중하고 관능적인 풍자와 해학!
"무려 8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생각 기계'를 만들었는데 완성하고보니 세상에서 가장 멍청할 뿐만 아니라 노새처럼 고집도 센 '강철 백치'였다. 게다가..."로 시작하는 <트루를의 기계>를 비롯해 창조자 로봇과 피조물 로봇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너무나 흥겨운(!) '사이버네틱스의 노래'에 푹 빠져 눈 감고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 철컥!하며 反戰인 동시에 反轉이 되는 반전소설 '가르강티우스의 덫'에 걸려 꼼짝달싹 못 하게 되고 뒤이어 전자 시인의 주옥같은 소네트가 시작되면서 두 창조자 로봇의 우주 나들이 에피소드 '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의 일곱 가지 여행 이야기'와 마무리로 덧글처럼 달린 '키프로에로티콘 혹은 마음의 일탈, 초고착과 탈선 이야기에서'까지 쉼없이 이어지는 렘의 재기발랄함을 읽고보고먹고맡고느낄수 있는데 진정 이 명랑하고 쾌활한 <사이버리아드>의 세계가 그 암울하고 울적했던 <솔라리스>의 세계를 만들었던 작가가 창조한 것이란 말이던가?싶은 의혹이 절로 생겨날 지경이고보니 우리의 기대감을 16*5*10^24*10^42배만큼이나 만족시켜주는 <사이버리아드>의 출간이 렘의 진가를 비로소 확인함과 동시에 렘에 대한 재해석 및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다행인 것은 우리가 미처 알지못했던 렘의 우주적 상상력이 충만한 작품은 이것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라는 점. 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의 뒤를 잇는 '욘 박사'와 '피륵스'가 다음 우주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

<사이버리아드>의 출간과 함께 그동안 코믹과학소설의 최고봉이라 불리웠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이제 그만 정상의 자리를 내주어야 할듯한데("내려왓! 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영국식(?) 유머가 통 이해가 안 돼서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는 독자들은 지역적/정치적 특정편향성이 없이 대기권을 벗어나 무한대로 마구마구 퍼져 나가는 렘의 우주적 상상력에 근거한 우주적 유머가 유감없이 빛을 발하는 <사이버리아드>를 통해 새로운 과학소설 읽기를 시작해 보길 권장한다.(어제까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참고하며 무한장대한 우주 공간을 방황하고 있던 여행자들이여, 지금 이 순간부터는 어느 행성 아래, 어느 우주 공간을 지나든 빗발처럼 퍼붓는 <사이버리아드>표 웃음폭탄을 조심하랏!)
끝으로, 위대한 현자 '폴리페이즈'의 진심어린 충고(?) 한마디를 소개한다. "창백얼굴들이여, 20세기를 살던 과거형 인류가 읽었던 여우, 늑대가 나오는 '이솝 우화'는 이제 그만 읽어라. 아니, 이제 그만 잊어라. 22세기를 인식하며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미래형 인류라면 이제부터라도 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가 나오는 '렘 우화'를 읽을 때이다."





덧, 이쯤에서 퀴즈!
1. '스타니스와프 렘'과 아서 클라크 중 누가 더 '하드'한가?
2. '스타니스와프 렘'과 아이작 아시모프 중 누가 더 '해박'한가?
3. '스타니스와프 렘'과 로버트 하인라인 중 누가 더 '재미'있는가?...
(참고로 렘의 위트가 여실히 드러나는 몇몇 부분을 인용해 본다.)

#1. "시를 하나 지으라고 해. 이발에 대한 시를 짓는 거야! 하지만 고상하고, 고귀하고, 비극적이고, 영원하고, 사랑에 가득 차 있고, 배신이 등장하고, 인과응보가 있고, 확실한 파멸 앞에서 보이는 묵묵한 영웅적 태도를 그려야 해! 6행으로, 완전히 운율을 맞추고, 모든 단어는 S로 시작해야 해!"
라는 클라포시우스의 명령에 대한 전자 시인의 답시.(해석은 본문을 확인할 것~)
"Seduced, shaggy Samson snored.
She scissored short. Sorely shorn,
Soon shackled slave, Samson sighed,
Silently scheming,
Sightlessly seeking
Some savage, spectacular suicide."
_<첫 번째 외출(A) 혹은 트루를의 전자 시인>에서 인용.

#2. "그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앉아 시뮬레이션 실험에 들러붙었다. 즉 수학적으로 모든 것을 종이 위에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중략......그 짐승은 왕의 다항 강타를 받아 맹렬하게 몸부림치고 중적분을 꿈틀거리다가, 무너져 내려 불확정항의 무한 연속이 되었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추슬러 n제곱까지 일어났는데, 왕이 그놈을 미분과 편미분으로 세게 내리쳐 놈의 푸리에 계수가 모두 상쇄되어 버렸다(리만의 절리를 보시라)......또 중략......이번에는 텐서 매트릭스와 대大정규 앙상블을 총동원해서 엄청난 열성으로 문제를 공략해대었더니 종이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왕은 잔인한 죄표와 중간값을 모두 끌어올려 앞으로 내달리더니 루트와 로그의 어두운 숲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 역행해 나와야만 했다. 그러다가 무리수(F1) 들판에서 짐승과 마주치자 왕은 놈을 몹시 두들겨 팼다. 짐승은 소수점 이하 두 자리를 떨어뜨리고 입실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짐승은 점근선 근처로 슬슬 돌아 n차원 직교상 공간에 숨어서 전개를 겪고 나오더니, 순차곱셈의 불꽃을 뿜으며 왕을 덮쳐 쓸린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왕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마르코프 체인 갑옷과 불침투 매개변수들을 모두 입은 채..."
_<두 번째 외출 혹은 크룰 왕의 제안>에서 인용.

#3. "이것은 팜므파탈라트론이라는 확률론적이고 나긋나긋하고 바쿠스적이고 엄청난 피드백을 가진 에로티즘 증진장치라고 그는 왕한테 말했다......중략......시스템의 리비도적 동요가 리모트 컨트롤 애무마다 각 6유닛까지 생산되는 동안, 팜므파탈라트론은 주어진 색욕상수에서 96퍼센트의 최대 효율, 40메가모르의 힘으로 동작한다. 게다가 이 멋진 메커니즘은 가역 열정 정지기, 전 방향 결혼 증폭기, 몸섞기 필터, 음란 주변장치, 그리고 '첫눈에' 플립플롭 회로를 갖추었다. 트루를은 여기서 저명한 '첫눈네-첫키스' 이론의 창시자인 옌치쿠스 박사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온갖 종류의 보조기구들도 있었다. 고주차 찌찌 활성기, 교호 감질내기, 거기에 호색 요소와 방탕의 전 세트가 구비되어 있었다. 바깥의 특수 유리 케이스 위에는 거대한 다이얼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전체 매혹 과정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주의깊게 관찰할 수 있었다. 통계 분석은 팜므파탈라트론이 짝사랑 강세화 100건 중 98건에 대해 영구적 양성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_<세 번째 외출 혹은 확률 드래곤>에서 인용.

덧덧, 책이 출간되기 전, 아직 교정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읽어볼 기회가 생겼는데 다만 조건(?)이 하나 있었으니 하룻밤만에 읽어야 한다는 것! 글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닌지라 다소 부담이 되긴 했으나 워낙에 재미있어 술술 넘어간다기에 일단 프린트물을 받아와 읽기 시작했는데... 우와앙~ 이렇게나 재미있다니! "딱 내 스타일이잖아!" 어느정도 예상을 했음에도 그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였던지라 한 쪽 한 쪽 넘기기가 너무나 아쉬웠고, 더구나 단편집은 한 편 읽고 좀 쉬면서 여운을 느끼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단편을 읽고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틀로도 모자라기에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한 편 한 편의 여운을 느껴볼 사이도 없이 쉬지도 못한 채 줄줄줄 읽어야만 했으니...(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읽게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야속함이 동시에 들었다나뭐라나?...ㅠ_ㅜ)

덧덧덧, 편집자는 '가능한 한 가장 발단한 단계'의 줄임말인 '가가발단'을 입속으로 여러번 되뇌어 친숙해지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과연 올해 <화성의 공주> 헤어스타일과 더불어 유행예감이 드니 당장 따라 할 것. '가가발단''가가발단''가가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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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7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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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정신줄을 수시로 놓쳤다잡았다놓쳤다잡았다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나름 재미있게 지내려고 노력, 한가지 재미있는 일이 끝났기에 또다른 재미를 찾다가 '그렇지! 한달이 즐거워지는 잡지가 있잖아!'하는 생각에 잊지않고 구입한 <판타스틱> 7월호!~~

7월호의 가장 큰 수확으로는 그래픽노블의 맥시멈을 성취해냈다는 <왓치맨>의 모든 것을 파헤친 특집기사 '<왓치맨> 슈퍼히어로의 심연 너머로'!
6월호의 다음호 안내에서 무려 '프랭크 밀러'와 함께 슈퍼히어로 그래픽노블계를 양분하고 있는 <왓치맨>의 작가 '앨런 무어'의 작품을 낱낱히 파헤치겠다는 기사를 봤을 때도, 오프라인 매장에 깔린 <화성의 공주> 사진찍으러 서점에 들렀다가 샛노란 바탕에 핏자국이 물감처럼 흘러내리고 있는 을 발견했을 때도(14,000원의 압박. 게다가 두 권...;;), 그저 또 한 명의 그랙픽노블 작가겠거니하며 시큰둥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특집기사를 읽으며 '어디선가 들어본듯도 한 이름'인 앨런 무어가 사실은 [프롬 헬], [젠틀맨 리그], [콘스탄틴], [브이 포 벤데타]의 원작자라는 것과(정작 본인은 "그것은 내 작품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단다...) 국내에 정식출간된 작품이 단 한 권도 없어서 그렇지 알고보면 코믹스를 거론할때면 항상 최상급의 찬사로 소개되는 작가라는 것,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앨런 무어의 대표작 <왓치맨>은 자그만치 휴고상을 수상한 최초의 만화(!)인데다가 2005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100대 영어권 소설(?)에 포함되는 영광을 누리기까지 했다는 것, 이쯤되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왓치맨>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아서 새로운 슈퍼히어로의 등장이 아니라 '만화속의 슈퍼히어로들이 실존하는 인물이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출발해서는 현실 속에서 고뇌하며 방황하는, 때로는 어두운 면을 보이기까지하는 슈퍼히어로물이 뒤따라 나오게 되는 기반을 마련한 작품이라는 것에 덧붙여 "만화가 영화와 비교될 경우 제 아무리 최고의 만화일지라도 그저 움직이지 않는 영화정도로만 취급될 우려가 있다"며 오직 만화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것들(예를 들어 만화의 각 칸에 엄천난 양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담는 방식, 캐릭터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과 독자들이 볼 수 있는 이미지들 사이의 병렬배치를 이용하는 등의)을 시도했기에 "내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화 할 수 없다! 영화는 내 작품을 오히려 망쳐 놓는다!"고 자신있게 소리높여 거침없이 말하는(반사회적이고 모난 성격탓?...^^) 자만심에 가까울 정도의 자부심 섞인 발언을 듣고있자니 점점 <왓치맨>에 대한 관심 및 구매욕구가 커져만 간다. 무럭무럭~~(준비중이라던 <왓치맨> 작화가와의 인터뷰가 없는 것은 아쉬움이지만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가 기대되는 프랭크 밀러와 함께 또 다른 그래픽노블계의 거장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쁘지 아니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 <왓치맨>에 등장하는 로어셰크, 닥터 맨해튼, 나이트 아울, 코미디언, 실크 스펙터 등등등 슈퍼히어로들의 면면을 읽다보니 초인은 초인이되 기존의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오멜라스에서 이달 중 출간예정인 <이상한 존_Odd John>에 등장하는 존을 비롯한 로, 응군코, 워싱토니아, 삼보 등등의 호모 수페리어 종이 절로 떠오르기도 했다.(정말정말 이상한 <이상한 존>, 많이 기대해 주시길~)
두 번째로 준비한 특집기사 '團塊の世代物語 단카이 세대 이야기'는 (1947년~1949년까지의 제1차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전후 세대 약 270만 명의 사람들을 통칭하는 용어라 함) 1940년대 후반의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오늘날 일본의 대중문화 그 자체를 상징하게 되었다는 그들의 배경을 이해하고자 1960~1980년대 일본의 청춘잔혹연대기부터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음악까지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게끔 정성껏 준비, 그러고보니 7월호 특집기사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잃어버린 20년과 잃어버린 40년...^^;

소설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로 <판타스틱> 창간호를 장식했던 <태왕사신기>의 작가 '김창규'가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스타트를 끊고 있는데 22세기를 눈 앞에 두고있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고스트와 사이보그 영매, 그리고 클론이 등장하는 음모와 복수극으로 동일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사이버펑크 연작 시리즈의 한 편이라니 후속작도 기대된다. '닐 게이먼'의 <에메랄드색 연구>는 제목부터가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를 연상케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코난 도일이 썼다고해도 믿을만큼 코난 도일의 발자취를 한걸음한걸음 충실히 뒤따르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대담대범하기까지한 작품.(닐 게이먼은 정말 재주도 많아!) 그리고 '츠츠이 야스타카'의 <약채반점>을 맛있게 읽다보니 슬슬 출출해지는 것이 중국요리, 아니 중화요리, 아니 지나요리가 땡겨졌고 뱃속에서는 삼백만년 전에 먹었던 양장피나 팔보채, 깐풍기를 요구했건만(빼갈 한 병 곁들여서~) 정작 먹은 것은 (일요일도 아닌데) 짜라짜라짜짜~ 짜~파게티도 아닌 그냥 짜장라면이었다는...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츠츠이 야스타카는 독도를 일본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흠, 그랬단 말이지? 기억하겠다!)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6월호에 이어 7월호에서도 가슴아픈, 까마아아드으으윽한 옛 생각이 절로 나는 그런 대사가 곳곳에 지뢰처럼 숨겨져있다가 무심코 눈길이 가는 순간 펑! 펑! 하고 터져버리면서 다시 한 번 내 가슴에, 내 마음에 콕콕 박히더라는~(나도 묻고 싶었으나 차마 묻지 못했다...;; 그나저나 역시, 여자들은 다 알고 있었어!!) 그림 속에 말상자를 삽입하는 시도가 인상적(?)인 '유시진'의 <파문>은 평문회장에 등장한 의외의 인물때문에 아수라장이 되면서 어둠의 마왕 '트라펠'과 가디언 '이니어드 탄'의 알 수 없는 교감과 이니어드 탄이 터득한 깨달음의 정체가 무엇일지 더욱 궁금해지며 마지막회를 기다리게 되고, 총천연색 올칼라로 등장한 '문효섭'의 은 일단 그림체가 학창시절에 만화 그리기를 즐기던 급우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해 혹시 동일인이 아닐까? 살짝 의심이 들 정도인데(일단 이름은 다르다) 별 내용은 없지만(...) 시각적으로 충분한, 즐거운 만족감을 주고 있다~

8월호 예고에서는 독자들의 '즐겁고 시원한 휴가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장르문학 관계자들이 추천하는 2008 여름 휴가용 장르문학 목록을 뽑아줄 예정이란다. 놀러가서까지 책을 읽어야 한다면 그게 무슨 휴가냐?싶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마도 우주 어딘가에는) 있겠으나 야외에서 먹는 술맛이 다르듯 야외에서 읽는 책맛 또한 다름을 적어도 <판타스틱>과 같은 '풍류잡지'를 읽는 독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터, 서점가에서 길은 잃을지언정 책을 잃지는 않도록 지금부터 지갑속 내용물을 추가/봉인해 두시랏!
그리고 8월호 <판타스틱>의 소설과 만화는 지하실에서 동거(?)하는 늑대인간과 흡혈귀가 등장하는 '곽경신'의 을 비롯한 호러와 미스터리가 중점적으로 꾸며질 예정이라니 SF와 판타지 팬들은 9월호를 기대하시길~(...?)
참, '로버트 E.하워드'의 <코난>시리즈를 대표하는, 가히 <코난>시리즈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걸작이라는 <검은 해안의 여왕>이 실릴 예정이라 함.(그나저나 '우리'가 기다리는 <코난>은 대체 언제쯤...^^;)

7월호의 지름신은 뜨거운 여름이 '앗, 뜨거!'하며 도망갈 정도로 열정적으로/열광적으로 뜨겁게 놀라며 화끈후끈한 락 페스티벌과 각종 영화제, 연극축제도 모자라 머드축제와 오징어 맨손잡이 축제까지 두루두루 소개하는 동시에(심지어는 태양열 조리기까지 있다!) 장난감 그 이상의 장난감, '건프라' 기사를 소개하며 딱 100대를 채운뒤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밀리터리 프라모델러의 잊고지내던 열정에 불을 붙여 놓았는데 그럼에도 가장 땡기는 지름품목은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4000mg짜리 비타민 쥬스 'Ebe' 오렌지, 아니 오륀~지 맛이더라는...(어디서 파냐? 한 번 마셔보자!)





덧, 애독자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 될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티켓 카탈로그가 준비되었는데 개막작에서 시작해 폐막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천 초이스,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스트레인지 오마쥬, 오프 더 판타스틱,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특별전, 회고전, 단편특별전 등등등등등이 '날 보러 와요~'라 외치며 아직까지 '돌아온 채찍맨'도 못 본 사람의 염장을 제대로 질러주고 있다...-_-(별책부록이니 잊지말고 꼭 챙기시길~)

덧덧, 7월호 '장르 문화 달력'에는 과연 판타스틱스러운, 판타스틱이 아니면 시도도 못할 특별한 일정이 실렸는데 [스타트렉 넥스트 제네레이션]시리즈의 '장 룩 피카드' 선장의 탄생일이 기록된 것. 무려 2305년 7월 13일생이시다!

덧덧덧, 7월호는 유난히 '헌책방'과 관련된 글이 눈에 띈다.
'Book'코너의 Discovery에서는 네 권짜리로 출간되었으나 이제는 절판된 <사나운 새벽>을 소개하기 위해 두 권은 도서관에서 대출받은 뒤 제본하고 두 권은 헌책방에서 구입하였음을 밝히고 있고, 역시 'Book'코너의 hyperlink에서는 절판된 책을 구입하지 못해 원서를 구입했으나 원서를 읽은 이들이 느꼈을 영감을 얻는데 실패하고는 질투와 불만을 품고 있을 무렵 책 수집광인 친구가 헌책방에서 한글판을 구해다 주었으나 우리말로 읽고도 진가를 알아내는데에는 실패했다는 어느 재즈팬의 질투어린 불만이, 그리고 마이너 열전에서는 일본의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좋아하는 여자 가수에 대해 손짓발짓을 통해 얘기 나누었음을 자랑(?)하고 있는 영화감독 오승욱의 회고가...(다음주쯤 시간내서 순례 한 번 떠나봐?...)

덧덧덧덧, 아, 한가지 정정할 것이 있으니 6월호 표지에 'JUNE'을 'JUN'으로 표기한 것을 두고 틀렸다며 지적했는데 알고보니 '일부러' 줄여 쓴 것이었음이 7월호 표지를 통해 밝혀졌다. "미.안.해.몰.랐.었.어~"

덧덧덧덧덧, 끝으로, 7월호 '독자 편지'에는 SFace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면 어딘가 낯이 익을 닉네임이 등장하는데 다름아닌 '스페이스 오딧세이'!(물론 본인의 글임~)
6월호의 특집기사였던 '그들의 서가를 엿보다'에 대해 쓴 덧글을 <판타스틱> 홈페이지의 판타스틱을 읽고에 올렸더니 그 글이 7월호에 실렸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다시 그 글에 대한 덧글을 쓰는 셈인데, 작년 7월호에는 월간 < SF번개> 공지글이 실렸었으니 이래저래 7월호와는 행운스러운 인연이 있는 셈.(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결혼하게 해주세요오~) 기왕 인연 맺은 김에 내년 7월호에는 제대로(!) 된 글이 실리기를 벌써부터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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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6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무려 세 가지가 준비된 특집기사 중 일단 관심이 가는 것은 지난 달에 예고되었던대로 <밤의 물고기>로 대표되는 '시오리와 시미코'시리즈와 <제괴지이>의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절단/해부하는 특집 '언제나 무슨 일이건 일어난다'!
상식을 깨는 혁신적인 발상이 돋보인다는 <서유요원전>을 비롯한 그의 기기묘묘한 작품세계 여행인 '현자의 시선, 세헤라자데의 입담'과 이메일로 진행되었다는 '모로호시 다이지로와의 대화'(라고 하기엔 인터뷰하기가 싫었던것은 아닐까 싶을정도로 짧막한데다 내용마저 불친절함 내지 성의없음이 묻어나 실로 '유감'이었다...;), 그리고 이틀밤을 불사르며 이루어졌다는 모로호시 올드마니아들의 수다 대담 '당신도 그 미묘한 세계를 알고 계시는군요!'에 이어 '데즈카 상' 입선작이라는 <꿈꾸는 기계> 등이 수록된 두 권짜리 SF단편집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을 비롯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으나 진정 모로호시다운 걸작 7편이 소개되어 있는 '바벨의 기담 도서관'까지, 모로호시의 팬이라면 (저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기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오늘 당장이라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염장 글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소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처하는 인간과 동물과 神의 어긋난 교류와 저마다의 생존방식을 SF와 판타지, 그리고 신화까지 끌어들여 시공을 넘나드는 공감각을 연출한 '윤이형'의 <황금 네르파>가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고, '찰스 부코우스키'의 <블루스와 날개 달린 외야수 J.C.>는 죄악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러 내려온 구세주 J.C.처럼 꼴찌 야구팀을 '구원'하러 내려온 구세주 J.C.의 대활약이 짧은 분량 속에서도 굵은 재미와 기나긴 연민의 감정까지 선사해주며 펼쳐지고, '스타니스와프 렘'의 <첫 번째 외출 혹은 가르강티우스의 덫>은 이 '재치발랄코믹명랑한' 작가가 <솔라리스>를 쓴 그 '하드엄숙침울한' SF작가가 맞어?하는 의문이 절로 드는 풍자와 해학으로 인해 자칫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제 곧 출간될 연작단편집 <사이버리아드>는 이런 단편들, 아니 이보다 더한 단편들로 꼭꽉 채워져있으니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각오 단단히 하시길!
그리고, 연일 벌어지는 실종사건으로 인해 민심을 동요시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며 민중들의 횃불시위가 매일 밤 이어지는 가운데 뜻밖의 결말을 맞이한 '김탁환'의 <당신은 식인종>은 2편을 읽기위해 <당신은 식인종> 1편을 다시 읽어야했는데(기억력이 나쁜가?), '낸시 크레스'의 <스페인의 거지들> 역시 2편을 읽기위해 1편을 다시 읽어야했기에(음, 기억력이 형편없군...) 다음달에 1, 2편을 또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막막해지는 것이 다시 한 번 '완결되지 않은 작품은 읽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고 그로인해 '도로시 세이어즈'의 <얼굴 없는 남자에 관한 미해결 퍼즐>은 첫 문제를 풀기도 전에 '통과~'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가슴 태우는 사랑을 했었던,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어쩌면 영원히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데 행복에 겨운(!) '질드레'의 마지막 대사는 왠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의미심장한 그 대사, 직접 확인하시랏~) 그리고 1회 혹은 2회로 완결예정이었던 '유시진'의 <파문>은 빛과 어둠의 존재의미와 긍정과 부정의 가치여부를 놓고 깨달음과 고민에 빠진 가디언 '이니어드 탄'의 업무태만에 대한 진실공방이 차분하게 펼쳐지면서 현명한 판결과 흥미로운 완결이 기대되는 가운데 3회분량으로 늘어났는데 다만 그림 속에 말상자를 삽입하는 새로운(?) 시도는 그림을 보기에도/ 대사를 읽기에도 다소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7월호 예고에서는 누군지 모를 그러나 '프랭크 밀러'와 그래픽노블계를 양분하고 있다는 거대한 작가 '앨런 무어' 특집기사와 함께 무언지 모를 자그마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는가하면, '닐 게이먼'이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와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 바치는 오마주로, 2004년 휴고 상 수상작인 <에메랄드색 연구>와 '츠츠이 야스타카'의 풍자와 유머, SF가 풀코스요리세트에 담긴 <약채반점>, 그리고 무려 '슈퍼로봇물'인 '문효섭'의 단편이 실릴 예정이라고 함.

뭐 언제나처럼 손가락 빨다가 이제 발가락까지 빨게된 지름신의 유혹은 다른 건 다 참겠는데 비내리는 밤거리에서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제압해낼 포스와 함께 한층 더 빛을 발하실 광선검 우산은 정말 탐이 나더라는, 꿀꺽!...(그런데 비 내리는데 쓰고 다니다가 지지직~ 감전되는거 아냐?^^;)





덧, 아, '모로호시'특집과 함께 준비된 두 번째 특집기사 '신사는 강철 수트를 입는다'는 최근 개봉한 '옷이 날개다'에서 '돈이야말로 날개다'를 보여준 초재벌완벽남의 영웅담 [아이언 맨]의 등장에 발맞춰 무적 수트의 진화과정을 살펴봤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웠지만, 뜻밖의 횡재(?)로는 작가, 평론가, 연출가 등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서재탐방기인 또 다른 특집기사 '그들의 서가를 엿보다'!!
2,000권도 안 되는 소장도서를 정리정돈 하는 것도 힘에(그리고 공간에!) 겨워하던터라 장서가들은 서재를 과연 어떤 식으로 꾸며 놓고 있는지를 늘항상언제나 궁금해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양한 모습의 서재 풍경은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 일단 널찍널찍한 공간을 아기자기오밀조밀촘촘꼼꼼하게 채우고 있는 서가사진들은 그저 부러울뿐...(어디 나랑 서재 결혼, 아니 '서재 약혼시키기'라도 할 여자분 안 계신가용!ㅠ_ㅜ)
매달 200여 권의 신간을 받는다는 출판평론가 '김성신'이라든가(으아, 이 세상 최고의 직업은 출판평론가가 아닐까?...) 소장도서가 20,000권이 넘는건 확실하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는 만화애호가 '선정우'(<슈퍼로봇의 혼_魂>의 작가) 등의 이야기도 놀랍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 프로듀서 '김정영'의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책더미 인증샷은 그야말로 '이 한 장의 사진'이었다. 책장사진만 보고도 질투반한숨반으로 책장을 넘겨야 했던 특집기사였는데 바로 뒤에 이어지는('헌책 지옥 저택'으로 기억되는) '모로호시' 특집과는 너무나도 어울리는 찰떡궁합/안성맞춤 기획이었다~

덧덧, 그외에 '모로호시' 인터뷰가 실망스러워서 더 빛을 발하는 건지도 모르겠는 '김탁환' 인터뷰에서는 일종의 '희망'을 발견하기까지 했으니 그가 앞으로 하고자하는 '다른 짓'을 어서냉큼당장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고(김탁환이 카이스트로 간 까닭은...), 마니아라면 이미 빠진 목 몇 번 끼워넣었을 '조지 R.R. 마틴' 인터뷰는 때맞춰 출간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4부 <까마귀의 향연> 구입을 말 그대로 심각하게 고려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하기도...(요즘 나온 SF조차도 아직 한 권도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잖아!...ㅠ_ㅜ)

덧덧덧, 지난달부터 새로운 코너로 등장한 '장르 문화 달력'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랐는데 하나는 1961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2,400권이 출간됐다는 독일 SF시리즈 <페리 로던>소식 때문이고(참고로 일본에는 1946년에 신문연재되기 시작한 이후 1969년부터 후지TV에서 아직까지도 방영되고 있는 [사자에씨(氏)_サザエさん]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함), 또 하나는 무수한 작가들의 탄생일과 더불어 방송해설자의 사망일까지 언급하면서 무려 '로저 젤라즈니_Roger Zelazny'의 사망일(6월 14일)은 누락된 것!!(젤라즈니, 명계에서 '또' 돌팔매 시작하겠는걸?...)

덧덧덧덧, 개편된 5월호부터 '더 세련된 디자인, 한층 높아진 가독성'을 내세우고 있는 월간 <판타스틱>. 5월호 표지에서는 'Ted Chiang'을 'Ted Chang'이라 표기하더니, 6월호 표지에서는 (역시 같은 포인트로) 'JUNE'을 'JUN'으로 표기하며 다시 한 번 가독성 테스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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