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전쟁
김정홍 지음 / 시학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외계 종족과의 '전쟁'이 등장하는 SF를 얘기하자면 떠오르는 참으로 '특이하고 대범!'하기까지한 국산SF가 있었으니 '천리안'에 <스페이스 워프>란 소설을 연재했었다는 '김정홍'의 장편SF, <공간 전쟁>!
"과학과 상상력에 의해 탄생한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무한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세 종족의 대립과 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 갈등과 증오의 대서사시!"란 문구로 이 땅의 SF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이는 이 작품은 그러나, 대한민국 창작SF에 대한 관심반기대반으로 책을 펼쳐든 SF독자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데 다름아닌 '프롤로그'부분 때문.

프롤로그를 잠시 살펴보자면, 끝없이 펼쳐진 어둠의 공간인 광대한 우주 한 가운데를 무력하게 떠다니는 '이드'라는 반존재(존재인 동시에 존재가 아닌 존재)의 출현으로 시작하는데 한때 은하계를 지배하는 불사의 종족이었으나 우주 대폭발로 이제는 사라진 제브라 행성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드'가 무한한 지각능력을 발휘하여 이동 중인 물체(우주선)를 발견하고 그 물체의 에너지원을 흡수하기 위해 접근했다가 그 물체에 탑승하고 있던 생명체(인간)들의 알 수 없는 무기에 의해 사로잡히게 되면서...
자, 이쯤에서 "어? 이 내용은..."하며 얼핏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 왜? 비록 지금은 '그 책'을 소장하고 있지 못 하더라도 예전에 한 번은 읽어 봤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인데 그 책이란 다름아닌 '반 보그트'의 걸작 스페이스 오페라인 <스페이스 비글>!
<스페이스 비글>에 실린 네 편의 중단편 중 <주홍색의 불협화음_Discord in Scarlet>에 등장하는 불사생명체 '익스톨('원격감지역장'으로 에네르기를 포착해내는 능력을 지닌 우주 최강의 종족)'을 '이드'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 앞부분의 내용은 (뭐 약간의 수정 내지 보완을 했다고는 해도) 거의 일치한다! 아니, 판박이다!! 사실상 똑같다!!!(단편 <주홍색의 불협화음>은 장편 <스페이스 비글>이 아니더라도 다른 단편집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행운아'는 제법 많을듯~)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대략 훑어보면, '이드'의 출현과 함께 '미네랄'을 캐는 인간 종족이 등장, 뒤이어 '버그의 여왕'도 등장하는데 그 여왕은 한때 인간이었다가 '버그 족'이 되어버린 '케리언'이며, 진화단계의 정점에 이른 육체와 감각을 이용하여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시원 족'은 고대의 신비종족인 '제다이 족'에 의해 버그 족 보다 먼저 유전자 실험을 통해 재창조 된 종족이었고, 버그 족, 시원 족과 함께 지구인까지 가세해 삼파전이 벌어지는 내용으로...
그렇다! 이 작품은 <스페이스 비글>과 [스타 워즈]를 버무리고 뭉개어(<엔더의 게임>은 넣을까, 말까?...^^;) '스타크래프트'라는 요리에 양념처럼 토핑한 모듬SF인 것이었다!...(맛은? 배탈이나 안 나면 다행일듯~)

뭐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암튼무튼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작품을 얘기 할 때면 <스페이스 비글>을, <스페이스 비글>을 얘기 할 때면 이 작품의 얘기를' 아니할 수가 없는데, 참으로 궁금한 것은 PC통신에서 SF를 연재하며 활동도 했었다는 소위 '알만한 사람'이 '스타크래프트'를 소설화하고 싶었으면 그냥 '순수하게' 스타크래프트에 대해서나 쓸 것이지 분명 누군가에 의해서는 밝혀질(그것도 그 즉시로!) 것이 뻔한데 왜 이런 무리수를 둬가며 책을 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궁금해! 정.말.로~~~(지나가던 이병헌, 한마디 한다.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덧, ('어차피 욕 먹을 거' 차라리 <스페이스 비글>을 고스란히 옮겨서 '반 보그트'가 아닌 '김정홍'이 쓴 것으로 출간했더라면, <스페이스 비글>을 못 구한 SF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때론 들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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