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첵 필립 K. 딕의 SF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김소연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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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개봉과 동시에 출간된 <페이첵>은 필립 K.딕의 SF걸작선 4권으로 스필버그가 만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개봉과 함께 집사재에서 ‘필립 K.딕의 SF걸작선’ 시리즈를 출간한지 어언 2년만에 시리즈 3권을 건너뛰고 출간된 작품인데 (1, 2권 출간 당시 곧 이어 출간될듯 하던 시리즈 3권의 타이틀인 <사기꾼 로봇>을 영화화한 '임포스터'가 국내개봉시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출간이 미뤄졌다는 믿기 힘든 얘기가 떠돔...-_-;) 다행히도 4권을 읽는 동안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오다 한때 포기하고 있던 시리즈 3권이 뒤늦게나마 출간되어 SF팬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 책에는 필립 K.딕의 여덟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고 그 중 첫 번째 작품인 <페이첵>은
미래를 본 사나이가 자신한테 닥칠 위험에 대처하고자 몇 가지 물건을 준비해서 실제 닥친 위험을 하나둘씩 헤쳐 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읽는 도중 내용과 상관없이 떠오른 생각은 과거와 미래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기준이 되겠지만)이미 지난 일을 과거라 말한다면 미래에 갔다가 현재로 돌아 온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미래의 기억(추억?)은 과거가 되는 것일지, 미래가 되는 것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잠시나마 불러 일으킨 작품이고

두 번째 작품인 '존의 세계'는 지옥과 천국은 알고보면 사실상 두 가지 시간대의 흐름이었는지도 모르며 그 중 어느 하나에도 속하지 않고 영원히 변치않는 세상을 위해 중간의 시간대에 머물것이냐를 놓고 갈등하게 되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분명 그의 전작인 '두 번째 변종' 이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시간의 반복되는 흐름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전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어 독특했다.

이외에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우브는 죽지 않았다' 등이 재미있었는데 여덟 편의 작품을 다 읽은 후 처음 드는 느낌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SF답다’라기보다 텔레비젼 시리즈인 환상특급의 소재로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우선 들고보니 -어쩌면 환상특급을 너무 많이 본 탓?...- 이전의 시리즈 1, 2에 비해 다소 실망스럽다고 볼 수도 있지만(뭐 번역을 탓하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 싶지만...) 비록 환상특급풍이라 느낄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쏠쏠한 재미가 있으니 (필립 K.딕의 팬은 물론) SF팬이라면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하긴 100편이 넘는 단편들이 모두 걸작일 수는 없을테고 그중에서 골라서 출간하려면 아무래도 괜찮은 순서로 번역이 되었을터 이미 나올만한 작품들이 다 출간된 상태라면야 뒤늦게 출간될수록 재미나 작품성면에서 다소 실망스러울수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지도-

사실 SF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모든 것들은 -때론 후회할지라도- 일단 그때그때 읽어 둬야 하기에...
(최소한 구입은 해놓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들’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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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사냥하는 자들 그리폰 북스 4
바버라 햄블리 지음, 이지선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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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설에나 나오던 흡혈귀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드라큘라>에서 시작된 뱀파이어 소설은 그후 숱한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져 프랑켄슈타인이나 좀비 류의 괴기 장르에서도 이미 그 위치나 독자층이 유난히 탄탄한데 <밤을 사냥하는 자들> 역시 제목에서 암시되듯 뱀파이어 사냥꾼을 등장시켜 뱀파이어 소설의 계보를 착실히 잇고자 한다.(물론 뱀파이어 소설에서는 더이상 박쥐로 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야행성임을 표현할뿐)

내용은 전직 첩보원인 언어학자가 뱀파이어와의 만남후 자신과 아내의 안전을 위해 뱀파이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제 3의 존재를 찾아내는 과정을 추리기법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것인데

인류를 위협하는 뱀파이어보다 더 인류한테 위협이 되는 것은 인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다소 평이한(?) 교훈을 줌과 동시에 같은 뱀파이어지만 이십여 명을 죽인 ‘데니스’보다 수만 명을 살해한 ‘이시드로’를 보다 인간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살인행위에 대해 일종의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예전에 국가를 위한 첩보활동중 소년을 죽여야만 했고 그로인해 고통받는 주인공의 -용서받을 수 없는, 그리고 지울 수 없는- 과거행위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고자하는 과정을 여성작가다운 (그리고 여성번역가다운) 섬세함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묘사하기는 했는데 뱀파이어 소설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공포나 잔인함 등의 표현이나 주인공의 뛰어난 스파이 활동상이나 탁월한 능력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완성도는 <드랴큘라> 이후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그리고 비교를 피할 수 없는-‘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뛰어 넘기에도 다소 부족한 듯(뱀파이어연작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 그러고보니 두 작품 모두 여성작가의 작품인데 같은 뱀파이어 소설이라해도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풍기는 묵직~함(?)과 여성작가들의 섬세함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아울러 교정행위에 있어서의 섬세함을 비교하는 재미도...^^)

다만 이 작품은 그리폰북스의 이름으로 내걸기에는 ‘그리폰’이라는 브랜드에 거는 기대치(또는 편견^^)에 다소 못미친다는 점에서 기대이하... 라기보다 기대이외였던만큼(아, 그렇다고 외계에서 온 뱀파이어가 등장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안했지만...) 그 작품선정에 있어서 좀 의외였는데 -뭐 시리즈 중엔 정통 SF라기보다 환상문학이라 우길수 있는 ‘팻 머피’의 <추락하는 여인>도 있었지만- 아마도 추후에 그리폰북스의 이름으로 출간될 국내판타지와의 공존을 위한 (그래서 판형도 양장이 아닌 페이퍼북 형식으로) 선택이었을 가능성도 크지만 그래도 그리폰북스가 아닌 일반 장르소설로 출간되었더라면 오히려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점에서 ‘뱀파이어’와 ‘그리폰북스’시리즈, 두 마리의 토끼를 돌 하나로 잡으려는 시공사의 사냥이 과연 성공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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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징조들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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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60년 두 띠동갑 -그들이 띠를 안다면- 작가들이 사이좋게 집필을 시작해서 멋지게 마무리한 이 작품은 공저라는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을 접할때마다 들게 마련인 과연 누가 어느 부분을 집필했을까하는 궁금증을 변함없이 불러 일으키는데 인물따로 설정따로 -또는 한 단어씩 교대로!- 집필했는지 어떤지 알도리가 없는 가운데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주인공의 만담과 활약상을 지켜보노라면 ‘그들이 그들을’ 분담한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하면서 그럼에도 전체로 볼 때는 마치 한 명이 쓴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내용은 성서에 이미 예언되었던(!) 인류의 종말을 맞이하여 선과 악의 하수인들이 펼치는 한바탕 헤프닝으로 ‘웃긴 종말’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안웃기면 각오해라 하는 고약한 심뽀(?)로 읽는다 할지라도 일단 읽기를 시작하면 읽는 내내 키득키득거리며 미친 놈처럼 정신없이 웃고 있는 자신을 수시로 느낄 수 있을텐데 그런 점에서 가급적 공공장소에서 읽는 행위는 삼가하길 권하는 바이다^^

이 책은 조판상의 오류인 몇몇 성경책 -[불의의 성서], [제기랄 성서] 등등-에 대한 묘사처럼 이미 (누군가 한테는) 알려져 있을지 모를 재미난 사실들을 요소요소에 단순 열거하는 정도가 아닌 끊임없이 샘솟는 재기넘치는 묘사로 독자를 시도때도없이 요절복통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점에서 정말 웃길줄 아는 사람들이 글을 썼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정말 책을 쓰는 내내 즐겼을 것을 독자들도 공감하게 해주는데다 악마와 지옥공작이 전화선을 통해 공간이동을 하는 장면이나 묵시록의 기수중 한 명의 외모에 대한 묘사로 -그의 헬멧 속을 들여다 보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 얼굴을 본 대부분이 죽는다는 점까지- 훗날(90년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다른 몇몇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마저 일게 하여 그 선견지명에 감탄 -씩이나?^^- 하게 만들뿐더러 농담따먹기나 하면서 마냥 웃기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자신의 앞날은 자신의 힘으로 개척하자 라는 ‘사소한’ 인생의 교훈을 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당연히!) 번역인데 매끄러운 번역도 번역이지만 -아, 물론 원서를 확인할 길은 전혀 없지만서도^^- 작가들의 주석을 포함하면 100여개가 넘는 방대한 역주에 그것도 모자라 친절한 보충설명까지! 작가들의 다음 작품과 더불어 옮긴이의 다음 ‘번역’작품마저 기대될 정도이다.

끝으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권의 소설을 구입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니시길 바라며(아, 동네에 악동이 있거들랑 ‘그를 비롯한 놈들’을 눈여겨 보시기를, 혹 악마의 자식일지도...^^;) 자~자, 우리 생애의 남은 날들을 ‘놈들’처럼 최대한 즐겨 보자구요^^...

작가약력까지 읽는 이를 위한 덧붙임: 이 리뷰를 쓴 galaxian은 서울생으로 뭐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쓸데없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작자인데 남은 인생의 목표가 전쟁과 기아, 오염, 그리고 죽음마저 없는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다니지만 내심 인류의 종말은 과연 어떨까 궁금해 한다는 건 이미 서너 명 정도가 알고있다.

바나나 다이커리가 뭔지도 모르고 팬들이 보내주는 돈도 관심없을뿐 아니라 -SF는 관심있어함- 번역료는커녕 뭔가를 번역할 능력도 전혀 없지만 이 글을 읽은 마이리뷰 담당자가 ‘이 달의 마이리뷰’로 선정해준다면 그 영광을 거절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한다 (이 작자 역시 태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 그리고 이수현님의 약력을 읽었고, ‘이 주의 마이리뷰’로만 선정되도 불만은 전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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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런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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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인류의 과학은 어디까지 발달할 것인가. 태양계를 개척하고, 은하계를 정복한뒤,... 마침내 우주의 주인이 되어 ‘신(神)은 없어!’하는 그날까지? 글쎄,... SF작가 ‘그렉 이건’은 괜한 고생 하지 말란다. -마치 회사업무는 재택근무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과학이 발달한 미래사회에서 인류가 해낼지도 모를 최후의 행동양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냈다. <쿼런틴(Quarantine)>, ‘격리’라...

외계인을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일반인들과 격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엑스맨같은 돌연변이 인간이 사회와 격리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격리되는 것은 다름아닌 지구다. 가까운 미래인 2034년 11월경. 지구의 밤하늘에서(아, 물론 낮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별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가 격리된 것이다 -실제로는 거대하고 검은 구체가 태양계를 몽땅 감싸버렸던 것이지만- 만화만큼이나 황당한 설정에 저자는 전혀 개의치않는듯 이야기도 지구가 격리된 그날의 혼란부터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이미 33년이 지난뒤부터 벌어지는 작은 소동에서부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바를 뜻모를, 그러나 대단한 자신감으로 펼쳐보인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밤하늘의 별이 사라진 소위 ‘버블데이’이후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지구가 격리됐다는 사실에 더이상 의미를 두지않고 애써 태연하게 지내려 하지만 굳이 그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과 그 틈바구니에 휘말린 전직 경찰출신 사설탐정의 대단한(!) 활약상인데 -와! 간단하다- 하지만 읽어내기엔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이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발달된 미래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고자 저자는 생소한 개념의 단어는 물론 최첨단 과학기술과 아인슈타인도 넘보지 못한(?) 양자역학까지 등장시키기 때문인데 -그러나 <쿼런틴>을 제대로 읽어내기위해 양자역학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할 필요는 없고 단지 양자역학을 다룬 마이클 크라이튼의 <타임라인>을 읽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만 그 역시 권장사항은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진득하니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확산’하며 내용을 이해하게될 가능성이 무척 큰데다 아하~ 과학적으로 가능하구나, 가능하겠구나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고 마침내, ‘아~ <쿼런틴>을 다 읽고야 말았어’하며 만족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니 혹시라도 난해한 하드SF라는 점때문에 지레 겁먹을 독자들은 안심하시라.(양자역학따위(!) 전혀 모른다고해서 책을 읽어내는데 감당치 못할 어려움은 없고 리처드 파인만의 말마따나 양자역학을 이해할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아무도 없기때문에^^)

오히려 ‘몰라도 쓸 수 있는 소설이 SF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SF를 쓴다’라고 하는 일부 작가들의 면전에 그렉 이건은 <쿼런틴>을 흔들어 보이며 ‘이것이 알고 쓰는, 그리고 알아야 쓸 수 있는 SF의 진가’라며 충고하는 듯하다.

이 책의 발간은 꽤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왔었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독자입장에서 그 기대치는 점점 커져왔기에 혹시...하는 불신감을 해소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기다린 보람이 있어’하는 만족감을 느낄수 있어 즐거웠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독서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위한 배려차원에서 닐스 보어와 같은 몇몇 학자를 비롯해 일부 단어에 대한 역자의 ‘친절한’ 각주가 조금 더 필요하지 않았나하는 점인데 아무튼 그 뜻을 전혀 모르겠는 단어가 나오면 읽다읽다 결국 궁금해서라도 사전을 찾아보게 될테고 그런 점에서 독자의 지적호기심을 채워주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책을 다 읽어낸 당신, 똑똑해져라!- <쿼런틴>을 구입하거든 읽기를 시작하는 것은 아무때나 상관없지만 가급적 늦은 밤에 끝마치기를 권하며...

아무튼 미래를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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