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쟁을 울려라! - 조선을 바꾼 아이들 숨 쉬는 역사 12
박지숙 지음, 김옥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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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좋아해 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소개 글을 보며 존경심이 들게 된다. 어떻게 이런 따스한 이야기를 지어 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역시 무슨 일을 하려면 늘 호기심과 친해야 하나보다.

 

이번에 청어람주니어에서 만난 이야기는 먹거리가 소재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뜻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제목을 보면서 조금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시절 가난하고 억울했던 백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딸아이는 역사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다. 책을 내밀 때마다 반응이 시큰둥했었는데 이번 책은 그 자리에서 금방 읽었다. 왜냐!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용감하고 의젓하다. 당시 여자라서 제약이 많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굴하지 않는다. 마치 정의의 사도가 되어 옳은 일을 하는 모습에 속 시원해한다.

 

책을 읽기 전 학습지에서 마인드 맵을 해 보았다. 양반과 노비에 관한 생각 그물을 확장하는 게 쉽지 않았는지 초반부터 끙끙거린다. 학습지는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역사 관련 책은 학습지가 필수다. 제도나 용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짚고 가면 정말 도움이 되니 꼭 아이와 함께 해보길 강추한다.

 

 

 

 

식탐이 많은 홍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몰래 제사에 쓰일 약과를 먹다 들키고 만다. 아무리 그래도 제사상에 올릴 음식에 손을 대다니 되게 철이 없구나 했는데 웬걸, 홍이는 자신에게 엄하고 무심히 대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새어머니에 대한 노여움도 부리지 않는다. 언니 연이의 몸이 좋지 못해 외할머니댁으로 가게 된 날에도 언니를 챙길 생각뿐이다.

그렇게 언니와 하인 길수와 함께 외가댁에 도착해서도 섭섭하고 언짢은 마음을 거두고 맘을 단단히 먹는다.

 

홍이는 식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도 관심이 많은 아이다. 아픈 언니의 입맛을 되찾아주기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다. 진달래가 만발한 봄날. 꽃국수가 먹고 싶다는 언니를 위해 다 같이 꽃을 따러 산으로 올라갔는데 마침 그곳에서 마을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어 꽃으로 배를 채운다는 사정부터 맹 사또의 횡포에 대한 사실도 알게 된다.

 

홍이는 그때부터 또 달라진다. 마을 아이들을 불러다 나눠먹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마침 외숙모가 말하던 도토리 빗소리에 대한 정체를 알고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다. 어려운 이들을 쉬이 지나치지 못하던 홍이는 겁 없이 격쟁을 울리는 일까지 나서며 어리석은 어른들을 일깨우게 된다.

 

그런 씩씩하고 담대한 홍이 곁엔 살뜰한 언니 연이와 그들을 돌보던 길수가 있었다. 몸이 약해 걱정이었던 연이도 홍이로 인해 건강을 되찾아가며 자신의 길을 찾게 되고 의젓한 길수도 난처한 상황 때마다 홍이의 편을 들며 한몫한다. 세 아이가 어떤 활약을 펼치며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는지, 어떤 지혜로 불쌍한 이들을 돕는지 꼭 만나보길 바란다.

 

 

 

이야기 속에 빠져들면 우리나라 전통 음식뿐 아니라 서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줄 대체 작물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식량난으로 굶주릴 일도 없고 작물이나 식품의 가짓수가 넘쳐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먹을 것이 많지 않아 백성들은 흉년이 오래 지속되면 굶어죽는 이들도 많았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며 우리의 먹거리 문화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까지 해 봤으면 좋겠다. 더불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재료의 귀함과 음식에 깃든 정성까지 알게 된다면 더욱 좋겠다. 넓게는 조선시대 불합리한 신분제도와 환곡의 폐해 등을 보면서 당시 사회문제의 문제점과 지금과의 차이점은 무언인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착한 아이들이 어리석은 어른들까지 변하게 만들어 대견할 따름이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며 도우려 하는 마음 씀씀이에 기특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분노를 자신을 위해 쓰지 않고 불의를 위해 불태우던 홍이의 모습은 정말 본받을만하다.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힘든 집콕생활 아이와 읽어보며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본격적으로 독서 지도안을 함께 풀어보았다. 역시 우리말은 어려워하면서도 열심히 찾아 답을 채워 나간다. 독서토론 발제가 좋아서 아이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는데 친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아쉽다. 불의에 항의하는 모습이나 법과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보면 참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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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안의 교양 미술
펑쯔카이 지음, 박지수 옮김 / 올댓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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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미술관을 가 본지가 언제인지. 가고 싶어도 주위 눈치도 보이고 해서 꼼짝없이 온라인이나 책으로 만족하고 있다. 매달 한 권의 미술 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미술에 관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미술감상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회화에 관한 간단한 정보와 간략한 서양 미술사의 흐름이 실려 있어서 예술작품에 대해 아는 지식이 별로 없거나 아니면 흩어진 정보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게다 청소년들에게 읽히기에 딱이다.

 

그림은 눈을 즐겁게도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게도 한다. 간혹 그림에 그자도 모르던 사람이 어떤 특정 그림에 꽂혀 마음을 치유한다거나 평소 스치던 풍경이나 사물을 그림으로 만나서 일상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나아가 그림은 개인의 심리상태를 대변하기 때문에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렇듯 우리의 일상 속에 그림이 주는 역할은 생각보다 그 이상이다. 그렇기에 그림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더 가까이 들어오면 삶이 유연해진다.

 

좋은 그림은 작가의 의도대로 감상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예술사의 흐름을 알 필요가 있고 회화의 기법이나 작가의 삶까지 폭넓게 살펴보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작가는 순수 미술은 본능뿐 아니라 이성적인 부분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며 덧붙인다.

 

저자는 화가이자 문학가이며 미술 및 음악 교육자이다. 그래서 그림 감상 포인트부터 서양회화의 특징(묘사, 소재, 배치), 문학을 다룬 회화, 순수 미술의 중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화가와 명화에 관한 이야기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대중들이 들어보았을법한 작가들 위주로 언급하고 있어 낯설지 않다. 그런 부분들에 흥미를 느꼈다면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서 지식을 확장해가면 좋을 것이다. 역사를 좋아한다면 서양미술사(르네상스부터 다다이즘까지)에 대한 부분도 쉽게 흡수가 된다. 나도 역사 책을 읽다 미술사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읽게 되었고 이는 미술 전시를 관람할 때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태풍이 잦다 보니 유독 한 그림에 꽂힌다. 책에서도 감정이입에 관한 부분을 소개하기 위해 이 그림을 예로 들고 있었다. 폭풍에 관한 두려움보다 숭고한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까지 빌려온다. 우리의 의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경관이라면 순수하게 관조하는 태도를 취하라고. 그래야지만 미적 감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현실(태풍을 걱정하는)과 그림(격정의 미)을 바라보는 차이점일 테지만 저자의 조언을 따르고 보니 달리 보이기도 한다.

 

도처에 정보가 널려있고 각기 분야는 다른듯하지만 서로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예술이 수학, 과학, 의학, 문학 등 모든 분야와 연결돼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므로 예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면 내 삶이 더 풍족해진다. 예술적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눈과 귀의 감각을 열기 위해 거들어 줄 수 있는 생각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배우면 더 좋지만 꽝 손이라면 항상 자연과 사물에 대한 관찰력을 키우고 독서와 여행을 하면서 안목을 키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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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래의 직업은?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10대를 위한 진로 이야기
유정숙 외 지음 / 상상아카데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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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대한 가치를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지금처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뒤바뀌어 가고 있을 때는 더더욱.

 

사실 따지고 보면 어느 시대나 과도기였다. 그만큼 시대는 빠르게 달라져갔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났다. 푸세식 변소가 욕실로 대체되면서 똥 푸는 자의 일자리가 사라지듯이. (어제 읽은 소설책 내용이라 순간 떠올랐을 뿐이다.ㅎ)

 

디지털 시대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리스트는 익히 들어왔다. 그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라는 말은 최첨단이 가져오는 신기함 말고도 어딘지 모를 씁쓸함도 있다. 이미 코로나로 인해 앞당겨진 미래에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게 될까.

 

 

 

요즘은 만능인이 대세인 시대다. 특정 분야를 지칭하는 직업인보다 골고루 잘하는 이들이 인기가 많다. 그만큼 기회의 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배움의 길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것 또한 디지털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환경인 셈이다. 내가 궁금해하는 정보가 인터넷 속에 다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다. 조금만 문을 두드리면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여섯 명의 과학자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들의 고민과 생각들을 읽으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혹은 기회의 순간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노력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수도 없이 바뀌는 꿈에서, 혹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시절에서, 또는 가던 길에서 과감히 턴을 했던 순간들을 보며 나의 꿈을 찾기 위해 어떤 것들을 시도하면 좋을지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나아질 수 없다. 변화와 도전정신이 있어야 앞으로 새롭게 생겨날 미래 직업에 맞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

 

이제는 어느 한 가지가 아닌 융합된 인재를 원하는 직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즉 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6가지 키워드(탐험, 콘텐츠, 놀이, 융합, 스토리, 의미)로 나누어 조언하고 있다.

 

과학 유튜버가 된 사연, 종이비행기 하나로 꿈을 이룬 사연, 누군가의 칭찬으로 꿈을 찾은 사연을 읽으며 스스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고 진로 노트를 만들거나 100권의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들은 실천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중요한 건 자신을 잘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시도해보아야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내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도 괜찮다. 지름길도 특별한 비법도 없는 게 진로 선택이다.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에게 미래의 문은 열릴 것이다.

부록 편 미래 유망 직업 편을 읽어보며 관심 있는 분야를 메모해 두면 좋을듯하다. 내 아이들은 어떤 분야를 선택할까.

내가 십대라면 환경공학자를 메모해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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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델 - 마음의 얼룩을 지워 주는 마법 같은 친구 미래그래픽노블 5
브레나 섬러 지음, 임윤정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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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래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몇 권 읽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림 풍도 독특하고 소재도 특이하다. 중학생 소녀와 유령과의 만남이라니.

 

웬델은 표지 속에 등장하는 유령 이름이다. 이 친구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빨래와 유령을 싫어하는 소녀 마조리가 주인공이다.

 

아직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어 사뭇 놀랬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다. 사고로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거의 무기력 환자다. 집안일을 맡아서 할 사람은 마조리뿐이다. 철없는 어린 동생을 돌보고 사정 봐주지 않는 이웃 고객들 비위를 맞추는 것도 힘든데 세탁소 자리를 탐내는 사기꾼 업자도 등장해 마조리를 괴롭힌다.

 

마조리에겐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이도, 마음을 나눌 친구도 없다. 어린 나이에 세탁일에 매달리는 것도 피곤한데 마조리를 누구 하나 불쌍하게 여기는 어른이 없다. 돌아가신 엄마를 잊지 못함에도 아빠 앞에서는 엄마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다. 또 이쯤 되니 아빠조차도 유령처럼 생각된다. 자식을 돌보아야 할 부모가 있으나마나한 존재라니.

 

 

 

마조리가 현재 얼마나 힘든지 그림만 보아도 느낌이 온다. 심지어 걸어가는 모습조차도 너무나 외롭다. 아니 그림 전체가 블루톤이라 우울감이 가득하다.

 

할로윈을 앞두고 친구들과 이웃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저마다 들떠있고 즐거워 보인다. 남들이 하는 고민조차도 즐거운 고민 같다. 반면 마조리는 외톨이다. 사람들을 피하고 있으며 자꾸 주눅이 든다.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이 마조리의 삶 전반을 억누르고 있다. 유일하게 마조리를 달래 줄 수 있는 건 엄마의 피아노다. 엄마와의 추억이 피아노 속에 다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를 치던 중 마조리는 이상한 인기척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이 이상한 인기척 친구가 유령 웬델이다. 마조리의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세탁소에 오게 된 웬델. 모든 게 신기해서 이것저것 만져보다 사고만 잔뜩 쳐놓고 만다. 어째 나타나서 마조리를 계속 난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짜증이 나려 한다.

 

몇 번의 소동 끝에 웬델은 마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유령을 싫어하던 마조리가 웬델의 사연을 들어줄 리가 없다. 하지만 웬델은 세탁소 주의를 맴돌다 수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는데.

 

 

 

마조리에게 잠 못 드는 밤의 횟수가 늘어만 가고 사기꾼 남자의 횡포에 더 이상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되자 집을 넘기기로 한다. 어떻게 남의 집을 이렇게 쉽게 뺏을 수가 있을까 화가 났지만 웬델이라면 충분히 마조리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어린 소녀에게 유령 소년 웬델은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주게 될까.

 

그토록 싫다던 유령과의 대화를 시도한 마조리를 보며 저 소녀가 언제쯤 미소를 되찾게 될까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장을 넘기며 마조리의 웃는 모습이 어디쯤 등장하게 되는지도 찾아보길.

 

이야기는 이미 죽은 자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녀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웬델과 마조리의 엄마는 똑같이 물놀이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엄마를 잊지 못하는 마조리에게 사후세계에 대한 웬델의 이야기는 충분히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그렇게 웬델은 마조리에게 깊게 물든 슬픔의 얼룩을 지워내주며 희망을 전한다.

 

웬델이 어찌나 착하고 마음이 따스한 유령인지도 꼭 만나보길. 두 눈을 질끔 감아버리는 인간들보다 백배 천배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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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9 체인지 나인 - 포노 사피엔스 코드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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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바람이 나에겐 불지 말았으면 했다. 변화의 바람 말이다. 포노 사피엔스가 아닌 그냥 호모 사피엔스로 살다 가고 싶었다. 현실 안주형으로 살고픈 마음이 더 굴뚝같았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다. 아무리 코로나가 닥쳐도 꿋꿋이 버티다 보면 다시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포노 사피엔스를 안 순간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모두 디지털로 몰려가도 휴대폰을 좀 더 내려놓고 아날로그적 삶을 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단 얘기다. 이젠 모든 생활 플랫폼이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생태계에 밝은 미래를 낙관하기가 어렵지만 우리는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알맞은 생체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책은 포노 사피엔스 2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 이후 달라진 삶의 변화를 좀 더 명확하게 다시 짚어주고 있다. 이 책 앞전에도 <디브리프 2>를 읽어서 인지 책의 연장선 같다. 게다 몇 달 전부터 열심히 뒤적이고 다닌 게 도움이 되었는지 책의 절반 이상은 한 번쯤 들었던 내용이라 후르륵 읽어내려갔다.

 

 

 

 

벌써 9월이 시작되었다. 2020년의 봄과 여름이 지나갔다. 코로나 속에 계절의 변화를 느낄새도 없이 암담함과 무기력 속에 말이다. 기분은 조울증처럼 들쭉날쭉했다. 확진자 수에 민감해진 저울추처럼 뇌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졌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회 전반에서 울리는 앙칼진 소음에 귀를 막아도 견디기 힘들다. 이대로 있다가는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란 걸 알았다. 얻어맞은 뇌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신뢰할만하고 좋아하는 컨텐츠를 뒤지기 시작했으며 최대한 진정성 있는 정보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트렌드 공부다.

 

거대한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가면 문명의 기준이 달라진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내게 있어 휴대폰은 통화, 검색, 블로그, 카페, 카톡 정도로만 활용했었다. 될 수 있으면 덜 보려고 노력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젠 휴대폰 의존도가 어마어마해졌다. 거의 손에서 떼놓고 있을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작은 휴대폰이 사회 전반 시스템을 모두 흡수해 버린 것처럼 바뀌어 버렸다.

이젠 이 물건이 없으면 사회생활이란 걸 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우린 모든 컨텐츠를 소비한다. 게다 재창조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소비자든 생산자든 더 똑똑해지고 현명해져야 한다. 금융, 방송, 유통, 일자리, 교육, 의식주까지 이 모든 비지니스 영역을 이해하고 내 생활에 안착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끌어와서 9가지 변화(메타인지, 이매지네이션, 휴머니티, 다양성, 트랜스포메이션, 회복탄력성, 실력, 팬덤, 진정성)의 속성을 보여준다. 이미 디지털과 친숙한 90년 세대들의 변화하고 있는 인지능력과 기술력은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으며 일찍이 디지털 놀이공간에 발을 들인 이들이 얼마큼 성장하여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는지도 보여준다. 그들의 상상력이 기술이 되어 인류 발전에 또 한걸음 나가는 모습이나 다름과 다양성을 보편화시키며 성공한 사례들은 매번 들어도 놀랍다. 가깝게는 BTS의 성공신화나 한순간의 실수로 단번에 추락한 사례들은 실력과 팬덤 그리고 진정성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절해 보인다.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나의 무기가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벌도, 혈연도 지연도 아닌 진정한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성공의 반열에 오른 기업들은 협업을 바탕으로 더욱 입지를 다져나가며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즉각 반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데이터가 그 기업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즉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찾아내는 것도 결국 소비자다. 해본 놈이 더 안다고 예전처럼 SNS를 시간 낭비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SNS를 통해 키운 유대감과 네트워킹이 그러한 능력도 키워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비자들의 경험들이 연속적 소비를 일궈내는 것이다.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힘은 생각의 전환이다. 포노족으로 거듭나 시스템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학습이 필요하다. 늘 위기 때마다 사피엔스가 진화해왔듯 말이다. 9가지 새로운 코드에 주목하여 인생의 방향성을 고심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두려움도 공존한다. 더군다나 거리두기 3단계 앞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지금은.

 

지금은 누구나 힘들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생계 걱정에 또 다른 걱정을 하나 더 얹는다면 휴머니티가 붕괴되진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무지보다 무서운 건 잘못된 판단이다. 사회경제공부도 중요하지만 인문학 공부가 더 절실해 보인다. 편가르고 물고 물어뜯고 배척하고 밀어내는 사람들이 더 늘어만 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사람에 대한 더 많은 생각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깊이 알려 노력하기 위해서 인문학을 가까이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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